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 글은 2001년 11월에 쓴 글을 토대로, 2005년 12월 6일에 추고한 글을 2008년 1월 19일에 다시 추고한 글입니다. 추고는 꽤 많은 부분에 걸쳐 행해졌습니다.


0-1. 2005년 12월 6일의 서.   

현재 벌어지는 [피디수첩] 논란는 인간 복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온나라와 대다수 언론이 황우석박사 구하기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MBC는 역적이 됐고, 황우석박사는 백의종군하는 '이순신'이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등극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배아줄기 연구를 전면적으로 취소하자고 말하는 것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인 줄은 압니다. 그렇더라도 배아줄기 연구가 궁극적으로 인간 복제를 그 논리적인 연장에서 필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라면, 이미 폐기되다시피 한 '인간 복제'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로선 현실론으로서 '배아줄기세포'연구 보다는 '성체줄기세포'연구를 찬성하고 있습니다. 제 소박한 상식으로, 배아줄기 세포는 어떤 장기로도, 그러니 완전한 인간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세포라고 압니다. 이는 인간 존엄의 기초로서 그 생물학적인 맹아를 어느 단계에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일텐데, 저로선 배아줄기세포는 그 윤리적 논란 자체가 갖는 부정적 에너지도 문제려니와 악용 가능성도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하의 글은 인간배아 복제 성공의 환호성이 각종 매스미디어에서 떠들썩했던 2001년 11월 말에 쓴 글입니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그 시의성을 이미 상실한 글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극단적인 국가(이익) 이데올로기의 환상, 혹은 근본적인 윤리적 고민 부재에 대한 회고적인 문제제기의 의미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0-2. 2008년 1월 19일의 서

황우석의 망령이 다시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제가 너무 필요이상으로 과잉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여전히 '국익'이라는 환상에 불과한 신기루를 쫓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국익'이란게 어떤 실체를 갖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과연 누구의 호주머니를 채울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그저 그 국익이라는 추상적인 포만감을 위해서, 미국을 이기기 위해서, 세계최초를 위해 살아가야 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생명에 대한 고민보다는 경쟁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철학 없는 '일등'주의가 여전히 널리 잔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드시 질문되어야 할 질문이 폐기되는 세상, 그래서 다시 사이비와 반진실이 판치는 세상을 보고 싶다면, 그래서 진실의 편에 선 1%를 99%가 짓뭉개도 상관없을 그 잔혹한 풍경에 기꺼이 다시 동참할 생각이시라면, 아무런 고민없이 그저 일등, 일등, 세계최고, 세계최초를 외치셔도 좋습니다.

예전에 한겨레블로그에 등록한 글이지만, 메타에 발행한 적은 없는 글이라서 발행합니다.
이 글은 아거님께서 쓰신 [인간 복제와 윤리]에 자극받아, 굳이 다시 추고한 글이기도 합니다.



1.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당신과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당신과 똑같은 모습을 지닌, 당신과 똑같은 목소리를 이야기하는, 당신의 눈동자, 인간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낭만적으로 말해지는 그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보는, 그렇지만 지금 당신에게 거울은 없습니다, 그 또 다른 당신을 당신은 인정할 수 있습니까?

우리에게 복제인간 논의는 존재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국익과 어떤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앞서야 하는 문제 같아요. 하지만 궁극적인 질문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예, 혹은 아니오로만 대답해야 합니다.

유보적인 답변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 어떤 조건부 찬성 내지는 조건부 반대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그 유용성을 상실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대답이 조건부라면, 그것은 인간복제 찬성에 손들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합니까?

