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아점
주낙현, 잡감 – 죽음, 종교, 그리고 잡종된 기억의 발언


1. 우리는 이슈(issue)를 소비한다. 물론 이슈는 소비됨으로써(이야기됨으로써) 동시에 다양한 관점과 사유들을 생산한다. 그건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이슈는 단지 소비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 관계의 고리, 인간에 대한 성찰이라는 고리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우리시대의 발명품 트위터는 그렇게 관계의 고리가 끊어져버린 이슈의 전장(戰場)이다. 이제 누구나 140자 평론가다. 이제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그건 비겁한 자들의 살아있는 죽음의 형식일 뿐. 핫이슈는 우리의 존재이유다. 우리는 끊임없이 재단하고, 비난하며, 조롱한다.

어수선한 말들의 전장에서 우리는 점점 더 자신의 사유를, 자신의 상상력을 더 좁은 참호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 참호에 황혼이 깃들고, 어둠이 찾아온다. 이제 자기도 세계도 어둠 속에 잠겨버린다. 말들의 탄환들만 어지럽게 허공에 흩어지고, 적도 보이지 않는 저 아비규환의 아우성 속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총질을 해댄다.

나는 때론 이런 풍경들이 무섭다.
귀가 찢어질 것 같아...

2. 주낙현의 화두는 그리스도교다. 예수의 죽음이며, 그 죽음의 기억을 영속적 일상의 형식으로 체화시킨 제의, 즉 전례(예배)다. 그래서 주낙현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죽음은 어떤 이슈와도 닿아 있지 않고, 어떤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실은 그 죽음의 기억에 대한 성찰은 가장 뜨겁게 존재를 고민하고, 가장 치열하게 우리가 자리해야 하는 삶의 공간을 찾아 헤맨다.

아우성이 아니라 속삭임일 뿐.

나는, 당신이... 잠시만 아우성의 전장에서 벗어나, 이 고요하지만 도저한 성찰의 속삭임을 듣길 원한다.


* 주낙현 신부와 함께 하는 전례 여행
1. 연재를 시작하며 –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2. 예배, 기도, 전례
3. 전례 – 구원과 선교의 잔치
4. 전례 전통과 도전 – 한국 성공회의 위치
5. 기도의 법은 신앙의 법 –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6. 전례와 역사 – 전통과 정통 사이에서
7. 종교개혁의 빛과 그늘
8. 성공회 종교개혁 – 전례를 통한 개혁
9. 전례 운동 1 – 성공회의 이상과 공헌
10. 전례 운동 2 – 하느님 백성의 예배와 선교 공동체
11. 예배 전쟁? – 다시 생각하는 고교회와 저교회
12. 말씀과 성사 – 하나인 전례
13. 성사와 성사성 – 하느님 은총의 통로
14.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 전례와 몸의 감수성
15. “나를 기억하라” – 전례의 기억과 시간
16. 우리에게 내리시는 영 – 전례와 성령
17. 춤추시는 하느님 – 삼위일체와 전례
18. 성전의 두 기둥 – 성무일도와 성찬례
19. 성찬례의 인간 – 전례와 사회
20. 세상의 종말 – 전례와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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