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사냥꾼

2007/06/28 22:47

트래픽 사냥꾼.
트래픽 사냥꾼은 오로지 애드센스, 혹은 애드클릭스를 통한 '수익 만을 위해서' 블로깅하는 블로거를 내 나름으로 지칭하는 표현이다. '트래픽 사냥꾼'이란 표현은 따라서 가치중립적인 표현이 아니다. 여기에는 못마땅함, 비난, 비판, 싫음, 짜증스러움이 당연히 담겨 있다. 물론 '트래픽 사냥꾼'은 그 행태, 행위를 지적하는 거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돈 싫은 사람 어딨나? 나도 방구나 뽕이나다. 인정한다. (살짝 가필)

블로그계에 점점 더 트래픽 사냥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거듭 말해왔지만 나는 블로그 수익 모델로서의 애드센스, 혹은 애드클릭스 모델에 대해 어떤 거부감도, 어떤 편견도 없다. 언젠가 한달 평균 방문객이 1천명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유지되면 애드센스를 부착할까 싶다고 했는데, 지난 두 달 동안 평균적으로 일일 평균 1천명을 상회하는 방문객들이 내 볼 것 없는 블로그에 방문하고 있다. 그래서 7월 1일부터는 나 역시 애드센스(혹은 애드클릭스), 그리고 올블릿을 장착할까 싶기도 하다(안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나는 통상적인 애드센서, 혹은 애드클릭서들에게 전혀 유감 없다.

다만 트래픽 사냥꾼들은 직접적으로 해악을 끼친다.
전체 웹문화에 부정적인 양향을 끼치는 점에서, 이 문제는 블로깅의 자율성, 독립성에 대한 존중을 우선 염두에 둬야 하는 영역이라기 보다는, 블로깅의 미디어적인 가치, 그 공적인 성격이 강조되어야 하는 영역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그러니 이 글에 대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신경끄셔~!"류의 반론에 대해선, 그 대답을 다시 되돌려주고 싶을 뿐이다(이게 언젠가 노숙자님께서 댓글로 지적하신 '원천봉쇄의 오류'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그 트래픽 사냥꾼 해악은 다음과 같다.

1. 불필요한 정보들을 생산한다.
물론 정보에 대한 가치판단은 주관성이 강력히 개입하는 영역이다.
나에게는 유익하고 즐거운 정보가 당신에게는 재미없는 쓰레기 정보일 수도 있고, 그 역도 물론 성립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상식적인 최소 공통분모를 말하는 거다. 누가봐도, "오로지 애드센스 때문에 포스팅했고만!"하게 되는 포스트 말이다. 그 콘텐츠들은 흔히 감정적인 '불쾌'를 수반한다.

2. 그 불필요한 정보들은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초래한다.
많은 누리꾼들이 "낚인다"는 표현을 쓴다.
트래픽 사냥꾼들이 생산하는 정보들은 그런 찰진 '떡밥'류 콘텐츠들이다.
그래서 뻔히 읽고나면 후회할 걸 알면서도(적어도 나로선 그렇다), 기어코 그걸 확인하고야 말게 하는 그런 글들이 많다. 그걸 계획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3. 블로깅의 공적인 가치를 하락시킨다.
블로기즘이 기존 전통 저널리즘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으로 역할할 수 있기를 나는 바란다.
그런데 '트래픽 사냥꾼'들이 많아지면, 그래서 그런 부정적인 경향들을 '전염'시키면 이런 블로깅의 공적인 가치, 그 영향력은 바랄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트래픽 사냥꾼을 비판하는 이유는, 이것이 강력한 전염성을 갖기 때문이다. 나도 저런 콘텐츠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 대충 네이버 실시간 인기글, 연애인 뒷담화로 돈을 벌수 있다구?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그 경향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나는 우울하게 예상한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대단한 가치있는 콘텐츠, 박사급 논문을 바라는 건 전혀 아니다. 블로깅은 그저 자기 관심사에 대해 자신의 진실로 발언하면 그 뿐이라고 나는 소박하게 생각한다.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글을 공개함으로써 '대화'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그 공적인, 관계적인 가치들). 그것 자체로 충분하다고 나는 믿는다. 무슨 대단히 어려운 말 씨부려야 되는 거 아니고, 무슨 대단히 전문적인 정보들을 알려줘야 할 필요도 없다.

4. 트래픽을 위해서라면 마구잡이식 펌질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트래픽 사냥꾼들은 자기가 쓴 것이든, 남이 쓴 것이든 가리지 않는다.
저작권? 놀고 있다.
트래픽 사냥꾼들은 흔히 공유정신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그들의 행태는 '공유정신'과는 정말 아무런 관계가 없을 때가 많다.
이에 대해선 노숙자님의 댓글로 갈음하고자 한다.

