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함과 무례함

2009/07/15 22:01
어제 친한 분께 실언을 했다. 오늘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친근함과 무례함을 혼동하는 거다. 친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례해도 되는 건 전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친근하다는 이유로 그게 마치 무례해도 되는 자격이 생긴 것인양 착각한다. 나는 그게 싫다. 그런데 나 역시 물론 그런 실수를 한다. 어제처럼...

그럼에도 마음은 나에게만 관대해서 그 분께 약간은 야속한 마음도 생긴다. "나라면.." 이라고 생각해보는거다. 나라면 그 정도 농담으로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텐데, 혹은 내 실언은 정말 나에게조차 한심스럽게 경솔한 것이더라도 그건 그저  악의 없는 '실수' 잖아?  이런 약간은 억울한  마음이랄까... 이런 정말 뻔뻔한 마음이랄까.... 그리고 아주 치사하게도 그 분이 나에게 했던 농담들을 회상해보기도 하고, 그 때 마음이 상했지만 나는 그냥 넘겼다구, 이런 유치한 비교도 해본다.

그 분 마음이 상한 것도 너무 안타깝고, 그 분이 나에게 실망했을 걸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다. 어떤게 더 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란 놈의 이기적인 성향은 내 안에 있는 야속한 마음, 내 실수 때문인데도, 그 분과 조금은 멀어진 것 같다는 그런 아쉬움이 스스로에게 가장 마음이 상하는 건 아닌가 싶은....그런 생각도 든다. 잘 모르겠다. 철들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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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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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kyrunner★ 2009/07/16 01:41

    저도 말 잘못해서 낭패본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항상 말을 할때가 중요한 시점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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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필로스 2009/07/16 02:48

    네.... 철들려면 멀었죠... 누구나.. 한 이억광년쯤 지나면 다들 철이 들래나.... 너무 골몰하지는 마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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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댕글댕글파파 2009/07/16 09:49

    저는 친근한 대상은 아니었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즐겁게 운동하려고 모인 사람들 모두를 불편하게 하길래 xx를 내 뱉어서 분위기만 망쳐버렸습니다. 욱! 하는 성질을 좀 버려야 할텐데...아직 저도 철 들라면 멀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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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구벌레 2009/07/16 15:07

    말이란게 한번 입을 나서면 돌아오지 않으니..그땐 이미 내 것이 아니라서 난처할때가 많죠..진심으로 다시 대하는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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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단군 2009/07/16 18:32

    무슨 쓰잘데기 없는 생각으로 구한 시간을 낭비하고 계산답니까?...^^

    쥐박이를 보세요, 쥐박이를...그 정도 말 한번 실수한걸 가지고 뭐, 그냥 오해다 오해 라고 하곤 스리슬쩍 넘기세요~...

    ㅎㅎㅎ...예, 농담 이었고요, 친한 분들한테 더 잘해 드려야 하는데 그게 또 좀 희한하게 어긋날때가 있지요?...너무 괘안치 마시고 그 분께 전화 한 통화 혀서, "어제는 쫌 미안했삼, 흐흐흐..." 하고 넘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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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비밀방문자 2009/07/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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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세어필 2009/07/17 13:21

    철.. 무거워서 들기 힘들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같이 드는 방법은 어떨까요?
    이를테면 타인의 조언이나 책과 함께 드는 것도 좋을 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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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레이먼 2009/07/18 01:30

    이 글을 읽고 댓글을 적다가 지우고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자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민노님은 함부로 말을 내 밷지 않는 분이십니다.
    정령 실수로 그렇게 했다손 치더라도,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입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전쟁상황에서도 한 번 실수는 너그러이 관대하게 인정합니다.

    솔직히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좁아 지더군요.
    과거 소실적에는 호탕하게 포용했지만, 나이들수록 속이 좁아 집니다.
    어디 민노씨만 그러하겠습니까....
    세속의 물을 따라 가라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주눅들지 말고 의기소침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 입니다.

    저는 이 말씀이 너무 좋습니다.
    실수 자주 하신다구요!?......지구에서 민노씨라는 닉네임으로 살아가는 이 세상 역시 전쟁의 한 장면일 뿐 입니다.
    중요한건.....글쎄요.....

    그냥 인생을 의미심장하게 살아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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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silent man 2009/07/18 22:14

    어느 순간 '아차'싶을 때가 있죠. 케엑.

    뱀다리지만 저도 철 좀 들려면 안드로메다까지 다녀와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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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비밀방문자 2009/07/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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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mepay 2009/07/20 04:31

    그분도 상황이 그렇다보니 받아들일 때 조금 그랬나 봅니다.
    여튼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민노씨의 인간미 넘치는
    포스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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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leopord 2009/07/20 20:35

    실언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젠 조심해야지" 싶은 것이 도리어 스스로를 '어려운 사람'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은 서로에게 여유를 주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술 한 잔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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