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잉 인터뷰 S#7. 미학과 공학

2012/01/21 23:22


인터뷰이 : 이고잉 (egoing)
인터뷰어 : 민노씨


일시 : 2011년 12월 30일 2시 17분 ~ 11시 15분
장소 :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그리고 밥집과 커피전문점.

1. 인생이란 진지한 표정으로 거론할 수 있는 그런 하찮은 게 아니다

2. 마당

3. 탐앤탐스


1. 이고잉 egoing
2. 블로거 이고잉 
3. 생활코딩 
4. 인터넷 
5. 스트림과 아카이빙
6. 트위터  
7. 미학과 공학
8. 허무에 대하여 
9. 우린 그냥 좀더 이야기하기로 했어



S#7. 미학과 공학

“공학이 미학을 만들고, 미학이 공학을 지배한다.”



- 자기 충족적이고, 자기 완결적인 느낌을 받는다.

“(잡스를 언급하는 걸 계면쩍어 하면서) 잡스는 자기 만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산업의 경향을 거스르면서까지 자기 스타일을 고집했으니까. 대가와 비교할수는 없겠지만, 성향자체는 그런 면이 있다. 손가락을 물어 뜯는 사람들이 그런 성향이 있다는 가설을 가지고 있다. 잡스의 손가락을 봤어야 했는데...(웃음)”


- 갈라파고스 섬처럼…

“나는 갈라파고스 같은 사람이다. 외부의 것을 내부로 들여오는 것을 잘 못한다. 나는 고도로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공부를 못했다. 이것은 심각한 열등감이었고, 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20대 전체를 바쳤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나의 성향들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말하면 깔대기가 되겠지만, 종종 특이한 생각을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어찌보면 이 특이함은 갈라파고스의 특산물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외국에서 훔치고, 어떤 사람은 죽은 자와의 대화인 책에서 훔치고, 나 같은 사람은 마음에서 훔치는 것 뿐이니까...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소유를 주장한다. 그 소스가 외국이건, 책이건, 자신의 마음이건 모두 훔친 것이다.  소유만큼 왜곡된 것도 없을 것이다.”


- 나를 자극할 수 있는 건 나 뿐이다?

"물론 아니다. 나는 종종 다른 사람이 만든 컨텐츠와 컨텍스트에 충격을 받는다."


- 그런 텍스트는?

“서양미술사(곰브리치), 기형도, 오래된 미래, 태백산맥, 도스트예프스키의 심리 스토킹, 종종하는 게임들, 윈도우 같은 거대 소프트웨어들, 서울이라는 거대 인프라... 그런데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 책이란 텍스트의 효율성은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나?

“인정한다. 하지만 독서가 꼭 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 나라는 대자연

“책은 가끔 접하지만, 내 안에서 나를 관찰하는 것, 그것이 마치 대자연을 탐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 책 제목과 목차로 내용을 채우는 놀이

“서점에 가면 책 제목을 자주 본다. 그 타이틀과 목차를 보고 그 내용을 추론하곤 한다. 일종의 놀이처럼. 가령,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의 ‘핫 미디어/쿨 미디어’는 그 목차 자체가 생각의 재료가 된다. 강한 상상력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자주 접하지는 않는 편이다. 워낙 난독증이 심해서, 타인의 컨텍스트에 깊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나, 소제목들을 보면서, 그것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인가를 추론한다. 이를테면 내가 종종 언급하는 핫미디어와 쿨미디어는 마셜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에서 본 재료인데, 마셜맥루한이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할수가 없었지만, 그가 만든 제목 레벨의 몇몇 프래임들은 그것만으로도 주옥 같은 것들이라서 많은 자극이 됐다”


- 가령 사람이라는 텍스트…?

