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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TV 비난하는 거룩한 기사에 붙어 있는 뽀샤샤한 앵벌이의 시선들.
막장이라는 텍스트보다 막장을 둘러싼 컨텍스트가 중요하다.

[저질사회 부추기는 TV] [1] 부모 때리고 처제와 사귀고… TV, 가정을 파괴한다 (조선닷컴)
* 최승현 기자 vaidal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5.18 01:26 / 수정 : 2009.05.18 13:2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18/2009051800078.html
(일독 절대 비추)

1. 대한민국의 막장화는 시대적인 대세다. 나는 이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건 이거다. 대한민국의 막장화에 가장 혁혁한 공이 있는,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는 거룩하신 해당일보사에서 막장 TV를 비난하는 기사를 목도하는 건 그 자체로 코미디라는 거다. 문득 나를 둘러싼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막장스럽다.

2. 도덕적인 계몽이 검열적인 사고, 위계적 권위의 사고로 가능할 수 있다는 건 망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무리 박통과 전통시절의 검열적 행태를 강화해도 사회가 이미 막장인 바에야 당대의 사회를, 그 욕망을 반영하는 TV가 막장화되는 걸 멈출 수는 없다.

3. 거룩한 거 좋아하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착각하는, 보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기득권 기성언론사들은 자신들이 무슨 대단한 도덕적 기반 위에 선 것처럼 사회의 막장화를 비난한다. 막장은 어디에서 오는가? 막장은 어떻게 오는가? 막장은 무엇보다 정치적인 욕망이 생물학적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순간 온다. 그게 제어된 역사는 여기에서도 없었고, 거기에서도 없었다. 정치적인 욕망, 그 권력이 욕망의 포로로 전락하면, 아니 그 권력이 생물학적 욕망을 배타적인 이중성의 기만적 위계 속에 가두면, 그 사회는 필연적으로 막장화의 길을 걷는다. 여기에서의 막장은 '도덕적인 관습, 도덕적인 전통의 파괴' 정도로 이해하자.

4. 두 가지 막장이 있다. 해방적인 속성을 갖는 막장과 해방의 속성을 은폐하는 막장이 있다. 막장이라고 다 같은 막장은 아니다. 새로운 도덕성에 대한 충격과 자극이 되는 막장과 그저 거룩한 해당일보사가 비난하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진 막장은 구별해야 마땅하다. 아, 또 하나의 막장, 막장을 비난하는 막장. ㅎㅎ.

5. 막장은 시스템이고, 메카니즘이다. 막장 TV는 가장 강력한 막장시스템의 동력들 가운데 하나이긴 하다. 그런데 실상 TV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사회가 막장인걸 뭐. TV를 희생양 세우려는 거룩한 움직임은 늘 더 야만스러울 뿐이었다. 장자연은 거룩함으로 위장된 막장 사회의 야만적인 메카니즘에 의해 희생당했고, 그런 가운데 우리들은 항상 가해자이면서 희생자다. 막장보다 더 막장스러운건 이런거다. 개인적으론 막장 아닌척 하면서 막장을 무슨 대단한 도덕적 권위의 제스처럼 비난하는 고결한 자들의 더러운 입, 정말 놀고있다, 그건 최고의 막장이라고 할 수 있다.

6. 자기성찰 눈꼽만큼도 없는 정경언 복합체는 사회 자체를 구조화된 막장으로 만들어버리고, 그 욕망의 향기에 이끌린 수동적인 모방자들인 욕망사회의 신민들은 변주된 욕망의 피사물들을 만들어낸다(가령 광고와 TV).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막장의 욕망들을 거룩한 해당일보사와 같은 순결하기 그지 없는 주둥아리들이 성스럽게 비난하는 가운데, 그 막장과 비난 사이에 알록달록 다시 광고와 욕망의 피상적 이미지들, 레걸들의 뽀샤시한 미소와 "거리 가득 메운 비키니걸" 혹은 "'역시 김혜수' 파격노출 섹시 화보 '휘둥그레'"같은 코믹하다기 보다는 역겨운 자기 기만과 자기 고백의 우스꽝스러운 막장 본색이,  앵벌이하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눈동자처럼, 나를 당신을 유혹한다. 가히 막장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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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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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퍼렁어 2009/05/18 17:41

    요즘내가 좆선을 보는데 좆선을 보면 개그를 잘하잖아... 근데 난 개그를 못하잖아 난 못웃길거야 아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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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8 19:31

      요즘 거룩한 해당일보사 보시는군요. : )

    • Laputian 2009/05/18 23:08

      http://lordfeel.egloos.com/2342809

      요즘 윤리수업을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 사람이든 뭐든 표리부동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런데 우리 나라에선 좆선이 제일 잘 팔리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뭐라고 주절주절 댓글 남기고 가려다가 시퍼렁어 님의 댓글을 보고 살짝 :)

    • 민노씨 2009/05/18 23:48

      요즘 그 우울개그(?) 비관개그(?)가 유행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보죠? : )
      레일린님께서는 무척이나 맘에 안든다고 쓰셨던 것도 기억나고요... ^ ^;

  2. ebadac 2009/05/18 19:21

    포르노는 (강간사건,성희롱 등의) 원인이 아니라, (성적 권력의 불균형 및 욕망 해소 기제의 건강하지 못함에 대한) 결과이다... 라는게 제 평소 지론입니다. 나머지 세상만사도 이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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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8 19:32

      무지무장 공감합니다. : )
      이바닥님께서 직접 댓글 주시니 더 반갑네요.

  3. 민노씨 2009/05/18 19:30

    * 비문, 오타 수정 추고...;;; (왜 이리 비문, 오타가 많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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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물어 2009/05/18 22:50

    가식이 지나치면 막장이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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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8 23:46

      가식이 지나치면 조선일보처럼 됩니다. ㅡ.ㅡ;;;;

  5. 섹시고니 2009/05/19 00:05

    오.. 저의 사랑스러운 '섹스파티'가 필요한 시점이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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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9 00:24

      오, 백만년만에 찾아주셨군요!
      그래서 더 반갑다능..ㅎㅎ
      말씀처럼 사랑스런 섹스파티가 필요한 시점이겠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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