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베를린로그의 강정수가 귀국해 과 함께 만났다. 강정수의 주된 관심주제 중 하나가 온라인 저널리즘, 그 시장성이다. 더불어 웹에 기반한 블로기즘, 저널리즘의 영토를 오프라인과 연계시켜 확장하는데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몽환 같은 혁명의 꿈. 그 꿈을 꾼 자들의 머리맡에 남겨진 눈물 같은 잔상들. 그 저주이자 축복인 꿈,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면 실패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누군가는 이 초라한 실패들을 다시 이어갈 수 있으리라. 벌써 희미해진 기억에 의존해서 옮기면 우리가 이야기한 풍경들 가운데 일부는 이런 것들이었다.

꿈을 꾸는데도 이제는 돈이 필요하다. 정확히 말하면 그 꿈을 계속 꾸려면 돈이 필요하다. 종종 하는 이야기. 버지니아 울프는 아주 단정적으로 말한다. 여자가 아직 인간이 아니었던 시절, 여성의 선거권과 돈, 이 둘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그건 당연히 돈이라고(자기 혼자만의 방). 블로그 수익모델 이야기다. 네이버에서 성업중인 요리 블로그, 인테리어 블로그는 이 모델과 그다지 상관없다. 네이버만은 못하지만 다음뷰와 같은 (전문 메타의 유통규모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거대 유통망과 짝짜궁인 블로그도 이 모델과는 크게 상관없다. 그러니 기성 온라인 저널리즘의 거대 트래픽 모델과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다.

heterosis @aleph_k 이젠 돈 안되는 글은 안쓸거야. 이상한 사람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 같아서. 돈되는 글에 필요한 공부만 하고 돈되는 글만 써서 블로그 따위엔 공개 안할거야. 트위터는 그냥 스트레스 푸는 걸로 돈버는 거임.
- 김우재의 트위터

그렇다고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예상했겠지만,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 제목을 빌려온거다. 기존 블로그 매개 마케팅와 연계한 블로그 수익모델은 '선불제'였다. 그것은 블로그의 자율성을 마케터의 요구에 종속시키는 모델이거나, 적어도 양자의 긴장 관계에서 마케터가 주도권을 갖는 모델이다.

후불제 블로그는 종종 주장했던 '소액 결제시스템'의 연장이다. 그걸 좀더 직관적인 비유로 표현한 거다. 왜 블로그 테마(스킨)는 점점 더 더디게 공개되나. 왜 김우재 같은 블로거는 "이상한 사람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 같다"는 불만을 갖는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블로깅 했던 김규항은 블로그와는 전혀 상관없이 '예수전'을 출판하나(물론 홍보는 블로그상으로도 꽤 되고 있는 것 같지만).

돈이다. 블로그 시대에 어떻게 뉴미디어 활동과 돈이라는 시스템의 요구는 상호 조화와 긴장 관계를 갖고 조율될 수 있는가. 문제는 블로그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활동이 지속적인 에너지를 갖는 방법이다. 그 지속성이 독자적인 자율성을 견지하면서 에너지를 확장하는 길이다. 여기에서 돈은 (아주 예외적인 몇몇의 블로그들을 제외하면) 필수불가결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가 적어도 지금 당장은 돈이 되지 않더라도, 돈이 될 수 있는, 혹은 그것과 맞바꿀 수 있는 가치라는 기대를 줘야 한다.

기존 트래픽 모델은 아무리 생각해도 블로그계의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다양성을 견인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한국어라는 한정적인 부피를 갖는 언어의 규모로도 그렇고, 네이버로 대표되는 독점적 유통시스템(검색엔진)과 블로그 메타의 지지부진을 봐도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블로그계 수익모델은 개별 블로그 단위에선 트래픽에 기반한다. 그게 상품홍보(IT, 요리, 인테리어 등등)이든 메타(포털과 메타블로그)의 간접적인 미끼질에 봉사하는 활동이든(특히 연예계 이슈 포스팅) 마찬가지다. 트래픽 모델은 어쩔 수 없는 잘 팔리는 이슈에 대한 편중과 미끼질을 양산할 수 밖에 없는 모델이다.

