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노이즈 1. 용산블루스

2009/01/28 23:27
* 사설촌평을 시그노이즈 카테고리에 통합한다. (참고 : 시그노이즈. http://minoci.net/661 )  
* 연재 : 가급적 하루 혹은 이틀 단위로 꾸준한 연재를 목적으로 한다. 물론 희망사항이다.
* 조중동-한경한 6대 중앙일간지 사설을 주된 대상으로 한다.  
* 온라인언론(특히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등)은 추천 기사로 포함한다.

* 본문 서술 방식 (예시) : 수시로 바뀔 수 있다.   
1. 분류
2. 한 줄 : 사설 한 줄 요약.
3. 재료 : 사설의 출처 및 재료
4. 시그널 : 사설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 혹은 주제.
5. 노이즈 : 시그널을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한 잡음들. 독자들의 판단을 아리까리하게 하는 것들.
* 별점 : ★★★★★ (별 다섯 만점) (★ 별 한 개. ☆ 별 반 개. 별 넷 반과 별 하나 반은 없음)  
* 촌평. 간단한 평가.
* 비교 사설

* 주의점. 저널미장센, 혹은 저널몽타쥬. ( 참조 : http://minoci.net/103 )
개별 사설에 대한 평가는 그 신문의 다른 기사들과의 맥락 속에서, 그리고 더욱이 같은 공간 속에 위치한 사설들과의 관계 속에서 얼마든지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테면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쥬(montage)'이론을 떠올려보자. 나는 이걸 저널미장센이라고 재미삼아 이름 붙이기도 한다. 이에 대한 고려는 독자의 몫이다. 전체로서의 신문 지면 상의 배치에 관한 맥락에 대해선 가급적 생략한다. 물론 그 몽타쥬 효과랄까 미장센이 너무 악질적인 경우에는 특별히 언급한다.


2009-01-24일자. (25, 26, 27 설연휴)


[] 법 질서를 못 세우는 정부는 자격 없는 정부다 (조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1/23/2009012301425.html

1. 용산 참사 > 전철연 때려잡기  
2. 한 줄 : "한 줌의 전문 시위꾼"들 모두 때려잡아랏~!
3. 재료 : 조선일보 눈에만 백만배쯤 확대되서 또렷하게 보이는 "한 줌의 전문 시위꾼"(전철연)
4. 시그널 : 한 줄과 쌤쌤.
5. 노이즈 : 아프카니스탄, 소말리아 타령. 미국, 일본 타령.
* 촌평 : 밀어붙여랏... 주문 외우는 조선일보씨. 참사 초기의 자세와는 사뭇 다른 근육맨 조선일보의 모습.


[★★] ‘전철연’식 폭력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돼 (중앙)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469459&cloc=rss|news|column
1. 용산 참사 > 전철연 때려잡기
2. 한 줄 : "따라서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여기에 모든 메시지가 응축.
3. 재료 : 전철연
4. 시그널 : 때려잡아랏~!
5. 노이즈 : 좌파 모험주의에 대한 공포심 조장.
* 촌평 : 위 조선 사설과 대동소이. 그나마 말미의 상식적인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대한 언급은 위 조선 사설과의 차별점.


[★★★★]정부 여당, 철거민 속사정 알고나 있었나 (동아) - A
http://www.donga.com/fbin/output?rss=1&n=200901240019
1. 용산 참사 > 일반)
2. 한 줄 : 이 글로만 보면 개념 사설. 마지막 문단은 다시 살짝 양비론이긴 하다.
3. 재료 : 용산 참사 전반(정치권, 특히 여권 싸잡아 비판하기)  
4. 시그널(하고 싶은 말) : 용산 참사 직후의 지나친 호들갑에 내부 반성 내지는 여론(독자) 눈치보기
5. 노이즈(아리까리하게 하기) :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 자체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 촌평.  
이게 동아일보 사설 맞나 싶은 매우 상식적이고, 게다가 찬성하지 않을 수 없는 의견을 다수 담고 있다. 그렇다, 이 사설은 너무 상식적이라서 동아일보 사설 같지 않은 그런 사설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개념 지적을 보자.
"뉴타운 공약으로 지난 총선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 가운데 재개발 현장을 찾아가 중재 노력을 했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이라도 낸 의원이 있는지 묻고 싶다. "(위 사설 중에서)


