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에 관한 장관고시가 확정 발표되었다(2008. 5. 29. ). 그리고 행정안전부에 관보 고시를 의뢰했다고 한다. 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되는 오는 3일(2008.6.3)이면 그동안 수입이 중단되었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재개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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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감흥 없다.
산책 삼아 청계천 광장이나 가볼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신거다, 요 며칠 잠도 제대로 못잤구. 피곤해 죽겠어. 소위 '정치/사회' 블로거로 (나와는 상관없이 한RSS에서 그렇게 한거지만) 분류된 블로거 민노씨(때론 정말 민노씨라는 내 또다른 온라인 실존은 나와 멀어져서 객체화되기도 하는데... 이건 오프라인 실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긴 하다. 그러니 '나'는 항상 주체이지만, 나에게조차 '객체'다.)가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에 관해 전해 듣고 떠올리는 건 이런 잡생각들이다. 아, 그리고 지금은 EBS에서 '빨강머리 앤'을 할 시각이군, 이런 생각도 잠시. 일요일 오전에 몰아보면 되지, 뭐... 이런 따위의 생각들을 블로거 민노씨는 멍 때리며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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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산다는 건 흥미진진한 모험이다.
멍 때리며 뽀송뽀송하고, 그래도 훈훈한 '1박2일'이나 보면서 하하호호하거나, 온갖 대출광고로 도배되다 시피한 케이블의 막장 프로그램들 보면서 세속적인 호기심과 욕망을 끊임없이 시험 당하는, TV 브라운관이라는 21세기 매트릭스에 갇힌 죄수... 그게 대한민국의 소시민들이다. 그러니까 정권에서도 이렇게 국민들 만만하게 보고 막 나가는 거 아닌가 싶고....

(어제는 여기까지 썼다... 다시 이어서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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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을 "언제든 자를 수 있는 종업원" 취급하거나, 혹은 '인터넷 찌질이' 취급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이자들 하는 짓거리를 보건대) 그럴 것 같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은, 이제 없는 영혼을 탁한 구정물로 채워넣고, 국민들을 인터넷에 중독된 찌질이 취급한다. 보람없는 대국민담화씩이나 하면서 명박도 이제 소통을 운운하지만, 이건 모두 "훼이크"다. 토론하기 죽기보다 싫어하는 이 CEO는 자신이 인기가 없는 이유를 거기에서 찾는 것처럼 연기한다. 그런데 실은 이자들이 하는 생각이란 건 소통에 대한 갈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종이 유사의 어떤 것'(조중동)에서  피력하는 '엘리트주의'(그런데 물론 이자들이 떠벌리는 엘리트주의는 본래적인 의미의 제한적으로나마 의미를 갖는 그 엘리트주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이런 허접한 엘리트가 세상에 어딨나.. ㅡ.ㅡ; )에 기반한다. 이명박과 그 일당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소통이 부족한 게 아니라, 무식하고 찌질한 국민들에 대한 '세뇌와 선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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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이 길었는데, 어제 [미디어토크]를 녹음하면서, 링크님께 들은 소식이 장관고시 발표 뒤의 느낌과 겹쳐서 끄적거렸다. 이 별 길지도 않은 글을 이틀 동안이나 나눠 쓰다니... 요즘은 뭘해도 기운이 나지 않는다, 얼마전에는 스팸댓글 때문에 블로그툴을 오랜만에 업데이트했는데(텍스트큐브 1.6.3버전으로), 이전에 피드버너 포워딩과 관련한 설정 때문인지 RSS도 먹통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임시변통으로 그 포워딩 설정을 지워버리긴 했지만(피드버너 기입주소 기존 RSS 주소로), 이게 제대로 한건지도 모르겠다(덕분에 RSS 구독자 수도 꽤 줄었고.. ㅎㅎ. 물론 수치에서만 사라진거지만..)