'후불제 블로그'라고 명명한 블로그 수익모델은 기술적으론 '소액결제 시스템'과 연계한다. 블로그 문화의 차원에선 그 상품(블로그는 웹상의 출판물이고, 그것은 광의로 포섭하면 의미상품으로 유통된다.)의 질적 수준과 대중성에 따라 독자권력(비평권력)과의 창조적 긴장관계를 노정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델이 보편적인 방식, 적어도 의미있는 방법론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제도적인 보완은 우선 차치하고, 적어도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독자권력의 실질을 논의할 시기에 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수동적이고, 일방향적인 수익모델과 연계하는 방식의 기성 '선불제'가 아니라, 독자권력, 비평권력을 더불어 추구하는 '후불제'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블로그계의 발전에 눈꼽만큼이라도 관심이 있는 전문 메타사이트들, 그리고 블로그 미디어 네트워크를 꿈꾼다는 태터앤미디어 등은 이 모델이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마땅하다. 이미 늦었다. 더 늦어져선 안된다. 후불제 블로그는 '그 시장의 난장이들'이 블로그시대에 맞게 적응하고, 생존하는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이 글은 블로그 연구모임 준비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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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모비코인] 또 다른 블로그 수익모델을 찾아서...

    Tracked from Effortless - 上善若水 - 상선약수 2010/04/27 06:27 del.

    [모비코인] 또 다른 블로그 수익모델을 찾아서... 한동안 구글의 애드센스 및 다음의 애드클릭스는 인터넷 개인 블로거들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겠다는 약속을 해왔고, 그 약속을 믿고 수많은 블로거들이 자기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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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2009/09/09 18:22

    외국처럼 우리도 Donate 버튼을 달까요? 돈을 내 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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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어필 2009/09/09 22:20

      오픈소스 커뮤니티처럼 컵이나 티셔츠를 파는 방법은 어떨까요?

    • 민노씨 2009/09/10 01:32

      foog /
      푸그사마 블로그는 열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이라기 보다는 꾸준한 반응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


      세어필 /
      것도 좋겠네요.
      세어필 티셔츠 3장 주문! ㅎㅎ
      이런 식이 되려나요?

  2. 아거 2009/09/09 22:51

    글 정말 잘 쓰셨네요. Donate 버튼 있으면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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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9/10 01:34

      급조해서 그간 생각했던 바를 너무 급하게 쏟아내서 글이 좀 앙상하면서 또 추상적인 것 같습니다... 저로선 아거님께서 이 부족한 글에 인식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3. 민노씨 2009/09/10 01:59

    * 사소한 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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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9/10 06:16

    저의 경우도, 이 문제를 줄곧 생각해오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블로그에 도네이션 버튼 하나 추가하는 그런 문제의 수준이 아니고, 기존 저자-출판-미디어 권력/시장과의 마찰을 동반할 수밖에는 없는 문화적 변혁의 문제입니다. 너무 큰 문제고, 그리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하지요.

    제도적 틀, 기술적 틀을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블로기즘의 개화가 어느 정도 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지요. 이를테면, 라디오헤드의 실험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라디오헤드는 음악, 기성-저명-뮤지션이라는 특수성이 있었지요..

    저도 이 문제에 지금 대단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끼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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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9/11 08:53

      요즘 눗님의 블로그 탐독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속적인 대화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적극적인 관심주시니 참 반갑습니다. : )

  5. capcold 2009/09/10 06:37

    !@#... 정작 미국 같은 곳에서 donation 모델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것은, 오마이뉴스의 자발적 원고료 주기로 도올이 탄핵정국에서 대박친겁니다. 세계 어디서든,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후불제는 a)팬심에 기댈 때 딱 원래의 팬베이스만큼 성공하고, b)명분(윤리, 정의감)에 호소할 때 약~간 호응을 일으키고, c)콘텐츠 자체에 대한 댓가를 치루라면 깨끗하게 망해왔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항상 관건은 "과연 무엇이 상품인가"에 대한 판단인데, 후불제의 경우에는 '팬심 충족'이 '콘텐츠 소비'보다 훨씬 가치있는 상품이 되는 셈이죠. 이렇듯 좀 더 근본적으로 온라인의 '상거래' 메커니즘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될 때까지 이거저거 다 시도해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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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9/11 08:58

      역시나 냉철/심오한 논평이십니다. : )

