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과 나

2007/05/01 16:09

1. 독백

나는 김승연이 무슨 개같은 짓을 하든 상관없다.
그가 사람을 죽이든, 살해를 당하든.
내 관심 밖이다.
나랑 무슨 상관 있는데?

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실은 박지윤이 궁금하고, 인막녀가 궁금하다.
특히 인막녀,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냐?
검색하면 금방 나오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궁금하다고 하면서 검색하지 않는 건 스스로의 경험칙상, 그 박지윤이, 인막녀란게 거의 쓰레기 정보일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실은 어떤 고립된 스피커, 어떤 고립된 실존, 고도를 기다리는, 그런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인도에 표류한 한 마리 짐승이랄까?
그런 기분이 들곤 한다.


2. 그런데...

김승연'들'이 많아지면..
내 자유와 내 존엄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방식들로
썩어지고, 문들어지고, 사라져버릴테다.
난 정말 그런 두려움이 있다.

그걸 실천하는 건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의 메카니즘은 자본을 단위로, 권력을 단위로 단계적으로 그 자본과 권력에 봉사한다.

물론 시스템은 김승연을 보호하기도 하고, 김승연을 죽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스템은 나와 당신 보다는 김승연을 위해 봉사한다.
그 시스템은 보통 국가, 혹은 언론, 혹은 경찰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아, 그 시스템은 요즘은 '포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포털의 '촉수'에 걸려들어서, 박지윤을 클릭하고 말았다.
아.. 나는 또 이렇게 걸려든다.

그 시스템은 어리석은 자들,
그러니 나와 같은 자들의 망각과
그 망각을 찬미하는 가공할 만한 괴물, '일상'이라는 것과 함께 자란다.


3. 종속된 자유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
칸트가 이야기했다.
칸트가 무자비하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칸트 역시 시스템의 정점을 위해 봉사했다.
그는 엘리트였다.
그는 보호받았다.

미디어는 이제 통제될 수 없다, 라고 선언한다고 치자.
그 미디어의 가능성이 현재의 블로그라고 치자.
하지만 미디어는 거대 시스템의 회로에 따라 움직이고, 조직되고, 또 유통된다.

현재로서는 그렇다.
이건 당연하지 않나?
아닌가?

거대 시스템은 여전히 우리들과는 상관없는, 우리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의지로 스스로를 세우고, 우리들을 통제한다. 우리들의 섹스와 우리들의 천박한, 하지만 사랑스런 비교심리들, 질투를 위해.. 그리고 우리들의 나르시즘을 위해서 우리들을 사육한다.


4. 권력

권력이 싫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권력을 거절하고, 권위를 배격한다.
그렇게 히피처럼, 보헤미안처럼 낭만적으로, 마치 저주받은 시인처럼 노래한다.
그게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있다.
지랄 쌈 싸먹고 있네.
재수없다.

권력은 권력을 통해서만 부정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권력의 방향이고, 색깔이고, 풍경이다.

권력은 당신의 낭만적이고 뽀송뽀송한 동화 속 풍경 같은 그 작은 소망으로 그 방향을 바꾸거나 그 색을 바꾸거나 그 풍경을 달리 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권력을 스스로 세우는 거다.
우리들은 그런데 섬이다.
그 섬으로서의 권력, 요즘 하는 말로 롱테일...
난 별로 그걸 신뢰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 말고는 우리들의 모래알 같은 권력들은 도저히 조직화하기 조차 힘들다.



p.s.
박지윤, 인막녀는 김승연을 잡아 먹는다.
제발 박지윤 이야기는 그만하자.
왜 남의 사생활에 그다지도 관심이 많단 말인가?
사생활 이야기 그만하자, 는 일견 정당한(나로서는) 관점 역시나 그 이야기에 '권력'을 보태는 행위다.
언제나 타이밍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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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웃자구요 797 : 단란한 경찰

    Tracked from loading... 100% 2007/05/02 11:45 del.

    4월 29일 웃자구요 800회를 맞아 진행될 소소한 이벤트의 선물이 공개 됐습니다. 협찬해주신 나오미 엄마, KJJ 과장님, PJK 대리님 감사합니다. 시민의 친구, 포돌이!~ 단란한 우리 경찰을 소개합니다!!~ 정말 단란한 사진이죠? ^^; 왜 이런 낙서가 생겼을까요... 아하... 날라서 쪼인트!!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사진입니다. 저기 머리박고 있는 친구는 누구한테 신고해야할까요??? 야야야... 경찰에 신고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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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2007/05/01 18:02

    한미FTA 문제, '공익정치 기업가'에 달렸다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0411164915&s_menu=경제

    이 글이 생각나는구만요. 섬의 목소리를 육지로 전달할 조건이 맞는 우체부가 필요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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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01 18:18

      우리들이 그 작은 우체국을 만드는 건 어떤가요?
      그리고 부족하더라고 우리들이 스 우체부가 되는 건 어떨까요?
      아직은 작고 부족하더라도 말이죠.. : )

    • 너바나나 2007/05/01 18:38

      우리들이 우체국을 만들고 우체부가 되어봤자 그것은 또 다른 우체부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만요.
      우편물 삥땅 뜯지 않고 일 잘하는 우체부를 서로 이득이 되는 조건에 계약하여 잘 고용하면 좋은디 그거이 안 되고 있구만요. 좋은 우체부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은 있을겁니다 근디 그걸 못 찾는 시스템이 문제긴 하군요.

    • 민노씨 2007/05/02 07:22

      비판적 리뷰어의 무한 순환이랄까..
      비판 권력의 맹점은 스스로에 대한 비판에는 무디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런 순환적 시스템을 느슨하게나마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2. rince 2007/05/02 00:40

    신문에 보면 거짓증언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사는 사람들도 많던데,
    회장님께는 그런 일도 없겠죠?

    단 한개의 물증이라도 나와서...
    사실이 밝혀지길 바랄뿐입니다.

    압수수색을 공개하고 가는 경찰...
    "증거치우세요"
    라고 말하는거 같았어요...

    사무실은 근로자의 날이라 사람도 없고 압수수색해도 별거 없을거 같아서 안갔다는데...
    거긴 아직 증거를 덜 치운거 아닐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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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02 07:24

      말씀처럼 우리나라 경찰 정말 참 친절합니다.
      압수수색 '통지'해주시고.. : )

      노동절이었죠. 정말.. ^ ^;

  3. 써머즈 2007/05/02 08:32

    이렇게 자극하면서 반기업정서가 어쩌느니 재벌에 대한 규제가 어쩌느니 하는 걸 보면 웃기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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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02 18:12

      네, 웃기지도 않습니다. : (
      물론 일개 개인과 법인은 따로 분리해서 판단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벌조직이란게.. 그 소위 '오너'와 조직을 따로 분리해서 파악하기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4. 골룸 2007/05/02 10:00

    언제나 중요한 사안을 시덥잖은 사안들이 감싸왔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요즘처럼 모두가 글을 써서 표현하기 시작한 시대는 양반이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과연 그런가 싶습니다. 모두가 표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모두가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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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02 18:14

      어쩐지 다수의 관심과 그 관심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정체는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한 메카니즘을 갖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 불안합니다...

  5. managak 2007/05/04 11:07

    보이지않는손에 한표! 언젠가 그 실체가 공개되면 정말 대박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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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04 14:42

      미래의 인기 IT 어드벤처 스릴러(?) 만화 장르를 개척해주실 만화가께서 와주셨군요. 마나각님께서 그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주시길 기대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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