[☆]빌미만 생기면 갈등과 증오 부추기는 세력들 (동아) - B
http://www.donga.com/fbin/output?rss=1&n=200901240017
1. 용산 참사 > 민주당 > 김대중  
2. 한 줄 : 김대중 전대통령 닥쳐주셈.
3. 재료 : 김대중 전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간 신년 하례(賀禮 : 축하하여 예를 차림)
4. 시그널 : 정국 주도권. 한나라당 이러다 밀린다.
5. 노이즈 : 서해 연평해전(서해교전). 레드 컴플렉스.  

* 촌평.  
사설 중간에 "갈등과 증오를 확대해 자신들의 정파적,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일 뿐"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건 어느 정도는 진실이다. 하지만 조중동류의 사이비 휴머니즘은 그 갈등과 증오의 '뿌리'에 대해선 아무런 근심도 고민도 없다. 아니 흔히 조중동은 그 피상적인 휴머니즘에 기대 그 갈등과 증오의 뿌리를 더더욱 깊게, 넓게 내면화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훨씬 더 악질적이다.


** 저널미장센, 혹은 저널몽타쥬 (위 사설 A와 B가 섞일 때)
위 A사설과 B사설이 서로 같은 공간에서 뒤섞이면(의미적으로 충돌하면) 아마도 독자들은 "빌미만 생기면 갈등을 부치기는 갈등과 증오를 부치기는 세력들"(이런 즘생만도 못한 새끼들이라는 정치적 말초신경, 이건 정말 말초신경이닷!, 을 자극받게 된다)과 이성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동아일보에게 좀 야단을 맞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고, 조언이 가능한 "철거민 속사정" 몰라줬던, 그런데 앞으로는 동아일보 말 잘 들어서 '속사정 알아줄 것 같은' 한나당을 비교하게 된다. 결과는 당신이 예상하는 바로 그대로다. 저 짐승만도 못한 것과 '실수'했지만 개과천선 가능한 '사람'과는 그 '태생'이 다르다. 이 구도에서 보면 별 넷 줬던 사설 A도 별 하나 이하로 추락한다.


[★★★] 경찰청장 문책 미루는 이 대통령의 ‘법과 원칙’(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335076.html
1. 용산 참사 > 김석기 > 이명박
2. 한 줄 : 김석기 꺼져주셈.
3. 재료 : 이동관 정례브레핑. 김석기 조선일보 인터뷰.
4. 시그널 : 김석기 꺼져주셈. 이명박 니가 더 나뻐.
5. 노이즈 : 딱히 별 다른 것 없음.


[★★★☆]용산 참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경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240333115&code=990101
1. 용산 참사 > 참사 일반
2. 한 줄 : "과잉진압에 대한 문책은 없고 농성 철거민만 쇠고랑을 차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설 중에서)
3. 재료 : 검찰의 편파 수사. (사라진 노동법상) 제3자 개입 타령하는 색깔론. 개념 이민간 뉴라이트.  
4. 시그널 : 사건의 본질은 경찰의 성급하게 진행된 무분별한 진압작전과 이를 가능하게 한 이명박식 속도전
5. 노이즈 : 딱히 특별한 상징 조작은 없음.


2009-01-28.일자


[★★] 철거민 진압에 용역업체 동원 여부 신속하게 가려야 (조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1/27/2009012700855.html

1. 용산 > 경찰 > 철거용역업체
2. 한 줄 : 경찰이랑 철거용역업체랑 한통속이라는데 사실인감?
3. 재료 : 민주당 의원의 23일 경찰의 무전 보고 녹취록 공개
4. 시그널 : 엉뚱한 세력에게 빌미주지 말고 빨랑 해결해라, 여론 더 나빠진다.
5. 노이즈 : 상식주의. 글 거의 전부가 노이즈(이건 사실이고, 상식이고, 정보이기도 하지만)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 두 줄에 모두 담겨 있다.


