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그루님(과 너바나나님)께 바통 받아서 올립니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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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랑에 관한 '정의'


불가능할 뿐더러 별 울림도 없는 것 같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네루다가 우편 배달부 청년에게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건 '메타포'로만 말해줄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 사전적으로, 어떤 추상명사들로 '정의'하는 일은 따분한 일이라고 느낀다. 물론 존 레논의 '착한' 정의가 있기는 하지만...

사랑은 사랑이지, 뭐.

한편으로 '사랑'은 낭만적인 각본이 득세하는 시대의 가장 지루하지만, 강력한 마약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여기에서 사랑은 '연애감정'에 대한 이음동의어다.  
그리고 앞으로 쓸 이야기들도 연애감정이라는 한계(?) 속에서 떠올려지는 사랑의 이미지들이다.


1-2. 어떤 장면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랑에 대한 인상적인 지적 혹은 묘사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음란서생]에서 한석규가 왕에게 고문당하면서 김민정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랄지... "사랑이라고 말하면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2046]에서 장쯔이가 양조위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랄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이건 꽤나 좋아하는 구절인데.. 그런데 지금 책이 내 자취방에 없기 때문에 정확한 문구인진 모르겠다, 대충 맞을거다)

필연보다 매혹적인 것은 우연이다.
우리들의 사랑이 잊을 수 없는 것이 되기 위해선 우리들의 사랑 위에 우연이 내려 앉아야 한다.
마치 성자 프란츠 폰 아시시의 어깨 위에 내려 앉은 저 비둘기처럼.

(라던가)

사랑은 메타포와 함께 시작한다.
사랑은 이를테면 어떤 여자가 그녀의 첫마디를 우리들의 시적 기억 속에 아로새기는 순간 싹튼다.

(라는 문장은 정말 그럴 듯 하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사랑'에 대한 단상은 이런 것이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에는 이런 구절들이 나온다.
(이것도 기억에 의존해 옮기는 거라서 정확한 문구는 아니다)

사랑은 나와 너 사이에 있다.
사랑에는 감정에는 없는 것, 한결같음이 있다.
사랑에는 필연적으로 배타성이 생긴다(이 배타성은 집착이나 소유욕에서 파생하는 그런 배타성이 아니다).

그 밖에도 정현종과 이성복과 황지우의 시들에 등장하는 '사랑'의 이미지들, 혹은 사랑에 대한 묘사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 신경림의 시, 신경림의 시를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가난한 사랑노래'는 역시나 참 좋다.

특히 이성복의 '편지2'나 '이제는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는 뭔가 울리는게 있다.
(편지2가 맞는지 아니면  다른 제목인지 좀 헷갈린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역시나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거라(시집이 어디에 있겠지만 찾아보기도 검색하기도 귀찮고) 정확하지는 않다.

처음 당신을 사랑할 때는 내가 무진무진 깊은 광맥 같은 것이었나 생각해봅니다. 날이 갈수록 당신 사랑이 어려워지고, 어느새 나는 남해 금산 높은 곳에 와 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이야 내게는 참 멀리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습니다. - 편지 2 중에서

[....] 옆에서 한 번, 한 번만 보고 싶음과 만지고 싶음과 살 부비고 싶음에 관하여 한 번, 한 번만 부여 안고 휘이 돌고싶음에 관하여 [....]


1-3. "여러분 사랑해요"


언젠가 장정일인가 누군가가 시 속에서 이런 상황, 나도 나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상황에 대한 당혹감과 싸늘한 역겨움을 표현한 적 있던 것 같다.

나는 그 시 속에서 이야기되는 '사랑'이란 건 전적으로 연애감정이고, 호르몬의 작용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혹은 그건 광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의 광기를 가장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건 물론 연예인들이다.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랑해요'라고 떠벌린다.
물론 그들은 연애감정으로 '사랑해요'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나 좀 좋아해주세요'라는 의미, 혹은 '고마워요'라는 의미로 '사랑해요'라고 하는것일테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해'라는 말을 구태여 아껴야 한다는 고전적인, 혹은 유교적인 사고의 관성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쁜 말도 아닌데, 욕도 아닌데 뭐.. 이런 정도의 감수성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연예인들의 '사랑해요'는 역겨운 느낌이다.
예전에는 정말 많이 역겨웠는데, 지금은 그 관성만큼만 역겹다.
솔직히 별 감흥이 없다는 편이 맞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 글은 아무래도 30개의 포스트 연작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질문이 30개이기 때문이다. ㅡ.ㅡ;


* 덧. 바통 받으실 분
댓글 주신 무지무장 고마운 동료 블로거들에게 바통 넘깁니당..ㅎㅎ (미루님 말씀도 있고...; )
물론 안받으셔도 되지만용...;;;


* 관련글
사랑에 관한 문답 2. 사랑해봤어?


