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대하여

2007/11/28 00:14
어릴 땐 연애를 생각하면,
내 상상일 뿐인 연애의 풍경 속에 있는 어떤 여자아이들을 생각하면...
별별 감정들이 다 찾아오곤 했다.
흔히 가장 먼저 찾아오는 건 열등감이었다.
저렇게 예쁜 아이와 내가?
그래서 나는 그다지 많은 연애를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조금씩 그 열등감을 숨기는 방법들을 터득하게 된다.
혹은 그 열등감과 싸우거나, 다른 감정들과 섞이게 하는 방법들을 터득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연애란 것을 하게 되었다.

참 많이도 싸우고, 참 많이도 쓸쓸해하고, 참 지겹게도 화해하고, 또 싸우고...
그러면서도 나는 참 행복했던 것 같다.
그 행복의 감촉들이 살처럼 따뜻하고, 아랫목처럼 푸근했던 기억은 그다지 많진 않다.
거의 대부분은 처음 만난 외설잡지처럼 낯설고, 신비롭고, 욕망들이 뒤섞인 날들이었던 것 같다. 혹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일까를 궁금해하는 불안한 나날들...

아직도 그 어느 날.
기억한다.
싸우고 난 뒤에, 헤어지자고 한 뒤에 이불에서 몸을 일으켰던 그 어느 날 아침의 느낌들.
떠오른다.
그 텅빈 공포와 공포와 공포와 공포...
그 두려움을 지금 회상해보면
메마른 눈을 한참 껌뻑거리면서도 눈물이 흐르는 그런 느낌...
그런 느낌...
언젠가 나를 참 많이 좋아했던 어떤 아이가,
가슴 속에서 계속 흑흑 우는 것 같다고 했던 그런 느낌.
익숙한 모든 것이 갑자기 모두 무너져버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지금은 눈물 한 방울보다 작은 시냇물이 가슴 속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것 같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그냥 그렇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그냥 써봤다.
갑자기 외롭다거나 혹은 쓸쓸하다는게 모두 가짜 같다고 느낀다.
그냥 그랬던 거다.
그냥 그건 그랬던 것일 뿐이다.



p.s.
이건 그냥 잡생각이고, 회상이고... 
이 글에는 혹 댓글이 있어도 답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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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이해인) - 봄날의 그리움

    Tracked from 하루를 여는 시 한편 ™ 2008/03/05 00:04 del.

    No. 9 0 9 2008년 3월 4일(화)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이해인 먼 하늘 노을지는 그 위에다가 그간 안녕 이라는 말보다 보고싶다는 말을 먼저하자... 그대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아련한 노을함께 보기에 고맙다 바람보다, 구름보다 더 빨리 가는 내 마음, 늘 그대 곁에 있다. 그래도 보고 싶다는 말보다 언제나 남아 있다는 말로 맺는다. 몸과 마음이 무게를 덜어내고 싶을 때마다 오래도록 너를 그리워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벼워야 자유롭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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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nsmile  2007/11/28 19:10

    미쳐버릴것만같고 더 이상 만남을 요구한다는 것이 비참하게 느껴졌음에도 계속만남을 요구하던 그 순간...

    더 이상의 만남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많은 양의 애정이 증오로 돌변하는 순간...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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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시퍼렁어 2007/11/28 21:28

    난 아직 어린가봐요 열등감에 말걸 용기조차 없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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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agicboy 2007/11/29 00:33

    아직.. 실연은.. 당해보질 않아서 .... 그런데.. 위 글들을 보면...
    실연당하면 안되겠군요..-_-;;;...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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