“인간은 CPU면서 메모리다. 나의 생각은 엔지니어링적인 것들에 대단히 많이 기대어있는데, 이것은 나에게 행운이다. 이를테면 문학은 기본적으로 리버스엔지니어링의 영역이다. 리버스엔지니어링이란 무엇이냐면, 경쟁사에서 신기술을 선보였다. 그럼 그 제품을 습득해서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지 않나? 이런 행위를 리버스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문학은 이미 완성품인 인간을 분석하기 위한 텍스트다. 하지만, 개발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다. 엔지니어링적인 관점 덕분에 인간을 창조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고 할까? 엔지니어링의 수사는 어떤 대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데 대단히 유용한 도구다. 블로그에서 연재 중인 인터뷰 시리즈는 그렇게 기획되었다."  (+ 인터뷰)


- 엔지니어링적 관점

“가령 습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습관은 캐시(cache)다. 컴퓨팅에서 자원을 많이 잡아먹는 연산이 있다고 치자. 그럴 때 특정 인풋(입력)은 특정 아웃풋(출력)이라고 저장한다. 가령 1을 넣으면 10이 나온다고 했을 때, 10을 도출하기 위해서 연산을 하면 10년이 걸린다고 치자. 그럼 그 연산의 결과인 1=10을 저장해두면 1이 들어왔을 때 바로 10을 출력할 수 있다. 습관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 상에 있다. 이를테면, 머리 감는 것을 생각해보자. 사실 머리감기를 글로 풀어내면 이것이 대단히 복잡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머리를 감으면서 오늘은 무엇을 입을까? 회의에선 어떤 이야기를 할까? 이런 생각들을 한다. 이것은 머리감기라는 행위가 캐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인간의 캐싱이 컴퓨팅의 캐싱과 결함도 공유한다는 점인데, 컴퓨터의 캐시는 입력에 대한 결과가 달라졌을 때, 이것을 갱신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습관을 고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 습관API)


- 습관과 본능 : 삐져나온 신체

"그런데 흔히 습관이라고 알려진 것 중에는 오해되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손톱을 물어 뜯는 버릇. 보통 여자들은 입술을 물어뜯는 형태로 발현되곤 하는데, 이건 물론 습관이지만, 원인이 습관은 아니다. 내가 밀고 있는 가설이 하나있는데, 인간에게는 자기 몸이 아닌 것을 제거하려는 본능이 있다. 이 본능은 보통 청결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손톱의 조모세포나, 입술의 상피세포, 또는 상처에 난 딱쟁이를 뜯는 행위는 합리적이지 않다. 나는 이것이 감각이나 지각께에서 나타나는 버그가 아닐까 싶은데, 이것들을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지 않는것이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부모의 교육과 같은 사회적 억압 때문에 이런 행위를 하지 않지만, 사회적 캠페인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 과정을 수용하지 못하면서 습관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과정을 버그로 바라보는 것도 말하자면 엔지니어링적인 관점이 아닐까 싶다.


- ‘미의식은 가치에 대한 캐시’

습관이 행동에 대한 캐시라면, 미의식은 가치에 대한 캐시다. 미의식이란 어떤 대상을 지각했을 때 내 안에서 나타나는 어떤 감정인데, 이 감정이라는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험을 하게되고, 그 경험이 축적되면 그 경험의 대상이 되는 것의 모양, 냄새, 소리와 같은 것을 감각하는 순간 모종의 느낌을 지각하게 된다. 이 때 감각에서 지각으로 이어지는 즉각적인 반응 역시 캐시로 설명될 수 있다. 부연설명 하자면, 나는 감각과 지각을 구분한다. 감각이 오감으로 대표되는 육체의 수용이라면, 지각은 육체를 경유한 정신의 수용이라고 본다. 육체는 감각을 통해서 세계와 만나고, 정신은 지각을 통해서 세계와 만난다. 정황상 감각과 지각 사이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추정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감각에 대한 캐시인 미의식이다. 만약 미의식이 없다면 우리는 모든 사물에 대해서 꼼꼼하게 가치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미의식 역시 습관과 동일한 결함을 공유한다. 아름다음 앞에서는 관대해지는 것이나, 선입견 같은 것들 말이다.

