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생활과 기자실]
에 보내는 트랙백 글입니다.
굳이 독립적으로 포스팅하는 이유는 위 글이 조금이나마 더 읽히기를 원해서이고, 또 위 글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그 논의를 조금이나마 확장하고 싶어서입니다.
위 글은 정말 근래 보기 드물게 기자실 통폐합에 관한 기자의 솔직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평가합니다.
일독 권합니다.
한국 언론의 경쟁시스템
좋은 글 트랙백 보내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담담하면서, 또 냉정하네요.
그런데 저로선 의문인 것은...
저는 솔직히 한국 언론 내부의 '경쟁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도화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입니다.
본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똑같은 기자실에 앉아 있어도 언제 물 먹일지 모르는 타사 기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타사 기자뿐인가. 자사 내에서도 일 잘 하는 기자와 못 하는 기자가 누구누구인지, 모두들 알고 있다. 모든 기사는 '기명'이고, 기자들은 다른 회사와 달리 팀별로가 아니라 각자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는 것만 받아먹어서는' 도대체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가 없다."
- 펄, [기자들의 생활과 기자실] 중에서
그 경쟁의 실질적인 귀결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노골적으로 질문하자면, 정말 능력없고, 고민없는 기자들은, 쉽게 말하죠, 기자 자질 없는 기자들은 "살아 남을 수가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보기엔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가령 극단적인 예이겠지만, 조선일보 천하장사 홍모기자 택시기사 폭행사건의 경우엔 '경쟁도태' 정도의 차원이 아닌 기자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경우인데요. 이 천하장사 홍기자가 어떻게 자기 책임을 감수했는지 궁금하네요. 얼핏 들은 바로는 아직 조선일보에 근무하고 있다고 압니다(정확한 소식 아시는 분 있다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최근 문화일보 이미숙 기자의 '소설'에 대해 이미숙 기자가 어떤 방식으로 내부에서 책임을 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여전히 '문화일보'라는 언론 회사에 잘 다닐 것으로 생각해요.
개별 언론 회사 내부의 룰과 원칙이 있을 테고, 이것이 외부의 평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도 우습겠지만.. 최소한 '언론' 회사로서의 특수성(그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외부의 평가에 대해서도 효율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입으로는, 공적인 홍보기제의 일부로서는 그런 소리들 하죠. 하지만 정말 실효적인 제도의 차원으로 정착한 언론이 하나라도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오보를 양산하고, 수준 떨어지는 최악의 기사들(누가 봐도 명백한 정도의)을 작성하는 기자들은 마땅히 '퇴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언론'회사'로서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언론' 회사가 갖는 공공성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 성급한 평가이고, 예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국민 국민 하면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무서워하는 신문 정말 있는지 궁금합니다. 판매부수 경쟁이나 특종 경쟁, 낙종에 대한 근심.. 모두 인정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최소한 자사 매체에 대한 '공적이며 객관적인 평가'에 대한 최소한의 피드백이 제도(특히 인사제도)의 차원에서 있어 왔는지, 과연 언론이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 얼마나 스스로 반성해왔고, 그 반성을 내부의 경쟁시스템과 효율성으로, 유기적인 내부 메카니즘으로 운영원리로 구현하려고 노력해왔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있어서는 안되는 언론인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런데 효율적인 '경쟁'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이런 언론인들은 벌써 퇴출되었어야 했지요.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 무시하고, 여론 조작하고, 국민들 훈계하고 있습니다. 지난 '황우석 파동'에서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그 극단적인 증거겠지요. 어떤 언론이 황우석 파동의 와중에 자신의 과오와 책임을 반성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중앙일보에서 살짝 그런 제스처를 보여주긴 했지만요.
기자실 문제는 본질적으론 이런 언론사 내부의 인적 개혁이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영원히' 공감 얻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답답한 마음에서 끄적거렸습니다.
펄님의 노고와 열정과 애로에 대해서는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론, 물론 충분한 판단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펄님과 같은 문제의식과 고민을 갖는 훌륭한 기자분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언론의 모습, 그 표현된 형태와 그동안 있어왔던 행태들을 되돌이켜 보면... 종이신문의 '위기''무한경쟁'이란 엄살에도 불구하고, 종이신문 그 스스로 바뀌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변신에 대한 몸부림에서 언론회사로서의 철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생존에 대한 몸부림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저 흔하디 흔한 자본주의 '회사'들이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과 그다지 달리 느껴지지 않습니다. 거기서 승리하면 그만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죠.
짝퉁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무관심은 그런 '세속적인' '철학 없는' 대한민국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언론 회사들의 현주소를 방증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삼성 무서워서 기사 쓰지 못하는 저널리즘이란 어떤 저널리즘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성포비아 저널리즘인가요?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기자사회의 움직임이 자본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언론 '회사' 구성원들끼리의 '신성동맹'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펄님의 글을 비판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조금 느껴지기도 하네요.
혹여라도 그렇게 느껴지는 구절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는 제 표현력이 부족해서 일 뿐입니다. 저로선 펄님을 신뢰하고, 또 펄님과 같은 기자분들께 기대를 걸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펄님의 글을 핑계삼아 제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한 것에 불과하지요.
펄님의 건투를 빕니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 노고가 많으실 대한민국 기자 여러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이상입니다.
[링크]
[고종석 칼럼] 시사저널 사태와 한국 언론 [2007/03/14]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703/h200703141904403978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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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기자실 문제에 대한 거친 생각
Tracked from trivial matters 2007/05/28 22:24 del.펄님의 기자들의 생활과 기자실을 읽고, 몇 가지 시각을 좀 꼬집어 보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기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주는 것만 받아먹는다'는 생각은 사실 편견이다. 기자란 직업은 굉장히 경쟁이 심한 직업이다. 똑같은 기자실에 앉아 있어도 언제 물 먹일지 모르는 타사 기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타사 기자뿐인가. 자사 내에서도 일 잘 하는 기자와 못 하는 기자가 누구누구인지, 모두들 알고 있다.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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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기자실 관련 글에 대한 트랙백에 대한 답변
Tracked from Feelings.. 2007/05/29 01:20 del.<P>사실 글 올리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완곡한 비판들을 가해 주셨다.</P> <P>다행히 아직 내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의 인품이 훌륭하신 것 같다.</P> <P>민노씨와 nova님이 트랙백을 보내주셨는데 각각의 블로그에 답글을 달까 했지만 </P> <P>그러면 나중에 내가 찾아가기 불편할 것 같아 일단 이곳에 쓰고 답 트랙백을 보내려 한다.</P> <P> </P> <P>1. 민노씨의 글 : <A target='_b..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따가운 지적 고맙습니다. 직접 답글을 달까 했지만 기록을 남겨두었으면 해서 제 블로그에 쓰고 트랙백 걸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민노씨 지적이 1000% 옳습니다.
제가 오히려 고맙죠.
펄님께서 새롭게 보내주신 트랙백은 잘 읽었습니다.
역시나 솔직하고, 진지한 고민이 담긴,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 )
곁가지이지만, 삼성 무서워서 기사 쓰지 못하는 저널리즘은 삼성포비아 저널리즘은 아니죠. 포비아는 혐오하거나 싫어한다는 뜻의 공포증이니까요. 따라서, 삼성의 잘못을 잘못이라 부르지 못하는 저널리즘은 홍길동 저널리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P
앗! 그렇군요. ㅎㅎ
앞으론 홍길동 저널리즘으로 부를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