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잉 인터뷰 S#3. 생활코딩

2012/01/17 17:24

인터뷰이 : 이고잉

인터뷰어 : 민노씨


일시 : 2011년 12월 30일 2시 17분 ~ 11시 15분

장소 :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그리고 밥집과 커피전문점.

1. 인생이란 진지한 표정으로 거론할 수 있는 그런 하찮은 게 아니다

2. 마당

3. 탐앤탐스


1. 이고잉 egoing 

2. 블로거 이고잉

3. 생활코딩

4. 인터넷

5. 스트림과 아카이빙
6. 트위터

7. 허무에 대하여

8. 우린 그냥 좀더 이야기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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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코딩



S#3. 생활코딩

“누구나 가르칠 게 있고, 누구나 배울 게 있다.”



- <생활코딩>을 쉽게 설명하면?

“기술 주체성을 고양시킨다고 해야 하나? 음.. 말이 너무 맘에 안든다. 기술적인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프로젝트. 기술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기술적인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 ‘기술이라는 딜레마’  

기술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기술에 대한 나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대단히 회의적이다. 그것은 마약 보다도 무서운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끊을수 없다. 이를테면 후쿠시마의 원전은 엄청난 재앙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모든 원전을 지금 이 순간 차단한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보다 훨씬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활코딩이나, 효도코딩은 기술의 디스토피아를 더욱 앞당기는 활동이기도 하다. 문제는 내가 문명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문명을 선택한 바가 없다는 점에서 이것은 대단히 부조리하지만, 어차피 현실이란 부조리의 온상이 아닌가? 민노씨나 나나 운이 좋다면 살아 있는 동안은 기술에 대한 대체적인 수혜자로 살수도 있겠지만...”


- 기술 자체에 대한 입장은 대단히 회의적인 것 같다

기술의 종착역은 비극일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 비극을 이끄는 힘이 희극이라는 점이다. 기술은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기술에 대한 찬양으로 이에 보답하지만, 사실 기술은 몰래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 힘은 너무나 다양하고, 동시에 엄청난 것이어서, 그 중의 하나만 사단이 나도, 인류전체가 순식간에 리셋될 것이다.“


- ‘인터넷과 중국이 결합하면…’

“일전에 아버지 카팩을 사드리려고 옥션에서 카팩을 검색했다. 1천원이었다. 배송비가 2천 5백원인데... 중국과 인터넷이 결합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로서는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좋은 일일까? 일전에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의 동영상을 본적이 있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중간단계가 없는 세계를 찬양했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중간단계에 속해있다. 기술은 맹렬한 속도로 중간단계를 제거하고 있다. 그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 이상적인 사회 모델이 있나?

“몇 년 전에 소유의 상한을 정했다. 물론, 나는 그 상한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고, 상한은 꽤나 큰 액수다. 영업비밀이니까 공개는 못한다. 상한에 도달하면, 소비하거나, 공유할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상한이 없는 삶이 참 고단하게 느껴진다. 재산을 1조나 가지고 있음에도, 2조를 가지려고 바둥되는 사람들을 보면 부자라서 가난한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100억이 있는 사람이나, 1000억이 있는 사람이나 이들이 누리는 생활에는 어떠한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부터 돈은 가상의 것이 된다. 이게 게임중독이랑 머가 다른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모델은 소유의 상한과 하한이 있는 사회다. 그 룰 안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이다. ( + 상한)


반대로 이 사회에 유감도 물론 있다. 이를테면 학교. 학교는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악마성의 모델하우스 같은 곳이다. 이곳을 보면 이 사회의 그늘이 그나마 명징하게 드러난다. 이를테면,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열심히 하면 너도 1등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게 개인적으로는 맞는 말인데, 집단적으로는 거짓말이 된다. 누군가는 반듯이 꼴찌를 해야 하는 악마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부조리는 '진도'인데, 이 부분은 여기까지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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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렬과 병렬’

“기대 수명을 생각했을 때 인생 중간 쯤 온 것 같은데, 한번 정리하고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얻는 것도 많다. 이를테면 수업을 만든다는 것은 내 안의 경험을 유통 가능하게 이론화시키는 것인데, 이게 참 어렵고, 재미있는 도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 직렬화 병렬화)


- ‘나로 인해 누군가 자신감을 갖는다면 행복할 것 같다’

“나는 20대 전체를 의기소침함과 싸운 것 같다. 내세울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몇 가지 기질과 우연히 얻게 된 관념들 그리고 모종의 환경들 덕분에 나름 자신감이라는 것을 회복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의기소침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자신감은 행복감의 실체다. 이것이 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


- <생활코딩>의 로드맵

나도 개발자라 클라우드 컴퓨팅, nosql, 모바일, 소셜 같이 섹시한 토픽들을 다뤄보고 싶다. 그런데 그건 ‘생활코딩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가?’ 해서 기초인 PHP, 데이터베이스, 운영체제와 같은 것들을 충실하게 하고, 그 다음에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다뤄볼 생각이다.


- <생활코딩>은 직업인가 취미인가?

“명백하게 취미다. 직업보다 빡시게 하고 있지만 ,그건 당연하다. 직업은 살기 위한 것이고, 취미는 사는 이유니까. 아무튼 생활코딩 시작하면서 결심한 것이 있는데, 하나는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기획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노동하지 않겠다는 거다. 직장 그만두면서 독립된 계좌를 만들었다. 그 안에 딱 연봉을 넣어 놨는데, 잔고가 없어지면 일하러 갈 생각이다. 물론, 잔고는 맘 편하게 활동하기 위한 심리적인 장치일 뿐이다. 필요하면 줄일수도, 늘릴수도 있다.”