습관과 미학을 캐싱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것도 중요한 진전이지만, 습관과 미학이라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동일선상의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엔지니어링 덕분이었다. 엔지니어링은 두루두루 요긴하다. ( + 습관 미의식 그래고 캐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고잉이 직접 그려준 도식


- 미학

"고교 때 공부 잘하고, 노력은 안 하면서, 심지어 잘난 척까지 하는 재수 없는 놈이 있었는데, 그 자식은 내 뒤에 앉아있었다. 자율학습시간에 또 잘난 척을 시작하는데, 짝꿍한테 이런 말을 하더라. <정치를 하려면 미학을 해야해> 아 이 말이 왜 그렇게 지워지지 않던지.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너 그 때 왜 그런 말을 한거냐고 따져 묻고 싶지만, 중요한 것은 녀석이 가지고 있던 본의가 아니라, 내 안에서 파생된 나의 본의니까. 아무튼 그 때부터 미학이 무엇일까를 틈틈히 생각했고, 수집했다. 그 이후에 미학과 관련해서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었는데,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그 중 하나다. 이 책의 인상적인 오프닝에는 뒤러의 어머니 그림이 등장한다. 곰브리치는 뒤러의 어머니를 추한 여인으로 묘사하면서도 동시에 이 여인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고 평했다. 이 한줄이 미학에 대한 관념을 뿌리채 흔들어 놓았다. 또 하나의 사건은 구글이다. 구글을 통해서 공학자들이 추구하는 미학을 발견했고, 또 이 회사가 추구하는 공학적 미학을 통해서 공학과 미학의 관계를 발견했다고 할까? 심지어 이 회사는 보편적 미학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미학적인 생명력을 잃고 있다. 세련된 구글이라니!


미학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답하는 이 여정은, 미학이 단지 보기에 예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만난 것이 공학이었다. 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공학도 전공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쩌면 이 지점이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공하지 않았다.’ 미학과 공학은 전공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공학해야 하고, 미학해야 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누구나 공학하고 있고, 미학하고 있다." 


- 미학과 공학

"공학이 미학을 만들고, 미학이 공학을 지배한다. 앞서서 미의식을 이야기하면서 가치에 대한 누적된 경험이 미의식을 만든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공학은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이 가치에 대한 경험은 차차로 미의식을 형성한다. 일단 미의식이 형성되면 그 가치를 함의하던 식별자를 감각하는 순간 어떤 감정을 갖게하는데 그 감정을 미의식이라고 본다. 미학이란 이 미의식을 프로듀싱하는 작업인데, 정확하게는 식별자를 찾는 작업이다. 즉 공학이 만든 가치와 연결된 식별자를 찾아내서, 오리고 붙이면서 미의식을 프로듀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미의식이라는 것이 한번 형성되면 바뀌지 않는다. 미의식의 최종소비자인 욕망은 미의식을 자극하는 식별자를 요구한다. 결국 가치를 위해서 복무하던 공학은 식별자를 위해서 복무하게 된다. 미학이 공학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 식별자 + 식별자2 + 식별자 고갈의 시대 : 도메인)


- 구글

"추상적인 이야기가 계속되면 허세가 되니까. 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구글을 처음 목도했을 때 나는 눈을 의심했다. 그 잘나간다는 회사의 홈페이지가 조잡하기 그지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습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은 구글이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글의 로고를 보자마자, 가벼움, 단순성, 신뢰, 거대함, 경계심과 같은 감정들이 일어난다. 구글이 애플처럼 섹시하지는 않지만, 구글이라는 식별자는 확실히 그 식별자와 연결되어 있는 욕망의 특정 파티션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구글이 만든 미의식이다. 이 오덕집단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공학적인 미학인 단순함, 가벼움을 고집스럽게 관철시켰다. 누구나 공학하고 있고, 누구나 미학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일전에 게임광인 친구가 그래픽카드를 쳐들면서 와 아름답다고 탄성하는 것을 봤다." (+ 구글과 애플)


- 애플

"애플은 물론 아름다운 회사지만, 애플은 한번도 공학을 놓은 적이 없다. 이 회사는 공학에서 미학으로 이루어지는 라인업을 올인원하고 있다. 공학의 탁월함 없이는 미학적 지배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잡스는 생전에 이런 말 남겼다.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의 말은 이렇듯 간결하면서, 힘이 넘친다."  (+ 구글과 애플)


- 사람의 아름다움에도 식별자가 있다고 생각하나?

