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악당에게도 사생활이 있고, 그건 그 사람들이 악당이라서 보호받을 가치가 사라지거나 하는 거 절대 아니다. 제발 공사 구별하자.

그리고 아무리 악당으로 알려졌어도, 아직은 죄인이 아니다.
그게 법의 정신(무죄추정원칙)이고, 그 법의 정신은 우리들을 위해서도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 행위 유형과 그 구체적인 행위가 갖는 공적인 비난가능성에 대해 비판하고, 또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이건 물론 찬성하지만, 그 행위자 자체에 몰두해서 그 사생활 까발기는데 열내면 곤란하다.

현재 상황은 정말 황색저널리즘이 군중심리(여기에는 물론 나도 포함 ㅡㅡ;;)와 결합한 그 익숙하고 식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황색 물결에 한겨레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조선일보만큼 노골적으로 환호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비판하고 비난하더라도 자신의 기준을 갖고, 그리고 사회 윤리적 행위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적인, 이성적인 판단기준을 조금은 고민하고 나서 비판하자.


1-1.
공적인 가치를 갖는, 더군다나 국가공권력이 강하게 개입하는 형사사건에 그 '사생활'이 직접적으로 강하게 연계되었을 경우, 그 사생활,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가치는 공적인 가치와 비교형량해서(공적 가치가 클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한'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것까지 부정하자는 거 절대 아니다.


1-2. 형사사건.
이게 얼마나 큰 범죄가치를 갖는, 그러니 공적인 가치를 갖는 형사사건인지 살펴보자.

일단 신정아. 동국대가 고소했다고 알고 있고, 신정아씨는 벌써 미국으로 토겼고(ㅡㅡ;), 암튼 현재 상황은 이런데, 신정아씨의 혐의는 다음과 같다고 알고 있다(부정확하다면 조언을 부탁드린다).

신정아 -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동국대의) 업무방해.

사문서 위조 변조죄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 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히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231조)

업무방해죄
313조의 방법(허위사실의 유포 또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314조)


간단히 정리하면, 위 사문서 위조 및 행사는 업무방해의 '방법'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신정아 뻘짓 사건을 '신정아 게이트'라는 무시무시한(ㅡㅡ;) 사건으로 만든 주역은 물론 변양균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면 뭐, 당연히 최고위급 공무원이다. 내 소박한 법상식으로 판단하건대, 변양균의 혐의는 '직권남용'일테다. 이런 경우의 공무원범죄에 대한 특별법이 있는지는 생각나지 않고.

변양균 - 직권남용

직권남용죄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123조)


변양균이 신정아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자신의 공적인 업무와 구별하지 않고, 동국대나 광주비엔날레 측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혹은 고위 정책 책임자(동국대 총장이나 광주비엔날레 아무개) '사바사바'하는 식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자신의 애정을 표현했다면, 물론 그 공적인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논문 표절하고, 학위 위조한 신정아도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그런데 그 두 범죄에 대해 형법이 판단하는 범죄크기는 일단은 공히 5년 이하 정도라는 것은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물론 그 사회적인 파장, 사회에서 솔선수범해야 마땅한 청와대 고위공무원의 범죄(그게 범죄가 확정된다면)라는 점에서 그 사회적인 '비난가능성'은 좀더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2. 재작년 이맘때다.
지금의 소위 신정아 게이트(나는 '변&신 스캔들'로 부르는) 이 사건보다 훨씬 더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나라 전체를 들썩거리게 했던 국정원(옛 안기부) 불법 도청 사건이 터졌었다.

혹시 기억나나?
나도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다시 이것저것 살펴보니, 그 사건의 주역(?)인 이상호 기자는 아직도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자기사이트(이상호닷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 엑스파일 사건 개요는 대충 다음과 같다.

ㄱ. 국정원(옛 안기부) 아해들이 불법도청했다.

ㄴ. 거기에 '재수없게' 삼성 이건희(를 비롯한 검찰.정계.언론 모두)가 걸려 들었다.

ㄷ. 내용은 검찰 길들이기(삼성장학금), 언론주무르기,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뭐 이런 것들이라고 '세상에 널리 퍼졌다'(이 역할을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의원이 했다).

