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이 잔인한 세계

2008/04/30 22:04
나를 감싸는 어떤 여자의 따뜻한 살, 그 살을 흐르는 숨결, 물론 그것은 상상인데, 나는 그 여자의 목소리만으로도 정말 그걸 느낀다. 거기에는 어떤 간격도 없고, 어떤 거짓도 없다. 그저 살과 살을 흐르는 숨결과 그리고 이것들을 내가 감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망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를 둘러싼 이토록 미친듯 잔인한 세계에서 그 살의 따뜻함과 숨결의 간절함은 우리들의 상상과 만나지 못한다. 그 상상력, 혹은 소망들은 매스미디어로 불리는 어떤 선택된 이야기들의 창고, 쓰레기통, 어떤 관념들과 선택된 조작의 시스템 속에서 점점더 사장된다.

우리는 매일 매일 열심히 욕망을 학습한다. 우리는, 아니 오늘 한동안 그 매스미디어를 멍때리며 구경했던 나는, 그것이 문득 고문이라는 생각(이것은 분명히 지각이면서, 또 느낌이기도 하다)에 이른다. 좀더 세련되게, 아니 세련으로 위장된 우리들의 야만, 그 야만이 스스로 자가증식하는 어떤 논리에 스스로를 사육시키기 위해 욕망은, 늘 그랬듯, 그 시대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화한다.

소망은 생성에 관여하고,
욕망은 파괴에 관여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아주 태연하게, 우리들이 기꺼이 동참한, 우리들이 만들고, 우리들이 선택한, 욕망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친듯이 잔인한 세계를...




* 발아점
헝그리 정신? 헝그리하게 살기 (주낙현)
소망과 욕망 (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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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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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iamedia 2008/05/01 11:06

    첫 문단의 아름다운 말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군요. 그게 참 소망이요, 덧없이 보이는 그 소망을 신뢰하는 것이 믿음이요, 이 모든 것들을 비롯하게 하여 숨쉬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그렇게 나와 상생하는 것인데, 그 자리에 "욕망"이 꿰어 차고 들어 앉았으니 모든 관계가 뒤틀릴 수 밖에요.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생성과 창조에 관여하는 일을 멈추지 않은 일이 필요하겠습니다. 참된 아름다움을 퍼뜨리는 일이 이 잔인한 세계를 넘는 유일한 길이겠습니다.

    민노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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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02 15:59

      저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논평이십니다.
      그저 신부님께서 주시는 넉넉한 격려로 생각하렵니다.
      늘 신부님 블로그에서 얻어가기만 하네요...

  2. Shain 2008/05/01 03:39

    잔인한이란 표현을 4월이 가기전에 쓰시고 말았군요.. 하하
    그리고 오백번짜리 글을 보니 약간 부럽기도 합니다..
    워낙 게을러 블로그 글 다 합쳐도 오백개는 못 따라가겠군요
    저는 워낙 오독(誤讀)을 권장하고, 가끔 모른척하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잔인이란 단어도 상상이란 단어도 알아서 알아듣습니다만..
    어떤 의미로 많은 사람들에게, 지루한 4월도 5월도 잔인한 면이 있군요
    ....
    가끔은 어떤 소망은 열렬해질 필요가 있더라구요.
    욕망의 시대와 잔인한 시대에 살면서.. 메탈리카 한곡쯤은 괜찮겠죠.
    (그런데 조금 있으면 멍멍이도 감기 안 걸린다는 철이라오.. 아니 참 몸살이라고 하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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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02 15:59

      요즘은 몸살은 아니고 수면장앱니다. ㅎㅎ
      늘 느끼지만, shain님 논평은 참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 )

  3. 5throck 2008/05/01 10:53

    때로는 욕망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결국에는 파멸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너무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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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02 16:00

      그러게나 말이예요...

  4. meson 2008/05/01 17:11

    제다이 마스터 요다께서 하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포는 분노를, 분노는 증오를, 증오는 파멸을 낳는다!" 공포는 "무지"로 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사회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포를 조장하여 신도들의 "삥"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지요. 중세시대에는 성직자와 집권자들이 이런 부류였고, 지금도 종종 설치고 있기는 합니다. 인간의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여 이익을 깔끔하게 챙기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먼저 내가 다른 이들에게 공포나 무지를 조장하지 않았나 뒤돌아 보게 하는 날입니다. 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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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02 16:00

      마지막 한줄은 울림이 크네요.

      추.
      요다가 그런 멋진 말씀을 하셨군요!! ㅎ

  5. egoing 2008/05/02 02:04

    아주 매혹적이면서, 잔인한 글이내요. 차라리 그런 사실을 모르고 사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는 편리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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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02 16:01

      저도 문득, 아니 자주.. 꾸준한 학습효과로 설계되고, 구축된 제 욕망의 회로 속에서 그 '시청자'들입니다...

  6. 하타 2008/05/02 03:44

    그저 순수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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