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콜드님으로부터 바통 : 주제는 '연애'
가장 만나보고 싶은 블로거들 가운데 항상 다섯손가락 안에 뽑히는 캡콜님께, 그것도 대단히 식상하지만, 영원히 매혹적인 주제일 '연애'라는 주제를 받아서 왠지 아이처럼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 룰은 이렇다.
1. 최근 생각하는 ** / 2. 이런 ** 감동! / 3. 직감적 ** / 4. 좋아하는 ** / 5. 이런 ** 싫어 / 6. 다음에 넘겨줄 7명 (각각 주제 지정).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July 14, 1862 – February 6, 1918)
다나에. Danae, 1907-08
크림트의 생몰연대, 작품제작연대를 참조하면 알겠지만, 저작권 만료된 그림(맞겠지?).
(참 블로거질 힘들게들 한다..ㅡ.ㅡ;;)





1. 최근 생각하는 '연애'
언젠가부터 내가 떠올리는 연애는 현재형이나 미래형이 아니라 과거형이다. 그건 마치 화석같다. 대상화되고, 메마르게 사지절단된 채 분석되며, 결국 거기에는 어떤 살아 있는 드라마도, 드디어, 없다. 하지만 연애에는 분석되지 않는 공간, 마치 미로 같은 공간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 속에 존재하는 연애의 기억은 오히려 내 현재의 시간을 해체한다. 이게 지금 말이 되는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오늘 수면시간이 너무 짧다. 연애는 항상 과거일수록 현재고, 현재일수록 과거다. 아무래도 좋다.

지금 막 생각했는데, 연애란 낭만적인 사랑의 각본으로 위장된 정치/경제/역사/문화적 제도의 끄트머리에 아직도 굳건히 존재하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멜서스식 인생관(인생은 제비뽑기)의 가장 매혹적인 버전이다. 이기는 자만 이기고, 지는 자는 계속해서 지는 게임. 그리고 죽을 놈은 어서 죽어버리는게 좋을 게임.

로미오와 줄리엣은 일주일도 채우지 못하고, 이 지루한 게임을 뽕발냈다. 그래서 그들은 영원을 차지한다. 엿같은 게임.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게임. 거부하기는 더 더욱 힘든 게임. 그건 마치 야구의 신이 있다고 믿는 어떤 야구선수가 자신의 마지막 게임, 상황은 9회말 2아웃 만루, 자신의 팀은 3점차로 지고 있는데, 거기에 대타로 나가 홈런을 치고 싶다는 그런 순수한 욕망...과 닮아 있다.

2. 이런 '연애' 감동!
연애는 정말이지 나를 감동시킬 일말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거기에 빠지면 온통 감동의 도가니다. 그 여자 옷에 붙은 보푸라기 하나에도 나는 감동한다. 그 여자 하품 소리에도 나는 뿅간다. 아, 정말 바보같다.

3. 직감적 '연애'

섹스, 혹은 그 비슷한 어떤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감촉들, 촉감들을 실현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지극히 모호하고, 관념적인 것을 모방하려는 이상한 액션들과 심리상태.

4. 좋아하는 '연애'
이게 연애인지는 모르겠지만, 20살 이후로, 그리고 가장 최근엔, 그런데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커피캬라멜 이후로 나는 연애보다는 '낭만적인 우정'(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얘기한 '로맨틱한 우정')을 내가 좋아하는 연애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아주 현명하지만, 대단히 쓸쓸한 일이다. 아, [덱스터]에서 덱스터와 리타의 연애... 는 초큼 부럽다.

5. 이런 '연애' 싫어.

모든 연애는 그 자체로 혐오스럽고, 또 그 자체로 대단히 매혹적이기 때문에, 딱히 어떤 '연애의 풍경'을 조각내서 싫다고 말하는 건  반칙같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하면 여자가 오만 공주병의 파노라마를 보여주고, 남자는 실은 그 여자를 어떻게 하면 넘어뜨릴까를 궁리하는 그런, 남자동물들과 여자인간들 간의 암투와 그 잔인한 게임이 전형적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때론 재밌을 때도 있으나, 좋아하지는 않는다.