"예쁘다, 못생겼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적인 가치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 사람은 운이 좋게도 오랫동안 인류가 추구했던 가치의 식별자를 옷으로 걸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운이 좋아서 그 식별자를 가진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 결론을 추구하는 게 성형이고, 화장이며, 디자인이고, 패션이다." (+ 사양산업)

- 얼핏 외모 지향 같다 (웃음).

"오히려 반외모주의일수도 있다. 미의식은 식별자의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니까. 물론, 나도 식별자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미의식에 따르면 아름답지 않음에도, 결과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없이 사랑할 수 있을 것같다. 그 압도적인 가치를 소망하지만 소망은 소망일 뿐이더라. 아름다운 것을 좀 덜 욕망했으면 좋겠다. 미의식 따위 쓰레기 통에 넣어버리고 싶다. 그게 안된다;"


- 완벽주의잔가?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다만 성실해서 완벽주의자처럼 보일수는 있지만, 이건 대체로 오해다. 완벽하려면 재능도 있어야 한다. 정황상으로 나의 재능은 보통의 이하였다. 무엇을 해도 남들 보다 조금 못한다. 그런데 근성은 좀 타고난 바가 있어서, 느리게 느리게 오래 몰두한다. 그덕에 결국에는 남들보다 잘하게 되는데, 재능 탓인지 최고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차상급의 것들을 누덕 누덕 오리고 붙여서 나만의 것을 만든다. 내가 완벽주의자라고 하면 주변인들이 웃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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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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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12/01/25 16:27

    * 사소한 추고.

    perm. |  mod/del. |  reply.
  2. icelui 2012/01/26 18:45

    잘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본문에서는 미학과 미의식, 그러니까 심미관이 별 차이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미의식을 자극하는 요소들의 추출이 미학이라면, 굳이 '학'이라는 글자까지 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그보다는, 비록 제가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인용된 곰브리치의 문구가 보다 미학의 필요성을 잘 나타내지 않나 싶습니다. '누구나 미의식은 있지만, 아무나 미추를 구분할 수는 없기에, 개인의 미적 취향에 대한 반항으로서 미학은 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나 할까요. 이건 나중에 정리해서 다시 얘기를 하겠습니다.

    선입견으로서, 어떤 반사작용처럼 일깨워지는 미에 대한 선호는, 미적 감수성이라기보다는 대개 진화심리학적 충동에 가까울 거라고 봅니다. 한때는 육체정 강인함이었을 테고, 대체로는 부를 보장하는 요소들(복장 등),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는 지적 역량에 대한 선호로 바뀌어온, 우월한 유전인자에 대한 충동이 보편적 미의식과 맞닿아 있겠지요. (여성의 경우는 좀 까다로운데, 일단 대체로는 생산의 효율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왔으므로 유전인자의 보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다산의 측면이 선호되어 왔겠지만... 그 후로는 아무리 막 적는 글이라도 짐작이 어렵네요. 질병이나 식량의 문제를 해결함에 따라 '양보다는 질'로 진화론적 방법론이 전환되었다고 보면, 보다 높은 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증명하려는 차원에서 희소한 여성상이 진화심리학적 충동을 자극하게 된 것 같고,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맞물리면서 그런 희소한 여성의 이미지는 대중매체라는 틀을 통해 형성된 것 같기는 한데...)

