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에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습니다. (도아)

위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기 위해 관련 자료 살펴보다가 비교적 최근 꽤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는 걸 발견해서요.
이 판결은 동료 블로거들께서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은 민사에 관한 소송사건입니다.

판시사항 :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의 위법성조각사유 및 인터넷상의 가상공동체의 자료실이나 게시판 등에 게시·저장된 자료에 터잡아 사실관계의 조사나 확인 없이 명예훼손행위를 한 경우,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 (이상은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의 조건을 설시하는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취득한 공개 정보는 누구나 손쉽게 복사·가공하여 게시·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내용의 진위가 불명확함은 물론 궁극적 출처도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특정한 사안에 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접속하는 인터넷상의 가상공동체(cyber community)의 자료실이나 게시판 등에 게시·저장된 자료를 보고 그에 터잡아 달리 사실관계의 조사나 확인이 없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시킬 만한 사실의 적시를 하였다면, 가사 행위자가 그 내용이 진실이라 믿었다 한들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출처 : 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다53214 판결 【손해배상(기)】 [공2008상,779])

보시는 바와 같이 인터넷상 게시판이나 저장된 정보에 터잡은 사실에 대해서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명예훼손상 위법성 조각사유)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입니다. 사건 피고는 언론매체지만 이는 블로그에게도 곧바로 해당될 수 있는 사례라고 봅니다. 이 판례의 입장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타당하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공짜'("무료")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없다고 한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뢰성을 높이려고 법률정보들은 그렇게 돈을 많이 받는건가요? 국가는 최소한 법률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현재보다는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현재는 유료정보들인 너무 많아요... 국가가 돈주고만 볼 수 있는 법률 논문이나 판결 전문에 대한  DB를 구성해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현재는 너무 미흡해 보입니다. -_-; 


판결의 시사점

아무튼 판결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해요.

0. 여전히 공인/공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확고한 판례로서 표현의 자유를 상대적으로 널리 보장하는 입장입니다. 즉 명예훼손의 성립을 제한하는 것이죠. 이런 판례들로 인해 공적 사안/공인에 마땅히 확보되어야 하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는 않기를 바라봅니다. 즉, 양심과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들에 바탕한 정당한 비판행위는 여전히 보장되어야 마땅하고, 또 널리 권장되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1. 인터넷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저평가는 나름으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복제와 가공 편집이 용이한 인터넷 정보(특히 문자텍스트)의 특질에 기반하겠죠.

2. 판결을 가만히 살피면(반대해석하면) "사실관계의 조사나 확인" 노력이 있었다면 이는 명예훼손을 조각하는 사유를 충족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비판행위에 있어 마땅히 기울여야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사실관계 조사나 확인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런데 사안이 갖는 공익성이 크다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어느 정도라면 그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 혹은 그런 법률적인 조언을 확인할 수 있는 기구(민간이든 국가이든)가 존재한다면 좋겠네요. 언론사에서 이런 공익(?)활동을 조력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3. 인터넷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확인/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국가기관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이 아닌 민간의 자율성에 바탕해, 이를 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전기통신망법의 개악이 이런 정보의 신뢰성 재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관련. 대화당사자의 비밀 녹음테이프의 증거능력

흔히 착각하기 쉬운 것이 있는데요.
타인의 음성을 녹취하는 것은 당연히 도청이 됩니다.
이것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죠.

다만 음성 녹음이 '직접 대화 당사자'에 의한 것이라면 이 자체로는 불법이 아닙니다.
(주의 : 물론 이것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따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
대화당사자에 의한 비밀 녹음테이프의 증거능력을 우리나라 대법원은 확고한 판례로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학설 역시 다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증거능력 인정설이 다수설입니다.

ㄱ. 대화당사자의 녹음과 제3자의 녹음은 구별해야 한다는 점
ㄴ. 대화당사자 사이에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필요성이 없거나 약화되고 통신비밀보호법이 타인 간의 대화비밀만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에 의한 공개는 현행법상 위법하다고 할 수 없는 점

다만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아래 판례는 형사사건에 관한 판례입니다.

판시 사항 : 사인(私人)이 피고인 아닌 자의 대화내용을 비밀녹음한 녹음테이프 또는 비디오테이프 중 진술부분의 증거능력

판결 요지 :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이 피고인 아닌 사람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한 녹음테이프는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 규정 이외의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를 바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첫째, 녹음테이프가 원본이거나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녹음디스크에 복사할 경우에도 동일하다)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일 것, 둘째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사인이 피고인 아닌 사람과의 대화내용을 대화 상대방 몰래 녹음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조건이 갖추어진 이상 그것만으로는 그 녹음테이프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사인이 피고인 아닌 사람과의 대화내용을 상대방 몰래 비디오로 촬영·녹음한 경우에도 그 비디오테이프의 진술부분에 대하여도 위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출처 :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도3169 판결)

참고, 민사소송의 경우.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하에서 상대방 부지 중 비밀리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녹음테이프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채증 여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며, 녹음테이프에 대한 증거조사는 검증의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9. 5.25. 선고 99다1789 판결


* 발아점
명예훼손에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습니다. (도아)


* 관련 추천
077. 통신비밀보호법안의 참모습 (1) (09.02.18)
078. 통신비밀보호법안의 참모습 (2) (09.02.18)

쌔깽님께서 오랜만에 마이크를 드셨군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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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077. 통신비밀보호법안의 참모습 (1) (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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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bject : 078. 통신비밀보호법안의 참모습 (2) (09.02.18)

    Tracked from Forget the Radio 2009/02/18 12:49 del.

