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재 vs. 시골피디. 
이율배반과 아이러니. 이 논쟁 구도가 자못 흥미롭다. 개인적인 관심사들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진실은 어떻게 거짓에 복무하는가. '작은 진실'은 어떤 방식, 어떤 이유로 더 '큰 거짓'을 위해 수단화되는가. 이런 일은 흔히 조중동에 의해, 기만적인 권력에 의해 자행된다. 혹은 맹목적인 신념(흔히 종교적인, 정치적인 광신) 때문에 이런 일은 벌어진다. 종종 인용하지만 황지우는 이 상황을 이렇게 비유적으로 이야기한다(이것은 물론 기억의 변주에 의한 오독일지도 모른다).

"범죄자는 거짓을 위해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 때의 진실이 중요하다."(황지우)

김우재와 시골피디 간 논쟁은 이런 구도하에 있는 논쟁이다. 사실의 얼개는 매우 단순하다.  왜 프레시안은 김우재가 "황우석 박사(교수)"라고 쓴 기고문의 표현을 "황우석(씨)" "황씨" 등으로 고쳤는가, 그것은 시골피디가 보기엔 "황당한 호칭조작"이며, "교묘한 인격살인"(시골피디)이다. 프레시안에서  호칭을 바꾼 것은 사실이고, 이는 시골피디가 김우재에게 문의해 얻어낸, 즉 김우재라는 정보원에게 '대외비'를 조건으로 받은 정보로 보여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야 (제목은 모르고, 그냥 분위기가 왠지 어울려서..;; )

우선 질문. 과연 프레시안은 비판받을만한 행동을 한 것인가?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칼럼니스트의 표현를 자의적으로 편집한 것에 대해선 비난가능성이 존재한다. 그 호칭 변경이 김우재 기고문이 담고 있는 취지를 '배반'하는 것일 때는 그 호칭 변경은 시골피디의 비판처럼 "조작"이 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조작"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김우재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김우재 기고문의 취지와 황우석 호칭은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즉, 황우석을 '교수', 혹은 '박사'가 아닌 '씨'로 바꾼다고 해서 그 기고문의 취지가 침해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기고문의 취지가 강화된다. 그런 점에서 프레시안의 교정(편집)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봐야 한다. 즉 그 '교정 혹은 편집'은 기고자와 언론사간의 신뢰에 바탕한 '추정적인 승낙'(기고자의 승낙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또 다른 질문. 시골피디는 정보원과의 신뢰를 파괴하면서까지 김우재에게서 얻은 정보를 공개하며, 프레시안을  공격한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힌트는 프레시안이 지난 황우석 파동에서 줄기차게 황우석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한 정말 드문(적어도 내가 아는 언론사들 가운데선 거의 유일한) 언론사라는 점이다.김우재도 지적하는 것처럼 '언론 윤리'를 그토록 엄격하게 문제삼는 시골피디는 정보원과의 신뢰를 배반하면서까지 김우재가 제공한 정보를 공개한다. 그 지엽적인 진실을 자기 주장의 수단으로, 도구로 활용한다. 그것은 아마도 황우석에 대한 맹목적인 신념에 바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처음부터 시골피디는 김우재를 존중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던 것 같다. 즉 김우재와의 신뢰는 처음부터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골피디에게 김우재의 글에 담긴 호칭 표현는 프레시안을 공격할 '그럴듯한 빌미'였을 뿐이다. 김우재의 글 제목은 이런 점에서 이해할만하다.

다시 범죄자의 진실과 거짓.
범죄자는 자신의 더 커다란 거짓을 숨기기 위해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 때 진실의 가치는 파괴되고, 진실은 목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며, 철저하게 수단이 된다. 결국 거짓을 위해 복무하게 된다.


추.
김우재 글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시골피디란 분의 글은 아주 지엽적으론 진실을 담고 있지만, 그 지엽적인 진실은 '김우재라는 외부 기고가가 프레시안에 쓴 글'의 본질적인 취지를 배반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 우재씨께서 이 글을 통해 비판하시는 취지를 전폭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이정도면 충분히 대응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무가치한 억지에 귀한 시간 허비하는 소모전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 발아점
시골피디라는 황빠의 저열한 도덕성 (김우재, 2009/06/12)

* 시골피디 글은 의도적으로 링크 생략한다. 읽을 가치가 존재한다는 판단이 서지 않을 뿐더러, 여기에서 인용한 분량(양적, 질적 비중)을 보건대 링크를 생략해도 무방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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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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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0rm9 2009/06/13 07:46

    아, 재밌네요. 서로 다른 곳을 향해 찌르고 있으니 말이죠.
    그나저나 아직도 황빠가 존재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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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4 01:03

      일종의 핍박받는 선지자 신화랄까요?
      그런 것이 이런 유사의 경우에는 씌워지는 것 같습니다. ㅡ.ㅡ;

  2. 오르페오 2009/06/13 14:53

    일견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는 '신념'이로군요.
    아마도 자신의 윤리적인 소신은 아무것도 아닐만큼
    황우석에 대한 신념이 컸던 것이겠지요.