ㄹ. 그런데 불법도청이라는 거, 이게 문제다. 형사소송법에 보면 독수독과이론이란게 있다. 풀면, 독이 깃든 나무에서는 독을 품은 과일이 나온다는거지. 그러니까 이런 건 증거가치가 전혀 없다.

ㅁ.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소위 '국정원 엑스파일 사건'에 대한 고민거리는 다음 두 가지다.

a. 불법도청 - 사생활침해
이런 엿같은 일을 민주국가에서 한단 말인가?
민주국가의 존립기반인 국민의 사생활을 국가기관이 도청하는게 말이나 되나?

b. 삼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쭙잖은 수사 쓰면 골만 아프다.
삼성공화국을 어떻게 해야 하나, 검찰에 삼성장학금 보내고, 언론 길들이고, 청와대 주인 점지하려는 이 초거대집단, 초거대 권력집단을, 그리고 그 은둔의 왕국 속에서 근엄하게 대한민국 전체를 실질적으로 원격조종하고 계신 그 '은둔의 제왕'님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2-2. 그 때 그 사람들 지금은 왜 이러나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목소릴 높혔던 언론이 어디인지는 여러분들이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ㅈㄷ로 시작하는 언론사 사이트가서 찾아보면 바로 나온다.

사생활 가치를 그토록 목놓아 외치던 언론들이 이제는 황색 타블로이드신문들이 하는 짓을 아주 신나게 하고 있다. 거기에 나도, 그리고 여러분들도 가끔씩 고개를 기웃거리고, 자신의 주관적인 감수성을 아주 강하게 투사하고 있다. 뭐, 이해한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3. 저널리즘이 하는 일

저널리즘이 하는 일은 물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일이다.
그리고 사회를 감시하고, 또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하는 일이다.

변-신 커플, 그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면, 비판할 가치 충분하다.
더욱이 뉴스상품으로서의 가치야 말할 것도 없다.
영화같으니까.
청와대 고위 관료와 마타하리풍의 구라쟁이가 서로 사랑하다, 이거 나중에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렇더라도, 그렇더라도 말이다.
저널리즘은 나와 같은 속물들의 궁금증들이 빠지기 쉬운 폭력성, 파괴적 속성, 비이성적 성향을 '정화시켜서' 사안을 객관적으로 비판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공적인 사건'과 그 의미, 그리고 그 안에서도 존중해야 하는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가치를 분리해서 평가하고, 또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걸 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
그걸 저널리즘이 수행해야 하는 사회적인 역할이라고 한다.
그래서 언론을 사회의 공기라고 하는 거다.

신정아 오피스텔에서 '낯선 남자 빤스' 나왔다더라.  
이런 X같은 소식들 전해달라고 그 거대한 조직이 그 거대한 권력이 움직이는 거 아니란 말이다.





* 참조 사이트 및 참조자료 - 시간 허락하시는 분들은 방문과 일독 권한다.


0. 이상호기자 사이트 : http://www.leesangho.com/

근황이 궁금했는데, 회사 잘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TV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데, 뉴스데스크에서도 나오는 것 같고.. 암튼.  


1. ‘부적절한 관계’ 결정적 물증 과연 뭘까 (한겨레 박현철 기자)[07.09.12]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35840.html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신씨의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이메일 외에 둘의 부적절한 관계를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했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10일 공식 프리핑에서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물증을 확보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A.

한 검찰 관계자는 “‘그런 사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측 가능한 선물 같은 것”이라며 “두 사람이 서로 만나고 있다는 걸 서로 확인해주는 그런 물건”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다수의 물증이 나왔다고 들었다”며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남자 속옷이 다수 나왔고, ‘사랑하는 정아에게, 변양균’이라고 쓰인 책도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 B.

결국 B라고 까발길거면 A라고 말을 말던지..
이건 무슨 선데이서울 읽는 기분이다.
이렇게 쓰면서 고급지 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피식할 수 있을 뿐이다.
위 자료에 대해서는 일독 권하지 않는다.