6. 넘겨줄 7명
닷캣 (.cat) : 미녀트위터러 
서울비(SeoulRain) : 사춘기
레일린 (Raylene) : 섹스
누에 (nooe) : 친구
싸맨 (silent man) : 여자친구 강추!
레오포드 (leopord) : 대학생
김우재 : 대중
행인 : 진보넷

일곱명인줄 알았는데, 써놓고 보니 여덟명. ㅡ.ㅡ;;


추.
거의 일주일(더 됐나?) 만에 쓰는 글인데, 아마 이 릴레이가 아니었다면 며칠 더 블로그에 글쓰는 일이 늦춰졌을지도 모르겠다. 밀린 쓸거리는 넘치는데, 글 쓰는게 왠지 어색하고, 부끄럽다. 아거님 어투를 빌자면, 시멘틱한 주제들은 너무 단순한 노가다식 작업에 짜증이 나는 한편으로 보면 볼수록 살펴볼 자료가 너무 많고, 에피소딕한 주제들에 대해선 그걸 함부로 쓰는 건 마치 반칙 같다고 느낀다. 언제부터 이렇게 소심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늘 나는 소심했던 것 같다. 그걸 잘 숨겨야 하는데, 때론 그게 껍질을 깨고 고개를 내민다. 내 블로그의 페르소나는 나를 증거하면서, 나를 숨기며, 또 항상 나를 가둔다.


* 발아점
캡콜드님의 글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938

  1. Subject : 주제지정 문답 릴레이 : 메타블로그

    Tracked from Philos의 잡다한 생각들 2009/08/21 16:48 del.

    이 블로그에 거미줄 치는 걸 안타까워하신 이웃블로거 J준님이 슬그머니 놓고 가신 릴레이. ㄳ 내가 받은 주제는 '메타블로그'다. - 룰은 간단명료. 1. 최근 생각하는 땡땡 2. 이런 땡땡 감동! 3. 직감적으로 땡땡 4. 좋아하는 땡땡 5. 이런 땡땡 싫어 6. 다음에 넘겨줄 7명 (각각 주제 지정) 아...재미없어... J준님께 '디자이너'를 주제로 릴레이를 되돌려드릴까? 민노씨처럼 '연애'를 주제로 바톤이 오면 나름의 재미도 있으련만, 재미도..

  2. Subject : 주제 지정 문답 릴레이

    Tracked from j4blog 2009/08/25 11:39 del.

    주말을 감기로 골골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capcold님에 제게 보낸 바톤이 와있더군요. 그러고보니 쌓여있는 이웃블로거들의 글을 한참 못읽었군요. 야튼 제가 받은 주제는 '파워블로거'입니다. 하하하하하 나잖어. -_-a - 룰은 간단명료. 1. 최근 생각하는 땡땡 2. 이런 땡땡 감동! 3. 직감적으로 땡땡 4. 좋아하는 땡땡 5. 이런 땡땡 싫어 6. 다음에 넘겨줄 7명 (각각 주제 지정) 1. 최근 생각하는 '파워블로거' 최근 아무 생각이 없는..

  3. Subject : [릴레이] 지정 주제 문답 : 대학생

    Tracked from leopord의 무한회귀 2009/08/26 07:24 del.

    [릴레이] 지정 주제 문답 : 연애 (민노씨 포스팅) 오랫만에 릴레이를 받은 거 같다. '언론'을 주제로 받은 capcold 님(capcold, <여하튼 주제 지정 문답 릴레이>)은 민노씨에게 '연애'를 주제로 바통을 넘겼고, 나는 민노씨에게서 '대학생'을 주제로 받았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나에게서 대학생의 어떤 기운(?)을 느끼셨을 거라는 막연한 느낌이 든다. 솔직히 나는 이 포지션에 좀 ...

  4. Subject : [릴레이] 지정 주제 문답 : 공부

    Tracked from Fly, Hendrix, Fly 2009/08/26 14:53 del.

    [릴레이] 지정 주제 문답 : 대학생 (leopord 포스팅) 나도 오랫만에 릴레이다. leopord는 내가 안 받으면 삐칠 줄 정확하게 이해한 것 같다. 그런데 주제를 '공부'로 주었다. 항상 고민이 되는 주제이지만 동시에 쓰려고 생각하니 막막한 주제다. 쉽고 간결하게 떠오르는 단상만 정리해야 겠다. 릴레이 룰은 다음과 같다. 1. 최근 생각하는 ** / 2. 이런 ** 감동! / 3. 직감적 ** / 4. 좋아하는 ** / 5. 이런 ** 싫어..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Raylene 2009/08/18 08:23

    어머 Laylene이라니 나랑 이름이 비슷하잖아!!! 하고 생각했는데 링크가 제 블로그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하고 와서 얼릉 가져갈게요^0^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8/18 18:34

      필명을 오타내다뉘...
      무지무장 죄송..;;;
      바로 고쳤습니다. ^ ^;;

      받아주셔서 감솨~!

