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게.

시험관 아이를 시술했던 방송인 허수경(40)은 황금돼지해인 2007년 마지막날 엄마가 됐다. 당초 싱글맘 허수경은 올 1월 초 출산예정이었지만 구랍 12월 31일 낮 12시께 자연분만으로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뉴스엔)

* 주. 뭔 놈의 기사가 기자이름도 안나온다냐?


1. 연예계 신변잡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소위, 연예 찌라시 저널리즘에 대해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연예 찌라시 저널리즘은 정말 놀랍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저널리즘은 '무한도전' 감상문 쓰는 기상천외한 친구들이다.

이들의 폐해는 이들 연예 찌라시들이 포털과 '적극적 공생'관계를 형성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극적으로 팽창한다. 연예 찌라시 저널리즘은 포털의 실시간 인기검색어와 적극적으로 연계한다. 그래서 포털이라는 '거대한 감옥'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갇힌 불쌍한 네티즌들은, 나도 물론 포함, 돌아서면 허무해지는 불필요한 관심들을 많이도 지불하게 된다. 허수경 출산소식도 그 중 하나다. 다만..^ ^;; 이 글은 그 불만에 대해 쓰는 글은 아니다.

이 글은 '구랍'에 대해 쓰는 글이다.


2. 구랍 ( 자세한 내용은
여기 참조 )
구랍이란 말을 정말 오랜만에 듣는데, 이게 무슨 뜻인고 하니, "(음력으로) 지난해 섣달(12월)"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3. 웬 구랍?
기사가 잘못이라거나, 혹은 별 시덥지 않은 기사를 써재끼고 있다는 비아냥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 왜 굳이 '구랍'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싶어서 쓰는거다. 추리하자면, 무슨 추리씩이나.. ㅡㅡ;; , 아마도 "왠지 있어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누가 '구랍'이란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다.

보충.
김기자님(닉네임 ^ ^;)께서 논평을 주셔서 각 포털의 (백과)사전(이건 자주 사용하고, 꽤 유용 ^ ^) 살펴봤는데, 내가 참조한 네이버 백과사전의 어의는 '음력으로'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바(국어사전)를 기준으로 하면 (그저) '지난해 12월'을 가리키는 것이 좀더 관용화된 사용례인 것 같다. 이하 '네이버 백과사전'을 기준으로 썼던 부분은, 숨기기 기능을 사용한다. 본문 전체 취지와의 연관성도 좀 떨어지고, 내가 좀 오버한 것 같기도 하고. ㅎㅎ.

more..


암튼 좀더 말하면, 이게 무슨 순우리말이라서 좋은 우리말 살리기라거나 그런 (긍정적인) 취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잘난 척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혹은 기자가 굉장히 나이든 분이라서 '구랍'이란 표현에 익숙한 언어습관을 가진 경우거나... 당장 생각해볼 수 있는 두 가지 뿐이다(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댓글 부탁).


4. 언어를 통한 계급적 위계의 표현

어떤 전문 영역의 종사자들은 흔히 자신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들을 만들어낸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폐쇄적으로 고립시킴으로써 그 언어 자체가 계급적 표지를 형성해서 외부와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한 거다.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 의사들이랑 법률가들이다. 괜히 말을 어렵게 하는거지.

무슨 대단한 소리를 하려는게 아니다.
제발 쉽게 쓰자.

특히나 찌라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기자까지 '구랍'이란 표현을 써재끼면... 좀 민망하다. 개인적으론 가장 악질적인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하는, 아니 反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하는 '조선일보'도 이런 기본적인 건 별로 실수하지 않는다. 게네들 정말 쉽게 쓴다. 물론 일부 논설위원들은 이런 어처구니를 보여주기도 하다. 논조도 악질적인데다, 표현까지 잘난 척이니 최악 중의 최악이다, 그런 논설위원의 경우엔. ㅡㅡ; 저널리즘이란 누구나 마땅히 알아야 하는 (공적인 뉴스가치 있는) 소식을 '쉽게' 널리 알리는 바로 거기에서 출발한다. 그게 저널리즘의 기본 역할이다. 별거 아니다. 그러니 괜히 '구랍'이란 말 씨부릴 필요가 전혀 없는거지. 괜히 어려운 말 쓸 필요 전혀 없다. 이건 찌라시 저널리즘도 예외 아니다.

이 글은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적인 포스팅이기도 하다. 나는 쥐뿔 아는 것도 없는데, 어렵게 쓴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물론 스스로에게는 좀더 정확하게 쓰려고, 좀더 풍성하게 느끼도록 하려고 그러는 거라고 변명해보지만, 쥐뿔이다, 현학적인 먹물근성 때문이다(먹물도 아닌데 먹물근성이라니... 반성한다. ㅡㅡ;; ).

