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여자분 아주 미인이시네요..ㅋ"

한국사회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어떤 이건희교도의 신앙 고백, 이 신앙 간증은 꽤 화제가 되었던 것 같은데,나는 며칠 전에야 들었다. 그 열혈신도의 신앙 간증을 짜깁기한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던 한 네티즌이 댓글로 위와 같이 말했다. 그리고 이 댓글은 이런 댓글로 이어진다.

"네, 뒤에 여성분이 미인이시네요."


*
이한유라는 세속명을 가진 이 열혈신자의 영세명(혹은 세례명)은 뭘로 하면 좋을까? 가령 나는 카톨릭인데, 물론 날라리신도이지만, 내 영세명은 '베드로'다. 이건희교에도 이런 영세명이 있다면...이한유는 무엇으로 부르면 좋을까? '무노조'나 '비자금'은 어떤가. '애니콜', 혹은 '톡' '플레이' '러브'라면 어울릴 것도 같다. 혹은 '디램'이나 '에버랜드', '전환사채'나 '편법증여'라면 어떨까, 역시 썩 어울린다.


*
압도적인 비상식과 야만에 대해 우리는 분노한다.
하지만 삼성에 대해선 그렇게 하면 안된다.
잠깐 정신을 놓게 되거나, 딴 걸 보는게 오히려 현명하다.
그리고 이렇게 답하는 거다.
"뒤에 여자분 아주 미인시네요..ㅋ"

나도 이렇게 답해야 할 것 같다.
"와우, 정말 뒤에 여자분 미인이십니다..ㅎㅎ"


*
너무 웃기고, 너무 재밌다.
너무도 쓸쓸하고, 너무도 공포스럽다.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를, 나는 어쩔 수 없이 떠올리는거다.


*
크리슈나무르티는 이야기한다.

당신의 제약된 마음, 생활방식, 당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모든 구조는 당신이 사실을 보지 못하게 하며 그것으로부터 즉각적으로 자유로워지지 못하게 한다. 당신은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볼 거야. 나는 자유로워지려고 해볼 거야"라고 말한다. '해볼 거야'라는 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우려할 만한 진술 가운데 하나다. 해본다는 것은 없으며,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없다.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집이 불타고 있는데 당신은 뜸을 들이고 있다. 전세계와 자신 안의 폭력 때문에 집이 불타고 있는데 당신은 이렇게 말한다.

"어디 한 번 생각해보자. 어떤 이데올로기가 저 불을 끄는데 가장 좋을까?"

집이 불타고 있을 때, 당신은 물을 나르는 사람의 머리카락 색깔에 관해 말하겠는가?


-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pp.89, 90. 물병자리 : 2002. 중에서


*
즉각적으로, 즉각적으로...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
어렵다.
특히나 삼성공화국, 아니 이건희일가족공화국에서는 너무도 어렵다.

김용철은 했다. 그리고 X됐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함께 했다. 그리고 함께 바보됐다.
그리고 이미 빠른 속도로 우리는 이들의 비극적 액션을 잊고 있다.
이건희 쇼도 시청했겠다, 광우병 롤러코스터도 빠방하게 360도 회전하고 있겠다...
삼성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기엔 여력이 없다.

우리는 몹시도 현명하게, 아주 유쾌하게, 소위 '쿨'하게, 이렇게 이야기할 뿐이다.
"뒤에 여자분 아주 미인이시네요...ㅋ"

어떤 야만이 우리를 짖누르고, 어떤 비상식이 우리를 조롱하더라도, 이제 우리는 할 말 없다.
우리는 자발적인 공범들이니까.
"뒤에 여자분 정말 미인이십니다!! 킹왕짱이예효~!"

이게 우리들의 방식이고, 또 삼성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방식이며, 삼성공화국에서 사는, 아니 이건희교가 국교로 군림하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날라리 신도들의 무기력한 저항이다. 정말 슬프게도, 삼성에 관한 한 크리슈나무르티는 뭘 모른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
우리에게 하거나 하지 않거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뒤에 여자분 참 미인이십니다...ㅋ"

그리고 아주 빠르게 이 모든 것을 잊고, 여전히 삼성이 지배하는 온갖 광고들을 소비하며, 그 이미지들을 흉내내고, 그 이미지와 자신들을 일체화시킨다. 부러움과 뿌듯함을 훈장처럼 가슴에 새긴다. 그리고 이건희 쇼가 끝난 며칠 뒤 어느 날, 조선일보에서 미술평론가라는 자가 "로열패밀리답지 않게 소탈하다"라고 써재끼는 야만과 몰상식을 읽으며, 나도 저런 '로열패밀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마구 상상의 나래를 펴는거다.

