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본질은 블로거가 블로그 안에 투사하는 '그'의 개성이다.
그것은 천차만별이라서 어떤 블로그가 어떤 블로그보다 '객관적으로' 우월하거나, '객관적으로' 열등하거나는 있을 수 없다. 물론 블로그 안에는 명백한 '고민과 인식'의 차별적 위계들이 있다. 이것을 나는 긍정한다. 그렇다고 박사님, 교수님이 쓴다고 해서 그 고민의 깊이가 커지거나, 정보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것은 자주 가장 어리석은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지불하는 속물근성의 오류일 뿐이다.

하지만 블로그는 그 자체로 콘텐츠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나의 기록이 당신을 위한 콘텐츠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어쩔 수 없이 그렇다. 왜냐하면 블로그는 이미 (내 안에서 나와) '세상 속'에 있고, 따라서 관계적 맥락 속에 있으며, 그 자체로 '매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이미 '의미'다.

블로그가 갖는 또 다른 본질은, 혹은 그 미덕은 '독립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자명하게도) '혼자 블로깅'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블로그의 독립성은 오히려 그 '짝말'로서 '관계' 혹은 '대화'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니 블로그의 독립성은 '자신의 진실'로 자신과 세상에 대해 말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내가 가장 피하는 블로그는 '상품 진열장'으로서의 블로그다.
거기에선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다.
거기에선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
그 '진열장'은 굳이 블로그로 존재할 필요가 없는 '알 수 없는 모자이크'들일 뿐이다.
그런 블로그는 대개 '트래픽'이 그 블로그의 처음과 마지막일 뿐이고, 거기엔 '대화'가 없다.
대화가 없는 블로그는 (적어도 나에겐) 블로그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블로깅하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블로거에게 가장 큰 즐거움은 그 '함께'라는 단어 속에 있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우리가 서로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때론 열렬히 공감하고, 또 때로는 이견을 통해 다투는 건, 이 빌어먹을 세상이 너무 외롭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서로 목소리도 섞고, 서로 투정도 부리면서, 때론 아이처럼 즐겁게 서로의 풍경 속에 뛰어드는거다.
그게 내가 블로깅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다.

그냥 외로우니까.
다른 건 오히려 부수적이다.
그러니까 블로그가 '놀이터'라는 말은 딱 맞다.
그 놀이터는 때론 너무 무겁고, 진지해서... 마치 학예회 발표를 앞둔 수줍은 아이처럼 잔뜩 긴장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러니 우리가 블로그에 지불하는 가장 큰 대가는 애정과 관심이다.
그 애정과 관심이 지속되는 시간이고, 그 불가사의할만큼 놀라운 온라인 실존의 체험들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는 그 가능성들이다. 그것은 기적과 같다. 내 블로그 애드센스를 클릭할 수 있는 그 확률이나, 코딱지만큼 작은 블로그판에서 누가 누가 잘났나 순위 놀음에 빠지는 그런게 아니라, 우리가 블로깅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동료이자 친구이고, 스승이자, 또 다른 세상 그 자체인 그 '어떤 블로그' 때문인 거다.




당신은 왜 블로깅하는가?





추.
편한 가정.
'아마도'를 붙여서 말해보면...
나는 이 블로그가 없었다면, '아마도' 진작에 블로그를 그만뒀을지도 모른다(물론 안그랬을 수도 있지만 : ).
최소한 그 블로그가 없었다면, 내 블로그의 풍경은 정말 많이 달라졌을거다.
그런 블로그에서 이런 격려를 받는 건 '파자마를 입든, 입지 않든' 즐거운 일이다.
이 글은 그 즐거움을 기록하는 '일기'일 뿐이다.
그러니 이 글은 당신을 위한 콘텐츠가 되지 않아도 좋다.
이 글은 나에게는 이미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그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일부이기도 하다.


* 이 글은 '블로깅의 두려움'과 짝으로 쓴 글이다.


2008/02/26 10:11 2008/02/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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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08/02/26 11:00
제 블로그는, 거의 일기장 수준이에요. 뭔가 이거다! 싶은 걸 쓰거나,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남기거나, 생각을 정리 해 둔다거나, 가끔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토해내기도 하고. 제 지인은 '배설물' 이라고 표현을 했지만요. -그것도 아주 틀린말은 아닌 것 같아요... 흐흐

블로깅을 한지 4~5년쯤 된 것 같은데, 시작할 무렵의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새삼 즐거운 일이더라구요. 아, 그때의 나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추억이 담겨있는 일기장..의 느낌..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2:08
블로그는 적어도 자신에게는 가장 의미있는 기록인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에 비례하는 가치를 갖는 것 같아요.
문득 십년 후에 이 블로그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혹은 십년 후에도 이 블로그는 '생존'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생존에 대비해서(?) 좀더 솔직하게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 )
wrote at 2008/02/26 11:16
저도 뭐 거의 혼자서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긴 하지만...
혼자서만 만족하는 수준입니다.
그러고 있다가 주변에 친한 사람들하고 가끔 만나면...
블로그 잘 보고 있단 얘기만 들을뿐...
실제적인 소통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2:14
'우리동네 이야기'는, 제가 본가가 그 동네라서요,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ㅎㅎ).
http://www.hjazz.com/wordpress/archives/766

저도 그런 '오해' 많이 받았습니다.
실상은 전혀 아닌데 말이죠.