2. "X파일 사건 본질, 삼성 이건희 회장 구속수사해야"
108개 시민사회단체, 삼성 불법뇌물 공여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VOP) [2005년08월17일]
http://www.voiceofpeople.org/new/news_view.html?serial=28353


3. 이건희 회장 ‘무혐의’ 결론 (한겨레, 정광섭 이춘재 기자)[2005-12-13]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386.html

검찰은 최근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 회장을 서면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 회장이 오는 20일께 귀국해 22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보고회’에 참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올해 안에는 귀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같은 혐의로 고발된 홍석현(56) 전 주미대사와 이학수(59)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 등도 모두 무혐의 처분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은 도청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문화방송> 이상호(37) 기자와 녹취록 전문을 실은 <월간조선>의 편집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4. '떡값검사' 실명공개 노회찬 의원 배상 (연합) [2006.11.15]

검사장 재직 시절 삼성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떡값 검사' 논란과 관련해 두 변호사가 노회찬 의원을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4. 이상호, X파일 상고이유서/X파일은 진행중 [2007/01/29]http://www.leesangho.com/board/view.php?db=diary&no=5013&field=&keyword=&page=1&num=82&s=

그렇다면 다시 묻습니다.
'한 재벌그룹이 수백 억 원대의 뇌물을 정치권과 검찰 등에 살포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고 또 실제 그렇게 행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면, 그것은 납치와 같은 중대한 범죄혐의입니까 아니면 보호받아야할 사적인 대화입니까?

프라이버시 보호는 민주공화제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입니다.
누군가 민주공화제를 뒤엎는 모의를 실행한다면 우리 모두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민주공화제의 납치범은 처벌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프라이버시를 원한다면 이것이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2심 재판부는 상식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5. [조선일보] 신정아 ID는 ‘신다르크’… 변양균 메일 제목은 ‘러브레터’
곽창렬 기자 [2007.09.1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2/2007091200051.html

위 기사는 일독 권하지 않는다.


6. [조선일보 사설] 청와대 뜰 안을 거닐던 신정아씨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2/2007091201269.html
[2007.09.12]

2005년 8월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수사 때 검찰은 국정원 협조를 받아 관련 문건과 컴퓨터 자료를 일일이 확인해서 필요한 부분만 걸러내 복사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했다. 변 전 실장 사무실 조사도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청와대가 非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신씨의 압수수색에도 44일이 걸릴 정도로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검찰이 또 얼마나 늑장을 부릴지 모른다. 그러면 그럴수록 청와대 관련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위 기사는 일독 권하지 않는다.


7. 변씨 ‘못말리는 오리발’…‘물증’ 들이밀자 마지못해 실토 (한겨레 신승근 기자)[07.09.12)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35838.html

위 기사도 일독 권하지 않는다.


8. 비판매체 극복법 그리고 미테랑의 상상력 (스윙보이)
http://www.swingboy.net/26

위 포스트는 강력하게 일독 권한다.




p.s.
일단 여기까지 씁니다.
추고, 혹은 새로운 후속 포스팅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아, 그리고 이 글은 예외적으로
민노씨.네 ( http://minoci.net )와
민노씨네 ( http://blog.hani.co.kr/skymap21 ) 에 동시등록합니다.
물론 메타 발행은 민노씨.네에 등록된 포스트로 한정합니다.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205

  1. Subject : 충격의 누드사진

    Tracked from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2007/09/13 16:16 del.

    충격적이다.신정아의 누드사진이 전국일간지라 자처하는 신문에 컬러로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신정아 스캔들이 충격적인 것이라기보다 신정아의 누드사진이 모자이크지만 공개됐다는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문화일보 기자는 이 사진을 입수한 뒤 어떻게 해야 했을까.기사를 쓰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사진을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실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황색 저널리즘의 초절정 사례다.신정아의 모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신정아 개인의 인격권...

  2. Subject : &lt;신정아 누드&gt;-문화일보는 이제 삼류 언론이 되는건가?

    Tracked from 친절한곰탱이 2007/09/17 08:53 del.

    이건 도무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다. 이젠 참을 수 없는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평소 언론입네 하며, 정부의 취재선진화 지원을 언론탄압입네 하며 마치 자신들이 대한민국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도 되는 양, 입에 발린 소리들을 지껄이던 조선, 중앙, 동아, 문화의 보도행태는 이것들이 신문이 맞는가, 언론이 맞는가, 길거리 뒷골목에서 코흘리개들 상대로 푼돈 뜯어내던 도색잡지나 찌라시가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우선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Magicboy 2007/09/13 16:27

    정말..언론 매체라는 것들... 요즘 보면 하다하다 너무 한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9/13 17:55

      좀전에 문화일보 '사건'을 접했는데요.
      정말 말문이 막힙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