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계에 선 갈등, 긴장으로서의 실존적 블로깅
경계에 존재하는 갈등과 긴장은 창조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동인이다. 경계가 만들어내는 외면적인 갈등과 내면적인 긴장이 창조성을 높인다. 이게 대체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절대선도 없지만, 절대악도 없다. 상황은 선악을 무화시키기 일쑤고, 그럼에도 그 상황 자체가 변명의 알리바이가 되지 않도록 긴장하고, 성찰해야 한다. 블로깅도 이와 같다. 블로깅은 무슨 별천지의 판타지가 아니라, 일상을 조금 더 이상적으로, 희구적으로, 지향적으로 반영한다. 그런 차원에서 어떤 불만이, 어떤 못마땅함이, 어떤 소망이, 어떤 욕망이 드러나지 않는 블로그는 매력이 없다. 객관적인 지식을 그 자체로만 드러내는 블로깅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 지적 호기심 혹은 지적 속물근성은 그런 '낯선 지식'들에 끌리기도 하는데, 거기에 인간의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으면, 현실의 모순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그 속에서 고민하는 내적 긴장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런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곤 한다.
2. 링크 없는 블로그는 블로그가 아니다.
블로깅은 윈도우 쇼핑이 아니다. 그리고 진열장은 블로그가 아니다. 그 진열장 속에 담긴 물건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수만, 수십만, 수백만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겐 마찬가지다. 그 블로그는 나에겐 공허 그 자체다. 댓글을 쓰지 않더라도, 트랙백을 쏴올리지 않더라도, 링크를 통해서 우리는 얼마든지 세계와 나 아닌 다른 당신들과 대화할 수 있다. 세계는 대화로 관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흔적이 블로그에 남겨져 있지 않다면, 둘 중 하나다. 철없는 나르시서스거나, 세계에 관심이 없거나.
3. 학생으로서의 블로그.
아마도 내가 무지해서 그렇겠지만, 한줌의 지식이 무기가 되는 블로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블로그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부족하더라도 진심을 담은 단상들이 나름의 해답을, 대안을 만들어가는 대화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탤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얻을 수 있는 블로깅이 나쁜 것은 전혀 아니다. 나는 학생으로서의 블로그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의 블로그보다 좋다. 좋은 선생님은 항상 겸손한 학생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하면, 독자들이, 내 동료블로거들이 그 부족함을 채워준다.
4. 탈권위, 진짜 정치의 공간으로서의 블로그
블로그라는 미디어의 가장 커다란 잠재력은, 좀 추상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기존 권위에 대한 전복적 해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과연 '우리가 뉴스라고 부르는 것'(via 아거)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사고하게 한다. 우리가 욕망하고, 우리가 증오하는 그 모든 것들의 정체가 대화를 통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거나, 섹스 역시도 정치적이라거나(이건 우석훈이 이명박의 토건경제를 비판하기 위해 카피처럼 띄운 섹스생태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서정시의 정치성은 그 서정성에 있다는 말을 나는 아주 긍정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이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건 없다. 블로그는 세계라는 기만적인 객관성에 숨겨진 정치성을 드러내는데 아주 효과적인 공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상과 실존으로 구성된 육성이 서로 부딪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정말 진짜 정치가 있다.
5. 모든 것을 떠나 그저 자신을 기록할 뿐이다.
블로그는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기록한다. 자기 자신이 없는 블로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거나, 타인의 욕망을 내보이는 블로그 역시도 그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건 마치 그림자 놀이 같다.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블로그는 부끄러운 그 자신을 끝끝내 드러내는 블로그다. 주낙현의 블로그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옳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틀릴 수 있기 때문에 더 깊이 고민하고, 더 깊이 성찰하는, 그런 고민과 성찰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좀더 고양된 인간을 추구하는 블로그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블로그 역시 인간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건 쓸쓸하지만, 따뜻하다.
* 발아점 : 모두 강추.
On peut accepter une autorite formee par divers respects accumules? (이슬뤼)
: 이슬뤼 글에 있는 말미의 구절들이 글을 쓰게 한 동기.
어느 인기블로그의 RSS 구독을 중지하며 (필로스)
http://philomedia.tistory.com/231
: 실명비판과 익명비판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데,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뭐랄까, 역시나 실명비판이 이 경우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라는 임시필명의 지적은,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지만, 인상적이다.
나는 그 블로그가 싫어요 http://j4blog.tistory.com/1206 (J준)
좋아요 http://j4blog.tistory.com/1207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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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2010년 백호경인년을 맞이하며
Tracked from 진짜바로알자 신천지 2010/01/05 14:28 del.자랑스런 한국인 ,자랑스런 문화인, 자랑스런 지식인,자랑스런 종교인 ,자랑스런 신앙인,자랑스런 신천지인으로 태어나는 2010년이 되길원하며... 하나님과 예수님께서 주시는생명의 말씀,계시의...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학생으로서의 블로그'가 특히 와닿네요. 배우는 자세로 살아야겠습니다.
익명비판은 비판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유명한 블로거이다보니 소심해지더라고요. 써놓고 후회했습니다. 다만 읽는 사람마다 자신을 비춰보고 반성의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그 정도의 의미는 있겠지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니까요.
어쨌든 그래서 그 다음 포스팅부터는 실명비판을 했지만, 별로 반응이 (전작보다는) 썰렁하더군요. 당사자는 전혀 반응도 없고요.