그 글 마지막에 쓰신 말씀처럼 '마음이 가난한 동네'라는 생각도 들곤 했던 것 같아요. 특히나 중학교 때 처음 그곳으로 이사하면서는 왜 그리 그 동네 풍경이 싸늘하게 느껴지던지...
wrote at 2008/02/26 11:20
블로깅을 거의하지 않고 있는 요즘이라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블로깅 하고 다른 블로그를 발견하고 하는 것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건
확실하죠.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나저나 민노씨의 필체는 근래에 좀 변하신듯. 쉬워졌다고 해야하나.. :)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2:17
'흥인지문 보호필요' 이후로 너무 쉬시는 것 같습니다.
http://grokking.tistory.com/466

그로커님의 애독자로서 좀더 자주 그로커님 글을 읽고 싶네요. ^ ^;;
물론 육아 때문에 바쁘신 것은 미뤄 짐작하고 남음이 있지만요.


추.
그리고 바통은 언제 받으실겁니까? ㅡㅡ^
http://www.minoci.net/379
wrote at 2008/02/26 11:23
저런 칭찬을 받으면 정말 블로그 할 맛 나겠는걸요!!
부럽고나~~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2:18
어젠 정말 블로깅 왜하나.. 싶은 생각이, '블로깅의 두려움'에 썼던 것처럼요, 있었는데 말이죠.
격려가 과하긴 하지만.. 블로깅하는 큰 보람이자 즐거움이네요. : )
wrote at 2008/02/26 11:50
민노씨네 블로그에서 이렇게 공감하고 (제가) 이해하기 쉬운 포스팅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요. 전 왜 블로깅을 하는걸까요? 자주 생각해보게 되는데 딱히 이거다라는 답은 안나오는 거 같아요.

외로움... 아마도 가장 적절하면서 간단한 답이 아닐까하네요.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2:19
쿨짹님께서 이해하기 어려운 포스트라면... ㅡㅡ;;
그건 전적으로 제 포스트의 문젭니다.
좀더 어깨에 힘 좀 빼야겠네요.
물론 힘줄 어깨가 없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요.
wrote at 2008/02/26 13:58
저는 제 블로그에 저를 담으려 합니다.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담으려 한다면..그건 정말 전시장에 불과하겠죠.

전 민노씨님 블로그에서 민노씨님을 읽을 수 있어서 즐겁답니다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5:14
자기 아닌 인생을 살기 위해, 좀더 정확히는 오프라인의 실존과는 다른 온라인 실존을 살기 위해 블로깅하시는, 제가 몹시 좋아하는 블로거도 계십니다. : )

그런데 그것도 '자기'이긴 한 것 같아요.
wrote at 2008/02/26 14:21
저 자신에게는 확실히 의미있는 블로그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10년 전에 쓴 일기장을 들출 때 느껴지는 감정을 10년 후에 블로그에 기록된 글들을 읽으며 느끼고 싶네요.
그 부족하면 부족한대로의 글들을 말이죠.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5:15
그러게요.
그 십년 뒤에 펼치는(?) 블로그들은 정말 생각만해도 묘한 느낌입니다.
wrote at 2008/02/26 14:35
블로깅, 왜 하냐고 물으면 이제는 그냥 웃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요즘 먹고 살기 너무 바뻐서요 ㅡㅜ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5:15
저도 먹고 살 걱정하면.. ㅡ..ㅡ;
잠이 안옵니다. ㅎㅎ
wrote at 2008/02/26 15:09
아무 이유 없이 블로깅을 하면 안되는 건가요 ^^;;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5:16
안되긴요. : )
우문현답이십니다.
wrote at 2008/02/26 17:40
원래 그냥 하지만 굳이 이유를 찾으라면,
태터라는 툴이 있어서 블로그를 했던 것 같습니다.
카메라가 있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과 비슷할까요? ^^

실존의 문제는 늘 해답이 없네요..!
민노씨 
wrote at 2008/02/26 18:41
독특한 이유셨네요. ^ ^
문득 무척 매력적인 이유로 느껴집니다.
그 우연성이 인생 같기도 합니다.
아거 
wrote at 2008/02/27 01:49
isanghee님 의견을 들으니 전 Ecto라는 블로그 툴이 블로그를 계속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습니다.

http://gatorlog.com/mt/archives/001707.html

"Kung-Log가 없다면 아예 블로그를 쓰지 않을 것입니다. 장문의 글을 쓰고 이미지 편집을 자주하며, 각종 HTML태그를 빈번히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너무나 소중한 프로그램입니다."
민노씨 
wrote at 2008/02/27 07:53
예전에도 아거님의 글 혹은 댓글을 통해 접한 기억이 있습니다. : )
링크로 보내신 글은 오늘 새벽에 읽고 ecto for windows를 다운 받기는 했는데.. 기한이 있는 소프트웨어더군요. 그런데 실은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 파폭에서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걸 예전에 한번 실험삼아 사용했다가 썼던 글을 날려먹는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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