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애하는 필벗이신 데카(deca)님께서 절판된 해외서적을 틈틈이 번역하기로 결심하셨습니다. 그 책이 다름 아닌, 저로선 정말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바로 바로 그 [Kieslowski On Kieslowski](키에슬로프스키 온 키에슬로프스키)인데요. 여기에서 그 출발점에 선 번역을 하고 계시죠. 저로선 정말 몹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소하게 궁금증이 생긴 것이 하나 있는데, 이 번역작업이 과연 '공정이용의 범위에 속할 수 있을것인가'라는 궁금증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번역이 저작권 분쟁을 일으킬 확률은 거의 제로라고 생각하지만, 사소하게 궁금증이 생겨서 이렇게 질문을 드려봅니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번역의 대상이 되는 해외저서는 절판상태이고, 앞으로 다시 출간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2. 우리나라에서도 수요를 예상한다면 정식 라이센스를 갖춘 번역본이 나올 확률도 없어 보입니다.
3. 이 조건에서 미국 거주 블로거(데카님)가 그 해외저서를 우리나라 블로그 서비스상(한겨레 블로그)에서 번역 연재하는 경우
4. 그 해당 블로그는 전적으로 영리적인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 비상업적인 블로그임은 물론인데요.
5. 과연 이 절판된 해외서적의 번역이 '저작권이 합리적(합법적)으로 제한'되는 '공정이용'의 범위에 속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네요.

더불어 사소하게 궁금한 것은 ㄱ. 적용되는 법률이 대한민국 저작권법인지, 미국 저작권법인지도 궁금하고요(고소권자에 따라 달라질까요...). ㄴ. 해당 번역글에 대한 독자의 부피가 혹시라도 그 법률적인 판단(잠재적 대체 수요라는 차원)에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하네요. 현재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번역'과 관련한 공정이용(저작재산권의 제한)에 대해선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6조 (번역 등에 의한 이용)
①제25조·제29조 또는 제30조의 규정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저작물을 번역·편곡 또는 개작하여 이용할 수 있다.
②제23조·제24조·제26조·제27조·제28조·제32조 또는 제33조의 규정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저작물을 번역하여 이용할 수 있다.

위 36조 관련 조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의 '저작재산권의 제한'에 관한 규정들을 망라하고 있는데요. 번역은 제1항과 제2항에 공통요소이기 때문에 따로 구별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제23조 (재판절차 등에서의 복제)

제24조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

제25조 (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
①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의 교육 목적상 필요한 교과용도서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게재할 수 있다.
②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되었거나 「초·중등교육법」 또는 「고등교육법」 에 따른 교육기관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은 그 수업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공연·방송 또는 전송할 수 있다. 다만,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저작물의 전부를 이용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부를 이용할 수 있다.
③항~⑩항 생략.

제26조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방송·신문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에 그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은 보도를 위한 정당한 범위 안에서 복제·배포·공연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

제27조 (시사적인 기사 및 논설의 복제 등)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에 관하여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규정에 따른 신문 및 인터넷신문 또는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규정에 따른 뉴스통신에 게재된 시사적인 기사나 논설은 다른 언론기관이 복제·배포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이용을 금지하는 표시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8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제29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①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청중이나 관중 또는 제3자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공연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실연자에게 통상의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30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32조 (시험문제로서의 복제)
제33조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등)

이런 정도의 조건이라면 '공정이용'의 범위에 포섭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공정이용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확률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반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거나, 혹은 공정이용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확률이 51:49로 약간이나마 더 높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만 이렇게 지극히 공익적인 목적에서 진실로 순수한 의도에서, 어떤 물질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하는 번역 작업이 저작권 위반에 해당한다고 한다면 정말 서글플 것 같다는 생각도 더불어 드네요. 데카님께서는 해당 번역 작업의 과정에서 번역물의 하단에 아래와 같은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려는 목적을 공표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이 번역물은 전체의 복제를 금한다.
2. 이 번역물은 상업적인 의도로 쓰여져서는 안된다.
3. 이 번역물은 (번역)저작권자의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곧바로 삭제한다.
(물론 뭐 이런 일은 있을 확률이 제로에 가깝긴 하지만요..;;; 그리고 사적으로, 혹은 '가족단위'(ㅎㅎ)로는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할테지만요)

아무튼 글이 좀 길어졌는데요. 이 글은 앞서 쓴 궁금증을 독자들께 여쭙고, 그 궁금증을 풀어보려는 목적 외에도 더불어 데카님께서 앞으로 진행하실 번역작업에 대한 작은 격려 차원이랄까요, 그런 의미도 있습니다. ^ ^데카님의 노고에 (그동안의 번역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해나가실 번역에 대해선 미리)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데카(deca)라는 필명도, 이미 예민한 독자들께서는 눈치채셨겠습니다만, 키에슬로프스키의 걸작 시리즈인 [십계. The Decalogue (Polish: Dekalog)]에서 따온 것입니다. 지금까지 번역된 서문과 제1장의 일부를 읽어본 소감을 전하자면, 거의 번역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우리말 호흡, 마치 키에슬로프스키의 잔잔한 내면의 육성이 그대로 들려오는 것 같은 탁월한 번역입니다. 역시나 키에슬로프스키에 대한 애정이 깊으시니 이런 번역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육성을 옮겨오실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키에슬로프스키를 좋아하시는 독자와 동료블로거들께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라고요.
끝으로 다시 한번 데카님의 번역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을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K on K]의 목차는, 데카님 글에서 업어온 바, 다음과 같습니다.
ntroduction by Danusia Stok       
Epigraph         

