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월 29일은 용산참사 100일, 내일 모레 5월 2일은 촛불 1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기억나지 않는 기억이 바닥까지 말라버린 사회적인 죄의식과 짝꿍할 필요는 없다. 그 잊혀진 기억이 '아니 벌써!' 김창완의 놀란 목소리와 오버랩되더라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우리는 "너의 이름을 잊은지 오래"다. 나 하나 먹고 살기도 앞날이 깜깜 무소식이다.

다만, 문득, 불현듯, 이런 상상을 해본다. 무한도전에서 용산참사 시추에이숑 꽁트를 만들고, 촛불 일주년 시청앞 광장에서 진칠 것으로 예상되는 HID 북파 공작원 행님(명이행님이 떠오른다능...)들과 '일박이일' 소꼽장난하면 재밌겠다는 생각... 정말 그럴 수 있다면 타는 목마름으로 외치지는 않더라도, "대한민국 만세!" "민주주의 만세!"를 나는 외칠거다. 신경민이 열 짤려나가고, '조선일보 언터처블법'을 만들거나, '삼성 죄 있어도 죄없음 법'을 만들어도 나는 '대한민국 만세! 민주주의 만세!'를 외칠거다. 정말이다. 정말이라니까.

솔직히 무슨 대단히 투철한 사명감, 사회적인 연대의식... 그런거 난 쥐뿔 없다. MB를 심판하라... 우리가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 를 아무리 씨부려도 그게 나랑 무슨 상관? 차라리 '쭉빵녀와 화끈한 소개팅'을 용산 범대위나 촛불 관련 시민단체들이 기획하면 살짝 눈길을 줄 수 있겠지만은... 'MB 심판이라굽쇼?' MB가 누구세요? ㅡ.ㅡ;

그런데, 그러다가...

"5월초 전국 각지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불법집회 참가자들 전원을 현행범으로 간주하고 적극 체포하기로 방침" 세우신 우리의 위대하신 검찰과 뜬금없이 "의원도 수갑 채우는 미국 경찰" 배우자는 조선일보의 놀라운 준법정신, 법치주의를 접하면... 아, 씨바, 이 고결하신 ㅆㄲㄷ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욕이 튀어나온다. '무한도전 : 용산참사편'이나 '일박이일 : 북파공작원과 함께'를 공상하던 나른한 봄날의 몽상이 확 깨진다. 알았다, 알았다고, 이 ㅆㅂ들아.

이런 고매하고, 우아하신 협박에 움추러드는 나는 무슨 벌레같은 건가... 대한민국에서 국민이란 건 이렇게 고상하게 일등신문 사설로 준법정신 투철하게 협박받는 존재인건가... 싶은... 그런 뭣같은 기분, 정말 거지같은 자존심이, 나는,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자다, ㅇㅇ ㅆㅂㄹㄷㅇ, 외치고 싶은 객기가, 아, 정말 짜증난다고 말하기도 짜증나는, 그래도 내가 나가서 그 힘없는 촛불이라도 들련다하는, 그 뭔가가... 내 오장육부에서 솟구친다.

이런 벌레 같은, 가축 같은 취급 받고도 무한도전 쵝오, 일박이일 짱이삼, 김연아 넘 좋아효...의 세계에서만 빠져서(그 세계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나도 그 세계 좋아해... 오해하지는 마셈) 용산 나부랭이들 나랑 무슨 상관? 촛불이 불법이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 이러고 있으면...우리는...우리가... 정말 닭대가리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얘네들도 어떻게 나오는지 좀 똑똑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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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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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09/04/30 17:17

    뭔가 잘못 아신듯 이미 우리 자랑스런 견찰들은 의원들도 두둘겨 패고 있습니다. 단 딴나라당 의원이 아닐 경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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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30 18:41

      투입되는 대다수 경찰들도 다 국민이고, 또 우리 남동생, 오빠들일텐데... 참 이래야만 하는건지 착잡할 따름입니다...;; 조선일보의 뻘사설도 짜증스럽고요...

  2. 명이 2009/04/30 17:45

    아니 민노행님..ㅋㅋㅋ 제가 북파공작원행님들과...-_- ㅋㅋ;;;;
    잠시 정신줄 놓고 팔랑거리다가 놀러왔다가 깜짝 놀랬어요.
    저만 정신줄 놓은게 아니라 믹쿡경찰님께서도, 딴나라당 하수답게 한건들씩 하고 계시더만요...-_-
    눈을 정말 커다랗게 떠야하는데.. 자꾸 눈이 감기고 머리가 하얘지니, 반성입니다.
    어제 이터널선샤인을 보면서, 저 기계를 MB를 비롯한 휘하 몇분들께 돌려서
    생각을 깨끗하게 세탁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능...-_-

    암튼...잘 지내고 계셨지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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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30 18:44

      명이행님께서 북파공작원행님들 좀 어떻게 말려주시면 좋겠는데 말이죵. ㅡ.ㅡ;

      [이터널 선샤인]은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데 말이죠.
      미셸 공드리를 딱히 굉장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터널 선샤인'은 '비카인드 리와인드'나 '수면의 과학'보다는 훨 좋더만요...