다시 한번 더 강조하자.
제발 같은 부피와 무게의 의미라면 쉽게 쓰자.
(가끔씩 어쩔 수 없이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이건 인정한다.)




* 2008년, 주목할 만한 블로그 (공익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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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구랍'이 뭐꼬?

    Tracked from 13월 33일 2008/01/07 16:11 del.

    생전 태어나 구랍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봤으니,70년대 꼬바리에 태어난 시대적 착오냐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났으니 지방의 무지함이냐혹은 그런 쓸데없는 핑계대지 말고 단순히 나의 모자란 어휘력 탓이냐로 잠시 고민하던 중,남편에게 짐직 아는척,"스포츠 기사에서 '구랍'이란 단어를 봤는데 왜 여태 그런 표현을 쓰는거야? 유럽이라는 단어를 두고?"맞다 무식했던거다.맨유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구랍 3일 이라는 문구를 유추하여 유럽시간으로 3일 이라고 나름 해석했던..

  2. Subject : 윤이짝의 생각

    Tracked from hentol's me2day 2011/01/01 19:44 del.

    오늘자 뉴스에 <구랍>이라는 용어가 많이 보인다. <구랍>은 '지난해의 섣달'이라는 의미의 단어란다. 폭풍허세의 일종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지난 해', '지난 달' 모두 쓸 수 없으니 쓰게되는 용어인 듯 하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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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기자 2008/01/02 17:22

    구랍이 지난해 12월을 가리키므로 기사 원본에서 '구랍 31일 낮12시' 라고 했어야 옳네요. 구랍은 곧 last December가 되는 것이죠.

    암튼 구랍이라는 말을 쓰는게 아는 척하려는 것임에 한표 보탭니다.
    기사는 아주 쉽게 써야지요. 그게 기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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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2 17:35

      다시한번 살펴보니 네이버 국어사전에도 같은 내용이 있네요. : )
      김기자님 덕분에 본문 보충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
      제가 좀 오버한 것 같네요. ㅎㅎ
      민망하네요.

  2. 민노씨 2008/01/02 17:47

    * 사소한 표현 추고 및 링크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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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Kunggom 2008/01/02 17:52

    ‘구랍’이라는 말에 대해서 검색한 직후에 올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보니까 묘합니다.

    최근에 갑자기 ‘구랍’이라는 단어가 뉴스기사에서 많이 보인다 했더니, 정확하게는 이런 뜻이었군요. 이런 표현은 굉장히 낡은 데다가 대개는 잘못 사용되는 표현인 듯 한데,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덧 : 저는 이런 낡은 표현을 볼 때면 ‘전상서’라는 단어에 얽힌 기억이 떠오릅니다. 예전에 부모님께 편지를 썼을 때, 편지를 읽으신 부모님이 “왜 앞에 “부모님 전상서”라는 말을 쓰지 않는 거냐?’라면서 저에게 그 단어를 사용할 것을 ‘강요’하셨거든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전상서(前上書)’라는 한자어의 정확한 뜻을 아시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 분들은 그저 “부모님께”라는 말보다 “부모님 전상서”라는 말이 더 멋있어 보이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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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2 18:26

      덧.에서 들려주신 말씀은 크게 공감하게 되네요. : )
      부모님 전상서.. 정말 전상서란 표현은 참 딱딱하고, 그게 무슨 대단한 의미가 담긴 것도 아닌데.. 말이죠.

  4. 김기자 2008/01/02 18:21

    저런 표현을 쓰는데 대해 굳이 이해하자면,
    같은 소재를 가지고 쏟아지는 기사가 많습니다. 기자들이 많고 언론사들이 많아져서 그럴텐데요.

    간혹 의식있는(?) 기자들은 다른 표현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죄다 '지난해 12월'이라는 얘기를 쓰는데 뭐 다른 표현없을까?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굳이 '구랍'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찌됐든 '의식있음'이 더욱 우스운 꼴이 될수도 있는 것이죠. 표현이라도 올바르게 했으면 모를텐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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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2 18:27

      오, 그럴수도 있겠네요. : )

      1. 다만 그런 표현 하나로 기사의 '차별성'(좋은 의미에서)이 도드라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2. 말씀처럼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기자로서의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쉬운 표현'을 사용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려운 사안도 쉽게 쓰는게 '저널리즘의 전문성'이겠지요.