우리들은, 삼성에 관한 한, 더 무시당해도 싸다.
삼성은 대한민국의 종교이고, 이건희 패밀리는 "로열패밀리"이며, 우리들은 여전히 삼성교도, 아니 이건희교도일 뿐이다.
열혈신자거나, 날라리신자거나 그 차이가 있을 뿐.
할렐루야~!
이건희여 영.원.하.라~!!(무릎팍 도사 강호동식 발음으로. : )


*
물론 이 글은 반어다.
반성이며, 지랄이다.
좀더 기억을 붙잡고 싶은 그런 지랄...

기억하라.
2008년 봄.
삼성 특검이라는 쇼와 함께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부관참시되었다.
어떤 이건희교도는 TV 지상파에 나와 이건희를 그만 핍박하라며, 눈물겨운 신앙심을 보여줬다.
이건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고, SF가 아니라 현실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광우병 수입으로 휴대폰 수출을 늘리려는 이번 정권 정책"에 반대하고, 의사를 표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삼성을, 아니 삼성일가족 비리를 잊지 않고, 끈질기게 응시하는 일도 정말 정말 중요하다. 비록 지금은 할 수 있는게, "뒤에 여자분 아주 미인이시네요"라는 농담일 뿐이라도 말이다. 



* 관련글
사랑스런 삼성공화국
이건희 쇼의 본질 : 삼성 쇄신안 발표에 부쳐


* 발아점
"뒤에 여자분 아주 미인이시네요..ㅋ"  (유튜브) : 궁금한 건 이렇게 하는 것도 저작권에 걸릴텐데, 솔직히 [imbc - 100분 토론]에 직접 들어가서 보는 건 엄청난 인내심을 시험한다는 거다. 갈 때마다 뭘 깔라고 하질 않나... 프로그램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하고(100분토론 처럼 공익적 성격이 강한 건 좀더 싸게, 100원 200원... 정도로) 그걸 직접 블로그에 올릴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직접 올리고 싶어도, 저작권법 때문에 좀 신경 쓰인다. 물론 imbc에서 쪼잔하게 이걸 트집잡을 것 같지는 않지만... ㅡ.ㅡ;

* 후속글
이건희교도 신앙간증 2 : 미인의 썩쏘 (0:32.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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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삼성불매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의 오류

    Tracked from Ubuntu Linux | 자본주의 최고권력은 불매운동 2008/05/11 23:28 del.

    삼성은 이건희, 이재용 사유물이 아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건희는 (주) 삼성을 개인 소유물로 여기며 삼성의 재력을 이용해 범행을 했다. 삼성의 범행이 아닌 이건희일가의 범행이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삼성의 재력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범행이었다. 삼성소비자를 비난할 수 없다? 삼성의 재력을 이용한 범행을 한건 이건희다. 삼성과 이건희를 주식회사와 경영자로 바르게 보고 있는 점은 현명하다. 하지만 삼성은 이건희 범행의 자금원이었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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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망롤랑 2008/05/11 20:02

    크리슈나무르티의 저서를 한권 읽은 기억인데 무슨 무슨 해방요, 아주 적절한 인용이시네요, 현실에는 끝없는 듯한 저들의 승리겠지만, 종국에는 진실의 승리를 염원하고, 확신합니다. 의미없는 숨들과, flesh 들요...죽음에 다름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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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12 23:02

      제발 그럴 수 있기를 저도 바랍니다.. :)

  2. 꿈틀꿈틀 2008/05/11 23:28

    제가 본 삼성관련 글중에 본질을 가장 잘 파악하고 핵심을 찌른 신랄한 글이네요. 위트까지 추가 하셔서 읽는 재미까지,, 참으로 좋은글 입니다.

