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거님의 중대 발언이 있었습니다.
저한테만 중대한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굳이 독립적으로 포스팅합니다.
의도적으로 존칭은 생략합니다.
블로기즘과 블로그 저널리즘 [연재1].
; 아거, blogism.org를 버리다.
0. 아거, 그리고 블로기즘의 우울한 어떤 날.
'아거'라는 어떤 블로거가 있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안다는 것은 확정인가, 아니면 어떤 불확정인 유보인가?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확정적으로 안다는 건 불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여 텍스트는 의미론적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하고, 그 텍스트를 둘러싼 문맥도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그 텍스트 자체의 의미론적 변화를 이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는 아니고,
어제의 그것이 오늘의 그것은 아니며,
나를 둘러싼 이것들은, 당신을 둘러싼 그것들과는 또 다르다.
다만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는 적어도 '블로기즘'이라는 이제 막 생성된 어떤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블로거다. 혹은 블로기즘이라는 신생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발언을 해왔던 블로거다.
그렇다면 그 블로기즘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라고 당신을 물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선 후술하기로 하자.
그런 그가 'blogism.org'라는 도메인을 버렸다.
그가 '그 도메인'을 버린 날을 기억하고자 나는 쓴다.
좀 낭만적인 어감으로, 이 씁쓸한 기억을 좀더 확실하게 붙잡고자, 쓰자면, 아거가 'blogism.org'를 버린 그 날을 후세의 '블로그사가'들은 '블로기즘의 우울한 어떤 날'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ㅡ.ㅡ;
마치 제임스 조이스와 [율리시즈(Ulysses)]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6월 16일 더블린에서 열리는 정기 문학축제인 블룸즈데이(Bloomsday)처럼(참고로 [율리시즈]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 Leopold Bloom). ㅡ.ㅡ;
2007년 4월 13일.
나는 이 날을 '블로기즘의 우울한 어떤 날'로 부르련다.
과장하지 말라고?
적어도, 이미, 나에게는 그렇다.
블로거들은 모두 서로 영역을 달리한 우리시대의 사가들인 것이다.
1. 블로기즘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은 난감함이 존재한다.
너무 열려 있는 개념이면서, 거기에 의식적인, 주체적인 투여들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이입되는 순간, 정반대의 가치로 돌변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를 포함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선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다수설로서의 '저널리즘'이 존재한다.
혹은 저널리즘적 가치들, 그 지향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 그 용어를 매개로 한 의미소통 성원들끼리의 암묵적 합의와 기대적 가치체계가 존재한다.
그 다수설로서의 '저널리즘'은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을 중핵으로 한다.
하지만 그건 다수설적 가치체계, 권력체계, 지배적 담론생산집단이 선동적으로 유포하는 하나의 허상에 불과하며, 블로기즘은 그 저널리즘이 '농담'이라고 말하고 있다. 혹은 블로기즘은 그 저널리즘을 '농담'이라고 말할 수 있는 혁명적 잠재력을 그 안에 담고 있다.
다만 블로기즘은 이제 막 탄생한 개념이다.
블로기즘은 아직 갓난아이다.
그 개념은 당신들에 의해, 그러니 블로거들에 의해 정립되어야 마땅하다.
2. 블로기즘과 (블로그) 저널리즘
아직 개념정립된 것이 아니라는 전제를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블로기즘은 (전통적) 저널리즘에 종속하는 가치가 아닌 점은 분명하다.
아거는 말하고 있다.
아거의 언급을 들어보자.
요즘 보면 “블로그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쓰는 블로거들과 기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엊그저께는 연합통신 사람이 올블과 무슨 제휴를 맺으면서 “블로그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런 표현은 그들이 “블로그”라는게 혹은 “저널리즘”이 뭔지 모르거나, 아니면 둘 다 뭔지 모르는데 기인한 개념없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거, http://gatorlog.com/?p=705 중에서
아거의 불만섞인 지적에는 다음과 같은 함의가 숨겨져 있다고 나는 해석한다.
1) 블로기즘와 저널리즘은 '서로 다른' 어떤 것이다.
2) (전통적) 저널리즘을 이루는 중핵이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과 '그것의 전달'을 사명으로 한다면, 블로기즘은 전통적 저널리즘의 '불편부당'이라는 객관성의 신화, 그 반대편에서, 그것을 극복하거나, 혹은 거기에 저항할 수 있는 에너지와 가능성을 갖는 어떤 것이다.
3) 블로그 저널리즘, 이란 용어는 블로기즘을 '저널리즘'의 아류, 혹은 거기에 종속된 어떤 것으로 취급되어도 괜찮다는 것을 블로거 스스로가 용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거는 블로기즘의 방향이, 그 개념필요적 요소가 '주관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내 해석일 뿐이다. 그리고 해석은 '정답'이 아니며, 세상의 모든 용어들이 '서로 대립적인 권력관계가 만들어내는 유보된 다수설'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나는 블로기즘이 갖는 개념필요적 요소로서의 '주관성'의 가치가 영속된 요소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럴 수 있으리라 기대할 뿐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개념은 그 개념을 둘러싼 권력작용들을 통해서 변화한다.
각설하고, 아거의 목소리를 좀더 들어보자.
편집자의 게이트키핑과 광고주의 제약, 혹은 정보원과의 관계, 그리고 이른바 "객관성"과 "중립성"이라는 허울뿐인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저널리즘이 쏟아내는 비평은 무딜수 밖에 없다. 이런 통제와 이해관계에 초연한 블로거에게서 여과없는 신선한 혹은 통쾌한 목소리를 듣는다는게 또다른 블로깅의 즐거움이다.