      저는 별로 잘 지내고 있지는 못합니다용.
      명이행님께서라도 무탈하게 잘 지내시길... ^ ^

  3. 세어필 2009/04/30 19:45

    말투(글투?)가 레진스러워지셨어요~ㅋㅋ

    그런 의미에서 댓글러로써 한마디 하자면,,
    오~ 수늬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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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2 00:06

      레진님께서 들으시면 서운하실 말씀을 하셨군요. : )
      저야 뭐 상관없지만요...ㅡ.ㅡ;

      추.
      언제라도 논평 주시면 수뉘권일 듯..;;;;

  4. Laputian 2009/05/01 00:19

    재보선 글에서도 그렇고, 최근에 민노씨께서 많이 지치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하긴 뭐 이 상황에서 희망을 갖고 산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민노씨니까 시크한 느낌보다는, 좀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나아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뭐, 재보궐에선 한나라당이 완패했고, 그런 걸 보면 약간은 희망적이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당장 진보계열 정당들이 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만, 견제 측면에선 확실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봐야겠죠)

    또한, 용산참사나 미디어법 같이, 한때 타올랐다가 사그러들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민노씨의 블로그래픽 회의글과 같이, 저런 지나간 이슈(하지만 지속적인 담론이 필요한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블로그 상에 노출시키고, 업데이트 해나갈 수 있게끔 하는 위키식 블로그 시스템을 구성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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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2 00:08

      물론 제 스스로 솔직한 감정을 토로한 글입니다만, 나름으로는 반어의 느낌을 살리려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그러니 전략적인(?) 글쓰기의 취지도 없지 않은 글인데 괜히 심려를 끼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라퓨시안님 오랜만에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 )

  5. 윤초딩 2009/05/01 02:59

    매번 도둑넘 처럼 리더로 읽고있는데 딱히 댓글을 달기도 힘들고..
    그냥 인사나 드리고 가려고요.
    오늘 쉬는 날인데 쉬시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좀더 돌아다니다 내일 퍼질러 자려고요..
    담에 또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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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2 00:20

      리더로 읽는 독자들께서도 저로선 정말 고맙고 소중한 독자시죠.
      도둑넘이라뇨..^ ^;;
      앞으로도 종종 가볍게 댓글 주시면 반갑겠습니다.

  6. 저련 2009/05/01 11:33

    금상의 치하에서, 좌빨이면서도 머리는 효수되고 몸은 명박거明博渠 제방의 토대가 되지 않았다면 꽤 선전한 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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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2 00:24

      저련님 말씀을 듣고 보니 또 그러네요. ㅎ
      항상 팍팍한 삶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체감치랄까.. 그런 것은 훨씬 다른 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도 기운을 내야겠지만요.

  7. freesopher 2009/05/01 12:52

    노동절이군요.

    우리가 닭대가리다,

    감사합니다.

    날씨도 좋은데 빨래랑 설거지랑 청소를 하면서,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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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2 00:28

      언젠가 함민복(맞나? 기억이 가물가물)이 'KFC 할아버지'를 소재로 쓴 시가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표현을 빌린 겁니다. 종종 그 시의 잔상들이 떠올라서 말이죠...;; 프리소퍼님께서 즐거운 싸움의 방법들, 저항의 방법들을 알려주시길 바라봅니다. : )

    • freesopher 2009/05/02 02:27

      함민복의 <켄터키후라이드 치킨 할아버지> 로군요 ^^
      나름대로 전공이라 시는 쵸큼 읽는답니다 :)

      얼마전에 글을 하나 썼는데 거기에도 함민복의 시가 살짝 인용되었는데, 괜히 링크 하나 걸어둡니다.

      http://freesopher.tistory.com/482

  8. nooe 2009/05/01 18:38

    트랙밥
    넷, <지배> 보여도 보지 않으려하는 노예의 삶
    http://nooegoch.tistory.com/411

    신나는 축제를 한번 열어볼 수 있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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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2 00:31

      오, 이제 카운트다운이 4까지 내려갔군용! : )
      누에님 말씀처럼 신나는 축제를 한번 열어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반어로 쓰신 말씀이 아니라면 말이죠... )

    • nooe 2009/05/02 03:10

      트랙빽
      http://nooegoch.tistory.com/412
      방금 셋으로 내려갔습니다.

      휴.. 힘들게 힘들게 내려갑니다.^^

  9. 비밀방문자 2009/05/01 20:05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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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2 00:38

      제가 "스스로 붕괴"를 하든 붕가붕가를 하든...관심 끊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 "특집"을 하든, 제 버라이어티쇼를 하든 관련자료들은 좀 그냥 조용히 복사해서 가져가시고, 비밀글로 이런 유치하고 민망뻘쭘해지는 댓글은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뭐 초딩도 아니고 뭐하시는 건가요?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 하시면 접근차단을 고려하겠습니다.
      이 답글은 위 점을 알려드리기 위해 굳이 적어봅니다.

    • 비밀방문자 2009/05/02 01:21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0. leopord 2009/05/01 21:55

    아닌 게 아니라 좀 지치신 거 같아요;;
    오늘은 노동절이고, 밖에선 노동자들이 연대를 호소하고 내일은 또 촛불 1주년이군요. 이래저래 화려한 5월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마음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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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2 00:41

      아래 라퓨시안님께도 드린 답변입니다만... 스스로 솔직한 감정을 토로한 글이긴 합니다만, 나름으로는 반어의 느낌, 혹은 설득력을 위한 역설적 수사의 효과를 살리려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그러니 전략적인(?) 글쓰기의 취지도 없지 않은 글인데 괜히 심려를 끼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레오포드님께서도 휴일 알차게 보내시길... : )

  11. 잠머 2009/05/02 00:25

    ㅆㅂ는 ㅆㅂㄹ의 오타지여? -_-a;;;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5/02 00:44

      오, 노네님 정말 오랜만에 발걸음하셨네요. : )
      무지무장 느무느무 반갑습니다.

      오타는 아니고요. ㅡ.ㅡ;;
      그냥 ㅆㅂ.. 그러니까 (+)ㅣ와 ㅏ하면 되는 어감으로 쓴 것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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