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올블...

2012/03/07 09:03
올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메타블로그 올블로그를 우리는 이제 다시 볼 수 없다. 꼭 써야지 했던 사건이었는데, 깜박 잊고 있었다. 이미 마음에서 멀어진거다. 그러다 문득 들풀의 잔소리가 너무 쓸쓸하고 정겨워서, 그런데 다시 쓸쓸해져서, 부랴부랴 짧은 글이나마 쓴다. 이고잉의 재밌는 표현처럼 나는 '블로그주의자'인지도 모른다. 나는 트위터가 싫고, 페북이 싫다. 맞팔로 불어나는 팔로워 숫자에 집착하는 그 소박한 마음이 내가 도망치지 못할 감옥일 것 같아서 싫고, 온갖 빛나는 표지들로 우리들을 자진해 무장해제시키는 그 투명한 페북이 내 모든 걸 발가벗길 것 같아 싫다. 이제 블로그의 광장은 점점 더 좁아지고, 점점 사라져간다. 우리에게 남은 광장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 죽일 듯 토론하고, 욕지거리하며, 미워하고, 증오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블로그 안에 촛불을 밝히고, 오뤤쥐 아줌마를 까며, MB의 완벽한 도덕성에 기꺼운 경멸을 보냈다. 탁월한 미디어 학자 강정수의 말처럼 페북은 새롭게 생겨나는 온갖 서비스의 열쇠(로그인)가 되어간다. 그리고 블로그는 이제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무거운 침묵 속으로, 열리지 않는 자물쇠처럼 잠겨버리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자물쇠가 다시 열리고, 광장이 다시 펼쳐질 것을 꿈꾼다. 그리고 그 열쇠는 페북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블로그 그 자신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블로그주의자니까...

온갖 기억들이 축제의 폭죽처럼 터진다.
거기엔 올블이도 있었지... 
안녕, 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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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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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raco 2012/03/07 09:19

    저도
    안녕, 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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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3/07 09:26

      올블 덕분에 드라코 님을 다시 뵙네요.
      자주 뵙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

  2. 까칠맨 2012/03/07 17:38

    저 역시 안녕 올블...기념품도 많이 받았던 기억이...ㅎㅎㅎ
    올블 덕분에 설치형 블로그를 시작했었는데...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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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3/08 02:10

      그러게요. : )
      저도 올블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블로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너무 일찍, 너무 성급하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하게 되었네요...

  3. 세어필 2012/03/11 12:44

    이글인가요? 폭풍같은 눈물의 감동적인 포스팅이.. 전 올블세대는 아니어서 감흥이 덜한건지 모르지만, 프론티어가 수익모델을 못찾아 이리저리 치이다 서비스 접는 모습을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아픔이 느껴지네요. 잡스 리턴 전의 애플을 보는 느낌이랄까..
    블로그주의자는 (부정적인 의미로) 블로기스트라고 불러도 되겠군요. 이를테면 파시스트 같은 느낌으로. 민노씬 블로그의 파워(블로거, 포스팅수)를 떨어트리는 요소들에 대해 적개감을 표현해왔으니까요.
    물론 스스로 그것이 대세를 거스르고, 대세를 따르는 무리를 나쁜자로 취급하는 면이 있지만, 그런점을 스스로 즐기고 있는 거겠죠. 아마 저의 이 댓글에 기분 좋아지셨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구요..
    뭐, 슬픔의 대상이되든, 누군가 잡스처럼 나타나 블로그를 일으키건, 현재 블로그의 위상은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뭔소리를 이리 끄적이고 있는지.. 폰으로 쓰니까 (위글을 읽기가 수월치 않아서 문맥이 없는 잡담이 되버리네요. 여튼 잘 사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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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3/11 23:10

      1. 이 글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감성의 적신호!

      2. 저는 적개감을 표한 것이 아니라,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했을 뿐입니다!! (아주 억울하구먼요...ㅎㅎ)

      3. "누군가 잡스처럼 나타나 블로그를 일으키"... 이 구절 아주 좋은데요? 세어필 님도 다시 일으키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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