'왜 퍼가십니까'에 남긴 노숙자님 댓글
http://www.nosukja.com/12#comment313578


맺는 말.
그저 자신에게 진실하고, 자신에게 의미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 마음과 진실한 태도가 갖는 '가치'는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 가치를 '발견'해줄 독자들은 반드시 있으리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블로그가 민주적인 시민사회의 온라인 시스템의 하부로서 든든히 자리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트래픽 사냥꾼'들이 많아지면, 그런 고양된 가치들을 지향하는 움직임들은 힘을 잃게 된다. 콘텐츠 소비의 패턴은 제로섬 게임에 가깝기 때문이다.

블로깅을 통해서 자기 스스로를 성찰하고, 더불어 '당신'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관계'에 대해 즐겁게 고민하며, 나아가 '우리들'은 사회를 위해 연대하고, 함께 싸울 수도 있다. 그런 가치는 보전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트래픽 사냥꾼들이 득세하고, 그런 블로깅의 패턴이 주류적이 되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이윤추구만을 위한 블로깅이 '자연스러운 것'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나는 그것을 진심으로 우려한다.

블로그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매체인지도 모른다.





추천 글.
미닉스, 내 안의 사람들 - 8. 그대의 파다라이스, 현진영 편
http://minix.tistory.com/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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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긴 시간으로만 증명 가능하다"

"누가 노친네가 애쓰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겠는가? 하지만 죄 없는 자 그를 돌로 쳐라. 담배에, 술에, 마약에, 게임에, 환락에 빠진 인간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도피처로써 무언가에 중독된 인간들은 조용히 입을 닫고, 다만 죄 많은 그가 계속 노래하게 하라."

- 내 안의 사람들 - 8. 그대의 파다라이스, 현진영 편 중에서

글 읽는 행복이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글 쓰는 미닉스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흐뭇해지네요.
일독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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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광고를 어떻게 볼 것인가?

    Tracked from RE! hmhm.net (흠흠.넷) 2007/06/30 01:10 del.

    과도한 광고 노출 근래들어, 애드센스 최적화 스킨과 일부 파워블로거로 불리는 이의 블로그에서 과감하게 광고가 게제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고, 또 그것을 모방하여(모방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과도하게 광고를 게제하는 많은 블로그들를 보게 된다. 이런 광고진행방식은 흡사 스패머가 하고 있고, 생각하는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바로 광고를 가장 단순한 관점인 스팸 정도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광고게제하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본다면 방문자도 당..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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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Xeph 2007/06/28 23:09

    아주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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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29 01:25

      별말씀을요.
      격려 고맙습니다.

  2. Magicboy 2007/06/28 23:12

    요즘 좀 일이 있어서... 블로그에 글을 거의 못 적고 있네요.. 아마 앞으로도 최대 2달정도는 이럴것 같은데... 재미있는건... 블로그에 글을 적지 않아도.. 예전에 글을 적을때와 비슷한 수준의 adsense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RSS를 통해서 새로이 갱신되는 글을 보기 위해서 들어오는 고정 독자들은.. adsense 수익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네요...^_^a....고로.. 자극적인 포스팅으로 트래픽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아마.. 곧 제풀에 떨어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정말 수익은.. 도아님처럼.. 뭔가 가치가 있는 컨텐츠가 쌓이고..그 컨텐츠들이 검색엔진을 통해서 노출될때.. 제대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민노씨의 블로그에 지금과 같이 계속 좋은 글들이 쌓이고..거기에 광고가 덧붙여 진다면. . ... .. 왠만한 연금보험 보다 낳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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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29 01:29

      최근에 쓰신 '블로그'의 미래에 관한 짧은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 )
      앞으로 바빠지시는군요.
      일단 화이팅~! ^ ^

      RSS 구독 독자와 광고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저야 이런 쪽으론.. ^ ^; 잘 몰라서요. 그런 경향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거칠게 추정하면 말이죠.

      개별 블로그의 가치를 반드시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꽤나 넌센스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노출도나 방문자수에만 연연하는, 그리고 적극적으로 방문자들을 '사냥'하는 행태는 좀 자제되기를 바랍니다. 그저 '대화' 나누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라면 그 마음을 알아주는 독자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네요.

