* 2 이하 부분은 예전에 썼던 글 추고.

1. 최근 강의석 알몸 퍼포먼스에 대해
말이 많더라. 나는 강의석 식의 퍼포먼스에 대해선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강의석 알몸 퍼포먼스는 말그대로 해프닝이라는 직관적인 감상이 강하다. 생기발랄하다 못해 미디어 노출증 환자라는 생각이 들 지경인 그 청년은 이 복잡하기 짝이 없는 '병역제도'가 갖는 사회적인, 역사적인, 정치적인 함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강의석 퍼포먼스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은 대중이, 특히 아직 군대가지 않은 청년들이 '병역의무'에 대해 갖는 양가적인 반응이다. 그 양가적인 반응은 대내적으론 '안가면 좋지'라는 지극히 소박한 이기심으로 표출되고, 대외적으론 '저런 개념없는 매국노 새퀴를 봤나'라는 다소 감정적인 공격성으로 표출되곤 한다.

물론 소수에게는 군대제도(문화) 전반에 대한 관념적인 거부가 표출되기도 한다. 강의석이 주장하는게 이런 관념적이고 맹목적인 거부인데, 그 거부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방식의 피상성은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강의석이라는 자기 존재에 대한 표상적 욕망에 이끌리는 것 같다.

더욱이 그 청년이 기존에 보여준 행위의 괘적을 살피건대, 이런 거대한 이상이 그의 표피적인 퍼포먼스에 이끌려서 공론화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공론화는 차치하고, 최소한의 문제적인 인식을 전해주지도 못할 것 같다. 좀더 부정적으로 평가하자면, 병역 문제 자체를 희화화해서 그 문제의 본질을 흐릴 가능성이 오히려 높지 않나 싶다.


2. 양심적 병역 거부자? 대안적 병역 희망자!
언젠가 친구과 심한 논쟁을 벌인 일이 있다. 그 친구는 종교나 양심을 '핑계삼아' 병역의무를 거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로선 '양심적'이든 '비양심적'이든 왜, 도대체 왜 병역'거부자'로 그들을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역'개념을 확장할 수 있다면, 그들 중 대부분은 ('집총'을 제외한 병역의무의 영역에서) 병역희망자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내 질문은 이렇다. '병역'이란 의미에 군사훈련과 집총훈련이 개념 필요적으로 포함되어야만 하는가?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군대 그 자체를 거부하는 청년들을 제외한 대체복무 희망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부르기 보다는 그와 대비되는 의미에서 '대안적 병역희망자'로 불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특정 언어표현에 투영된 편견과 선입견은 놀라운 것이어서 양심적이든 아니든 간에 '병역거부'라는 표현은 그 표현을 사용하는 언어사용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영향력을 투사하기 마련이다.

병역문제도 이런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서 그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강의석 식 퍼포먼스의 휘발성 강한 관념적 거부로는 이 문제는 눈꼽만큼도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찌라시즘에게 먹이감 하나 던져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리고 대다수 수용자들에게 그 퍼포먼스는 미디어 노출증 환장의 지랄발광 해프닝으로 기억될테다 (실질이 없으니 그렇게 해석할 수 밖에 없긴 하다). 


2-1. 위 2.에 대한 댓글 논평과 대화.

그렇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헌법학을 전공하는 사람입니다마는 원래 대안적 해결이란 말은 선택(alternative)의 여지를 준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전문용어로는 대안식 해결방법[Alternativenloesung]이라고 합니다. 독일에서 확립된 대안식 해결방법의 기본정신은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병역거부자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대신하겠다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님의 지적이 정확합니다. 그들은 결코 국방의 의무로서의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병역 중 총을 들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체복무 희망자"라고 불러야 옳습니다. (꿈꾸는 오리)


2-2. 김연식과 꿈꾸는 오리 간 댓글 대화
제가 알기로는 기본권 충돌은 기본적으로 형량을 합니다. 그래서 더 큰 쪽을 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양자의 법익을 만족할만한 새로운 대안을 내 놓기도 하지요. 양자의 법익을 조정해서 조화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인권위 입장은 비교형량을 통해서 양자의 법익을 0으로 만들지 않는 상태에서 조화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습니다. 그 조화점이 무엇이냐에 대해서 인권위가 하나의 '입장'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요. (김연식)

국가인권위원회가 말한 기본권과 의무의 충돌과 님이 말씀하시는 용어의 선택문제는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단지 현재 용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에 이르고 있을 뿐입니다. 대안을 제시하기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 용어설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 또 헌법학에서 충돌은 그렇게 엄격한 의미로 사용되는 말은 아닙니다. 어쨌든 좋은 의견.. 좋은 글이십니다. (꿈꾸는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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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강의석의 군대 폐지... 이데올로기 대립, 그리고 영화 테이큰.

