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와 이기적인 약자, 그리고 국가

2009/10/28 16:49
@pariscom: 용산참사 법원 판결, 충격이다. 농성자들 모두 유죄에 이충연 위원장은 징역 6년,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이다, 경찰특공대의 진입은 정당했다 등.
http://twitter.com/pariscom/status/5223786491

또 쉽게 사라지겠지만... 역겨움과 분노가,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치밀어 오른다... 이런 개같은 나라에 산다는 게  아주 생생하게 실감난다. 나는 언젠가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이 그저 순결한 천사들은 아니며, 대의를 위한 전사는 아니라고 썼다. 그들은 그저 나와 같은, 당신들과 같은 "이기적인 약자들"이다. 하지만 그 이기심이 다른 사람을 짓밟는 탐욕과 지배욕이 아니라 그저 "생존"이라면, 아니 그저 배운 것 없어 구질구질하게 살아야 하는 이 더러운 땅에서 그래도 좀 살아보겠다는 그 본능적인 생존 욕구에 닿아 있는 것이라면, 이래선 안된다. 정말 이래선 안된다.

경찰이 미워서가 아니다. 이명박이 미워서가 아니다. 사법부가 미워서가 아니다. 국가의 공적 시스템으로서 행정부는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는 기관이다. 공적 시스템의 최종 심급으로서 사법부는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해야 하는 그 행정부의 공권력에 대해 가장 혹독하고, 냉정하게 그 권력의 남용을 판단해야 한다. 국민들의 실수 보다 자신들의 실수에 더 냉정하고, 냉혹해야 한다. 그래야 그게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다. 용산참사는 국가와 국민이 서로 별개라는 생각, 국가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시쳇말로 돈 없고, 빽 없는 국민들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 냉혹한 대한민국의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이제 어떤 사람들, 이 빌어먹을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그저 나와 같고, 당신과 같은 그 "이기적인 약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걸 국가가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걸 다시한번 인정해야 하는 이 현실이 무한한 분노와 역겨움을, 슬픔과 부끄러움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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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용산참사재판 사법부가 고맙다(?)

    Tracked from 현재는 모두의 것 2009/10/28 19:10 del.

    오늘 있었던 용산참사 재판에서 9명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되었군요. 나아가 이충연씨를 비롯한 농성자들에게는 각 5~6년의 중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그것도 “사회각계에서 피고인들의 선처를 요청하는 수많은 탄원서가 재판부에 접수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함”이랍니다. ‘정상 참작’한 결과가 중형입니까? 3천 페이지가 넘는 수사기록은 공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재판. 재판부에서조차 권고를 했음에도 무시한 검찰. 법과 원칙을 사람들에게 법과 원칙..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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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putian 2009/10/28 20:53

    팔은 안으로 굽는다던가요. 대한민국 법원엔 검찰의 미공개 자료 3000쪽은 어디가고 "범죄자" 철거민들만 남았습니다. 돌아가신 분들 장례식은 언제쯤 치뤄드릴 수 있을지. 무수한 자료들이 증명하는 경찰의 수많은 직무유기와 미숙함, 섣부름, 무식함은 한순간에 정당화됐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무엇보다도, 총리랍시고 가증스러운 "쇼"를 펼친 어떤 인간이 떠오릅니다. 도대체가 이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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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0/29 09:52

      점점 더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억울하면 돈벌고, 출세하던가.. 류의 양육강식만 노골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의리 2009/10/28 22:58

    역시 끼리끼리라고..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인가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10/29 09:53

      그러게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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