저는 우리가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물론 서툴고 엉성한 고민에 불과하겠지요. 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준비한 대답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테지요. 다만 저는 그것이 제 자신, 부족하지만 진실의 정답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선택이 되지는 않을 수도 있겠죠. 인간복제는 윤리적인 당위론이 아닌, 정치, 경제적 헤게모니 쟁탈전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정답이 있더라도, 그 정답이 우리의 지지와 조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선택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의 여론이라는 것 역시, 충분히 조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모두 받아들이고,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황우석은 언제든 다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이 대답이 정답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저는 부족하나마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인간복제는 더 이상 SF가 아니며, 현실 한복판에 있는 우리시대의 화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복제를 말한다는 것은 현실을 말하는 것이며, 우리 시대의 진실이 어떠한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자신의 진실을 위해 그 전투에 참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입장을 세우고 그 문제에 개입해야 합니다.
인간 복제 문제는 필연적으로 인간성 그 자체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인간성을 희망하거나, 인간성에 대해 절망하거나 하는 낭만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진실로 신뢰하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제 이야기가 끝난 뒤에 당신의 대답을 듣기를 원합니다. 당신이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셨다면, 당신에게는 대답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 또 다른 기원을 갖는 인간

우리는 우리가 살아있을 것임이 분명한 근미래에 인간복제가 완전히 성공했다는 뉴스를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뉴스를 만들어낸 장본인, 과학자들과 그들을 움직이는 장사꾼들과 그들의 하수인이자 공모자들인 정치가들이 만들어내는 환호성은 우리들의 귓가에 맴돌것입니다.

인간 복제를 찬성하는 쪽은 인간복제가 갖는 의료적인 가치를 내세웁니다. 찬성론자는 인간복제 문제란 완전한 인간 복제, 즉 살아서 숨쉬고, 생활하는 사회적 인간이 아닌 생물학적 인간 복제에 관한 문제임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인간복제란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인간과 복제인간의 갈등, 인간에 의한 복제인간의 노예화 혹은 수단화라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갖고 있지 않으며, 단순한 의학적 수단, 기술의 진보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입법을 통해 관련제도를 만들어내고, 그래서 사회적 인간의 탄생 가능성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하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항상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모든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잔인한 권력쟁투와 전쟁의 역사였습니다. 저는 그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인간복제 문제가 지금은, 찬성론을 빌자면, 단순히 의학적인 측면을 통해 그 가치를 논의하는 단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도 말했듯이 근미래에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그 도달될 현실의 과정, 과정들 속에서 찬성론자들은 완전한 인간복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인간복제가 갖는 경제적 가치, 이윤창출 가능성은 상업자본이 어쩔 수 없이, 스스로의 생존확장 논리를 쫓아 미디어와 정치, 경제, 문화산업 복합체를 통해서 일반대중들의 의식을 조작해 나갈 것입니다. 대중들은 그 판타지에 열광할 것입니다.

인간 복제가 향햐는 궁극적인 결정체는 필연적으로 인간에 의한 다른 기원을 갖는 인간의 창조입니다. 살아 숨쉬는, 그리고 자기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근심하는 또 다른 기원을 갖는 인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때 찬성론자들은 지금과는 다른 이유들로 우리를 설득하고, 우리 의식을 자신들의 욕망과 권력을 위해 조정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3. 인간 복제 : 내재적 문제

미셀 푸코는 인간은 르네상스 이후로 고안된 개념에 불과하고, 지금 그 인간이라는 발명된 아이디어는 소멸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말과 사물).

인간 복제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인간에 대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다름 아닙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과연 인간의 이성, 그리고 문명이라고 말하는 인간 이성의 구축물들을 신뢰하고, 그것에 기대어 다른 또 다른 기원을 갖는 인간을 창조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저는 그 질문 자체가 폐기처분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인간이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행한 야만들, 그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인간에 의한 인간의 탄생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인류는 아우슈비츠를 경험했고, 히로시마를 경험했습니다. 이성의 잔혹한 결과물들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그 잔혹한 역사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911이 그렇고, 이라크전쟁이 그렇고, 이스라엘의 폭격과 거기에 저항하는 인간폭탄들이 그렇습니다.