    그래서 시각적 심미관을 빼고 보면, 그 나머지는 사실 진화심리학적 충동과는 거의 상관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본문에서 설명되고 있는 차원에서의 미학, 즉 어떤 감정 경험을 일깨우는 요소들의 추출이자 활용으로서의 미학, 제가 이해하기로는 도구적 차원의 미학이란 관점은 다소 약화된다고 봅니다. 물론 음악 같은 경우를 봐도, 아름다운 소리란 화음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지 불협화음에서 찾기는 어려울 테고, 템포나 소리의 형질(예컨대 특정한 바이올린 소리는 비장감을 표현하기 적합하다든지)을 사용하는 법이나 대위법 등의 일정한 체계가 있기 때문에, 추출 가능한 미적 요소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걸 관성적인 미로 만들기는 어렵달까...요; 아오 퇴근 시간이라.. .집에 가서 다시 고쳐 적겠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2/01/26 23:17

      아, 반가운 이슬뤼 님. : )

      방금 전에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요. 반가운 댓글이 저를 맞는군용! ㅎㅎ 이상하게 방문자 수는 별반 차이가 없는데 트래픽이 초과되서 부랴부랴 트래픽 초기화를 마쳤습니다.

      1. 미학, 미의식.. 이 글은 정치한 언어적 엄밀성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논문이 아니라 각자의 관용화된 언어 습관이 반영되는 '인터뷰'의 형식이 때문에, 적확한 개념을 담은 표현은 어떤 경우에도 장려되어야 마땅하지만, 그다지 크게 문제삼을 만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이고잉 님의 내심상 진의에 좀더 부합하는 표현은 '미의식'이나 '심미관'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취지를 일반적으로 좀더 널리 사용되는 '미학'이라는 표현으로 썼다고 해서 그게 크게 문제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요.

      2. 현재의 미적 가치에 진화심리학적인 요소가 당연히 스며들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학문'이나 '인식론적 도구'로서의 '미학'이라는 테마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아도르노가 쓴 '쇤베르크'에 대한 논문이나(맞나? 기억에 의존해서 즉흥적으로 쓰는거라서) 혹은 <미학이론>에서는 이슬뤼 님께서 말씀하신 어떤 체계성으로서의 미학적인 표준을 상당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말그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도르노에 대한 언급이 지적 속물근성 혹은 '권위에의 의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음악과 미학에 대해 그토록 깊이 고민한 학자의 의견과 성찰은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술에 대해선 이제 어떤 것도 자명하지 않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아도르노, <미학이론>)는 선언(?)은 여전히 현재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보고요.

      이고잉 님께서 말씀하신 바의 취지를 제 나름으로 해석하면, 이고잉 님께서 말씀하시는 '미학'은 가장 대중적인 수준에서 산업적인 경향, 특히 IT의 변혁기에 산업을 주도한 MS, 애플, 구글의 철학과 비전을 담은 산업적 디자인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중적 감수성과 경향에 대한 성찰을 피력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 icelui 2012/01/27 11:17

      네. 사실 겜 하느라 바빴는데 트래픽 덕분에(?) 잘 넘겼네요.

      용어 문제는, 인터뷰고, 학자 간의 대담도 아니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터뷰만 봐도 이고잉 님이 단어 간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대화가 오가다 보면 얼마든지 단어 간에 구분을 두고 아주 엄밀하게도 그 의미를 나눌 수 있었을 테죠. 다만, '미의식의 여러 결함(조건반사?)'을 훈련을 통해 보완할 수 있고, 그것도 또한 '미학'의 여러 층위 중 하나라는 걸,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리할 시간도 없었고, 표현도 잘 못한 것 같은데.. 비록 아도르노도 읽어본 일은 없지만, 체계로서의 미학 이론에 대한 거부야말로 제가 미학 훈련이라는 말을 통해 표현하려고 한 관점이며, 그럼에도 그 또한 '미학'의 층위에는 포함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같은 맥락인지 자신은 없지만, 뒤샹이나 마네가 미술계에 준 충격은, 이론으로 완전히 정립된 관성적 미의식에 대한 저항으로서, 즉 미학적 접근을 필요로 하는 시도로서 의미를 갖는데, 체계로서의 미학에 대한 거부가, 완전히, 그리고 모든 시대에 걸쳐 모든 표준을 부인하는 것이라면... 저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정한 미학적 체계가 정립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그런 체계가 구속이 되는 동시에 새로운 미학 이론의 산실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학적 관점을 부여하기도 하고 종국적으로는 부인되어야 하는 껍질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인정하는 관점에서라면 아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GTX 580이라는 VGA 카드를 비싼 돈 주고 산 겜돌이로서, 인터뷰에 언급된 친구 분 일화가 격하게 공감이 되네요. 저라면, 카드 자체의 외형이 아름답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 같고, 그 안에 숨겨진 폭발적 성능에 대한 찬탄을 그런 식으로 표현할 것 같은데... 과연 그 분은 어느 쪽일지. ㅇ_ㅇ;;