  2. 시퍼렁어 2009/08/18 09:38

    다행이네욘 명단에 없어서 (무경험자에겐 어려운 질문이라능)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8/18 18:35

      시퍼렁어님께는 '농담/진담'이라는 주제로 지정문답을 의뢰할까 싶기도 했는데 말이죠. ㅎㅎ

  3. .cat 2009/08/18 12:10

    레이누나 아이디 오타(?!)
    제가 잠깐 .car가 되었던 것과 흡사.....(.........)

    여튼 1번으로다가 제 아이디가 있어서 깜짝 놀랬어욤.(먼산)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8/18 18:36

      주제를 트위터로 할까/미녀로 할까 살짝 고민하다가 합쳤는데, 혹시라도 그게 너무 상상력을 제약하는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ㅎㅎ

  4. capcold 2009/08/18 13:43

    !@#... 일주일에서 영원으로 간 것도 그렇지만, 줄리엣은 극 중 나이 13살이었죠(...). 연애문답, 역시 적절한 필자를 만나서 다행입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8/18 18:38

      별말씀을요.
      캡콜드님으로부터 바통 받아서 다행(?)..
      기분 좋고, 반가웠습니다. : )

  5. leopord 2009/08/18 15:22

    앗. 바로 받아서 쓰고 싶지만, 고향에 내려가 있는 며칠 동안엔(며칠 이라고 해봐야 하루 이틀;) 인터넷을 못 할 거 같군요. 그리고 오늘 이 세상을 떠난 분도 생각하면...

    일단 기억해두겠습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8/18 18:39

      오늘 고향 내려가시는군요.
      부담갖지 마시고 천천히 해주시길...
      잘 다녀오시고요...

  6. 서울비 2009/08/19 06:40

    ^^ 전 개학하고 나서 점점 정신이 없어지네요.

    사춘기라...

    나중에 시간날 때 기억들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하지 말자. 이제는 무언가 거두어들일 때"

    건승하세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8/19 06:49

      고등학교라 벌써 개학이군요.

      서울비님을 떠올리면서 처음엔 '학교'를 주제어로 선택하고 싶었는데, 너무 식상하단 생각도 들고, 서울비님의 블로깅 그 과정을 통해서 틈틈이 그 인식과 사유의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느낌도 들어서... 문득 서울비님의 '사춘기'는 굉장히 폭풍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살짝 더위를 먹은 것 같기도 하고, 냉방병인지 약한 감기기운도 있어서 식은 땀에 온몸에서 미열이 나는데요. 모쪼록 서울비님께서는 건강에 유의하시길... 서울비님께서도 건승~!

  7. .cat 2009/08/19 21:18

    차라리 '미녀'를 주셨으면 쉬웠을텐데 '미녀트위터러'라서 어렵습니다. ㅠㅠ <--

    무슨 문젠지 티스토리에선 여전히 트랙백이 안 가네요. orz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8/21 03:58

      닷캣님께서 쓰신 글은 참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
      본문에 링크 인용할게요.
      트랙백 불편은 지송..;;;;

  8. 필로스 2009/08/20 22:03

    '연애'주제 바톤은 제가 받았어야 하는 건데...흑...
    또다시 '메타블로그'주제 바톤을 받고야 말았답니다... ㅋ
    언제나 이 주제에서 벗어날려나...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8/21 04:00

      필로스님(리승환동무, 지선마마)과 비트손님(혹은 하늘님이나 홍커피, 주성치님)께 '메타블로그(의 미래)'를 넘길까하다가... 말았는데 말이죠. ㅎㅎ
      언젠가 유사한 릴레이가 오면 꼭 '연애(혹은 유사의 주제, 섹스나 포르노 기타등등)'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 )

  9. 민노씨 2009/08/21 04:12

    * 닷캣님의 글 링크 보충.
    미녀트위터러 : http://dotcat.net/753

    perm. |  mod/del. |  reply.
  10. 민노씨 2009/08/24 19:06

    * 레일닌님의 글 링크 보충
    섹스 : http://happyray.com/1454

    perm. |  mod/del. |  reply.
  11. 민노씨 2009/08/26 07:45

    * 레오포드님의 글 링크 보충
    대학생 : http://leopord.egloos.com/4219736

    perm. |  mod/del. |  reply.
  12. 민노씨 2009/09/10 01:30

    * 싸맨의 글 링크 보충
    여자친구 : http://delusionlaboratory.tistory.com/151

    perm. |  mod/del. |  reply.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