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진보 단상 : 몸진보는 찾고 계십니까?

2011/11/02 08:32
누굴 옹호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쓰는 건 아니다. 물론 김어준이나 진중권 같은 이들이 구실(?)을 제공한 건 사실이지만. 김어준 혹은 진중권을 두둔하거나 비판할 생각 전혀 없다. 모두 나름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니까. 굳이 이야기하자면, 난 그 두 양반, 대체로 좋을 때보단 싫을 때가 많다. 특히 곽노현 사태에 대한 진중권의 발언들, 굉장히 짜증스럽다. 진중권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게 진중권이 해왔던,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이란 생각, 짜증스런 마음 한편에서 더불어 한다.

각설하고, '입진보'란 표현, '비겁한 입진보'란 취지로 행해지는 온갖 발언들, 참 어이없다. 진중권이고 김어준이고 입진보지 무슨 몸진본가? 김어준이 현장에서 전경에게 매맞아 가며 '진보'했단 소리, 나는 들은 바 없다. 김어준의 실천이 '이빨까기'라면, 진중권의 실천도 '썰풀기'다. 평론가한테 입진보라고 비난하면 어쩌라는건지 모를 일이다. 입 다물고 온몸으로 진보할까?  어떻게? 바디랭귀지로 진보해? 김어준의 과거행태를 들어 황빠라며 나꼼수 비난하는 일도 참 치사하지만, 진중권을 입진보로 비난하는 일은 치사하다기 보다는 부당하다.

입진보를 비난하는 입들은 입이 아니라 무슨 성스런 근육이냐? 니네들은 온몸으로 진보하니? 말로나마 글로나마 진보하겠다는게 뭐가 그리 불만인지 모를 일이다. 그게 평론가가 하는 일 아닌가. 그게 소위 교수님들, 정치인들, 우리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의 거의 전부 아닌가. 그렇다고 현장 밑바닥에서 박박 기는 현장활동가들, 파업노동자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300일 넘게 파업하고 있는 전북고속 조합원들, 1400일 넘게 길바닥에서 농성하는 12명 남은 재능교육 노조원들, 이렇게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을 평가하는 분위긴가 보면, 전혀 아니다. 레이다에 안걸린다. 여전히 줄기차게 계속해서 아웃 오브 안중이다(물론 김진숙은 예외). 그러면서 입진보는 꺼져라? ... 어쩌라는거니?  

진중권과 조국을 입진보라고 비난할 잉여력이라면 선거법이 어떤 지경으로 우리 입을 원천봉쇄하고 있는지 살펴보는게 순서다. 우리가 깔보고 조롱하는 그 입이 지금 어떤 지경의 위기에 처해 있는지 근심하는게 순서다. 방심위나 선관위, 경찰과 검찰이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을 '1984'로 만들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먼저일 것 같은거다. 그게 입진보든 몸진보든 간에 그 '진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일일테다. (관심있으면 http://youja.net 클릭 한방!)

'천리길 파일'(아래 '추' 참조)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접한 산하의 글이 있다. '떠남이 참혹한 사람들이여?'에는 온마음과 온몸으로 자기 존재의 근거와 싸운 선배 세대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 담겨져 있다. 그렇다고 그 때로 다시 돌아가자는거 아니고, 그렇게 온 영혼이 떨리는 고통으로 자기 몸을 불사르거나 강 위로 던지자는 거 전혀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살아서 소중한 입으로 나불거리면서, 질투하고, 시기하지만, 또 연대하면서 좀더 높은 가치를 위해 함께 싸우자는거다.

입, 너무 무시하지 말자.
입이야 말로 가장 소중한 몸이다.  
입만 살아서 나불나불댄다고 깔보지 말고,
입이라도 살아서 제발 좀 이것저것 나불거리자!  


