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미장센, 이미지

2007/04/05 10:29


1.
신문은, 강준만의 지적처럼, 이미지 매체다.
신문은 거기에 있는 어떤 문자, 사진들의 조합들이 만들어내는 매우 감성적인 이미지들의 총합에 불과하다.

논리?
이성?
근거?
사실?

놀고 있다.
그건 그저 자신의 발톱을 숨기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하다.

그 이미지들은 '믿는 바'에 의해 '희망하는 바'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니 이미지들은 사실에 바탕한다기 보다는, 의지와 희망에 의해 결정된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자신들의 '당파성'에 의해 그 이미지들은 결정된다.
달리, 좀더 속물적으로 말하면, 자신들의 '이익'은 그 이미지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


2.
미장센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저널미장센이 가장 훌륭한 종이신문은 조선일보다.
상대적으로 한겨레 편집은 정말 후지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솔직히 좀 후지다. 안타깝게도).


3.
우리나라의 소위 '보수언론',
특히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가공'할 수 있고,
또 언제든 가공하는 걸 넘어서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창조론자 같다. 

그 체계적인 의식적 공작에 투여되는
모든 노력들,
자본들,
인력들이 그저 놀랍고, 또 두려울 뿐이다.

여론은 항상 간사하고,
그 여론,
이를테면 FTA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은 것과 같은...
이런 여론들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
현재스코어 우리나라의 언론시스템이라면 이건 일도 아니다. 


4.
블로거들 역시 시스템의 포로이며,
시스템은 블로거들을 자신들의 머슴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이미 포로이며, 노예다.

기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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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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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2007/04/05 11:24

    조선일보는 박봉성의 "신이라 불리우는 사나이"의 팬인 것 같습니다.
    창조론을 믿기위해 창조를 하며 신의 영역에 다가서는!!

    오호! 꽤나 빨라졌구만요~ 이 정도만 되도 괜찮겠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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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4/05 11:43

      신이라 불린 사나이.. 이거 재밌나요?
      박봉성 만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요. ㅎ

      정말 반가운 소식이고만요.
      비누넷에서 거품 좀 낸게 주효한건가 싶네요. : )

      p.s.
      그런데 붐바 카운터가 왔다 갔다 제멋대로네요.
      지금은 카운터 자체가 초기화된 것 같구요.
      이런이런..

    • 민노씨 2007/04/05 11:50

      지금 비누넷 [질문+답변] 확인해 보니.. 플러그인 설치(특히 붐바)가 의심되는 딜레이라고 하시네요. ㅠ.ㅜ;

      붐바를 일단 설정해지하고 속도를 비교해봐야겠네요. ^^

    • 너바나나 2007/04/05 12:09

      지금 붐바 걷었나요?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디요.

    • 민노씨 2007/04/05 12:27

      약간 빨라진 것도 같은데..
      아닌가요? ㅡㅡ;;
      다시 설정해도 될려나.. ㅡㅡ;;

  2. 가즈랑 2007/04/05 13:23

    예전 교지 기자생활할 때 언론학교라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기자인 선배들이 와서 일선기자들의 생각, 기사작성법 등을 가르쳐 주는 시간이었지요.

    제가 좋아했던 동아일보 기자인 어느 선배는 자기와 한때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도 조선일보가서 다 글 쓰고 잘 산다는 이야기를 도중에 어렵게 꺼내더군요. 역시 시스템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때론 세상이 가면무도회장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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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4/05 15:58

      기자 개개인이야 소위 진보지든, 보수지든 그 안에서 또 편차와 다양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다만 조선일보라는 집단과 시스템의 역학 속에서 거기에 속한 조직원은 그 시스템에 어쩔 수 없이 조력하게 되겠죠. 그리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시스템의 생리에 자신을 길들이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잘은 모릅니다만) 한나 아렌트의 지적처럼, 개인으로선 성실한 직장인이고, 가정에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아빠이자 남편인 어떤 사내가, 가령 그가 회계사라면, 그 회계사로서의 재능을 나찌당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겠죠. 그의 재능은, 본의 아니게, 나찌당의 해악에 조력하게 되는 셈입니다.

      역사라는 문맥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개인이란 존재는 그래서 그 역사의식이라는 자신을 둘러싼 '존재좌표'를 어느 정도는 비판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일보 류의 종이신문에 투항(?)한, 이미 친한, 혹은 이제 막 친해지려고 하는 소위 과거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행태는 저로선 좀 착잡합니다. 지식인이라면 최소한의 역사의식은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조선일보의 중핵을 이루는 정신이란, 야만적인 세계화, 겉만 번지르한 철학없는 물질주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글로벌 스탠다드로 위장하고, 문화적인 색채들로 변장하더라도, 그 조선일보의 중핵을 이루는 정신은 이미 썩은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현실에 대한 책임의 일정부분은 감상적 인정주의와 배타적인 교조주의, 그리고 과거의 권위적 영광에만 취해 현실적인 감수성과 현실적응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소위 '진보진영'에게도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평에 감사드립니다.

  3. 히치하이커 2007/04/05 18:26

    자기들 그물에 걸려든 사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퍼뜨리고, 불안감을 조장하고, 사람들의 동의를 조작하고 그걸 다시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주류 언론(물론 한겨레도 포함입니다)은 절대 어떤 선을 넘어가지 않죠. 자신들이 발붙이고 있는 체제의 존속을 위협하는 진실들. 뭐, 저나 대다수 블로거들도 마찬가지죠. 껄껄껄
    저도 기운이 없습니다.

    덧_니체를 싫어하는(?) 까닭은 간단하게 말하면, 두려운거죠. 잉 -_-? 그가 멋지다고 했던 혹은 원했던 인간의 모습과 세상이... 암튼 그렇지 않아도 니체 같은 사람들 얘기도 가당치 않은 머리로 써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좀 더 속도가 붙을듯합니다. 이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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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4/05 21:48

      기운 내세요, 젊은 양반이 말이죠! ㅎㅎ

      니체에 대해선 앞으로도 종종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네요. 제가 니체에 대해선 꽤 관심이 생겨서요. : )

  4. 2007/04/05 20:30

    언론이라는 것이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통로가 아닌 이상 '시각'은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시각이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수준으로 편향돼 있다면 그것은 역으로 언론의 신뢰도를 훼손하기 때문에 결국 제살 깎아먹기가 됩니다. 이 때문에 만약 현재의 수많은 국내 종합일간지가 3~4개로 정리되더라도 그 신문들이 현재의 편향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면 점유율 30% 이상은 어려울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도 분명 친민주당 성향의 당파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 때문에 사실 자체를 조중동처럼 심각하게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신문사 내 기자들의 시각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신문사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최소한 조선일보라는 회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사주와 편집국장의 입맛에 맞게 자신의 기사가 요리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각오하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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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4/05 21:51

      펄님께서야 안에서 직접 경험하시니 좀더 구체적으로 느끼고, 또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조선일보(기자)와 거기에 글을 '빌려주는' 지식인들에 대해선
      아무리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또 다른 관점들을 떠올려도.. 좀처럼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믿고 싶은데로 보는 것 같네요. 에궁.. ㅡㅡ;;

      일선 기자로서 솔직한 논평주시니 정말 반갑네요.
      감사합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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