[☆] 경제위기 때 대학이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서울대 (조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1/27/2009012700865.html

1. 용산 > 외곽 때리기 (간접적인 상징조작)   
2. 한 줄 : 훈훈한 서울대 모습 좀 보고 좀 배우자.
3. 재료 : 이장무 서울대 총장, 멘토 사업 추진(설대 장학생 활용한 저소득층 초중고생 이빠이 자극 주입하기 사업)
4. 시그널 : 칙칙하고, 짜증나는 용산 참사 소식 잊어라. 쌔삥하고, 니들이 닮고 싶은 엘리트의 훈훈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5. 노이즈 : 학벌 컴플렉스. 피상적 휴머니즘.
* 촌평 : 조선일보가 정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관심이 있는건지 모르겠다.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하지 않고, 엘리트와 기업의 선행이 저 찌질하고 가난한 학생들의 '가난의 대물림'을 개선할 수 있다는 그 발상은 순진하다기 보다는 악랄하다. 아닌 걸 뻔히 알면서, 그렇게 아닌 세상이 되기 위해 엄청 노력하는 신문이... 웬 봉창인지....


* 비교 사설  
[★★★★★] 정부가 달동네 공부방을 울리고 있다 (경향. 2009-01-23일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230214475&code=990101

"공부방 2000개를 새로 여는 데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1000억원이 채 못된다. 14조원(참조: 4대강 유역 개발사업 예산)에서 1000억만 덜어내도 사회적 일자리가 적어도 5000개쯤 더 생겨나고, 공부방에서 배도 곯지 않고 과외를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지금보다 6만명 늘어난다. 이처럼 간단하고 따뜻한 경기부양 셈법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 (위 사설 중에서)



[☆] ‘김석기 거취’는 한국 사회 이성의 숙제 (중앙) (최악의 사설상 수상)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471430&cloc=rss|news|column
1. 용산 참사 > 경찰 > 김석기 경찰청장
2. 한 줄 : 일단 김석기가 잘했나 잘못했나 판단해보자.
3. 재료 : 똥.덩.어.리.
4. 시그널 : 이성이란건 말야 .... (한국어지만 한국어 아님)
5. 노이즈 : 해외 선진국에선 말야 .... (비교 예시지만 비교 예시 아님)

* 촌평 : 충격적인 병맛 사설. 김석기는 말야 수사를 자알~~ 해보면 잘못한 게 없을 수도 있다니깐! 이라는 이성이라기 보다는 신앙에 의지한 사설이다. 그러니까 이건 한국 사회의 이성을 엿먹이는 사설이다. 이건 좀 너무 심하다.

이 사설에 의한다면 "야당과 반이병박 시민단체"은 "주장"하고, "경찰"은 "설명"한다. 그 섬세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 "주장"이 갖는 최소한의 사실과 경찰 "설명"에 등장하는 경찰에 유리한 최대한의 사실이 충돌하더라도 김석기는 당연히 옷 벗어야 당연하다.

그게 외국이라서 다르다는 건 어떤 외국이 그렇게 다른지 궁금하다. 이건 정말 무슨 개같은 논법인지 모를 지경이다. 논술 시험 준비하는 고딩들은 참조해서 절대 이렇게 쓰면 안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설. 논설에는 주장과 가치판단이 내재된다. 형식논리는 그 주장과 가치판단의 정당성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 그 주장과 가치판단을 짓밟기 위해, 위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확산되는 세계경제위기, 정치권은 大局을 보라 (동아)
http://www.donga.com/fbin/output?rss=1&n=200901280050
1. 용산 참사 > 외곽 때리기(시선분산용)
2. 한 줄 : 먹고 살판났냐? 경제가 엉망이라니께!!
3. 재료 : 관심법을 동원한 "설 민심"
4. 시그널 : 용산타령하고, 인권타령하고, 국회에서 싸움하는 건 배부른 짓이다.
5. 노이즈 : 해외 통계치(그래야 좀더 폼난다). 상식을 가장한 비상식.

* 촌평.
용산 참사 같은 공적인 사안이 유야무야로 '화기애애'하게 "대국적인" 견지에서 마무리되면 그로 인한 국민 대다수의 좌절감과 무력감, 그리고 사회적 불안요소에 지불해야 하는 (그 어마어마한) 비용, 그토록 떠드는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제발 눈꼽만큼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그걸 먼저 생각하는게 저널리즘이 할 일이다.