      논평 고맙습니다. : )

  3. 순디자인 2007/06/29 01:02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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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29 01:30

      고맙습니다.
      순디자인님도 좋은 밤 되세요.. ^ ^

  4. 로망롤랑 2007/06/29 01:33

    좋은 지적,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모두 옳으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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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29 02:05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나름으로 열심히 '수익활동'을 하는 것인데.. 제가 너무 편협하게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너무 '속 보이는' 글은.. 좀.. ^ ^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도 포함해서요. : )

  5. 시퍼렁어 2007/06/29 01:39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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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29 02:05

      네, 흔적 남겨주시니 반갑네요. : )

  6. 마루 2007/06/29 06:10

    블로그에 링크를 걸어놓고 자주 방문하면서 좋은 글들을 보고자 했는데 마음만 앞서고 그러질 못했던것 같습니다. 지난 밤에 대충 살펴보았다가 이제야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과연 나 자신은 어느 선상에 멈추어 있는지를, 그리고 블로거로써 겉으로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주체성은 확보하고 있는지 몇번이나 되묻게 됩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쉬이 답변을 토로하진 못함입니다. 어제 다음블로거뉴스에 관한 글을 발행하면서 블로그에 대한 또 한번의 열병을 앓아보게 됩니다. 몇일간 마음을 추스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글로 어둠의 길을 비추어 주어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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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29 09:41

      논평 고맙습니다.
      저도 요즘은 많은 글을 읽지는 못해요. -_-;

      블로거뉴스와 같은 거대 플랫폼은 매력적이긴 하죠.
      기존의 독자와는 다른 광범위한 독자들과 만날 수 있으니까요.
      다만 블로거뉴스가 개별 블로거들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건지는 아직 좀 의문입니다. 블로거뉴스와 블로거가 서로 상생하는 관계모델을 정립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일단은 개별 블로그들의 고유주소를 삼켜버리는 다음 블로거뉴스주소는 좀 바뀌면 좋겠습니다. : )

      p.s.
      과한 겸양의 말씀 때문에 좀 많이 쑥쓰럽네요.
      그냥 편하게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 ^ ^

  7. 제니 2007/06/29 17:35

    전 애드클릭스 내릴 까 봐요..
    워낙 마이너 블로그 인데다가
    낚시 소질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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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29 21:30

      제니님 블로그 재밌고 좋은데 말이죠. ^ ^;
      마이너 / 메이저 이런 표준은 블로그에선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저 자신의 취향대로 '매체'로서의 블로그들을 선택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p.s.
      낚시..는 좋은 거 아니잖아요. ㅎ
      다만 블로깅을 통해 시의성 있는 현재의 이슈들에 '참여'하는 가치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8. 가즈랑 2007/06/30 17:49

    아무리 그렇게 퍼온글로 자기 블로그를 꾸미고 한들, 들러서 클릭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자연히 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무책임하게 시간에 기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일 수 있지만, 사실 좋은 블로그조차 그 진가가 나타나려면(그래서 방문객들이 좋아할 수 있으려면) 푹 익을만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 시간은 민노씨나 nova님처럼 중심을 잡아주는 블로거가 있어서 좀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요. 남의 생각으로 자신을 꾸미는 일은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 뿐이라는 게 제 좁은 생각입니다. 민노씨 화이팅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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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30 23:13

      가즈랑님 논평을 읽고 간단하게 포스팅할까 하다가.. 댓글이 길어져서요, 생각해보니 어제가 개정 저작권법이 전면 시행되는 날이더라구요. 그래서 그 글 쓰다가 말고 저작권법에 관한 것부터 간단히 포스팅했습니다. 가즈랑님 논평에 대한 포스팅은 마칠지 말지 고민되는고만요. ^ ^;; 별 내용이 없는 글이라서요.

      다만..
      저는 심판관(?)이 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 ^;; nova님도 그러리라 생각하구요. 그저 블로거라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블로고스피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블로그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담는 '블로그 리뷰어'가 누구나 되어야 한다(이는 거의 당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고 생각할 뿐이죠.

      논평 감사드립니다.

  9. 그만 2007/07/01 02:39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내용에 충실하지 못하고 형식과 광고 수입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볼 때면 저도 한숨 쉴 때가 있죠. 게다가 솔직히 내용 충만한 블로거보다 그들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것이란 생각이 들 때는.. 약간은 속상하더군요.
    뭘까요? 정말 좋은 블로거들에게 힘과 소득을 충분히 줄 수 있는 방법은?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7/02 00:34

      저는 가벼운(?) 소재와 주제들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하구요. ^ ^다만 그게 트래픽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좀 그렇지 않나 싶어서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애드센스가 좀더 적극적인 글쓰기를 자극하는 의미있는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정말 좋은 블로거들을 소개하고, 그 분들의 좋은 글들이 지워지지 않도록 많은 블로거들께서 적극적으로 리뷰하는 것이 순서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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