    • 민노씨 2012/01/30 17:49

      1. 아주 공감합니다. 인터뷰라고 해서 관용적 언어습관이 그저 독자에게 수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고요. ^ ^;; 이고잉 님도 저도 언어적 엄밀성에 대해선 꽤 민감한 편이긴 합니다. 다만 이것은 대담(토론) 성격이 강한 인터뷰는 아니고, 인터뷰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을 소개하고, 들려주기 위한 성격이 강해서요. 물론 해당 인터뷰마다 성격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요.

      2. 아주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3. 글쎄요.. 저도 궁금하네요. ㅎㅎ

  3. egoing 2012/02/01 00:18

    icelui님 관심 감사합니다. 제가 미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 공학의 반대 어휘로 사용한 측면이 크고요. 또 미학이라는 어휘가 워낙 방대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어서 제가 언급한 미학은 제가 쓴 글 안에서 맥락상으로 파악하길 기대되는 것이라고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궁금해서 어쭙고 싶은 것이,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미의식을 동물적인 레벨에서 빌트인 된 것이라고 보는 건가요? 아니면 사회적 암시에 대한 학습의 결과라고 보는가요? 만약 전자라고 한다면, 이와 관련해서 의미있고 수긍가는 실험 결과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말씀하신 텍스트가 저로서는 난해해서 답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난독증이 심해서 컨텍스트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컨텐츠에 접근을 못해서요. 하지만 흐름 중에 반짝 반짝 빛나는 맥락들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귀한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아 제 친구는 명백하게 그래픽 카드의 디자인에 감탄했었습니다. ^^

    perm. |  mod/del. |  reply.
    • icelui 2012/02/01 18:24

      일단, 글이 난해한 것에 대해서 변명을... 안 틀리려고 발버둥치면 글이 복잡해집니다. '틀린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강해서...; 정교한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복잡이든 난잡이든 글이 항상 그렇게 흘러갑니다. ㅇ_ㅇ;

      '진화심리학적 충동'이란 말은 자의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진화심리학도 따로 공부한 적은 없으나, 대중과학서적 같은 데서 가끔 인용되는 내용들을 통해 제가 추론하기로는, 어떤 조건-상황이 주어졌을 때 나타나는 반응들 중에서는, 그 메커니즘을 진화 과정에서 심리학적으로 각인된 충동으로 이해할 법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 말을 적을 때 제 머릿속에는 아마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프로이트와 관련된 어떤 논문이 연상되었던 것 같습니다.

      진화심리학이라는 용어를 떠올린 것은 리처드 도킨스에서 연유하였을 텐데, 관련 사례는 집에 가서 책을 꺼내들고 뭔가 그럴 법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합니다.

      프로이트에 관해서는, 아마 '공포'라는 감정에 대한 설명을 떠올렸을 겁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 논문에서 '공포' 역시 (어느 정도는) 학습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예컨대, 아무런 위험도 겪어보지 않은 유아는 '유령'의 형상 같은 것을 보여주어도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어린아이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주변의 모두가 스스로를 사랑하리라고 믿고 행동한다는 얘기도 들 수 있겠네요.