* 비교 사설
[★★☆] 최악 치닫는 경제, 뚜렷한 해법은 없다지만 : 같은 주제. 평범 심심한 사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280036535&code=990101


[★★★] 인명을 어쩌면 이리도 하찮게 여길까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335404.html
1. 용산 참사 > 한나라당
2. 한 줄 : 한나라당, 정권 수뇌부, 경찰청장, 검찰, 대통령 책임져라.
3. 재료 :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용산 참사를 법질서 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설 중에서)
4. 시그널 : 공권력은 사회적 약자는 보호해야지, 적대시하거나 협박해선 안된다.
5. 노이즈 : 정치적 적대감 자극. 감상적 수사. 과도한 일반화.
* 촌평 : 결론은 매우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만, 이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소 느슨하고, 순진한(나쁜 의미에서) 수사적 조작이 느껴진다.


[★★★] 경찰 용역업체 공조 의혹 철저히 규명하라 (경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280037045&code=990101
1. 용산 참사 > 경찰과 용업업체 관계
2. 한 줄 : "경찰은 문제의 교신이 오인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3. 재료 :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경찰의 무전기록"
4. 시그널 : 김석기는 냉큼 옷 벗어라.
5. 노이즈 : 별 것 없지만, 추론이 아무리 상식적이라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과는 다를 수도 있다.
* 촌평 : 상식적인 논리칙으로 사안을 추론,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 사설.

[★★★★] 용산참사 해결책 못 찾나 안 찾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901/h2009012802340676070.htm

1. 용산 참사 > 일반 > 정부, 경찰, 용업업체, 전철연
2. 한 줄 : "사망원인 규명에 치중하더니, 과잉 진압 대목은 어물쩍 건너 뛰고, 폭력 시위 대목을 건드리다 재개발과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 쪽으로" (사설 중에서. 경과에 대한 깔끔한 요약)
3. 재료 : 정부 여당 검찰이 하는 짓 이것저것
4. 시그널 : "사망원인을 밝히고, 과잉 진압의 책임을 묻고, 폭력 시위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 순리"
5. 노이즈 : 군더더기 없다. 깔끔 산뜻.
* 촌평 : 상식에 바탕해서 정부의 뻘짓을 점잖게 꾸짖고, 사태의 합리적 해결책을 조언하고 있다. 적절한 비유도 매우 효과적이다. 일독 추천.



* 관련글
http://minoci.net/706 : 21일, 22일, 23일 사설 및 칼럼에 대한 단평.



* 추천 기사
용산참사, '좌파색깔' 씌우는 조중동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1월 28일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771

"조중동 기자님들, 제발 그러지 마세요" (미디어오늘, 1월 23일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738

[전문] 유가족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뿐입니다"

" 설날 연휴가 시작되었는데 이렇게 많이 추모회에 모여 감사드립니다. 사건 지나고 며칠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혹한 사건으로 한 순간에 남편을 잃고 나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생각할지 머릿 속이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우리 아저씨들이 과연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었는지. 유가족들에게 아무런 말 없이 시신을 훼손하고 부검했는지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죽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집 없고 건물 없는 사람은 나가라면 나가라면 엄동설한에도 집에서 쫓겨나고 수십 년 장사한 곳에서도 고스란히 물러나는 것이 이 나라입니까.

좋 아서 농성하고 옥상에 올라가겠습니까. 우리는 큰 욕심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저 세 끼 밥 먹고 자식들 굶지 않고 세 끼 먹고 살기만 해달라는 것밖에 우리는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왜 세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힘들고 가혹한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가장을 잃었습니다. 어린 자식과 어떻게 살지 벌써부터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진상을 밝히는 것입이다.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왜 이렇게 죽어갔는지 온 세상이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언제 우리가 쫓겨난다고 신문에서 써준 적 있습니까 언제 우리가 통곡한다고 텔레비전에 비춰준 적 있습니까. 우리가 살게만 해달라고 호소할 때 기자님들이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오늘 같은 일이 없었을 겁니다.

