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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Hairspary. 2007. 아담 쉥크만. 뉴라인시네마)

헤어스프레이는 걸작이다.
헤어스프레이는 뮤지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리고 나는 완전히 그 매혹적인 노래와 춤, 홀린듯 사랑스러운 이미지들에  빠져버렸다. 이 영화는 [싱잉 인 더 레인]만큼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이라는 메시지, 그렇게 오래도록 원형적인 이미지로 남아 마음 속 깊이 새겨지는 예술의 잠재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떤 계몽적인 영화보다 혁명적이다.

영화 속 니키 브론스키는 삶이라는 축복과 신비를 위해 정말 온 힘을 다해 세상과 즐겁게 싸우는 우리시대의 빨강머리 앤같다. 니키는 정말 빨강머리 앤 이후, [중경삼림]의 왕정문,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에밀리 왓슨 이후로, 가장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캐릭터다. 60년대 미국 볼티모어를 공간적인 배경으로, 인종갈등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헤어스프레이]는, 물론 그 예상 가능한 드라마의 관습을 크게 넘어서지는 않지만, 그 진부함을 깨뜨리는 방식은 탁월하다.

영화 속의 사랑스럽고, 생명으로 충만한 몸짓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처럼 날라리를 동경하는 몸치들도, 몸이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런데 몸만 들썩이게 만드는 여느 뮤지컬 영화와는 다르게 [헤어스프레이]는 우리의 마음을 들썩거리게 만든다.

마음으로 노래하고, 영혼으로 춤출 수 없다면, 그 싸움, 그 저항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헤어 스프레이]는 60년대의 정신, "불가능을 요구하라!" "모든 비인간적인 것들에 저항하라!"는 혁명과 저항의 정신을 미국식 뮤지컬 영화의 관습 속에서 해석한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헤어스프레이]는 "희망, 그게 뭐예요?"라고 묻는 우리시대의 우울한 회색인들을 위한 영화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기만적인 위선으로 질식시키는 위선적인 꼰대들, 경직된 교조주의자들을 진심을 다해 즐겁게 유혹하는 영화다.

꼰대들이여, 교조주의자들이여!
이 영화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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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헤어스프레이O.S.T] 경쾌한 도발

    Tracked from 필그레이's 컬처 파르페 2009/06/17 21:46 del.

    간만에 영화 ost 이야기를 하네요.^^;;; 작년겨울쯤 개봉했던 영화 <헤어스프레이>를 기억하세요? 아마도 이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어딘가 한 구석쯤 여운을 간직하고 있을 듯 합니다.^^;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절친한 친구 하나가 적극추천하길래 챙겨 봤지요. 어찌나 재밌게 봤던지요.+_+ 얼마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양성평등적이고 정치적으로 참 올바른 대중영화라고 언급했는데요. 이 영화도 우리영화에 버금가는 그런 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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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kyrunner★ 2009/06/14 10:33

    민노씨도 가끔식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으시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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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7 01:36

      가끔이 아니라 자주 격해지곤 합니다. ㅎㅎ

  2. speranza 2009/06/14 10:43

    무정부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엠마 골드만은 "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in your revolution"이라고 했다죠. http://en.wikipedia.org/wiki/Emma_Gol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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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7 01:37

      오, 그런 멋진 말을 했군요!

  3. 서울비 2009/06/14 14:16

    엇! 꼭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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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7 01:39

      놓치지 마시길..!

  4. SadGagman 2009/06/14 19:47

    Welcome to the Musical World! ㅋㅋㅋ
    뮤지컬 이야기(http//musicalstory.tistory.com)도 가끔 들러주세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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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7 01:44

      최근에 'FTR' 업뎃하셨더만요.
      http://sadgagman.tistory.com/92

      무지하게 반가웠다능..
      아직 듣지는 못했습니다. 봉하 갔다오느라고...ㅡ.ㅡ;;

      뮤지컬 이야기.. 이사간지 한참되셨군요..;;;
      앞으론 종종 들르겠습니다. ^ ^;;

  5. 창림 2009/06/17 10:12

    너무너무 재밌게 봤던 영화, 보고 또 보고를 세번 정도? 보면서 아내와 춤췄던 유일한 영화에요.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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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7 20:45

      역시 그러셨군요. : )
      아내분과 함께 춤을 추시는 풍경을 떠올리니 부럽습니다. ㅎㅎ

  6. 필그레이 2009/06/17 21:45

    늦게 보시고 격하게 감동받으셨군요.ㅋㅋㅋ 저같은 경우는 개봉관에서 보고는 아주 찬양해마지않던 영화였어요.^^ 굳이 말하자면 꽤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같았답니다.여러모로 편견을 넘어서고자하는데 그 방법이 참 경쾌하잖아요.그게 참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트랙백 보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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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23 03:30

      오, 그러셨군요. : )
      정말 부럽습니다. ㅎㅎ.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는 대개는 지루할 수 있는데, 필그레이님 말씀처럼 "경쾌"하게 그 지향을 드러내는 모습에 정말 반해버렸습니다.

      요 며칠 정신이 개인사정으로 답글이 늦어졌네요.. 지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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