    1.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합니다 (0:00) 2. 늑대 1) 통지의무의 전가 (2:10) 2) 감청 시설 등의 구비 의무화 (17:23) 3) 의무와 책임이 자란다 (25:52) 3. 늑대를 제대로 늑대답게 만드는 것 (30:22) 4. 오해는 맙시다 (33:34) 5. 개정안의 의도 (35:51) 통신비밀보호법개정안(한나라당이한성의원안).hwp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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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reasee 2009/02/17 12:06

    잘 읽어 봤습니다.
    마지막 반짝 추위에 감기 조심 하시구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2/18 12:48

      안그래도 감기기운이 좀 있네요. ㅠ.ㅜ;;
      한국씨께서도 감기 조심하시구용!

  2. Laputian 2009/02/18 01:41

    위 대법원의 판례를 보고 다소 의아했던 점이, 그렇다면 BBK사건으로 인해 MB에 대한 몇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한겨레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했으니 (설마 사익인가) 허용되는 명예훼손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궁금합니다. 충분한 증거자료도 당시에는 있었는데 말이죠.

    또한, 이미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그 신뢰를 이미 잃을대로 잃었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과장되고 확대되고 제멋대로 바뀐 정보가 마치 사실처럼 돌아다니고. 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엔 대체 뭐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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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18 21:44

      아이코, 제가 라퓨시안님 댓글을 깜박했네요. ^ ^;

      1. 한겨레는 명예훼손관련해서는 기념비적인 판례를 만들어낸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최초의 리딩케이스(다른 판례들이 따르는 '선례'로서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내창 의문사 보도와 관련한 사건이었는데요.

      위 본문상 판결문에서도 등장하는(대개 비슷하게 같은 문장이 등장합니다)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

      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아무래도 언론기관이 행하는 공적인 행위로서, 공적 사안에서 불거진 명예훼손 사건은 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경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이내창 사건도 그렇고, 이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판결문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물론 BBK에서도 그런 판례의 경향이 이어지기를 바라고요.

      2. 인터넷에서 신뢰 구축은 capcold님께서 '백 투 더 소스'라고 재밌게 표현한 출처에 대한 신뢰 구축 활동이 그 제도로서도, 그 문화로서도 이뤄져야겠죠. 이건 하루 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닐 것 같고요. 제도와 문화 전반, 그리고 특히나 블로거들의 블로깅 문화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함께 진행되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3. 궁금한 사람 2009/02/17 16:44

    도아씨 블로그에 가서 포스트를 읽어 봤는데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더군요. 검사의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을 받았다고 고소인 병원장을 무고죄로 역고소 할 수 없다는게 이해가 안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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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18 12:55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똔느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모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똔느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156조)

      제 미흡한 법률적 상식으로는 무고죄 성립이 객관적인 구성요건으로는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만, 다만 병원측의 '주관적인 구성요건'(고의, 무고죄를 범하려고 하는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소송까지 간다는 게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 뭐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4. nooe 2009/02/17 18:40

    아..이거 정말 유익한 글입니다. BG에 축적되어도 좋겠습니다. 저도 법지식이 부족한지라 사례별로 정리된 자료가 있으면 정말 유익할 것 같습니다. 자발적으로 지식구축비용(구독료,수고비,창작최저생계비 등등의 명목으로)을 지불할 생각도 있고요.
    적어도 위협받지 않고 글을 쓸 환경이 뒷받침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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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18 13:11

      아이코, 재미없는 글을 유익하게 읽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 )

  5. 명이 2009/02/17 18:47

    열심히 읽어봐도, 언제나 법 관련 이야기는 어려워요 >_<
    주말 잘 보내셨어요??
    저는 바람을 휘익~쏘이고 돌아왔습니다. ㅎㅎ

    밤바람이 무지하게 차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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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18 13:22

      제가 설명을 제대로 못해서 그렇습니다..;;;
      안그래도 감기기운이 있네요..;;;
      명이님께선 감기 조심하시길!

    • 명이 2009/02/18 17:58

      감기엔 그저 약먹고 뜨뜻한 구들장지고
      푹 누워서 자는게 최고라죠!!!
      기운은 빨리 물리치시길 바랍니다~ 예압~ +_+

    • 민노씨 2009/02/18 20:57

      친구녀석에게 첫아들 낳다는 문자가 왔는데요.
      정말 오랜만에 통화를 했는데, 감기가 저보다 훨씬 심하더라구요.
      암튼 그랬다는 것입니다...;;;
      (써놓고 보니 핀트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해서요..;;;)

  6. 도아 2009/02/17 21:00

    정리 감사합니다. 그런데 역시 법은 어렵군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2/18 13:23

      별말씀을요.
      말씀처럼 역시나 법은 좀 괜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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