  5. 2008/01/02 19:01

    우리 신문사 같은 경우는 '구랍'은 되도록 쓰지 말자 주의입니다.
    일반 독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음력이니 양력이니 논란도 많으니 죽어가는 단어는 되도록 쓰지 말자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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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2 19:14

      언제나 반가운 펄님 오셨고만요.
      바람직한 방침이라고 생각됩니다. : )

  6. 가즈랑 2008/01/02 21:00

    저는 구랍이라는 표현 써도 좋으니 저런 기사는 좀 안봤으면 좋겠네요.(생각같아서는 둘다 안봤으면 하지만..) 애낳았다는 것까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고...더 심각한 건 꼭 읽혀야할 기사들이 묻혀버린다는 데에 있지 않나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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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2 21:17

      가즈랑님 오랜만에 논평 주셨네요. : )
      매우 아주 몹시 견해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그런 기사들을 무쟈게 양산해내는 걸 보면...
      거기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가 있고 + 그런 기사들에 너무 노출되서 그런 콘텐츠 소비 패턴에 익숙해진 경향이랄까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 뭐 그렇습니다. ㅡㅡ;;

      지나친 악순환이나 허무개그류의 기사들은 좀 줄어들었음 좋겠는데... 포털로선 이게 장사가 되니 더하면 더했지 앞으로 덜할 것 같지 않고... 소비자들이 좀 이런 부분에 대해선 까다롭고, 비판적이어야 할텐데.. 그 점 역시 아쉬움이 있네요.

  7. egoing 2008/01/03 00:05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ㅠㅠ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1/03 08:49

      우리 함께 반성하죠... ㅠ.ㅜ;

  8. SadGagman 2008/01/03 01:00

    더헉! 공익홍보... ^^;;;;;;;;;;;;;;; 감삼다. 부담감이 팍팍! 민노씨여 영원하라~~~ (무릎팍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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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3 08:50

      새드개그맨님의 팟캐스트는 그 하나 하나에 대해 블로그 리뷰를 작성하고 싶은 자극을 주는 것들이라서... 오히려 제 게으름 탓에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깊습니다. ^ ^;

  9. 까칠맨 2008/01/03 16:09

    M,.M 저도 오늘 구랍이란 단어를 썼습니다...ㅡ,.ㅡ
    그냥 지웠습니다. 쩝.....
    글고 슬픈 개그맨님의 팟캐스팅은 정말 정말 피가 되고 살이되는...ㅋㅋ
    찌개백반은 아닙니다....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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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1/04 22:21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 ^;;
      언어적인 감수성에 따라 '구랍'을 사용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이고, 다만 이 글은 제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한 것이라서요. 제가 괜히 죄송합니다. 즐겨 읽는 '미디어오늘' 기사에서도 구랍이란 표현을 쓰더만요.

      "애초 자유 좌석으로 운영되던 브리핑실이 지정좌석제로 운영되면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인수위 대변인 행정실은 [구랍] 29일께 브리핑실을 정비하면서 언론사별 지정 좌석제로 운용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매체들에 대해서는 뭉뚱그려 최소 좌석만 배정해 원성을 사고 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144

  10. 히치하이커 2008/01/03 23:34

    쉽게 쓰자.
    모두 가 알아볼 수 있도록.
    항상하는 생각이지만, 또 언제나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만 같아 부끄럽습니다.

    아, 2007년엔 여러모로 고마웠습니다.
    제 블로그의 방향을 바꾸는 데 한 몫 단단히 하셨으니.
    (너무 '딸랑딸랑'인가? ㅎㅎ)

    건강하시고, 2008년엔 좀 더 행복해지시기를.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1/04 22:23

      저도 종종 왜 별것도 아닌 걸 이렇게 어렵게 쓰나 싶은 생각을 스스로에게 되묻곤 합니다. ㅡㅡ;

      제가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 )
      2008년에도 거침없는 블로깅을 당부드립니다.

  11. j5id 2008/01/07 23:19

    이글의 요점이 '구랍이 틀렸다 아니다'가 핵심 논점이 아니긴 하지만,
    '구랍'에 관하여 제 의견을 남겨봅니다.

    저는 민노씨(?^^)께서 숨기신 내용 부분이 "오버"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현재 "구랍"이라는 단어가 '지난해 12월'을 가르치는 단어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지,
    결코 "관용적"으로 사용된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관용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과연 "관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사실, "구랍"이 "지난해 섣달"을 뜻하는 의미로 발전하였고, 섣달은 음력 12월을 뜻하는 단어이므로,
    오히려 '구랍=양력12월'으로 해석되는 것이 오버라면 오버겠지요.

    암튼 기자들의 그 이상한 '우월주의적' 표현을 보노라면...ㅠ_ㅠ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20 16:17

      뒤늦게 우연히 발견하네요. ^ ^;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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