* 발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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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사랑에 관한 29문 29답

    Tracked from 너바나나♡아홉그루 2008/12/29 13:06 del.

    1. 사랑은 무엇인가?어떤 일이나 경우를 당해도 손해 본다는 느낌이 없는 상태. 2. 사랑을 해 본 경험이 있나있다. 두 번 정도는 될 것이다. 3. 첫사랑이 찾아온 때는10대 후반인데 갑자기......, 4. 양다리 걸친 사랑도 해봤나기회가 된다면 해봤으면 한다. 짜릿하지 않겠나. 5.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이성애나 동성애나 똑 같다고 본다. 6.짝사랑도 사랑인가순수한 사랑 중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7. 사랑 때문에 괴로웠던 적은그 당시는 엄...

  2. Subject : 가난한 사랑 노래

    Tracked from 너바나나♡아홉그루 2008/12/29 14:08 del.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 신경림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 (두점 베어스)방범대운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머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너바나나 2008/12/29 14:07

    사랑해라는 말을 아껴야한다는 거이 유교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전적이란 생각은 들구만요. 근디 고전적인 것을 좋아해서리 전 아끼는 것을 선호하구만요. 사랑이라는 가치가 너무 떨어지는 듯싶어서요. 오죽하면 "사랑이란 말은 너무너무 흔해 너에게만은 쓰고 싶지 않지만"이라는 명언을 임병수씨께서 하셨겠습니다.흐흐

    그나저나 이런 엄청난 바통놀이를 하려고 하시다니! 30편으로 나누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구만요. 진짜로 담편이 올라오는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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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29 17:28

      이런 지속적 떡밥(?)을 물면, 처음에는 하루에 하나씩 써야지 이러다가 결국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이번에는 어찌 될는지 모르겠네용. : )

  2. 비밀방문자 2008/12/29 14:10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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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29 17:28

      아이코 그랬고만요.. ^ ^;;

  3. 덱스터 2008/12/29 18:45

    제일 어려운 트랙백 놀이네요 -_-;;;

    전 이 놀이는 잠시 비껴서...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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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29 22:02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는거죠, 뭐. ^ ^;
      짬 나시면 받아주시죠. ㅎㅎ

  4. 띠용 2008/12/29 20:01

    우왕 민노씨도 하셨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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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LieBe 2008/12/29 20:41

    이런 바통은 안받아서 다행......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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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29 22:12

      아, 원래는 짧은 문답으로 간단히 하시던데 말이죠. ^ ^;;
      저만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하는겁니다...;;;
      바통 좀 받으시죵. ㅎㅎ

    • LieBe 2008/12/29 23:49

      이 바통을 받으면
      원체 솔직하게 쓰는 습관, 혹은 버릇 때문에...

      인간 말종으로 찍힐 우려가 있어서,.....ㄷㄷㄷ

      사랑이라니....이런!!!

    • 민노씨 2008/12/30 00:51

      ㅎㅎㅎ
      연애담(관)이 좀 과격하신 모양입니다. ^ ^
      그러니 더 궁금해지는군용.

    • LieBe 2008/12/30 00:54

      온몸으로 거부합니다...

      lol

    • 민노씨 2008/12/30 01:03

      ㅎㅎ
      그러시고만요.
      아, 그런데 방명록에 제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당.. ^ ^;
      좀있다 시간이 되시면 살펴주시길 바랍니당.

  6. 제니 2008/12/29 20:56

    30개요??+_+우왓...
    저보고 쓰라면 절대 못 쓸듯...
    사랑을 해본적이 없어서..삐질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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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29 22:13

      저도 쓰다가 말지도 몰라용..;;;;
      그래도 꾸준히 한번 써볼까 싶기는 하지만용..;;;

  7. 금드리댁 2008/12/29 22:35

    영화에서 찾자면 첨밀밀에서의 그 눈빛? 정도 ㅎㅎ

    일포스티노 정말 오래전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던.
    그러나 잊고 있었던 영화였는데..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 사랑은 메타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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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30 00:46

      첨밀밀도 참 짠하죠...ㅎㅎ

      일 포스티노는 정말 정말 최고의 영화가 아닌가 싶네용.
      필립 느와레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능...

  8. 쿨짹 2008/12/30 01:42

    ㅎㅎ 30연작.. ㅋㅋ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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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30 02:16

      별 것 아닌 잡문을 기대해주신다니..
      말씀만으로도 고맙심다. ㅎㅎ

  9. 미루 2008/12/30 02:07

    저도 바통 ㅠ.ㅠ
    오랫만에 블로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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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30 02:17

      바통 받아주세용! ㅎㅎ

      추.
      미루님 덕분에 끄트머리에 덧글 추가했습니당.

  10. 민노씨 2008/12/30 02:17

    * 덧. 부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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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민노씨 2008/12/30 16:28

    * 제목 수정. "에 관한" 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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