우리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국회의원, 정치인도 찾아오곤 합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 우리가 필요할 때 우리를 한 번만 돌아봐 주셨으면 우리 아저씨는 안 죽어도 되었을 것입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하루 종일 우리 유가족은 시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었고 시신을 볼 수도 없었습니다. 왜 내가 내 남편의 시신을 찾겠다는데 경찰의 허락 받아야 하고 왜 우리 경찰이 방패를 서고 막아섭니까. 싸우고 싸워서 간신히 시신을 확인하는 유가족의 원통하고 분한 마음을 짐작도 못하실 것입니다. 새까맣게 불에 그을린 시신은 부검이 되어 만신창이 됐습니다. 뭐가 그리 무서워서 찔리는게 많아 몇 시간 만에 부검을 해야 했을까요.

어떤 기자분이 그러시더군요. 법적으로는 가족 동의 없이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구요. 무슨 법이 그렇습니까. 무슨 법이 그렇게 야박합니까. 그 시신이 철거민 시신이 아니라 돈 많고 높은 사람 시신이었어도 그럴 수 있었을까요. 아닐 겁니까. 절대 아닐 겁니다. 우리는 집주인한테 무시당하고 정부한테 버림 받았습니다. 우리도 장사를 하면서 세금내고 장사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주민도 아니라는 말입니까.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 아저씨, 철거민 주민들의 진실을 밝혀낼 겁니다. 진실 밝혀내고 우리 아저씨 명예를 회복까지 우리는 절대로 죽지도 못할  겁니다. 국민 여러분 부탁드립니다. 힘을 보태주세요. 가난한 우리들 힘으로는 못합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기자님들 제발 양심 좀 찾으세요. 불쌍한 우리를 두 번 죽이십니까. 조중동 기자님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경찰 특공대는 우리 아저씨를 죽였지만 여러분들은 우리 가족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경찰이고 정부 사람이고 누구한테도 미안하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만 행복하게 사는 나라 만들지 마시고 돈 없고 빽 없는 우리 철거민들 같은 사람들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돈 없고 빽 없는 철거민들 살 수 있는 나라 만들어주세요. 다시는 우리처럼 불행한 사람들이 나와서는 안됩니다. 국민 여러분 부탁드립니다. 우리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정부는 사과해라, 책임자를 구속해라. 우리 아저씨를 살려내라' 목소리 높여 외치고 싶지만 오랜만에 명절에 고향가시는 분들 고향 편히 가시라고 소리 지르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뿐입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 이 글은 예외적으로 정체불명의 유사 저널리즘 유통매체에 송고합니다.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709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가즈랑 2009/01/29 01:11

    아주 잘 차려진 진수성찬의 글들이네요. 이렇게 정리하느라 무지무지 힘드셨겠어요.

    평가항목도 웃음이 날만큼 재미있기도 하고..그런데 아무래도 사안이 그렇다보니 마음은 여전히 무겁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1/29 02:41

      쓸 때는 스스로 꽤나 뿌듯한 느낌(노가다의 본질)이 있었는데, 다 쓰고 나니까 좀 썰렁하면서 그다지 재밌지가 않네요... 시간만 많이 걸린 것 같고.. 뭔가 스스로에게 속은 느낌입니다. ㅡ.ㅡ;;

      스타일을 바꾼던가 해야겠군요...;;;

      암튼 썰렁삭막한 가운데 무플을 면하게 해주시니 반가울 따름! ㅎㅎ

  2. 길위에서 2009/01/29 08:33

    잘보구 갑니다. 아침에 들렸는데.. 업무시간의 압박으로 다보진못했지만..
    나중에 다시와서 보려고 즐겨찾기에 추가하였습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1/29 16:28

      혹시 다시 오시면... ^ ^

      "이건 건 너무 재미없잖아, 이건 그래도 좋군.."

      이렇게 느끼시는 바가 계시다면 허심탄회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3. 의리 2009/01/29 09:59

    매번 민노님의 정리력과 요약력에 감탄을 하며 읽고 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1/29 16:29

      의리님께도.. 부탁 하나만.. ^ ^;
      혹 다시 오신다면.. 혹은 이 글 후속에 대해서라도...

      "이건 건 너무 재미없잖아, 이건 그래도 좋군.."

      이렇게 느끼시는 바가 계시다면 허심탄회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 )

  4. nooe 2009/02/02 02:06

    아..이건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일텐데요. 정신적인 소모도 클테고요. 그걸 어떻게 감당합니까? 대단하십니다.

    perm. |  mod/del. |  reply.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