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가 쇼크를 먹은 기억을 한번 떠올려봤다.
특히 음악과 관련해서.

[열혈남아] 공중전화 키스신을 전후로 화면과 함께 편집된 왕걸의 '당신은 내 인생 영원한 고통'을 듣던 그 순간. 더불어, 유덕화가 끝끝내 복수하러 차에 오를 때 장만옥이 울먹거리는 순간 나오는 '당신을 잊고 나를 잊고'도 내가 무지하게 좋아하는 노래다. 이 노래 들으면서 괜히 센치해져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중경삼림] 마지막 장면에서 왕정문(왕비, 왕페이)이 부르는 '몽중인'이 흘러나오는 순간.
[집시의 시간], '불의 축제' 장면에서 에델리지가 흘러나왔던 바로 그 순간.
[아메리칸 뷰티]에서 비닐봉다리(ㅎㅎ)가 춤추는 장면(은 너무 음악적이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 노래들.
아, 그리고 [정복자 펠레]에서 '펠레의 테마'가 나오는 그 순간!!

일단 생각나는건 이 정도인데...
물론 기억 속으로 조금더 찬찬히 여행하면 더 많은 영화들과 만날 수 있을테다.

그리고 이 목록에 하나 더 보태야겠다.
[원스]를 보는 내내, 그 모든 순간 순간들마다.

[원스]는 기적 같은 체험이다.
그건 86분이 마치 한 순간 같고, 또 영원 같은 체험이다.

어떤 평론가들은 '영화'속에 사용되는 '음악'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데, 그 취지는 기본적으로 '영상예술'인 영화 속에 사용되는 음악이란게 감정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부가물'로 사용되는 예가 많아서인 것 같다. 그런 비판 취지가 그대로 유효한 영화들도 참 많다. 괜히 센티멘탈한 코드로 관객들 눈물샘 자극하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하지만 [원스]는 음악과 영상이 그대로 한몸이다.

이 초라하기 그지 없는 영화는 으리번쩍한 그 '후진' 컨셉 헐리웃 영화들로 오염된 당신의 눈과 귀를 치유할 수도 있으리라. 이 초라한 영화와 비교하면, 그런데 이토록 아름답고, 이토록 보는 내내 행복한 영화와 비교하면.... 헐리웃의 괜찮은 컨셉영화들조차도 정말 '후져보인다'.


영화 속 주인공인 '남자'(글랜 헨사드. 엔드크래딧 보면 'boy'라고 나온 것 같다)와 '여자'(바케타 잉글로바. 역시 엔드크래딧에 'girl'로 나온 것 같은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영화의 느낌이 '소년, 소녀 만나다'와 살짝 비슷하기도 한 것 같고..암튼 )가  (아마도) 작은 콘서트에서 함께 있는 공연하는 장면 같다. 곡은 여자가 부르는 (거의 유일한?) 곡인 'If You Want Me". 위 유튜브 동영상 댓글창에는 "내가 체코인이라는게 자랑스럽다"는 감격적(?)인 댓글이 있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아일랜드로 이주한 체코인이다(아마 배우도 실제로 체코인인 것 같다).



* 살짝 궁금했던 그 장면 (미고자라드님 글에서 인용) : 스포일러.

more..



p.s.
뒤늦게 [원스] 보게된 사연. : )
지난 토요일엔 오랜만에 강남에 나갔다. 집(본가)에 간건 아니고, 약속이 있어서. 그런데 여차저차(사정은 잘 모르겠는데.. ^ ^; ) 약속이 틀어지고, 저녁엔 종로 쪽에서 약속이 있어 다시 집(자취방. 어차피 본가에는 아무도 없을테니)으로 돌아갔다가 나오기는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남는 3시간 정도를 어떻게 때우나 싶었는데, 역시 이럴 땐 영화보는게 장땡이지.. 싶어서 [원스]를 봤다. 웬만한 영화관에서는 벌써 내려졌겠지만, 다행히도 '뤼미에르'(여기서 참 영화 많이 봤는데 말이지... 물론 시설은 대략 구리다)에선 아직 상영하고 있더라. 약속이 틀어져서 대신 이런 선물을 받게 되다니..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지만). : )

언제까지 상영될지는 모르겠지만,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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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노래로 영화를 말하다 - 원스 (2006)

    Tracked from 1004ant의 한일영화 이야기 2008/01/07 15:07 del.

    결말이 아쉬웠을까? 현실적인 결말이라 더 좋았을까? 어찌되었던 난 이 영화때문에 카핑 베토벤도 보게 되었고, 포 미니츠(?)도 보고 싶어졌다. (포 미니츠는 인천에서 개봉하질 않는군..) 어제 네이버 메인에 떴다.. 흥행 대박을 치고 있다는.. 원스... 기사를 클릭해보니.. 1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접근성이 떨어지니깐, 260만 인구의 도시에서 상영관이 1개인 상황에서 10만을 스코어도 기적적이라고 생각한다. TV시청하려 자..

  2. Subject : Once..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야기

    Tracked from Through-the Migojarad 2008/01/08 18:35 del.