      설명이 조금 돌아가네요. ㅎㅎ; 이처럼 '공포'나 혹은 (사랑해줄 거라는 기대에 반하는) '거부'가 특정한 상황의 반복을 통해 학습되고 나면, 나중에는 그런 상황과 개연적 연관을 가지는 조건들에 대해 '공포'를 느끼거나 혹은 '거부'를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학습이 아주 오랜 세월과 대에 거쳐 반복되면, 유전적으로도 특정한 경향이 '캐쉬화' 될 수 있다는 게 진화심리학적 관점입니다. (이 설명은 대단히 빈약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마침 아주 적절한 EBS 특강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다윈'을 핵심주제로 해서 진화론에 대한 여러 내용을 강의하는 프로그램 같은데... 어제 강의 중에 '특정한 동물'들의 구애행위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있었습니다. 이 동물 종들의 수컷들은 (파충류나 혹은 공작, 조류 등) 번식기가 되면 아주 화려한 빛깔, 소리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행동을 합니다.

      즉흥적으로 생각하면 이는 암컷들의 주목을 끌기 위함이고 지극히 진화론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포식자의 위험에 비약적으로 노출시키는 자기파멸적인 행동이기도 합니다. (어제 강의 주제는 성(性) 선택이라고 해서 지금부터 제가 말을 이끌어가려는 것과는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이런 말이 그 강의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다만 제 추정이라는 거죠.) 그럼 이 자기파멸적인 행동으로 인한 모순을 진화론은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이해한 바로는 이런 설명이 가능합니다. 1) 바로 스스로를 그런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수컷은 그 정도로 월등한 위기극복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생존 가능성이 탁월한 유전인자를 물려줄 개연성이 큽니다. 2) 혹은 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1)과 같은 환상을 암컷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그 수컷은 개체로서의 자신을 보존한다는 아주 작은 관점에서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지만, 그럼으로써 우수한 인자의 보전이라는 종의 사명을 완수하는 동시에, 그 사명이 자신이라는 개체(의 유전인자)를 통해 이행되는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됩니다. 얼핏 자살행위 같은 모순적 행동이 불러 일으키는 직관적 모순은, 이런 관점을 수용한다면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설명이 정말 길었죠) 진화론적 충동은 미의식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된 환경에서, 그처럼 자기파멸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수컷에게, 그런 위험을 감달할 만큼 우수한 유전인자에, 암컷은 필연적인 호감을 느낍니다(저는 절대 증명할 수 없지만, 이때 그 암컷이 그러한 수컷의 소리든, 행위든, 혹은 화려한 색깔에 끌리며 느끼는 감정이 우리가 '아름다움'이라고 부르는 것과 동위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호감, 즉 그런 수컷을 향한 취향을 가리켜, 아주 간단하게 '진화심리학적 충동'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무수히 반복되고 나면, 1)보다는 2)의 측면에서 자신을 과대포장하는 수컷이 생겨나며, 암컷 역시 실제로 수컷이 1)의 상태이기 때문이 아니라 1)과 같은 수컷에게 끌리도록 유전적 각인이 되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2)에도 끌리게 되는 메커니즘이 형성될 수 있고, 그걸 포괄적으로 '진화심리학적 충동에 유도된 보편적 미의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단어의 사용을 인간으로까지 확장할 때, 수렵과 채집 사회에서라면 이런 특징, 농경사회에서라면 또 이런 특징, 산업사회, 근/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점차로 이런저런 특징들...이 앞서의 암컷에게처럼 여성에게도 특정한 선호를, (자기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유발한다는 가정하에 그런 충동이 보편적 미의식과 동치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상대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한 점이, 미인에 대한 남성들의 보편적 선호는 그럼 진화심리학적으로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고, 짐작컨대 그건 일종의 과시로서 자신이 이런 희소가치를 획득할 만큼 우수하다는 점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까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진화심리학이 동물적 레벨에서 인간의 미의식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하는지 아닌지는 저는 알지 못합니다. 사회적 암시에 의한 학습의 결과라는 주장이 진화심리학으로도 수용 가능한지 여부도 또한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유의미한 실험 결과를 소개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ㅠ_ㅠ; 제가 관련용어들을 끌어 쓸 때 작용한 배경적 지식이나 추정들은 대체로 위에 모두 설명되어 있으며, 그것들이 하나하나 타당한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는, 진화심리학에 좀더 정통한 분이 짚어주셔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제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저는 동물적 레벨(?), 즉 좀 더 원시적인 형태의 사회에서부터 오랜 시간 각인되어 온, 충동적 선호로서의 미의식이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이른바 남성미!). 그에 반해 '사회적 암시를 통해 주입/학습' 되었을 개연성이 있는 덜 직관적인 우위들(돈, 지식 등?)이 과연 전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인류에게 공통적 충동으로 각인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쉽사리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ㅇ_ㅇ;; 아주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그런 덜 직관적인 우위들에 대한 선호도 역시, 여기서 제가 진화심리학적 충동이라고 부르는 그것의 대상이 될 거라고 추측할 따름입니다.