지켜지지도 않을 "중립성"과 "객관성"이라는 언론의 신화를 흉내낸다고 하면 그것은 블로그가 아닐 것이다. 의견을 내는 블로거라면 "이쪽도 싫고 저쪽도 싫다. 모두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자포자기식, 혹은 현실도피식 반응들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첨예한 이슈에 하나의 관점과 의견이라도 더해 줘야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블로거는 매직 대신에 자판을 두드리며 "인터넷 시대의 대자보"를 계속 붙여대는 "인지적 활동가(cognitive activist)"일 수도 있다. 그게 지속적이고 일관되며 소신있는 목소리라면 수구꼴통의 입장을 대변하건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건 모두 활동가이다.
- 아거, [블로기즘과 저널리즘 2] http://gatorlog.com/mt/archives/002340.html 중에서
3. 블로기즘의 방향, 블로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는 블로그가 인터넷과 웹이라는 놀라운 발명품, 그리고 웹을 매개로 한 기술의 비약적 진보라는 물적 토대에서 생겨난 혁명적 매개체로 생각한다. 그 블로그 육체의 소통 기제들은 이전의 소통적 매개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다.
블로그를 통한 쓰기와 읽기, 그리고 소통구조는 기존 저널리즘, 특히나 종이신문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갖는 점에서, 전통적 저널리즘의 소통구조와는 본질적으로 대비되는 점에서 블로기즘, (그 블로그 육체에 부합하는) 그 블로그의 정신에 대한 논의들은 당연히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논의는 당연히 정보 생산자와 정보 소비자들의 간격을 메우고, 그들이 어떤 '관계'를 통해 서로의 소통 가능성을 효율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쉽게 말하면, 블로그 시대의 민주주의적 소통 모델에 대한 고민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블로기즘은 고사하고, 블로기즘이 저널리즘의 따까리로 전락하는 풍경이면서, 거대 상업미디어들의 시스템 속에서 그 혁명적 잠재력을 파괴당하고 있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아거의 지적은 블로기즘이 기존의 저널리즘의 아류로 전락하고, 거기에 종속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또 그 블로기즘의 가능성이 거대 상업매체들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종속적인 변수들로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준엄한 경고에 다름 아니다. 나는 아거의 씁쓸한 고백을 그렇게 해석한다.
다만 아직 블로기즘은 갓낫아이이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나는 블로그가 우리시대의 다윗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블로그가 다윗이라면, 우리시대의 골리앗들은 블로거들을 자발적인 포로로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는 그 거대 시스템들이다.
그 거대시스템에 대한 관계설정에 대해서는 쉽게 어떤 방법론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확정적으로 기술하기가 난감하다. 나는 아거와는 다른 전망을 갖을 수도 있고, 아거가 설정한 방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그것을 비판할수도 있다. 다만 우선 아거의 방향이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를 아거의 독자로서, 그리고 아거의 동료 블로거로서 기대할 뿐이다.
블로기즘을 물어뜯는 아거의 이빨을 보고 싶다.
p.s.
1. 본문 중에서는 아거라는 블로거의 실체를 좀더 냉정하게 기술하려는 의도로 존칭을 의도적으로 생략했습니다. 아거님의 너그러운 양해를 바랍니다.
2. 이 글은 초안 혹은 총론에 불과합니다. 좀더 미시적인 주제들에 관해서는 기회가 닿는데로 좀더 끄적거릴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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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Creative Commons 그리고 저작권, 국내 음반시장이 사는길은?
Tracked from S2day.com 2007/04/18 12:45 del.크리에이티브 커먼즈는 과연 어떤것일까? 원저작권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많은데 사실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있다. 원저작권자의 권리를 인정하되, 컨텐츠의 공유가 주목적인게 Creative Commons이다.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Creative Commons, 웹2.0시대의 진정한 UCC를 꿈꾼다 - CC 프로젝트 리더 윤종수판사 "의 인터뷰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적은양의 애드센스의 부착은 비영리이며, 과도한 애드센..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중대 발언이 아니고. 예전 일을 회상한 겁니다. 도메인을 버린 것은 꽤 오래 된 일입니다. 1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 글은 선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최근에 잇권 관련 글을 올린 저널리스트가 해고된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 올린 글입니다.
죄송합니다. 오해를 하게 해서...
앗! 그러셨나요? ㅠ.ㅜ;;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저로선 정말 심각하게 읽었거든요.
제가 너무 비약적으로 해석했나 봅니다. ^ ^;;
다만 아거님의 블로기즘에 대한 좀더 직접적이고, 좀더 미시적인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들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 )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육체라고 이미 정의가 내려진 이상 그 정신 또한 예외는 아닐 듯싶구만요.
너무 어렵습니다. ㅠ.ㅜ;;
조금만 풀어주시지요. : )
아, 별 얘기아닙니다. 이 글과 핀투가 안 맞는 얘기를 한 것 뿐입죠.
블로그란 육체가 어떻게든 쓸 수 있다고 이미 정의 내려진 이상 이 넘의 정신도 육체에 따라갈 수 밖에 없지않나, 따로 가고 있다는 것입죠.
역시나 좀 어렵네요. ^ ^;;
제가 가끔 좀 둔해서요. ㅠ.ㅜ;;;
사실은 자주 좀 둔하죠. ㅡㅡ;;
블로기즘을 물어뜯는 아거의 이빨을 보고 싶다.
이 문장 느낌이 좋은데요. ^^;
아거님과 민노씨가 공간적으로는 멀리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 가깝게 연결(음..Connected라고 하면 될까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분의 댓글들과 트랙백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 계속 좋은 말씀 나눠주시면 저야 많이 배워갑니다.
그 문장은 좀 너무 자극적(--;;)이지 않았나 싶었는데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요.
저로선 일방적으로 배우는 입장이죠. ^^;
가즈랑님께서도 좀더 적극적으로 뛰어드시면 제가 배울 게 좀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