    그림은 '악마의 연회(Witches' Sabbath)'이네요.
    의도하신 거라면 굉장히 쎈 풍자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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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4 01:08

      오, 제목이 ㅎㄷㄷ이고만요. 알려주셔서 감솨~!
      의도는 없고, 제가 고야를 꽤 좋아해서(쥐뿔 모르지만요, 근래 하비뎀(맞나?)이 출연한 '고야의 유령'는 참 좋더만요) 하드 그림폴더에 있는 것들 가운데 어울리는 걸 올렸을 뿐입니다.

    • 오르페오 2009/06/15 00:40

      오오 민노씨께서 고야를 좋아하시는 군요? 왠지 재밌습니다. 아, 특별한 의미는 아니고 그냥 잘 어울리는 듯, 안 어울려서 입니다. ㅎㅎ

  3. 서울비 2009/06/13 16:08

    괜히 김우재님 흥분하셨던 듯.
    신경 끄시고 오늘은 일요일, 짜파개티 하나 드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앗..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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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4 01:10

      저같아도 살짝 흥분할만한 상황이긴 한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제 글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제 글을 빌려와서 그 취지를 정면에서 배반하는 글의 도구로 철저히 이용한다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앗.. 월요일(새벽)이다. ㅡ.ㅡ;

  4. 밧길욱 2009/06/13 19:07

    처음 글 남깁니다. 다른 사람이 간단하게 글의 '취지'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글을 고쳐도 되는 것일까요? 글도 사람의 생각에서 나오는 것인지라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오묘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한 가지 밖에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이런 면에서 취지에 부합한다고 해도 호칭을 쉽게 수정한다거나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어떠신지 여쭙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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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밧길욱 2009/06/13 19:32

      이미 그 시점에서도 기고자의 승낙을 얻을 만한 범위라는 것은 동의하며 실제로 기고자 본인 또한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호칭 수정이라는 것이 좀 민감한 문제가 아닌가 해서요.

    • 민노씨 2009/06/14 02:00

      호칭 수정에 대한 의견은 제가 본문에 쓴 것으로도 충분히 제 의견을 표명했다고 생각합니다. : ) 길욱님께서 질문하신 것은 '확인'을 위한 것인지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호칭'이 문제는 되는 경우란, 가령 이명박이라는 현역 대통령이 사회적으로 넉넉한 합의가 생겨난 역사적인 인물인 '도산 안창호(선생)'을 '도산 안창호'나 '안창호 선생' 혹은 하다못해 그냥 '안창호'라고(역사적인 인물이 획득하는 가치의 차원에서 보통명사화해서) 쓰지 않고, "안창호씨"라고 말하는 그런 경우에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공적 언어의 남용이나 매우 수준낮은 실언이라고 봐야겠지요.

    • 밧길욱 2009/06/22 19:06

      예, 반론이라기보단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질문에 가까운 얘기였습니다. ^^;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5. 비밀방문자 2009/06/14 15:12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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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엔지니어 2009/06/15 00:25


    글쟁이 들은 엔지니어의 data를 모른다
    황우석은 엔지니어로 data로 말한다

    제발 글쟁이들이 자숙하는 나라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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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바보야 2009/06/15 12:25

    문제는 프레시안이 달을 가르키는데 그달을 보지않고 자꾸 손가락이 못생겼다고

    말하는데 있는것이다.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특허 저지..특허 쟁탈..그리고

    단순한 질투심이 아닌 이해관계가 걸린

    황우석 죽이기인것이다.

    왜 프레시안은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않느가?

    언론의 사명은 팩트에 근거한 정론직필인것이다.


    황우석이 자본주의에 기생하는 가진자의논리라고?

    난 이번황우석사태에 민노당과 프레시안등 한겨레

    기타 진보측인사들의 반 화우석 안티 정신을 도저히 이해못한다.

    반미부의자들의 친미 활동은 도대체 어디서 근거하느것인가?

    당장 KBS문형렬 피디를 취재하라.

    이바보같은 프레시안아!


    황우석사태의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생명공학...체세포줄기세포 특허전쟁이다.


    삼척동자도 다아는 진실을 왜 손바닥으로하늘가리며...


    프레시안은 어느날갑자기 친미행동을 하는가?


    하나만 지적한다.


    사실관계를다시조사하여 기사를써 달라!

    기사의 기초도못갖춘바보같은 언론아!


    정말다행인것은 황우석박사님이 자살하지않았다는사실이다.

    당장

    KBS추적 60분 문형렬 피디작 줄기세포 전쟁 방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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