인간은 인간의 죽음을 우리 시대의 새로운 지배수단인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 합니다. 걸프전은 CNN이라는 미디어의 힘을 전세계에 과시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제어할 수 없는 야만성이 어떻게 엔터테인먼트적 감수성과 결합하여 세련되게 합리화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영화처럼 중계되는 전쟁을 통해서 인간은 생명에 대한 진지한 사고를 농담으로 탈바꿈시키는 '놀라운 진보'를 이끌어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말과 글을 통해 세운 가치, 그리고 그 문명의 기록들과 그 결과물들을 이성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인간성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고, 우리시대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상업자본입니다. 그 상업자본과 빌붙어먹는 정치권력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배하고 있는 미디어입니다. 거기에 인간에 대한 고민은 없습니다. 그저 몰가치적인 욕망과 무한으로 증식하는 권력의지만이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은 상업자본, 그 자본과 결탁한 정치가들,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미디어에 의해 점점 더 수단화되고 있지요. 이성은 '인간이라는 이름을 한 야만'을 위장하는 화장술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공모는 미디어를 통해, 그 상징조작을 통해 위장되고, 칭송되고, 실질적인 권력적 담론으로 만들어집니다.

인간 복제 문제가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 문제에 닿아 있다면, 인간 이성이 지니는 야만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성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 이성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하버마스는 이런 취지로 이야기하지요.

하버마스를 쫓는다면 이성은 '미완의 프로젝트'이고, 인간이성을 통해서 자행한 야만들은 이성에 내재한 야만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미성숙한 이성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하버마스를 쫓는다고 해도, 그 미완의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미래란 불투명할 뿐더러, 점점더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를 통해서 민주적인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다는 희망은 복제인간 논의가 리얼리티를 획득해가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점점 더 SF처럼 들립니다.


4.  
저는 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간 복제 문제는 인간이 스스로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것, 이성이라고 말하는 허구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는 이성을 획득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역사는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강요했던 야만과 그것의 정당화를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당신이 대답할 차례입니다.
어떤 유보적 대답도, 어떤 조건부 답변도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인간복제는 필연적으로 인간에 대한 인간의 수단화를 가속시킬 것입니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 상업자본에 의해 복종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의 복지를 위한 의료적인 수단이라는 미명 역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수단화라는 본질을 희석할 수 없습니다.

더 높은 가치를 위해서 더 열등한 가치를 희생할 수 있다는 현실론에 찬성할 수 없는 까닭은, 그것을 판별하는 자의성에 의하여 그 환상적 이미지로 채택된 "혜택"이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설혹 그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생명에 대한 부익부 빈익빈의 지옥을 좀더 노골적으로 펼쳐보일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물론 현재도 생명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생명은 부익부 빈익빈에 의해 철저히 차별받고 있습니다.

인간복제는 인간성을 신뢰할 수 있는가를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간성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저는 낙관주의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을 신뢰하지 못합니다. 그 인간성이라는 것이 어떤 내밀한 욕망과 권력의 구역질나는 음모를 숨기고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없으니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쟁취해야하는 과제이며, 지켜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인간은 인간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인간은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인간 스스로 인간을 신뢰한다는 것이 갖는 그 허망함을 역사는 잔인하게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기만에 불과했습니다.

이상입니다.



* 발아점
아거, 인간 복제와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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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인간을 만들어 보자

    Tracked from Delusion Laboratory™ 2008/01/21 15:07 del.

    인간이 인간과 같은 아니,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1) 공학적으로 디자인한 신체와 인공 지능의 결합으로 흔히 인조인간(로봇)이라 불리는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2) 유전자 단위에서 생식과 발달 과정을 조작해 '인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3) 마지막으론 (가장 막막한 방법이지만) 입자 수준에서 입자를 재구성해 원본과 같은(혹은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낼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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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거 2008/01/19 10:30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심오한 글을 그리고 이렇게 긴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다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요.