I. Background
    Returning Home  [I] [II]
    Film School

II. The Unique Role of Documentaries
    From the City of Lodz
    I Was a Soldier
    Workers' 71
    Curriculum vitae
    FIrst Love                               
    Hospital                                 
    I Don't Know                           
    From a NIght Porter's Point of View
    Station                                    

III. The Feature Films
    In Order to Learn: Pedestrian Subway
    A Meataphor for Life: Personnel       
    A Flawed Script: The Scar               
    A 'Period Piece': The Calm              
    A Trap: Camera Buff                     
    Chance or Fate: Blind Chance          
    The Communist Virus: Short Working Day
    We All Bowed Our Heads: No End          
    The Decalogue                                  
    A Short Film about Killing                     
    A Shourt Film about Love                     
    Pure Emotions: The Double Life of Veronique

IV. 'I Don't Like the Word "Success"'              

V. Three Colors                           

- 데카, [목차 및 링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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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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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pcold 2009/05/21 03:04

    !@#... 국내 출판자의 라이센스가 만료되어 절판된 상태라면, 번역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원 출판사와 저자에게 저작권이 귀속됩니다. 그런데 원 출판사도 라이센스가 만료되어 절판되었다면 저자 본인이 모든 권리를 쥐고 있고, 이 경우 저자가 96년에 서거한 관계로 그의 유족들이 쥐고 있죠(앞으로 37년, 운 나쁘면 57년간). 국제 저작권 분쟁의 사법 적용은 폴란드와 별도 국가간 협약이 없는 관계로 일반적인 WTO의 TRIPS 기준입니다. 반면 공정 사용 관행의 경우, 전문을 다 한다면 분량조건에서 이미 탈락. OTL 즉 저작권'법'의 차원에서 미리 깨끗하게 빠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따로 복제 배포를 하지 않고 하나의 비영리 특정공간에서만 열람시킬 경우 상업적 이익 침해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낮게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문제 여지가 있을 경우 해당 공간만 닫도록 명령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추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사실상 없습니다. 즉 하시던 것은 우선 계속 하시되, 가급적이면 키에슬로브스키 감독 사후저작권을 관리하는 유족 내지 재단의 허가를 받도록 연락처를 찾고 컨택을 취해보심을 권장합니다. 또 누가 압니까, 기꺼이 public domain으로 완전개방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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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21 20:07

      역시 캡콜님~! : )
      깔끔한 논평과 조언에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2. 내가 내냐? 2009/05/22 21:21

    요절은 아니지만 60이 되기도 전에 사망하기에는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영화는 너무도 빛나는 유럽영화계의 보석같은 존재죠. 제 영화인생의 큰 자랑거리중의 하나가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허리우드 극장의 큰 화면으로 보았다는 것입니다. 작품성도 작품성이지만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은 테스, 아델 H 의 이야기 와 함께 여주인공 얼굴보는 기쁨으로도 영화보기의 모든 매력이 충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죠.

    사실 삼색시리즈나 베로니카이전에 십계야말로 한국영화팬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어야 하는데 영화화된 살인/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만이 극장에 걸린 것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그중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도 할 이야기가 많은 것이 오리지널 티브이 판의 결말은 영화버전과 결말이 정 반대라는 것이죠.)

    십계의 모든 에피소드를 좋아하지만 전 그중 부모간의 사랑을 다룬 어느 아버지와 딸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매일 재벌이야기나 기혼자들의 불륜이야기 이외에 이렇게 생각해볼 만한 티브이 시리즈가 한 작품쯤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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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26 08:54

      이렌느 야곱을 좋아하시나봅니다.

      저는 '레드'와 관련해서는 원래 타르코프스키가 캐스팅하고 싶어했다는 '앤디 맥도웰'이 이렌느 야곱 대신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종종 생각해보곤 합니다. 이렌느 야곱의 연기는 무척 훌륭한 것이었고, 개인적으론 삼색들 가운데 '레드'를 최고작으로 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앤디 맥도웰도 꽤나 좋아해서요.. 특히 '레드'와는 썩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말씀처럼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십계'같은 걸작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뭔가 일상을 성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드라마들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저는 TV가 없어서 보지는 못하겠지만요.. ;;

  3. 카나리아 2009/05/25 19:27

    미국 법을 기준으로 삼으면 악법중 하나인 NET 법 출현 이전에는 비상업적인 복제는 불법이 아니었어요 [실제 판결 예시가 있었음..]

    그후 NET법 등장 이후로 비상업적인 복제도 불법으로 들어가긴 했죠..

    한국의 경우는 어떨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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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26 09:47

      미국에는 그런 과정이 존재했었군요...
      보충 논평 고맙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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