- <생활코딩>이 장래의 직업적 가능성과 연계되지 않겠나?

“간접적인 것은 막을수 없고, 어쩌면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 맘을 잘 모르겠으니까. 하지만 직접적인 부분은 분명하게 단절시켜왔고, 단절시킬 것이다.“


- <생활코딩>학생들과의 관계는? 학생들에게 어떤 사람인가?

“일단 선생님. 친구이기도 하고. 관계를 맺을 때 뭔가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블로그에서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맙다. 하지만 독자들도 내 글을 읽으면서 고마움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 ‘취미에선 순결해지고 싶다. 돈이 끼어들면 그게 망가진다.’

“이를테면 블로거 이고잉은 작가이고, 내 블로그를 구독하는 분들은 독자인데, 나는 내 글을 봐주는 분들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어쩌면 못생긴 내 글을 굳이 구독하는 분들도 나에게 조금은 고마운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서로가 고마워하는 이런 관계가 나는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사이에 돈이 끼어드는 순간 모든 관계가 생산자와 소비자로 환원된다. 그래서 직업이 중요하다. 취미를 취미의 영역에 고립시켜놓고, 즐기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나는 직업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하면 연봉과 지분을 높일까를 항상 고민하고, 경쟁사를 찍어 눌러서 마켓쉐어를 넓힐수 있을까?에 몰두한다. 비즈니스엔 항상 그늘이 있고, 때가 묻는다. 그래서 취미가 중요하다. 이렇게만 살수는 없으니까!! 나에게 직업과 취미는 재귀적인 관계다.”


- 재귀적인 관계?

개발자들이 쓰는 말이다. 무한반복된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보통 사람들은 ‘직업' 때문에 ‘취미' 영역을 포기하게 된다.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내가 생각하는 ‘취미’와 ‘직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정책일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내 정책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이게 정답이라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개인적인 정책일 뿐이다. 나를 떠나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선 어떤 판단도 하지 않는다.”


- <생활코딩>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고자 한다면?

“베스트는 그것도 받지 않는거다. 나는 정말로 나의 취미 영역에서는 돈이 개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직업의 영역에서 조달하고 싶다. 이것을 위해서라면 직업의 영역에서 기꺼이 더 탐욕스러워 질 것이다. 하지만, 베스트는 베스트일 뿐이라는게 문제다.”


- <생활코딩>은 현재 얼마나 진행중인가? 100이라고했을 때.

“기초를 다진다는 차원에선 80정도? 완성도와는 별개로. 퀄리티에 대한 걱정은 항상 있는 편인데…. 그걸 걱정하는 게 좋은건지는 모르겠다.”






- <생활코딩> 자매 프로젝트

“효도코딩, 개발자영어, 생활요리(나는 자취생이다), 생활디자인, 생활드로잉, 생활육아, 생활쇼핑몰.”


- 각각에 대해 짧게 설명하면?  

“<효도코딩>(이고잉)은 어르신에 대한 기술교육. <생활드로잉>(어슬렁)은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린 그림도 공유하는 프로그램. <생활요리 : 자는 자취생이다>(a양)는 자취생들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  <개발자영어>(나솔)는 개발자를 위한 영어교육. <생활디자인>(리나)은 생활코딩 같은 디자인 수업. 포토샵 사용법 등등. <생활육아>(리체)는 애 키우는 노하우를 공유. <생활쇼핑몰>(미페이)은 쇼핑몰 창법하는 법을 공유한다.”


- 각각은 어떤 공통분모를 갖나? 이고잉은 어떤 역할로 참여하나?

“말이 좀 이상한데, 나는 일종의 롤모델을 제공한다. 처음 생활코딩을 할 때는 컨텐츠에 대한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진행하다 보니까 생활코딩에 맞는 옷이 없더라. 블로그도 그렇고, 게시판도 그렇고... 다행인게 나는 컨테이너를 만드는 직업인이 아닌가?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먼가 공허하고,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그룹을 만들었고, 그게 생활코딩 페이스북 그룹이다. 그리고 가만 보니까 이게 모종의 패턴이 있더라. 그래서 만든 전략이 ㅋㅋㅋ 전략이다. 컨텐츠, 컨테이너, 커뮤니터의 삼박자랄까? ㅎㅎ (+ 생활코딩 페이스북 그룹) ( + ㅋㅋㅋ 전략)”


- 직접 관여하는 작업은 뭔가?

“같이 수업을 기획하고,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만나게 해주고, 또 첫 번째 녹화가 뻘쭘하면 같이 출현도 한다. 이게 사는거구나 싶다."


- 각각의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나?

“준비중인 게 많다. <효도코딩>은 2012년 1월 1일에 런칭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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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코딩

설을 앞두고 '효도코딩 : 종합선물세트'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 <생활코딩>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힘든게 가장 크다. 그 외의 감정들은 구체적이지 않다. 유일하게 구체적인 감정은 ‘힘들다’라는 감정이다. 그게 동력이기도 하다.”


- 앞으론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웹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웹브라우저를 만드는 사람들, 오에스 만드는 사람, 하드웨어를 만드는 사람, 전력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계된 시스템의 요소들의 인터페이스를 관찰하고 대중지식화 하고 싶다. 각 단계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론화하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더욱 좋겠다. 누구에게나 관객은 필요하다. 관객 없는 삶은 초라하니까.”




... 이고잉 인터뷰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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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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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컴맹 2013/03/13 16:30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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