    아일랜드의 저예산 인디영화, '원스once'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알라딘 실버회원이 된 덕분에 매달 맥스무비 4천원 할인권이 나와 이번달에도 영화를 봐야 한다는 강박감 아닌 강박감에 시달리며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하던 중, 다니는 사진 커뮤니티 사이트의 한 회원분이 추천해 주시게 되서 전국 10개의 상영관 중 서면 CGV에 보러 다녀 왔습니다. :) 그리해서 보게 된 원스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원스는 음악영화입니다만,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foog 2008/01/07 10:43

    좋은 영화죠. 글랜 헨사드 그런지한 모습도 잘 어울렸고요. 이 양반 사실 이번 작품이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작품은 알란파커 감독의 커미트먼츠이고요. 그 영화보면 풋풋한 외모를 자랑하죠. 커미트먼츠 국내 팬페이지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 http://www.talkingheads.net/com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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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7 12:48

      그런지하다는 말씀은 딱이네요. : )
      헨사드가 노래하는 장면들은 얼핏 너바나를 연상시키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p.s.
      친절한 링크 대단히 감솨~!

  2. 1004ant 2008/01/07 15:14

    우리나라 영화도 <원스>처럼 따뜻한 영화로 해외에 많이 알려지면, 감격적인 댓글 달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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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7 19:50

      그러게요. : )
      물론 좋은 우리영화들도 참 많지만...
      제대로 된 음악영화가 하나 나와줬으면 싶은 생각도 살짝 들더군요.

  3. 가즈랑 2008/01/07 16:45

    수많은 블로거들을 감동시켰던 바로 그 영화군요. ^ ^; 키노씨에도 나중에 글이 올라왔으면...꼭 읽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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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7 19:52

      ㅎㅎ
      언제나 반가운 가즈랑님. : )
      키노21은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있어서.. ㅡㅡ;;
      원래는 여기에 초안 비스무리하게 쓰고, 좀더 보충하고 다듬어서 키노21에 추고한 글을 등록하려고 했는데.. 앞으론 좀 관리해야겠습니다.
      가즈랑님 덕분에라도 말이죠.

  4. 히치하이커 2008/01/07 21:52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봤어야 하는데, 돈과 시간의 압박에 눈물을 삼켜야했지요.
    지금은 방학이고 알바도 하는지라 시간도 돈도 있지만, 머무는 곳이 대전이라 볼 길이 없답니다. 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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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7 22:07

      집이 대전이셨군요. : )
      언제 맥주 한잔 해야 하는건데 말이죠. ㅎㅎ

  5. 사랑가루 2008/01/08 04:14

    긴글을 지루하지 않게 참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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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8 08:49

      이 글은 제 블로그에 있는 글 중에선 매우 짧은 글에 속한다능.. ^ ^;

  6. capcold 2008/01/08 04:49

    !@#... 영화찍다가 잉글로바는 한사드와 실제로 애인 사이가 되었죠. 그런데... 잉글로바는 영화 찍던 2006년 당시 19세(참고로 한사드의 나이는 당시 37세). 둘이 실제 세계에서 처음 만나서 음악적 교류를 시작한 건 그보다 무려 6년전. 한마디로, 이건 로.리.콘. 리얼라이프 인간승리 전설인겁니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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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8 08:50

      오, 그런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은 실화 속의 주인공들이었군요!!
      보충 논평 대단히 감사합니다. : )

      p.s.
      '소년'이 살짝 부럽네요. ㅎㅎ

  7. 민노씨 2008/01/08 09:07

    * 덧(정복자 펠레 부분). 궁금했던 장면 보충(미고자라드님 글 인용 부분).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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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자박 2008/01/09 11:50

    어설픔 끝에 묻어나는 잔잔한 감동..
    '소녀'가 홀로 부른 곡은 출퇴근 길에 매일 듣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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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9 12:32

      그러시군요. : )
      저도 요즘 원스 OST 듣는 맛에 삽니다.

  9. 한이맘 2008/01/11 00:48

    요즘 제 글방에도 제대로 출근 못하고 있다가 민노씨 트랙백 보고 어찌나 반가웠던지..ㅎ.. 정말 말이 필요없는 영화예요..
    보는 내내 봄남의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했던 시간이었어요..ㅎ
    영화 다 보고 첫사랑도 생각나고..ㅋㅋ

    어떻게 사시나 궁금했는데 여전히 글 열심히 쓰시면서 튼튼하게 살고 계시네요..ㅎㅎ 조만간 함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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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11 10:34

      하이맘님 원스 포스트 때문에 하땅형도 글을 쓰셨던데요? ㅎ
      첫사랑이 떠올려지셨군요..
      정말 그럴만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조만간 뵈야죠~!
      한이도 꼭 함께 데리고 나오세요. : )

  10. 비밀방문자 2011/06/20 00:39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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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6/21 01:29

      누구세요? ^ ^

  11. 희동네 2011/08/18 16:40

    나도 감동받았었는데,
    네가 극찬을 하니...한번 더?
    DVD를 샀었나...CD만샀었나?
    없음 음악만이라도 폰으로 옮겨와야겠다.
    전에 듣던 MP3에만 넣어놔서...
    새삼 일깨워 줘서 고마워.
    가끔들어와 하나씩 건져가니 좋으네....^^

    미스리틀션샤인은 봤나?
    것도 재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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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8/20 16:16

      봤지.
      다음엔 미스 리틀 선샤인 글 써야겠네. : )

      추.
      널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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