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제(2007. 10. 22일 국감) 해프닝 개요

YTN에 대해선 지난 황우석 파동 때문에 그다지 인상 좋지 못하지만, '돌발영상'은 종종 재밌게 보는 편이다. 오늘도 한 건 했다. 물론 익숙하게 봐왔던 그런 풍경이긴 하다.
이상민 의원이 정말 진저리 난다면서 치를 떠는 장면이 이 돌발영상의 진정한 클라이막스 같다.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탁월하다. 정말 진저리 난다.
"진저리 나는" 국회 [YTN 돌발영상]

"잔대가리 좀 굴리지 마"
(한나라당 주성영)

"야, 이 XX야~!"
"니 대가리보다 내 머리가 더 커" (통합신당 선병렬)

"정말 진저리가 납니다. 국회도 누가  감사 좀 해야돼. 감사원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상민의원)

1. 방구나 뽕이나
주성영 의원이든 선병렬 의원이든 방구나 뽕이다. 이 해프닝을 보니, 절로 예전 사건이 떠올랐다. 재작년 국감에서 한 건 올렸던 그 사건이다. 기억도 희미하고, 구체적인 사건 전모도 갑자기 궁금해져서 구글링(키워드 : 주성영 성희롱) 해봤다. 첫 페이지 첫 링크에서 개념글 하나를 만났다. 혼자 읽기 아까워서 소개한다. 전문 모두 읽기를 권한다. 아래 인용한
문장이 글의 핵심 전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성영 의원 본인은 물론 대부분의 언론이 이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성희롱범으로 몰렸던 주의원의 억울함을 풀어주면서 주의원의 욕설을 나무라는 식으로 종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회의원들과 검사들의 부적절한 술파티입니다. 성희롱을 했네 안했네, 폭탄주를 마셨네 안마셨네, 하는 문제들은 부차적이거나 별도의 문제입니다. - 헛다리 짚은 언론 중에서

2. 어떤 KBS기자의 글

전체 취지에 적극 공감하는 바지만, 부분적으론 주성영 의원을 옹호하는 뉘앙스가 없지 않다. 재작년 주성영 사건이 함축하는 문제는 두 개다.  A. 국정감사 중 국회의원(여야할 것 없다) 피감기관 간부와의 부적절한 술자리 B. 국회의원과 검찰 간부라는 대표적 공인들의 폭언, 성희롱. 양자 모두 잘못이다. 문제는 보도가치, 고민가치의 크기다. 나 역시 A가 좀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좀더 뉴스가치가 부여되는 문제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B가 갖는 흥미요소도 무시하기 힘들다는 점 역시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바다. 그러니 A(부적절한 술자리, 본질적으론 정검언의 관습적인 야합문화)를 좀더 심도있게 비판해야 하는 언론이 B(폭언, 성추행)에만 너무 초점을 마추고 있다는 것 아닌가, 라고 비판했다면 100 점이겠지만, '폭언 성희롱 따위는 주성영 의원이나 검찰만 그런 건 아니잖오?' 이런 식의 뉘앙스가 살짝 담겨 있어서 아쉽다.
국회의원이나 검찰이라고 술 취하면 별다른 일 있겠습니까? 평소에 그렇게 무게 잡고 목에 힘주고 살아도 술 취하면 다 똑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폭탄주 돌아가는 질펀한 술좌석에서 욕설과 성적인 농담은 안주거리처럼 동반되는 것이 우리네 술 문화 아닙니까  - 헛다리 짚은 언론 중에서
이 부분만을 본다면 물타기 혐의도 짙고, 또 범죄적 행위임에 분명한, 더군다나 좀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국회의원과 검사라는 공인의 폭언과 성희롱을 '있을 수 있는' 한국적인 마초문화로 옹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위 글에 있는 댓글 논평 처럼 '용감한 글'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또 언론 내부의 관행들을 비판하는 문구들도 인상적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문구들은 정말 용감하지 않나 싶은거지.
언론계 스스로도 '지저분한 술버릇'의 비난에서 그렇게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폭탄주를 미친 듯이 돌려 마시면서 '형님, 아우' 찾고 '우리끼리 잘 해먹자'고 다짐하는 '양아치'같은 술 문화,,,솔직히 기자들도 그렇게 떳떳하지는 않을텐데, 마치 자신들은 스스로 깨끗한 것처럼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 헛다리 짚은 언론 중에서

3. 지나간 기사들을 읽다.
주로 사건을 가장 처음 보도한 오마이뉴스를 중심으로 읽었다.