      특히 "과연 무엇이 상품인가"라는 질문은 핵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온라인의 상거래 메커니즘"에 대한 언급도 대단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의 질문에 대해 세가지 유형으로 정리하신 부분의 부정적인 요소들은 분명하지만, 더불어 그 긍정적인 요소들을 진화시킬 가능성도 '제한적인 영역'(이 '제한적인'은 '대안적인'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것인데요)에서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불제 모델은 "과연 무엇이 우리가 돈 500원 천원을 지불할 수 있는, 그럴 가치가 있는 상품인가?"라는 좀더 적극적인 '비평활동'과 연계해야 하고, 그런 영역이 현 블로그계에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캡콜님의 논평을 접하고, '후불제' 모델의 부정적인 불안요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만 말미에 주신 말씀처럼 뭔가 이것저것 시도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캡콜드님께서 큰 힘을 보태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6. 서울비 2009/09/10 09:29

    http://bit.ly/7Wen

    내 독해력이 딸리는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urtextedition 가시는 분 계시면 누가 좀 설명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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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9/11 09:00

      저는 위 언급하신 블로그에서 뭔가를 '이해'하는 건 예전에 포기했습니다. 도사나 점쟁이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엄청난(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한) 직관의 소유자가 아니신가 싶습니다.

  7. isss 2009/09/10 12:26

    비슷한 시도가 오마이뉴스의 "자발적 원고료 주기"일텐데, 아마도 돈 자체로만 따지면 애드센스가 훨씬 낫다고 할겁니다. 자발적 후원은 쉬운게 아니죠.
    유용한 공개 프로그램 같은 경우도 Donate까지 연결되는 횟수가 참담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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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9/11 09:02

      오마이뉴스의 자발적 원고료제도는 ㄱ. 기술적인 설정이 오마이의 한계 내에서 갇혀 있는 설정이고, ㄴ. 지속적인 저자-독자의 관계를 설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처럼 우리나라 문화(기술/제도)에선 대단히 어려운 시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시도해보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8. 잠머 2009/09/10 12:45

    생각을 자극하는 좋은 글이네요. ^^;;;
    그리고 화장실에 드갈때 나올때 야그가 저작권이랑 비슷한거라던가,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않는다 뭐 그런 말들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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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9/11 09:02

      노네님께서 관련글 하나 써주시죠! ㅎㅎ

    • 잠머 2009/09/13 06:45

      아는게 별로 업서서뤼....ㅇㅁㅉㅁ +_+;;;;

    • 민노씨 2009/09/14 08:50

      노네님께서 아는게 없으면 저같은 사람은 어찌 살라고...ㅇㅁㅉㅁ +_+;;;; (ㅇㅁㅉㅁ.. 이건 우물쭈물..의 초성인가요? ㅎㅎ )

  9. j준 2009/09/11 10:22

    그간 고민하고 있던 '돈 버는 진보'에 관한 문제와 살포시 연결되네요. donation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긴 한데, 문제는 40년 넘게 국가 주도형, 기업 주도형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우리의 감성이 자발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이라는 것입니다. 즉 자의적 판단에 의한 donation 이 극히 저조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다른 방법으로는 sponsor를 구하는 것인데 이것 역시 기업 sponsor보다는 천사같은 개인 sponsor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국 capcold님이 언급하신 집단적인 팬심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팬층도 워낙 얇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프로그레시브 고딕메탈락그룹 팬층이라고 해야할까;;

    이래저래...옛부터 꼬장꼬장한 선비나 곤조있는 글쟁이는 가난했었다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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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9/11 11:33

      오, 아기다리고기다리 던 재준님께서 와주셨군요. : )
      저 역시 낙관적인 모델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 ^;
      다만 캡콜님 말씀처럼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을리라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제도/기술적인 역량을 '아주 조금씩'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단히 어려운 일이겠지만요...

  10. montreal florist 2009/09/11 13:59

    조만간 뭔가 나오겠네여 많은 분들이 기다리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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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9/14 08:53

      조만간 뭔가씩은 아니더라도, 뭔가에 비슷한 것이라도 나왔으면 참 좋겠습니다...ㅡ.ㅡ;;;

      추.
      몬트리얼에서 온라인 꽃배달사업을 하시나요?
      오랜만에 그림으로나마 꽃들을 보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 )

    • 노모타 2010/05/27 23:51

      개인들이 과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직접 주어지면, 더 많은 실험이 가능하겠죠? 제가 발견한 사이트: http://www.mobicoin.co.kr/ 아직 알파 사이트인 것 가튼데...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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