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엉뚱한 계좌이체 사건

2007/12/31 11:15
어느날 갑자기 내 통장계좌에 '알 수 없는 엄청난 돈'이 입금되어 있다면?(이런 영화도 많은데.. 가령, '돈을 갖고 튀어라'던가.. ) 이 사건은 이런 황당한 경우를 떠올리기 충분한, 나름 흥미로운 사례다.


판결
(대법원. 사건 2007다51239. 판결 2007. 11. 29.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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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엉뚱한 계좌이체 사건
대법원 판결이다. 그리고 원심(고등법원)이 파기환송된 케이스다. 언론보도판결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대법원 사이트), 구글링했더니 찾아지지 않아서 간략하게 정리한다. 무슨 대단한 사건인지 모르겠지만, 대법원 판결문만으로는 그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원고측 변호사가 9명에 달한다.
덧. 구글링 키워드를 잘못입력했구나(계'죄'로 했었다. ㅡㅡ; ). 스투(웬 스투?)에 관련기사가 있다.
大法 "송금의뢰인 착오 계좌이체 사고 은행 책임없다" (스포츠투데이)


1. 사안 정리
ㄱ. A는 C에게 보내야 할 금원을 B에게로 (A의 과실 혹은 착오로) 계좌이체한다. 사안이 대법원까지 온 것으로 보아 그 금액이 꽤 큰 것 같다. ㅡㅡ; (덧2. 생각보다 별로 안크다. 1775만원. 변호사 사는 비용이 더 나오겠다 싶은데... ㅡㅡ;;)

ㄴ. 이 때 발생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a. (돈벼락 맞은) B와 B가 거래한 은행(수취은행) 사이에 이체된 금원에 상당하는 예금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0)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를 취득한다(따라서)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를 취득한다"(판결문 중에서)
b. 금원이 이체된 수취은행이 이 이체된 금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는지 여부(X).
수취은행은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지 아니하는 것 (판결문 중에서)
c. (그렇다면) 송금의뢰인 A는 누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것인가 라는 점이다. => 돈 벼락 맞은 B.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게좌이체에 의하여 수취인이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는다(판결문 중에서).


2. 판결의 실익(원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의 차이점)
점점 더 획일화되고, 자동화되고 있는 은행업무의 특성상 '계좌이체에 대한 법리'는 표현된 형식(외적으로 표현된 의사표시)를 좀더 존중하고 있는 것 같다(이는 당연한 원칙이기도 하다). 판결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그 실익이 존재할 수 있을테다(당연한 거지만). B가 자신의 계좌에 들어온 돈을 흥청망청 써버렸다고 가정하자.

ㄱ. 원심에 의한다면 - 원금 회수가능성 높아짐. 은행측 책임 무거워짐.
B의 거래은행(금원이 들어온 '수취은행'), 즉 수취은행 측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긍정되므로, 송금의뢰인 A는 (자신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원인없이) B에게 송금된 금원을 '안정적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그 대신 수취은행으로선 (특약이 없는 상태에서) 별도의 주의의무를 기울여야 하는 책임이 부과된다.

ㄴ. 대법원에 의한다면 B가 그 금원을 (어떤 식으로든) 흥청망청 써버렸다면, 수취은행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그 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대법원 판결은 은행의 과도한 책임을 부정하고, 송금의뢰인은 자기과실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을 지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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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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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07/12/3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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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시태오 2007/12/31 14:31

    몇일 전에 뉴스에서 얼핏 보았는데, 이런 사건이었군요.
    그런데 뉴스에서 듣기로는 은행측의 실수로 일어났던 사건이지, 송금의뢰인은 정확하게 송금했었던 걸로 알았는데요.
    잘 못들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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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31 18:12

      뉴스에서 방송했던 내용이었군요. : )
      그나저나 시태오님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새해 늘 건강하시고, 복 듬뿍 받으시길... ^ ^

  3. hkmade 2007/12/31 16:54

    알기쉽게 최대한 친절한 판례문 계속해서 잘 보고 있답니다.(그래도 난독증인가.. 가끔씩 좌절할때까.)
    그렇다면 은행이 책임이 없다면 A는 결국 B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군요. (변호사가 9명이라뉘.. 흥청망청 B가 돈을 써버렸다면.. A의 소송에 단단히 각오를 해야겠군요.)
    부당반환소송을 은행이 아니라 B에게 직접 해야한다고 전 이해했는데 이게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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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31 18:23

      앗, 대단히 감솨~!
      대법원에 따르면 그런 듯 합니다.

      위 스투 기사를 보면..

      "V캐럭터사는 2006년 7월 10일 거래처인 A사에게 인터넷뱅킹을 통해 물품대금 1755만원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회사 경리직원이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수취은행에 개설된 B사 명의의 은행계좌로 입금했다."

      중략.

      "설상가상 2005년 11월 부도로 폐업한 B사의 예금 계좌는 대출금 연체와 국민건강보험료(1750만원 상당),산재보험료(1934만원 상당) 미납 탓에 지급 정지돼 압류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수취은행은 'B사 계좌에 입금된 돈이 제3자에 의해 압류돼 있다'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자 강씨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라고 나옵니다. : )

      (지금 당장은) 돈을 받을 방법이 없는 셈이죠. ㅡㅡ;;

  4. 민노씨 2007/12/31 18:41

    덧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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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kz 2008/02/02 14:42

    게시된 내용으로만 보면, 대법원의 판단 즉 은행이 아니라 A가 자기 과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은행으로선 어떤 거래에 대해서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할 여지가 없을 테니까요.

    본 사건과는 별개로, 전산 착오에 의한 거였다면 또 모르겠네요. 그럴 경우 입증 책임은 A에게 있을지 은행에 있을지가 의문인데, 요즘 추세로 봐서는 은행에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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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02 14:54

      논평 고맙습니다.

      말씀처럼 '전산착오'라면 좀더 흥미로운 사례가 되겠네요.
      그런데 그런 유사한 사례가 있지 않았나요?
      저로선 말씀처럼 마땅히 은행 측에서 입증책임(전산착오가 아니라는)을 부담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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