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언(苦言)

2009/07/21 06:14
듣기에는 거슬리지만 도움이 되는 말.
방금 전에 스스로 '고언'이라고 밝힌 말을 들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듣기에 거슬리기 때문이 아니다.
그 조언이 옳지 않아서도 안니다.
그건 뻔하게 옳은 말이다.
가령 착하게 살라거나, 신중하라거나, 겸손하라거나...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런 류의 말이다.  
도움이 될리 만무하다.
무의미한 말이다.
그대로 돌려줄 수 있는 그런 류의 말, 너나 잘하세요, 따위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말.

그 고언이 애정과 고민에서 태어난 말이 아니라, 그저 감정적인 불쾌에서 생겨났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그건 그냥 저절로 아는건데, 아무런 울림도, 감동도 주지 않는다. 나 역시 그저 불쾌가 생겨난다. 그냥 신경질을 고상하게 '고언'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든다.

말에는 말의 알맹이와 말의 껍질이 있다고들 한다, 흔히 말하는 기의/기표 따위, 알맹이가 중요한지, 껍질이 중요한지에 대해선, 말은 알맹이면서 동시에 껍질이다. 양자는 분리할 수 없는데, 그건 정신과 몸을 분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언은 애정에서 태어나는 말이어야 한다. 불쾌에서 태어나선 그건 그냥 신경질이다. 고언의 껍질은 애정이다, 혹은 애정이라는 알맹이가 고언이다.

나는 서툴고 부족하다.
때문에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누구나...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지, 신경질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하고, 조언은 너무도 고마운 것이지만, 신경질인지 뭔지 헷갈리는 '고언'까지 필요한 건 아니다.


.............


내버려두세요, 이렇게 살다가 가겠습니다.
당신 눈에는 참으로 부족한 사람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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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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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형사 2009/07/21 14:31

    그래도 저보다 훨씬 부드러우신걸요? ㅎㅎ 저는 이런 경우에는 대놓고 당신한테 충고'따위' 듣지 않겠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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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j 2009/07/22 00:39

    민노씨를 구지 사랑까지 해야 말 한마디 할 자격이 생기나요?
    자꾸 자신이 부족하다 하시는데 그 부족한 것이 실은 애정이었나보군요.

    링크해 주신 글에 가니
    "그러니까 결론은, 아주 이쁜 소녀를 만나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질테다. 물론 커피캬라멜만은 못하겠지만... "
    라는 글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제 추측이 아주 엇나가진 않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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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kyrunner★ 2009/07/22 01:12

    10대들은 방법이 다르죠 ㅋㅋㅋ

    이라고 하고 말아버립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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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서울비 2009/07/22 10:32

    지난번 김규항의 '고언'에 대하여 제가 상의드렸을 때를 기억하시는지요?

    결국, 제 결론은
    타인의 충고가 그저 감정적 배설로서 내게 다가온다는 판단이 설 때
    유머러스해지거나, 전혀 대꾸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이 주관적이면서 협소한 감정의 맥락에서
    너 나 싫어? 나 좀 섭섭하다.. 식의 대화를 이어가는 것 또한
    감정적 대화를 먼저 찌른 상대방은 물론이고 대꾸한 스스로의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잘난척하는 것 못봐주는 시대에
    겸손마저 진실인지 아닌지 검열하느라 바쁜 대한민국 사람들..

    피곤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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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ㅇㅇㅇ 2009/07/23 10:52

    反求諸己!!!!!!!!
    己所不欲, 勿施於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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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7/24 07:08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생겼는데, 그래서 조금은 원망스런 마음이 생겼는데, 이제는 제가 적은 이 글이 스스로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좀더 많이 합니다. 제가 적은 글이지만 여러번 읽어봤는데, 남을 탓을 할게 아니라, 제 부족함을 탓할 일이고, 스스로에게서 구해야 한다는 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조언 고맙습니다.

  6. 비밀방문자 2009/07/24 04:4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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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7/24 07:12

      죄송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7. cansmile 2009/07/24 14:10

    “그건 그냥 저절로 아는건데, ”
    아이들도 어른에 비해 엄청나게 경험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아무리 감정을 숨기려고해도 진심인지 아닌지를 대체로 “그냥” 알더군요.

    그게 정확하게 어떤 것이라고 표현하지 못할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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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7/26 19:48

      캔스마일님 오랜만입니다. : )

    • cansmile 2009/07/26 22:01

      하하.. 좀 오랫만이죠.. 다시 산 속 생활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댓글은 자주 못 달지만 그래도 항상 민노씨 글을 열독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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