암턴...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세운 정부에 의해, 그 정부에서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밥먹는 공무원들에게 찌질이 취급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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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스스로 국정홍보처를 없애서 후회한다는 소식을 듣고, 윤인촌은 그렇다면 문화부가 그 역할을 해야겠다고 설레발 치던 그 연장인 것 같기도 한데... 뭐랄까, 이런 정부라면, 이런 걸 '공부'씩이나 하는 정부부처라면, 세금이 아까운 건 둘째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건 둘째로, 이런 진짜 찌질이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씩이나 한다는 공무원이라는게 서글프다.

왜 문화부에서 5공 때 안기부가 하던 짓거리를 21세기에 하고 앉았나?
정말 이러면서도 밥은 먹고 다니는건지...

정말 정신차리자.
우리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박찬희 같은 어처구니와 이런 자를 강사로 초빙해서 공부씩이나 하는 문화부 홍보지원국 공무원들에게, 그러니까 '엘리트씩'이나 되는 황당무계들에게 계속 찌질이 취급이나 당할 수 밖에 없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교육 자료 입수

‘외롭고 가난한’ 네티즌 대응방안은 ‘세뇌와 조작’

“(인터넷)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
어차피 몇 푼 주면 말 듣는 애들에게 왜 퍼주고 신경쓰는가.”

[...] 이 자리는 이명박 정부가 5월 초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집담회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던 시점에 마련됐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가한 이날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는 68쪽짜리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자료가 활용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해당 문건의 내용은 홍보담당 공무원 교육용이라고 보기에는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 특히 방송이 감성적 선동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기본적으로 감성에 민감하다. 신문의 상대적 위축과 방송의 부상 속에서 <미디어오늘> 출신 방송쟁이가 <조선(일보)> 데스크만큼 괴롭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식한 놈이 편하게 방송하는 법이 대충 한 방향으로 몰아서 우기는 것이다. 신강균, 손석희, 김미화 등 대충 질러대서 뜨고 나면 그만이다.”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공간을 기본적으로 ‘저급 선동의 공간’이라고 정의한 뒤 젊은 층은 아무 생각도 없고 비판적 이성의 밑천도 바닥이라고 폄하한 대목도 문제다.

“이해찬 세대의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니 직업전선에 더욱 급급하고, 하다 안 되면 언제든 허공에 주먹질할 것이다. 최루탄 3발이면 금방 엉엉 울 애들이지만 막상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이 부리기엔 아주 유리하다.”

황당한 대응방안도 나왔다. 핵심 키워드는 ‘세뇌’와 ‘조작’이다.

“다양해진 미디어를 꼼꼼하게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지만 정성스런 답변에 감동하기도 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붉은 악마처럼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하다.”

이날 교육에서는 마지막으로 언론 대책과 관련해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소프트 매체에 대한 조용한 (취재) 아이템 제공과 지원도 효과적”이라고 끝맺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해당 교육은 문화부 공식 행사가 아니라 홍보지원국 소속 12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부모임 같은 것”이라며 “(문제의) 교육 내용을 문화부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로 참고하겠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 한겨레21, '“부정적 여론 진원지, 적극적 관리 필요”' 2008년05월26일 제712호 중에서



* 관련 기사
"대중은 멍청…인터넷매체 몇푼 쥐어주면 돼"
정부 홍보담당자 교육자료, 박찬희 교수 '황당한 '강연내용 (미디어오늘)

(2008년 05월 28일 (수) 16:08:34)

"조중동에 꿇던 것 30%만 꿇으면 더욱 확실한 공작효과.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비판적 미디어비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특히 비판적 미디어비평을 하는 기자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에 대해 "비판성의 상당부분이 메인 스트림에 못낀 좌절을 포함한다"며 "(이들에게) 엉겨주면 너무 뿌듯해한다"고 했다.