    제 글은 황우석씨를 염두에 쓰고 쓴 글도 아니고,
    복제에 따른 윤리 문제를 논의하려는 생각으로 쓴 글도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이야기 혹은 내러티브가 우리 신념과 태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골몰하다보니 나온 생각 같습니다.

    민노씨께서 이 분야에 관한 기억에 남을 멋진 이야기를
    영화로 남겨 주실 날만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1/19 11:29

      예전에 썼던 글을 추고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서요.
      과한 격려십니다.

      마지막에 주신 말씀 덕분에 정말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네요.
      저는 물론 너무도 게으르고, 부족한 사람이지만요..
      새해 과분한 덕담을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 snowall 2008/01/19 11:30

    인간복제는 그 기억까지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쌍둥이들이 서로를 보고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상대방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듯, 아무리 나랑 똑같은 눈으로 바라본다고 해도 그 속에 나의 영혼이 들어있지는 않지요.
    가령, 영화에 나오듯이 똑같은 인간들이 100곱하기 100의 행렬로 물통속에 담겨서 쪼그리고 앉아서 잠들어 있다고 해도 그 1만명의 복제인간은 모두 다른 꿈을 꿀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부분은 저 아니라도 다른 분들이 지적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우리가 당연히 제기해야 할 문제를 실용주의나 경제논리나 의학 발전에의 기여라는 얘기로 어물쩡 넘어가고 윤리적인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지적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1/19 11:41

      제가 기억을 복제한다고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 ^;
      표현에 부족함이 있었던 같네요.

      논평 고맙습니다.

  3. snowall 2008/01/19 11:56

    기억을 복제한다고 말씀하지는 않았습니다. 에...그러니까, 제가 저 댓글을 달면서 참고한 부분은 숫자 1 바로밑에 있는 부분입니다.
    "당신과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당신과 똑같은 모습을 지닌, 당신과 똑같은 목소리를 이야기하는, 당신의 눈동자, 인간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낭만적으로 말해지는 그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보는" 부분을 읽으면서 민노씨께서 복제를 완전히 똑같은 인간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고 계신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마 제가 오해한 것 같긴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에 굶주린 것 같아요. 예전에 휘어지는 LCD개발에서도 "세계 최초"라고 해서 알아보니 "A4사이즈는 세계 최초"라고 낚였던 적이 있습니다. 배아 복제 실험을 할 때도 "세계 최초인 부분"을 찾아내서 "어쨌거나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겠죠.

    그리고 이 문제는 배아의 어느 단계까지를 인간으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질문과 같다는 점에서 낙태 문제와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낙태 문제 역시 어물쩡 넘어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배아복제가 실제로 의료 기술의 혁명을 불러온다고 하더라도 돈많은 사람들만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적극 찬성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1/19 12:13

      아, 그러셨군요. : )
      제 표현이 불명료했던 것 같네요.
      그런 취지(기억을 복제하는)로 그 부분을 묘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 ^;
      물론 해석은 독자의 영역이지만요.

      이하에 말씀주신 바에 대해선.. 그 일등주의 사고방식이 어떤 의미있는 고민도 없이 그저 피상적으로 장려되는 풍토가 몹시 우려스럽습니다.

  4. polarnara 2008/01/19 14:13

    글 아래로 내려 올 수록 앞에서 생각해두었던 반론의 여지들이 하나씩 닫혀서 마지막엔 완전히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간복제는 필연적으로 인간에 대한 인간의 수단화를 가속시킬 것"이 당연했는데도 이렇게는 생각해보지 못했고, 함축된 문장으로 정리해보지도 못했네요. (생각을 표현하는 데엔 필력이 중요하다는 걸 또 깨닫습니다)
    어찌되었든 반론을 '할 수 있게 되는 현실'이길 바라는 건데, "환상적 이미지로 채택된 "혜택"이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현 수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걸림돌이라는 데 동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낙관주의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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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27 00:25