    Tracked from 사랑하면 더 많은 별이 보이는구나. 2008/10/01 13:56 del.

    제목은 거창하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기성 세대에서 당연시 요구되던 것들이, 정보화시대의 가속화와 더불어 사회, 경제, 문화들이 급격히 바뀌면서 요즘 세대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6.25 전쟁 세대들은 살면서 이루어낸 모든 것이 전쟁으로 너무나도 손쉽게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거나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다. 따라서 군대란 적어도 내 목숨을 지켜주기 위한 생명과도 같은 조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제 목숨을 내놓고 뛰어드는 UN군..

  2. Subject : 강의석 단상.

    Tracked from [t:/] 2008/10/02 09:24 del.

    일전에 쓴 글.강의석이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뭐 관심없고.안타까운 일은.쟤 때문에, 향후 수년간,합법적 병역거부권에 대한 담론이 강의석급화 되어 말도 꺼내기 힘든 오락적 소재로 전락했다는 것.생각해보니.이 정권에서는 어차피 글러먹은 화두였구나 -_-;병역거부권이라고 하면 이 뭥미 할 사람 많은데.분단 독일에서도 이미 60년대에 양국가 모두 이루어진 일임.우리나라에서 전격 시행은 어렵겠지만 적절한 담론이 오가는 수준은 되어야.지금은 좀...

  3. Subject : 양심적 병역거부자! 직접 만나 이유를 들어보니...

    Tracked from 법무부 행복해지는법 2010/09/27 13:53 del.

    “양심적 병역거부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양대훈(가명)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결정한 후, 병역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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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퍼렁어 2008/10/01 10:58

    대안적 병역대체안이 기존 병역과 비례해서 주어졌냐가 가장 큰 문제이지 싶습니다. 지금 병역대체복무인 것들을 보면 한해 인원이 제한되어나온것도 있고 어떤건 그해에 인원이 없는것도 있고요 뭐 가장큰 문제는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인 군문화부터가 문제인것 같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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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1 11:46

      말씀처럼 현실적인 지점은 그 '대체' '대안'의 비례부분이겠죠.
      군대문화의 관성은 정말 길고도 긴 것 같습니다...

  2. OLEG 2008/10/01 11:56

    대안적 병역희망자. 어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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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1 12:13

      고맙습니다. : )

  3. 댕글댕글파파 2008/10/02 09:35

    유럽에서 실시하는 것 같던데요.
    징병제를 서서히 모병제로 바꾸는 노력이 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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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2 13:50

      그러게요.
      그런 움직임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좀더 현실적인 움직임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4. 히치하이커 2008/10/02 23:16

    징병제 폐지에는 당근 찬성!! '대안적 병역희망자'를 늘리는 것도 찬성!!
    그런 의미에서 강의석이 걸고 넘어졌던 박태환과 같은 운동 선수에겐 또 다른 방식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게 하는 게 훨씬 낫다고 봅니다. 너도 가라고 할 게 아니라. 물론 다른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나, 양심에 따라 다른 길을 걷길 원하는 이들에 대한 대택도 마련해야 할테구요.

    그치만 인간이란 동물이 각각 집단을 나누어 나라를 이루며 사는 동안은 군대란 거 자체가 없어질 수 있는가, 없어져야 하는가에 대해선...미션임파씨브르라고 봅니다. -_-;

    덧_팀과제가 연속으로 먗 개 터지고, 궁딩이랑 대판 싸우고 수습하고 지내다 보니 정신이 없더군요. 다행이라면 이젠 그래도 3일 연휴라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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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3 04:46

      그러게요. : )
      말씀처럼 반드시 군대가 아닌 (광의의) 병역개념이 정립되고, '일등' '국위선양'이라는 초일류가치, (다소 국수적) 민족주의적 가치가 아닌 방향으로 '병역특혜'도 좀 조정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추.
      삼일연휴 맘껏 즐기시길..
      저는 요즘 좀 마음이 무겁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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