    우리는 삼성과 이건희에 책임을 물을게 아니고, 삼성공화국에 분노하지 못하는 우리의 도덕불감증, 돈벌레근성에 분개해야 할것입니다. 삼성문제에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고 있는 우리는 결코 이한유씨와 다르지 않다는걸 인정해야 자신의 복지부동의 비열함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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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12 23:03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무엇보다 반가운 말씀이시네요. : )
      꿈틀님께서 보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3. 가즈랑 2008/05/11 23:30

    개인적으로는 별로 미인이라곤 생각지 않지만^ ^;; 저 답글을 단 청취자의 센스는 한국적(?)이라고 할만한 '달관'과 '초월'의 경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ㅎㅎ

    어쩌면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은 더 정곡을 찌르는도 모르겠어요. 이 동영상에서 볼만한 것은 어쩌면 저 답글뿐이라는 데 생각이 닿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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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12 23:03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을 떠올리면서 가즈랑님도 떠오르더군요. : )
      워낙에 크리슈나무르티를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 ^;

  4. 겨울종소리 2008/05/12 07:46

    저는 이거 생방으로 봤는데요 ㅋㅋ
    저 교수 신도님 전화주신 시청자한테 당하는 모습 봤어야 하는데 ㅋㅋ
    "어떻게 저런분이 토론자로 나오실 수가 있는지... " 라고 했을때
    뒤의 미모의 여인 반응 같이 즐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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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12 23:04

      그 동영상도 유뷰트에 있어서 함께 봤던 건데 제가 깜빡했었습니다. ^ ^;
      겨울종소리님 말씀도 있고, 아래 라스님의 말씀도 있고 해서 그 동영상 속 미인에 대해 짧게 포스팅할까 싶네요. ㅎㅎ

  5. 그로커 2008/05/12 12:39

    오랜만에 방문해보는군요. 저는 요즘 TV를 거의 안보고 살아서 이 영상 지금봤는데. 문득 저사람 정말 저렇게 생각해서 저렇게 말하는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자식을 먹여살리려고.. 저렇게 손가락질당하면서 견디는건 아닌지 싶은 생각도..
    그나저나 저 반전을 일으킨 댓글 쓰신분들이 요즘같은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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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12 23:06

      와우, 이게 정말 얼마만인가요?
      백만년은 된 것 같습니다. ㅎㅎ

      만일 정말 그로커님 말씀처럼 그런 '목적'(?)이었다면, 처자식이 정말 많거나, 혹은 '엄청나게' 먹여살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ㅋㅋ

  6. 이정일 2008/05/12 22:12

    어휴~ 전 TV를 자주 안봐서 이 포스트를 통해서 100분토론을 보게 되었네요.

    열혈신도란 표현이 딱이군요.
    저런 교수 밑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불쌍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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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12 23:07

      저는 솔직히, 이한유씨께서 제 생각을 들으면 썩소를 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한유씨 본인이 가장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7. 라스 2008/05/13 08:23

    저도 그 방송을 봤습니다.
    제가 본 분도 그분인진 몰라도..(아 남용되는 대명사들..)
    그 영남대 교수님
    (덕분에 몇몇 웹에서 영남대 다니시는 분들이 자기가 낸 등록금으로
    그딴 교수 월급 주지 말라고 아우성이더군요)
    뒤에 계시던 아리따운 여자분에게 자꾸 눈이 가더군요.
    (쇠고기 토론 때도 계셨습니다.)

    뭐 미모도 미모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 교수님의 얼토당토 않은 말에 반응해서 나오는
    썩소(실소)와 코웃음이 자꾸 눈이 갔습니다. (어이구 이놈의 무식..ㅎㅎ)

    제 착각인진 몰라도, 뭐 그런 모습들이 인상깊어서
    그런 댓글들이 달린 건 아닐까요.
    100분토론에 시민논객 중 선남선녀들이 카메라에 잡히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순간에 맞춰
    가소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지성(?)"을 지닌 미인이
    남성이 가진 여성에 대한 편견 중에는 그리 흔치 않으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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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12 23:08

      와우, 탁월한 댓글이십니다. : )
      제 글꼭지 중에서 '댓글들'이란 게 있는데요.
      거기에 라스님께서 남긴 이 댓글을 인용해야겠네요.

      추.
      블로그는 운영하지 않으시나요? ^ ^
      혹 운영하신다면 주소도 함께 적어주셨다면 정말 반가웠을텐데 말이죠.

  8. 민노씨 2008/05/12 23:09

    * 제목 수정 : 이건희교도의 신앙 간증에 대한 어떤 반응 : "뒤에 여자분 아주 미인이시네요..ㅋ" -> 이건희교도의 신앙 간증1. : "뒤에 여자분 아주 미인이시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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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MccallPam 2011/07/08 09:40

    I would like to propose not to hold back until you earn enough amount of cash to order all you need! You should get the <a href="http://bestfinance-blog.com/topics/mortgage-loans">mortgage loans</a> or auto loan and feel yourself fine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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