그래서 내린 결론. 문제제기를 하려면 엄청나게 유명한 블로거를 물고 늘어져서 쎄게 나가던가, 아니면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하는 노이즈 블로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추. 광고트랙백 인상적입니다^^
항상 배우는 선생님으로서 필로스님의 태도를 참 존경합니다. : )
실명/익명 비판 관련해선, 어떤 특정 유형으로서의 블로깅 경향에 대해 비판하신 취지라서 굳이 '실명비판'이 확실히 더 유효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만, 블로그계에서 실명비판이 감정다툼이 아닌 애정어린 고언으로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서요...
추.
약간 뜸금없는 트랙백이긴 하네요. ^ ^;;
좋은 블로그란 끝내 느낌의 문제란 생각도 듭니다. "아, 이거 좋아" 라는 기분에 RSS 구독을 해버리는 손길. 그 순간의 힘이랄까요. 전 아직 그렇습니다. :)
하긴 저도 직관적인 삘에 굉장히 의존적인 편입니다. ㅎㅎ.
그 장단이 있을텐데, 요즘엔 그 부정적인 속성(편견/선입견)에도 좀 의식적으로나마 신경쓸달까... 하지만 레오포드님 말씀처럼 어쩔 수 없이 몸에 익어버린 부분이 있죠. ㅡ.ㅡ;
물론 실명비판이 좋긴 하지만 저런 글까지 굳이 실명으로 할 필요가 있나 싶구만요. 내가 생각하는 블로그와 다르게 나아간다, 내용이 구리다 등으로 구체적 행위나 주장에 대한 비판이 아닌 내 선택에 근거를 쓴 것이라서요. xx야 니 글은 이제 너무 구려 그래서 rss 해지한다 이런식으로 글을 쓴다면 받아 들이는 사람에 입장에선 매우 모욕적일 수 있겠구만요,
필로스님의 글은 구체적인 근거를 상술하고 있지는 않지만, 애정어린 조언자로서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리고 추상적인 유형이나마 주장의 근거로서는 별로 손색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을 미리 예단해서 실명비판이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물론 앞서도 필로스님께 답변했듯, 어떤 '유형'에 대한 비판이라서 실명비판의 효용(?)이 그리 크지는 않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역시나 실명비판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5번 블로그에 모습에선 1~4까지에 모습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더만요.
그렇군용! : )
!@#... 1긴장감 떨어지고, 2링크는 이상한 곳만 걸고, 3학생보단 훈장에 가깝고, 4세계정복을 노리며(핫핫), 5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인색한 캡*닷넷은 반성하라! 반성하라! 반성하라!
아, 그런 나쁜 블로그가 있나요?
그 블로그는 캡핫닷넷...?? ㅎㅎ.
한번 캡핫닷넷과 캡쿨닷넷을 찾아봤는데 활성화된 페이지가 아니네요.
선점된 도메인도 아닌 것 같고...
블로그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무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좀 궁금해서요...
뮐더님께서는 로시티를 (현재) 사업으로 운영하시는건가요?
아니면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 장기적인 사업으로 준비중이신건가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장래 민간 법률구조재단을 설립하는 밑거름으로 여기고는 있습니다. 온라인이 라는 것이 잠재된 가능성은 많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에선 많이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시군요.
그런데 그 사이트의 축적된 정보량이 얼핏 본 눈어림이라서 정확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꽤 되는 것 같던데요. 서식 정보(무료/유료) 정보도 꽤 되고, 외부 변호사와의 연계도 서비스하는 것 같고요.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몇 명이서 사이트를 운영하시는지요?
우리나라 공공 법률사이트(대법원, 국회, 헌재, 법제처 등등)이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라서... 이런 웹 법률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높은 편인데, 그래서 궁금한 점도 많네요.
혹시 다시 오시면 대화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 )
추.
로앤비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관심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블로그쪽은 뒤늦게 시작한지라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민노씨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고요. 앞으로 조언 많이 구하겠습니다.
사이트는 뜻이 맞는 분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방문자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컨텐츠는 없고요. 모든것을 무료로 제공합니다만, 활동량을 체크하기 위하여 '달란트'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달란트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요.^^
로앤비는 우선 법률사이트론 대단한 곳이죠. 축적된 정보량도 상당하고요. 판례정보에 관해선 거의 독보적일 겁니다. 아쉽게도 일반인 보다는 관련된 인사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로시티'와는 컨셉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http://minoci.net/1042
답변 고맙습니다.
위 글에서 좀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좋은 블로그가 뭘까? 라는 고민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설득력있게 생각 정리해주셔서 기분 좋게 읽고 갑니다 :)
아, 그런 고민을 갖고 계셨다니 참 반갑습니다.
종종 생각하시는 바를 들려주시면 더 반갑겠네요.
논평 고맙습니다. : )
블로그를 얼마하다보니 어느정도 위치에 오른분들을 보면 블로그를 상당이 전략적으로 하시더군요.
저도 한때,아주 한시적으로 그렇게 했지만 그것도 정말 노력이 많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것 저것 제가 올리고 싶은것을 올리고 있지요....그것이 오래가는 길인거 같아요.
그것까지도 저는 '그 블로거의 실존'이 발현된 모습이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전략만 앞선다면 그 향기는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오래된 글을 다시 읽어주시니, 그리고 저에게도 그런 기회를 갖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