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이라는 도덕의 가면

2011/01/24 15:02
도박이 무슨 권장할만한 스포츠는 물론 아니다. 신정환 두둔하려는 의도 전혀 없다. 개인적으론 신정환 별로다. 그럼에도 신정환은 대한민국이 익숙하게 만들어온 희생양으로서의 '가면'이다. 그 가면은 대한민국을 경건한 국가로 탈바꿈시킨다. 그 가면은 NHN이 한게임으로 매출 50%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희미하게 지운다. 그 가면은 재벌의 성장 배경에 '부동산'이라는 합법적인, 하지만 야만적인 도박이 엄연히 존재했음을 잊게 한다.

신정환의 바카라는 오세훈이 우리의 아이들을 상대로 벌이는 도박이 마치 합리적인 정책적 선택인 양 착시현상을 유도한다. 신정환의 도박이 비유라면, 오세훈의 도박은 오히려 더 살아서 꿈틀거리는 현실이다. 하지만 오세훈의 도박은 보수주의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으로 포장되고, 신정환의 도박은 거룩한 대한민국이 받아들 수 없는 비도덕으로, 더 나아가 불법으로 선택(!)된다. [올인]의 이병헌은 멋진 히어로가 되지만, 개그맨 주제에 외국에서 돈 몽땅 털린 신정환은 대한민국이 응징해야 하는 악이 된다.

그래서 어쩌라구? 신정환을 구원하자구? 신정환을 구원하던지 말던지 나는 별 관심없다. 하지만 신정환이, 아니 신정환을 악으로 처단하는 저 고결한 권력과 저 경건한 목소리들이 지워버리는, 신정환이라는 희생적 제의로서의 가면이 지워버리는 그 보이지 않는, 아니 뻔히 보이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이 위대한 조국의 이중성, 그 야만에 대해서도 우리는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된다.


* 발아점
@byejune80 : 한국인의 어이없는 '애국심'이 나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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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Masque de traître?

    Tracked from Le mneme de 'Teardrop'. 2011/01/30 23:16 del.

    1. NHN 수익의 50%가 한게임에서 나오고 있었군요! ... 요즘 손 대고 있는 400억 쏟아부었다는 게임이 워낙 초반부터 삐걱거려서, 한게임은 모기업인 NHN의 자본력 덕에 그만큼 말아먹고도 - 반지의 제왕 온라인이 대표적 - 버티는 거란 얘기도 들었었는데. 고스톱이나 뭐 그런 쪽이 잘 나가나 봅니다.2. 부동산 놀이도 상당하겠지만, 아마 현재 유수한 대기업들은 과거 정부자본, 즉 세금에 기반한 사업들을 수주하며 커온 부분의 영향이 더 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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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염소똥 2011/01/25 17:31

    기준점도 잣대도 참 많은 세상입니다..;;

    무플방지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ㅋㅋ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1/01/28 01:31

      아이코, 답글이 늦어서 죄송..;;
      무방위에서 나오셨근영! 감사~! ㅎㅎ

  2. icelui 2011/01/25 18:12

    1. NHN 수익의 50%가 한게임에서 나오고 있었군요! ... 요즘 손 대고 있는 400억 쏟아부었다는 게임이 워낙 초반부터 삐걱거려서, 한게임은 모기업인 NHN의 자본력 덕에 그만큼 말아먹고도 - 반지의 제왕 온라인이 대표적 - 버티는 거란 얘기도 들었었는데. 고스톱이나 뭐 그런 쪽이 잘 나가나 봅니다.

    2. 부동산 놀이도 상당하겠지만, 아마 현재 유수한 대기업들은 과거 정부자본, 즉 세금에 기반한 사업들을 수주하며 커온 부분의 영향이 더 클 것 같아요. 도로니 항만이니 하는 대규모 사업들은 물론이고, 여러 사업분야를 나눠 가져 정책적 지원하에 성장해온 모양이니까요. 과거 특정시기에 걸쳐 국가의 지원을 - 정부에서 발주하는 사업 수주를 - 토대로 규모와 역량을 키우고, 이제 와서 공정경쟁체제를 도입해도 후발주자들로서는 그 차이를 따라잡기가 아무래도 어려울 테니, 게임의 룰이 공평하지 않기는 합니다. 그래서 대기업의 존재는 다소 부조리하기는 한데... 부동산 투기와 도박의 비유라... 흠. 하긴 굴지의 대기업들 중에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는 곳도 드물긴 하겠다 싶네요. 규목도 크고, 시간도 많이 투입되서 투기의 냄새가 희미하기도 하고, 정책까지 따라 움직이는 수준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도 있을 것 같고, 뭐 그런 여러가지가 결부되어 있을 듯.