      공감해주시니 반갑습니다.
      몸살 때문에 답글이 너무 많이 늦어졌네요.
      앞으로도 종종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5. 선인장 2008/01/19 14:29

    저도 4 번째 글의 내용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게 되었습니다. 정말 인간의 수단화가 '가속'되겠군요.. 지금도 꽤나 그러한 사회인데 말이죠.. 아.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 네이버 블로그에 링크를 걸어둘께요. 주소는 http://blog.naver.com/etacarina85/130026923513 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1/27 00:26

      부족한 글을 링크로 소개해주시니 반갑고, 한편으로 민망하네요. : )
      항상 선인장님의 관심에 대해선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6. cansmile 2008/01/19 16:11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이성을 - 스스로의 그것조차 -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부류에 속하는지라, 과연 인간 복제로 인한 파생 문제들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생각이 앞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수단화는 분명히 좋지 못한 일인 거지요.

    이 글을 읽으면서 전에 보았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출연했던 영화 The 6th day가 생각났는데요, 인간을 복제한 인간을 수단화해서 마치 물건을 생산하고 버리는 만큼의 수준에 이른 그들의 모습에 불완전체인 자신의 복제품을 보고 기겁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더랬습니다.

    쨌뜬 분명한건 선용의 사례를 들어 다가오지만 그 이면에는 악용의 계획들을 두고 있는 부류들이 있기 때문에 인간복제는 위험합니다. 지금도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이 자신의 본질이 발견되어간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채로 활동하는 것처럼 말이죠.

    인간복제에 대해서는 종교적인 입장을 배제하더라도 그 현실에 대한 문제 - 수단화 - 만으로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1/27 00:28

      제가 글을 쓰면서 가장 선명하게 떠올린 영화는..
      아일랜드나 여섯번째 날이 아니라..
      블레이드러너입니다.
      조만간 한번 다시 보고 싶네요. : )

      몸살 때문에 답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 ^

  7. 너바나나 2008/01/19 16:32

    혁명이라고 불리웠던 인터넷만 하더라도 자본이 지배하는 '시장'이 되어버렸죠. 말씀하신대로 인간의 수단화는 더욱 심화되어 인간이란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가 될 듯싶구만요.

    그들의 누나가 난자채취를 했다면? 그들의 동생이 총알발이로 전쟁터로 끌려간다면? 과연 국익이란 개소리를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구만요.
    국익이라는 이름하에 행하여지는 인간성을 말살하는 무자비한 폭력에 동조하면서 그것이 뭐라고 되는 줄 착각하고 환호하는 애들을 보면 구역질이 나구만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1/27 00:31

      말씀하신 것처럼 단순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혹은 감상적 민족주의로서의 '국익'이 아닌,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를 좀더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직시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대미디어, 특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거대신문들의 의식조작과 기만은 그 위험수위를 벌써부터 넘어선 것 같아요. 이점은 제가 블로깅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데요. 정말 두렵고, 답답할 따름입니다.

  8. snowall 2008/01/20 00:07

    그들의 누나가 난자채취를 할 만큼 가난한 인간도 없을 것이고 그들의 동생이 전쟁터로 끌려나갈 정도로 권력이 없지도 않을 것이죠. 따라서 그들은 타인의 아픔, 특히 그중에서 빈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할 겁니다. 저 역시 저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동정심이 아닌 진정한 공감을 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을 정도니까요.