주성영, 국감 뒤 '또' 폭탄주 추태. 여종업원 "태어나서 그런 욕 처음"  (이승욱, 최초보도)
22일 밤 대구 모호텔 룸바에서 피감기관 검사들과 술마셔 [2005-09-23]


특히 사건이 벌어졌던 술자리에 당시 대구지검 소속 간부 등 검사들이 동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22일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지검 국정감사가 진행된 날이다. - 위 기사 중에서
위 문장만으로 본다면, 시작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솔직히 모든 관련기사를 꼼꼼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그 제목만 훑어보면 '해프닝'에 집중한 측면이 좀 강하긴 한 것도 같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만을 본다면 오마이뉴스로서도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

피감기관 '의원 향응 접대'는 불치병? (오마이, 김병기)
구태 해마다 재연... 주성영 의원 사퇴 촉구한 여당도 책임 [2005-09-24]
가령 위 기사는 그래도 문제의식이 있는 기사 아닌가 싶고.. 

"'야 X팔, 준비 다 됐다더니'라고 했을 뿐" (오마이, 이민정)
주성영 의원 해명... "<오마이뉴스> 악의적 보도 용서 않겠다" [2005-09-24]
위 기사는 솔직히 제목에서 공들인 흔적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고, 사건 주역인 주성영 의원의 핵심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점은, 그게 좀 자극적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다.

오마이 뉴스, 김영균 기자
"사건은 주성영의 '성적폭언'서 출발" 격분한 정 검사 "자기방어 해야겠다"
[인터뷰] 주 의원이 지목한 '성희롱 검사' "사건 변질 동의 못해" [2005-09-25]

그리고 위 기사는 '사건의 본질'이 성희롱 '진실게임'에 관한 것인지 좀 헷갈리게 하는 혐의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차원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고, 사건 당사자를 인터뷰했는데 그걸 기사화하는 건 당연하긴 하다.
윤리특위, 주성영에 '별 두 개' 달 수 있을까? (오마이, 이민정)
여야 간사회의에서 본회의 표결까지, 어느 세월에... [2005-09-26]


궁금한 건 윤리특위가 과연 이 문제의원들을 징계했을까였는데... 마지막 링크로 거는 다음 한겨레 기사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기사를 읽다가 안 사실인데, '잔대가리 vs 야, 이XX야'의 공동주연인 주성영, 선병렬 의원은 대구 술판 술자리 친구였더라. 그리고 진저리 낸 이상민 의원도 여기에 다시 등장한다.
대구술판 덮기…‘한나라-우리’의 슬픈 연정쇼 (한겨레, 박종찬)
[분석] 국회 윤리특위 개혁이 기만적인 이유 [2005-10-07

"오영식 우리당 공보부대표는 6일 “우리당 법사위 의원들은 당시 그 술자리에 주역이거나 문제의 발언을 한 당사자가 아니었다”며 “우리당 의원들까지 윤리위에 제소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라고 판단해서, 이의 철회를 이상민 의원에게 강력하고도 정중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상민 의원을 뺀 4명의 의원이 제소를 스스로 철회할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세균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윤리위 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한나라당도 ‘쇼’에 동참했다. <오마이뉴스> 6일 보도를 보면 한나라당 나경원 공보부대표는 “개인적인 친분에 의한 사적인 술자리였으니 윤리특위에 제소까지 될 사안은 아니다”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 위 기사 중에서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대구 술판 술친구 주성영의원과 선병렬의원은 국정감사장을 술판 삼아 서로 '주정'부리고, 이상민 의원은 진저리를 친다.


추.
이상민 의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 발아점
"진저리 나는" 국회 [YTN 돌발영상] 
헛다리 짚은 언론 -'주성영 파문'본질은 '욕설·성희롱'아니라 부적절한 술파티 (
KBS, 나신하, 05.10.04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247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열심히 2007/10/24 00:11

    샛길로 빠지는게 아닌가 싶지만.. 갑자기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나네요. 주인공이 군대에 가고, 광주에 가고, 사업을 하고 점점 타락하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회사 회식자리에서 '개'처럼 술마시는 사람들 많이 봤어요. (술에 취했기 때문에 '개'가 되는게 아니예요. 그건 술꾼들의 변명에 불과하지요) 국회의원이나 검사나 기자나 다 마찬가지겠지요.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술을 적당히 마실 수 있는 이성, 인격, 윤리, 도덕을 스스로 갖춰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0/24 00:47

      숙한씨 덕분에 무플 면했네요. : )

      샛길이라뇨.
      술꾼들의 변명이라는 지적에 저로선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폭언이나 성희롱 발언이 술김에, 술에 취해서.. 이해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논평 고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