      덧. 그 친구 분은 단연코 저보다 더 먼 곳에 계신 듯 합니다. 저는 차마, 아니면 감히, 아직은 그런 감동은 상상하기가 어렵네요. ㅇ_ㅇ;;

    • icelui 2012/02/24 23:45

      시간이 제법.. 거의 한달이 흘렀네요. 으잌;

      주말마다 한번은 찾아서 보충해야지-하고 생각하던 것이 어느덧 이리 되었는데, 그래도 뒤늦게 보충합니다.

      그런데... ㅠㅠ;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딱 두 권 샀는데, <악마의 사도>는 어디에 팔아 먹었는지 보이질 않네요. <만들어진 신>은 대충 흝어 봤는데, 제가 생각하는 '진화심리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구절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일정한 연관성은 있는 것 같아 책에서 찾은 설명을 요약해 드릴게요.

      책에서는 '아라비아 노래꼬리치레'라는 새의 생태를 연구한 동물학자 자하비의 해석을 인용합니다. 그에 따르면, 이 종은 서열이 높은 새가 서열이 낮은 새에게 먹이를 나눠주는데, 자선행위의 근간은 "나는 너를 먹여도 될 만큼 여유가 있다.'라는 과시행위일 수 있습니다. 이 종은 서로가 보초를 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데, 그 역시도 "나는 일부러 가장 높은 곳에서 매와 같은 포식자에게 노출되는 위험도 감수할 정도로 너보다 우월해."라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함이죠.이런 우월성의 과시는, 그처럼 우월한 개체에 대한 '평판'을 올려주는 광고로서 호과가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그런 평판이 그 개체의 짝짓기를 보다 성공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요. 그리고 도킨스의 주장은, 이런 '평판'이 광고로서 훌륭한 효과를 거두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그들의 유전자 수준에서 이것이 하나의 경험법칙으로, 유전적으로 대단히 효용성 있는 법칙으로 성립했다는 거죠. 그런 주장의 근거를 다 밝히기에는 제 지식도 부족하고, 이 공간도 다소 협소합니다... 그러니 그냥 그런 주장도 있구나 하고 얘기를 마무리 짓자면,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처럼 반복해 성공을 거둔 사례들은 경험법칙으로 확립될 가능성이 있고, 일단 경험칙으로 종의 유전자 풀에서 선택되면, 그 다음에는 오히려 그런 경험칙이 이 종의 유전적 선택에 간섭하기 때문에, 최소한 짝짓기의 수준에서는 그런 영향이 미적 선호의 기준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제 리플에서 다소 모호하게 사용된 진화심리학적 충동이나 선호가... 재산이나 능력 같은, 몇 세대 이상에 걸친 유전적 선호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고, 오히려 십수년의 성장기를 누리는 동안 학습효과로 각인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는 그런 특징들에 대해서도 작동하는 것이 분명하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저는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제가 그 단어들을 사용할 때는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아마 제가 잘못된 내용을 주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잘 모르겠는 부분을 그렇게 남겨두고 나면, 나머지 제가 '미학적 훈련'을 반대급부로서 필요로 하는 진화심리학적 충동이라고 명명한 일정한 미의식, 혹은 미적 취향이 과연 진화심리학이나 진화론적인 타당성을 갖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 이 정도면 설명이 되지 않을까 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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