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1월 17일자
한나라당 공천 트위터지수 (중앙일보, 허진, 김용민 기자)

지랄육갑도 이 정도면 기네스북에 등재될 수준인 듯. "하버드 출신"이라고 강조하는 기사에서 소개한 한나라당 비대위원 이준석의 '공식'이라는 걸 들여다보면 이건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내 마음 갈 길을 잃어버리게 만들고야 만다. 기사는 이렇게 쓴다.

‘팔로어 수’(자신의 메시지를 받아보는 다른 사람 수)와 ‘팔로잉 수’(내가 메시지를 받아보는 다른 사람 수)가 포함된 좌항은 ‘인맥의 넓이’를 측정한다. 얼마나 많은 트위터 사용자와 관계를 맺고 있느냐를 가늠하는 수치다. (기사 중에서)

트위터는 비대칭적이다. 내가 누군가를 팔로잉한다고 해서 그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내 트위터를 팔로잉한다고 해서 그가 나와 소통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결국 현재 수준에서 남은 건 이 비대칭성의 수혜자들, 오프라인의 인기인들, 체계적인 정보 공급자들(기자나 블로거 등등), 그리고 소수의 열혈 트위터러들이다. 소통이 갖는 본래적인 의미에서 '쌍방향성'은 달나라에 가서 물어보던가. 단적으로 말해 트위터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 즉 소통 채널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배급, 유통하는 중계채널이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을 뿐인 콘텐츠 필터링 채널이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트위터에서 이른바 '소통할 수 있는 질량'은 대단히 한정적이다. 내가 생산할 수 있는 정보도 한정적일 뿐더러,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정보도 한정적이다. 하루 종일을 트위터에 매달려도, 아무리 리스트를 잘 관리/활용해도 수 천명, 수 만명과 '소통'한다는 건 이게 무슨 제정신인 건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소통이 숫자로 가능하다고 믿는 사이비들이 있다. 좋다. 최대한 우호적으로 살펴보자. 몽상적인 수준에서, 쌍방향 소통의 잠재적 가능성으로서 '팔로어'나 '팔로잉' 수가 의미를 가진다고 치자. '맞팔'이라는 이상한 문화를 정착시킨 채, 극소수 자극적 이슈에 몰빵하는 현재의 트위터 구조상 "하버드 출신" 이준석의 '공식'이 이야기하는 "인맥의 넓이"는 개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0만의 팔로워가 있고, 내가 10만명을 팔로워 한다고 쳐, 언제 소통할건데? 어떻게 소통할건데? 이게 가능한거야? 준석아, 이거 어떻게 하면 좋겠니? ㅡ.ㅡ;

트위터 소통 지수를 '공학적'으로 계산해보겠다는 시도, 좋다. 그걸로 '소통의 질량'을 계산하겠다는 시도, 뭐 좋다. 하지만 이준석의 공식은 트위터에 대한 몰이해를 증명할 뿐이며, 한나라당의 깜짝 이벤트 상품 이준석이 갖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그야말로 선언하고 있을 뿐이다('바보 선언'). 이런 개판 1초 전 3류 이벤트를 무슨 대단한 '과학'인양 소개하는 중앙일보는.... "회장님 힘내세요!"나 해라, ㅡ.ㅡ;,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트위터가 갖는 사회적 의미, 사회적 효용, 나는 이걸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김진숙이나 박정근은 트위터러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의미있는 사회적 실험들이자, 트위터식 실천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공천 공식' 따위로 트위터를 저급한 PR 이벤트 도구로 전락시키는 시도들은 이제는 정말 없어졌으면 좋겠다. 한나라당 이준석의 발상이 만들어낼 건 트위터라는 도구를 사용해 소통하는 척 하는 '기계', 즉 트위터 청년 알바들 뿐이다. 물론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공천 트위터지수'가 공천을 빙자한 게 청년실업 대책이라면 그 작은 의미를 인정할 수도 있겠다.


* 추.
열혈 변태 잉여 블로거 리승환 수령이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나는 리승환의 시도를 지지하고, 이 실험이 의미있는 결실을 맺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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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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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까칠맨 2012/01/18 20:53

    그냥 이벤트라 봅니다. ㅎㅎ 그나마 저런 이벤트라도 안하는 민주통합당은 뭐 하는 건지...ㅡㅡ; 그나저나 수령 동지 출사표 좀 약한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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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1/20 18:22

      그렇죠, PR용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ㅡ.ㅡ;
      민통당은...;;;; 뭐 제가 알고 있는게 없어서...
      리수령 출사표는 아직 미완(ㅎㅎ)입니다. 수정할거예요. : )

  2. 이대팔 2012/01/18 21:05

    에이스 침대는 과학인데 한나라 비데는 수학인가?! -_-;;

    수학은 잘 모르지만(물론 다른 것도 별로 아는 것은 없고)... 딱 보니 감이 오네요. 한나라 사람들끼리는 사이좋게 맞팔하고 최고 실세라는 9급 비서들 시켜서 트윗을 올리고 돈봉투 좀 돌려서 만든 알바계정들로 선팔하게하고 리트윗 좀 서로서로 날려주면 하바드 출신 만드신 저 공식?정도는 무색무취하게 무너질 수 있겠다는 결론. 저 하바드 비데 수학공식?이 그렇게 하라고 알려 주는 것 같기도...-_-;;

    요즘 트랜드는 '조중동'이아닌 '중조동'이라더니만 역시 중앙일보의 뭔가 미국 수입 쇠고기의 어여쁜? 마블링 같은 스토리엔 그 누구도 따라올 수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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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1/20 18:24

      ㅎㅎ
      친애하는 최고의 댓글러(!) 대팔님께서 논평을 주셨구먼요.
      요 댓글은 고대로 퍼서 블로그에 올려도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풍자글이 될텐데 말이죠.
      올해엔 제발 좀 블로그 좀 하시죠!!

      추.
      이번에 컨퍼런스에서 뵙지 못해 정말 아쉬움이 컸더랬다능... ㅜ.ㅜ;

  3. icelui 2012/01/19 15:36

    속보로 곽 교육감 벌금형 선고가 뜨길래 와봤는데, 관련글 보러는 나중에 다시 와야겠네요.

    정말 이벤트라고 볼 수밖에...; 트위터가 갑툭튀한 걸림돌로밖에 안 보일 텐데, 그 한계나 속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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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1/20 18:26

      아이코, 이슬뤼님 오랜만임당.
      관련글이라고 하면 곽노현 1심 판결과 관련한 관련글을 말씀하시는건가요? 아니면 예전에 썼던 관련글들을 말씀하시는건가요? ^ ^;

      진지한 고민을 한나라당에요? ㅡ.ㅡ;
      농담이 심하신 것 같습니당..;;;
      가카의 도덕적 성찰을 기대하는 것만큼 기대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능..;;

    • icelui 2012/01/21 02:32

      이번 판결 관련해서 글이 올라오지 않을까 했어요. ㅇ_ㅇ;

      총체로서의 '한나라당'은 그럴지라도, 그 많은 구성원 중에 설마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없겠나 싶어서요. (...)

    • 민노씨 2012/01/21 22:08

      이런 판결과 관련해선 짧게나마 글을 쓰고 싶긴 했는데...
      뭐 워낙에 많은 언론들에서도 다루고 있고해서....
      예전에 곽노현사태(?) 공대위 공동위원장인 한 교수분 인터뷰를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 안올린게 있는데 그거나 올릴까 말까 싶긴 합니다.

      고민하는 분들은 있겠지만 의사결정구조에서 소외되어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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