[.... ]

박찬희 중앙대 교수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중이 멍청하며 선동과 조작의 대상'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취지로 작성했을 뿐 대중이 멍청하면 되겠느냐"며 "어차피 논문도 아닌 강의자료인데 말할 수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자료 아니냐. 그런 표현을 갖고 몰아세우거나 꼬투리를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관련 팟캐스트
미디어 토크 25회 - 시민과 정부와의 치킨게임 (link & 민노씨)


* 관련 추천글
펄의 Feelings… :: 광우병 괴담(?)과 대우조선 해외 매각 괴담: 인터넷은 놀랄만한 잠재력을 지닌 가능성이다. 그 힘을 스스로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자기비판 없는 비판권력은, 그 비판주체가 시민(이라는 이미지로 위장한 어떤 특정한 당파적 집단)이라도 조중동과 다르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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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2MB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Tracked from 김기자의 인터넷안주 2008/05/31 11:06 del.

    이 글의 발아점은 민노씨의 글 '어차피 인터넷 찌질이들인데 뭐.. ' : 쇠고기 장관 고시 발표에 부쳐 에서 시작된다. 난 이렇게 글을 써보긴 처음이나 생각해 보긴 했던 것이다.그동안 생각해 왔으나 잊었던 것을 글을 보고 생각나 적는 뭐~ 대충 이런 상황이라 이해하면 쉽겠다.또한 민노씨의 글에서 시작했으니 기왕한거 흉내도 내보자!부제: 국민들이여 이젠 깨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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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putian 2008/05/31 03:26

    전 이번 사태를 쭉 봐오면서, 정부가 시민들을 진짜로 바보로 아는가보다 싶었는데, 기사를 보니 이건 어휴.

    이명박도.. 10년 후 자신이 했던 짓을 보면서 부끄러움에 몸을 비비 꼴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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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31 03:47

      부끄러움을 아는 자라면 이런 황당한 반응들을 계속해서 연속콤보로 보여주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ㅡ.ㅡ;

  2. 강철지크 2008/05/31 05:52

    찌질이들의 한풀이 공간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요 정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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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31 09:07

      아무래도 좀 그런 것 같죠? ㅡ.ㅡ;
      물론 문체광부의 일부사례를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3. Magicboy 2008/05/31 10:41

    .... 할말을 잃게 만들어주는 군요...ㅋㅋ...

    혹시나..저도 몇십 년 뒤에는 저런 짓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끔 섬칫하기도 합니다. 저 사람들도 분명 젊었을 때는 나름 훌륭한 사람들이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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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31 11:31

      저도 너무 어마어마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보단..
      뭐랄까, 헛웃음이 나고, 허탈하더군요...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마세용~! ㅎ

  4. 단군 2008/05/31 17:51

    미친놈들...찌질하기는...한심하기도 하고...그러니 나라꼴이 이 모양 이 개판 이지...아직도 구습에 물든 자신들의 뇌 조직을 그대로 신 문화에 적응 하려니 그게 되겠냐고요...영어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그 간단한 협상문 하나 제데로 해석 못해 국제적으로 쪽팔림을 당하질 않나...완막 정부 입니다...할 말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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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6/01 19:12

      많이 흥분하셨네요. ^ ^
      그 심정 십분 이해합니다.
      다만... 너무 격한 표현들에 대해선.. 우리가 그들과 같은 수준의 수사들을 남발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 그들에 대해 도덕적, 철학적 우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다만 진영만을 달리한 것이 되지 않을까 싶은 염려도 듭니다. 이 점 깊이 혜량해주시기 바랍니다..

  5. 규하 2008/06/02 13:43

    멍청한 대중의 세뇌도 못 하는 놈들은 뭐냐..
    세뇌 못 시킬꺼면, 조용히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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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앤나도좋아해요 2008/07/01 11:14

    저 '가난하고 소외되고' 그래서 외로운 '서민' 맞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어차피 주류에게 진 게임이라고 아예 포기할 이유는 없잖아요?

    노력 여하에 따라 '주류와 비주류의 권력 균형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거'라는 게 그동안 주류가 열심히 외쳐온 이데올로기였잖아요.

    그러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그 권력 관계를 깨뜨려보자고 들고 일어나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는 결론.

    그쪽에서 친절하게도 결론을 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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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7/02 22:44

      앤을 좋아하시는군요!
      요즘엔 일요일에 앤 재방송 보는게 제 유일한 낙입니다. ㅠ.ㅡ;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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