    3. 신정환 씨 건은, 거짓말 때문에 유난히 더 그랬겠죠. 거리만 생기면 피라냐 떼같이 몰려드는 게 언론인데, 피라냐가 뭘 선호하는진 몰라도 거짓말로 드러난 변명이야말로 언론을 굶주린 이리 떼로 만들어놓는 마법의 주문 같은 거니까요.

    사람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건, 제 생각에는, '도박'이 아니라 이른바 '구라', '물타기'. '불법'도박도 모자라 '구라'까지 남발하는 '공인'을, 뭐랄까, 연예인에 대한 동경의 저변에 깔린 질시의 표출대상으로 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억제된 열등감의 분출이랄까.

    그런 관점이 타당하다면, 이건 도덕성에 대한 결벽적인 집착과 강박적인 요구가 아니라, 그런 당위를 가장한, 혹은 그 '가면'에 편승한 이지메겠죠.

    이 요란한 소동에 깔린 기의가 강박적인 윤리의식이든, 혹은 그를 가장한 이지메든 간에... 그 소동을 한껏 부풀려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온갖 잡스러운 수작들은 경계함이 마땅합니다. 다만 오세훈 씨가 요즘 뭘 하는지 그런 건 잘 몰라서 그 부분은 노 코멘트.

    정치적 맥락이야 어떻든, 개인적으로는 '불법'으로 명문화된 건 불법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 더 엄청난 불법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다면, 그 부분을 지적하고 바로잡으려는 것은 옳지만 그럼에도 전자의 불법행위가 규모 등의 이유로 정당화될 순 없겠죠. 다소 자조적인 의미에서, 소 도둑은 두둔하고 바늘 도둑만 붙잡아 죽이네 살리네 하는 꼴을 비웃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마지막으로, (그리고 사실 이 부분만이 하고 싶었던 얘긴데) 올인 얘기는 저는 관점이 좀 달라요. 과장하기 위해서 말한 게 아닌가 싶은데...

    일전에 듣기로는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를 즐기는 이유는, 우리가 가장된 위험을 경험하고 싶어하기 떄문이라고 하던데요. 위험에 가까운 감각을 만끽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상황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없이 위험에 가까우면서도 명백히 위험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만 우리는 그런 경험을 지지할 수 있는 거죠.

    영화에서 은행털이나 대박이 걸린 포커게임 등을 우리가 응원하고 그 성공에 환호하는 것 또한, (물론 작품의 설정상 그런 행위가 부정한 세력에 대해 일침하는 가하는 것인 이유가 크지만) 그것이 현실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뿐만 아니라, 놀이기구에 대한 선호는 일상의 무료한 감각을 일시적으로 전환시켜 궁극적으로는 단조로운 일상에 보다 잘 순응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데,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정의실현을 위한 수단적 부정에 대한 너그러움, 혹은 열광도 결과적으로는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일상에 대한 적응이 그 동기라면, 신 씨에 대한 대우가 드라마 주인공과 다르다는 점이 농담거리는 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긴 어렵다 싶네요. 따라서 현실에서는, (신 씨는 무슨 정의로운 목적에서 그런 것도 아니니 만큼 더욱) 신 씨가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작품과 현실에 대한 일반적 정서의 이중성을 나타낸다고 보기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으로 한 말이 아니라면...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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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1/28 01:42

      1. NHN(Next Human Network)이라는 이름도 Naver와 HanGame이 합병하면서 새롭게 만든 이름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한게임의 주력은 국민스포츠 고스톱과 포커... 이런거겠죠..;;;

      2. 네, 논평에 공감합니다. '게임의 룰'이 잘못 구조화되었고, 그렇게 구조로 단단해진 게임의 룰을 깨뜨리기도 대단히 힘들고.. 그렇죠, 뭐.

      3. '가면'에 편승한 이지메... ㅎㅎ 절묘한 표현이구먼요.

      4. 올인에 대해선, 말씀처럼 논의의 평면이 다소 다르기도 하지만, 제 생각으론 어떤 유사한 행위과 어떤 맥락과 상황에 놓여지는가, 혹은 그것을 그렇게 '연출'하는가에 따라서 악당과 주인공이 특정한 '목적'에 의해 '선택'된다는 관점에서 그렇게 쓴 것입니다. 여기서 '주인공'과 '악당'을 선택하는 건 '대부분의 우리'(시민)이 아니라 특정한 정경언 복합체로서의 '권력'이라고 생각되구요.

  3. icelui 2011/01/25 18:13

    헐퀴... 삼실에서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썼더니... 다 쓰고 보니 길이가 시tothe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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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1/28 01:43

      ㅎㅎ
      그러셨군요.
      이런 댓글은 댓글창에 두기 아까우니 정리하셔서 '트랙백' 한방으로 부탁드립니다. : )

  4. 비밀방문자 2011/04/27 10:15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1/05/07 14:48

      길 글 고맙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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