    어쨌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자의식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가 인간의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강하게 말하면, 잠든 상태일때는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 될 수도 있겠죠.)
    따라서 제 기준에서는 배아 상태일 때는 뇌가 없으므로 인간으로 간주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민노씨님의 모든 논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아복제를 하려면 난자가 필요한데 난자를 얻는 것은 난자 제공자의 희생이 필요하니 역시 인권 문제가 걸려듭니다.
    이 문제는 아마도 장기기증이 암시장이 있고 기증하는 사람이 있듯이, 배아복제 치료와 관련된 시장 역시, 이후에 기술이 완성된다면, 암시장과 기증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형성될 겁니다.
    다만 배아복제든 성체줄기세포 복제든 인공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암시장이라 하더라도 장기 값이 싸져서 더이상 사형수를 공급하지 않더라도 된다는 점에서, 어쨌건 복제 기술이 인권문제에 모두 부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 배아복제에 따른 배아 자체의 인권 문제가 무시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별개의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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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바나나 2008/01/20 01:50

      빈자의 아픔을 동감하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죠. 단지, 그들의 고혈을 빨아 먹지만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정하고 싶으면 본인들이 해라 그거입죠.
      암튼 장기값이 싸지면 오히려 인권문제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거라는 말씀은 참 아이러니하구만요. 그럴수도 있겠구만요.

  9. 2008/01/20 18:09

    인간 복제라고 하면... 스타워즈의 제국군대, 스톰 트루퍼즈가 생각납니다.
    (하얀 갑옷(?) 입고 다니는..)
    과학 기술이 여태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군사적 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학적 이용도 군사 부문에서 가장 먼저 시도될 것으로 보고요.
    정말로 정말로 인간 복제만은 넘어서는 안 될 최후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결국 독일의 우회 침공 앞에 무용지물로 전락한 마지노선의 운명처럼 결국은 이 같은 시도가 성공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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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27 00:34

      마지노선으로 비유한 바에 대해선 그 우려를 깊이 공감합니다.
      인상적인 비유시네요.

      몸살 때문에 답글이 너무 늦어졌네요. ^ ^;

  10. 히치하이커 2008/01/21 15:06

    때가 문제일 뿐 지금과 같은 문명이 유지되는 한 언젠간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것과 방향이 다른 글이긴 하지만 지난 번에 서툴게나마 '인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끄적거린 게 있어 트랙백도 보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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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27 00:34

      보내주신 글은 잘 읽었습니다. : )
      오랜만에 하이커님 트랙백 받으니 반갑네요. ㅎㅎ

  11. mepay 2008/01/22 07:30

    유쾌한 글입니다.

    가끔 테레비에서 인도 사람들 보면..생긴게 비슷비슷하더군요.
    전부 복사한것 같습니다.

    그들눈에 저희도 모두 복사한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동물들 복사 했다고 떠들지만.. 동물들 생김새가 비슷해서
    그놈이 그놈처럼 보이는데..복사를 했는지 복제를 했는지 뭐 어
    땠는지..모를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들 눈에도 인간이 고놈이 고놈 처럼 보이겠지만..


    참새가 그리워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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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27 00:35

      저도 문득 참새가 그리워지네요. : )

  12. 필로스 2008/01/25 15:24

    일주일이 지났는데 새글이 안올라오네요^^
    민노씨 어디 휴가라도 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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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27 00:37

      그런것이 아니라.. ^ ^;;
      지난 일주일 내내 감기몸살로 몸이 붙잡혀서요.
      주중에는 침을 삼키지도 못할만큼 상태가 안좋았는데.. 어제부터 좀 괘안아졌네요.
      오늘 잠시나마 만나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조만간 맥주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나눌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p.s.
      아참. 2만원 못받았네요! ㅎㅎ
      (농담입니다. : )

  13. 논리정의자 2011/08/24 20:09

    글 잘 보고 갑니다.
    서핑중에 좋은 글을 보고 갑니다.
    오늘도 자기전 많은 생각을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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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8/29 17:01

      요즘 어떤 일에 치여서 블로깅도 못하고 있는데, 논리정의자님 덕분에 오래된 글을 다시 읽어보네요. 가끔씩 들려주시면 반갑겠습니다. 우연한 스침이 따뜻한 인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네요... 오래되고 메마른 글에 물을 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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