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아무도 기억되지 않는다.

2009/01/24 11:05
용산에서 사람이 죽었다.
용산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그 죽음은 욕망교회 신도들이 만들어 온 장난감이라고 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지금은 내 곁에 없는 어떤 아이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죽음일 뿐이야.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들이라구.
그 아이는 화가 났던걸까.
그 아이는 지금 내 곁에 없다.

죽음이 기억조차 없이 사라지는 건 어떤걸까.  
기억이 아무런 울음도 없이 메말라버리는 순간.  
죽음 보다 깊고, 죽음 보다 차갑다.

죽음이 삶을 빼앗아 버리면 좋겠어.
하지만 어떤 죽음도 난 기억할 수 없다.

내 삶은 너무도 가볍고, 무늬조차 없이 투명해서 죽음도 나를 만질 수 없다.
때론 그게 슬펐다.
그게 너무 낯설고, 낯설게 익숙했다.  

어떤 죽음은 삶 모두를 가져가기도 한다.
내 삶은 너무 가볍고, 무늬조차 없이 투명하다.
죽음도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

어느 날, 용산, 사람이 죽었다.
내 삶은 이제는 기억할 수 없는 죽음과 이미 맞바꿔져 있었다.
망각은 익숙하게 삶과 죽음을 맞바꾼다.
누구도 용서받지 못한다.
아무도 기억되지 않는다.



* 발아점
어느 화창한 겨울날,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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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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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카르도 2009/01/24 12:00

    온라인은 모르겠는데, 오프라인에선 사람들 반응은 이랬습니다.
    "정말 정부가 잘못했다. 그런데 사람들 시켜서 난동부린 그사람들도 나쁘다.
    돈 좀 받고 시위하다가 죽은거 아니냐? 그러면 안된다. "

    그리고 그 근거로 kbs뉴스에 나온 "것들"을 들더군요. 사람들은 많은걸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그 사람들, 그 뉴스들, 돈좀 받은.."

    조중동이 노무현을 공격할땐 이렇지 않았죠.
    농민 데모때 죽은 사람의 가족에 대한 온갖 뉴스라든지,
    온갖 용어들로 국민들을 교육시켰던 그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얼마나 조용한건지 잘 아시리라고 봅니다.

    즉, 노정권 시대의 그 들끓었던 "우리들의 광기"는
    민주주의의 발전도 아니고,
    우리민족의 대단한 능력도 아니며,
    오로지 조중동이 만들어낸 선동질에 불과 했던겁니다.

    http://infobox.tistory.com/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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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1/28 08:09

      논평 고맙습니다.

  2. 의리 2009/01/24 17:32

    정말 전 정부와 이번 정부.. 두 정부를 대하는 검경계나 언론의 모습이 참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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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1/28 08:09

      다를 수밖에 없지요.

  3. 비밀방문자 2009/01/25 09:1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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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1/28 07:57

      별말씀을요.
      종종 안부라도 주시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격려 말씀도 고맙습니다.

  4. nooe 2009/01/27 04:06

    Trackbeg
    http://nooegoch.net/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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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1/28 08:10

      고맙습니다...

  5. 비밀방문자 2009/01/28 14:23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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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1/28 20:56

      앗, 아지형!!!! ㅎㅎ

      정말 반갑고만.
      조만간 연락할게.
      일단 만수한테 연락해야겠네. ㅎ
      쫑도 생각나고, 연탄도 생각나고...
      모기랑은 연락하고 지내는고만...
      오리형, 돼지형도 보고 싶네...

      아무튼 찾아줘서 너무 너무 반갑고, 고맙고망!!

      새해 복 많이 받고, 운수대통하고..ㅋㅋ

  6. rainyvale 2009/01/28 15:22

    자칭 '회의주의적 좌파'(?)들의 토론 사이트를 최근에 발견해서 조금 들락거리며 눈팅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번 용산 사건에 대한 논쟁들을 보니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우파'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회의주의자'라도 존재할 수 있는 건지 참 회의가 들더군요.

    게다가,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 여당의 대책은 어처구니 없이도 "철거현장에서 제3자 개입 금지"라더군요. (어째 다른 곳에서 참 많이 듣던 용어죠.) 이번 정권 들어서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대책은 "다 네 탓"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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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1/28 20:57

      대한민국의 대통령 임기는 분명히 5년이고, 앞으로 이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 남았을 뿐(ㅡ.ㅡ;;;)인데, 한 40년쯤 남았다고 생각하고들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라면 국민들의 건망증을 너무 신뢰하고 있는 것이겠죠....

  7. 감은빛 2009/01/30 16:41

    오늘 용산참사에 대한 시를 두 편 보게 되네요.
    다른 하나는 문동만 시인의 시였습니다.

    마음속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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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1/30 18:36

      이 글은 시라기 보다는 그저... 단상에 불과합니다.
      공감하셨다니 저로선 무척 반갑네요.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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