추.
지난 달 9일부터 23일까지 전국방방 곳곳을, 그야말로, 훑.었.다. 이 표현은 좀 이중적인데 그 만큼 일정이 빠듯했고, 정말 많은 곳을 찾았다, 박래군 선생님과 현모 형, 선일이 형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픈 곳, 가장 절실한 사람들을 만났다. 동행취재라는 명목이었는데, 그때 그때 글을 쓰는 건 고사하고, 기초 자료도 제대로 정리하고 있지 못하다. 일정이 끝난지 벌써 일주일이 더 지났다. 지난 일주일은 지독한 감기 때문에 <성균관 스캔들>만 정주행하고 끝나버렸다. 물론 중간에 <오픈컨퍼런스 : 해적당>은 아주 소중한 체험이었지만. 그래서 이제야 녹음파일 받고쓰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은 여기에 쓸 생각이다. 아무튼 천리길 팀에 두루두루 송구하고, 죄송하다. 그 살인적인 일정에도 매일 매일 '천리길 일기'를 빠뜨리지 않은 래군 선생님께 특히 죄송하다. 녹음된 목소리 하나 하나까지 꼭 다 글로 옮기고, 거기에 부족한 생각이나마 보탤 생각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이런 이야길 하는 이유는... 마음에 걸려서지, 뭐. 그렇게 녹음파일 옮겨적기 하고 있는데 역시나 샛길로 빠져 이런 저런 기사들을 읽었다. '눈 찢어진 아이' 얘기를 당연히 접했는데, '뉴스페이스'(아주 비추)란 곳에서 몇몇 기사들을 읽다가, 또 주신부님과 잠깐 구글톡으로 이야기 나누다가 짧게라도 글을 쓰고 싶어서... 이렇게 쓰는거다.

우리나라에 '온몸으로' 진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아는 한도에서 그 몸진보(ㅡ.ㅡ;)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박래군이다. 박래군 선생이 인권운동가를 위해, 인권이라는 게 졸 무시되는 한국사회를 바꿔보고자 '인권센터'라는 걸 만들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다. 올해 안에 10억 모으는게 목표였는데, 지금 모인 건 2억 남짓이다. 정말 진보하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 한번 가보자.

열려라, 인권센터! 
http://hrcenter.or.kr/ 
(우측 사이드바 배너들 중 '주춧돌'을 주목하시라)


추2.
깜박했던 거 하나만 더(이렇게 사족 붙이는 거 써머즈님은 별로 안좋아하시지만..;;; ). 나처럼 면허도 없는 사람에겐 해당 없겠지만, 술 좋아하는 운전자들은 '대리운전' 부를 때 이 번호 기억하면 좋겠다.

쌍용자동차 지부의 재정사업 "전국 참! 대리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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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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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going 2011/11/02 08:47

    민노씨는 어떻게 후원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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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11/02 09:52

      계좌 입금으로 후원하시면 됩니다.
      으하하하하! ㅡ.ㅡ;
      뭔가 뻘쭘한 느낌이군요, 질문에 너무 정직하게(?) 답변해서...;;

  2. nassol 2011/11/02 09:09

    민노씨를 후원하시려면 .. 요기서 계좌정보를 보시면 됩니다 ㅎㅎ http://yaziki.tistory.com/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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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11/02 09:53

      ㅎㅎ
      생활코딩에 나솔님을 뺐긴(?) 기분인데,
      이고잉님 댓글에 나솔님께서 답글을 주셨근영!

  3. 2011/11/02 10:00

    민노씨 답지 않게(?) 후련한 글이네요. ^^
    저도 두 사람, 싫을 때가 좋을 때보다 더 많지만 '입진보'라는 비난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입진보'라는 표현을 쓰는 분들은 진보 쪽 보다는 보수 쪽에 더 많은 것 같아요.
    천릿길 동행 쉽지 않으셨을 텐데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민노씨야말로 '몸진보' 하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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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11/08 08:42

      친애하는 펄님을 잠시나마 후련하게 했다니 글쓴 보람입니다. : )
      그런데 천릿길(천리길이 맞나요? 사전도 오락가락이라고 해서..;;) 아직도 제대로 정리하고 있지 못해서 마음 한구석이 아주 무겁네요..;;;; 그래서 더 제대로 해야지하면서 더 딴짓만 하게되는....악순환... ㅜ.ㅜ;; 펄님이야말로 항상 애쓰고, 실천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ㅎㅎ.

  4. 아카사 2011/11/02 11:38

    입진보는 말과 행동이 달라서 입진보라고 하는거에요. 그런거에요. 직접 해보고 현실은 생각하지 않고 안일한 생각으로 남이 이야기한거나 줏어들고 깊게 생각한번 안해보고 이럼 좋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 근데 실은 그 사람들은 말로는 잘하지만 행동은 그렇게 안하거든요. 좋은 말만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부터 실천할 생각이 없으면서 떠드는걸 문제삼는거에요. 당장 나꼼수만 봐도 가카의 도덕성에 대해서 떠들지만 나꼼수는 그 소리를 함으로서 자기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을 개주고 있어요. 물론 그 방송이 삼류찌라시같은 방송이긴 해도 문제는 그걸 진짜라고 믿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거든요. 자기가 그정도 영향을 가지고 있다는걸 안다면 최소한 내뱉는 말과 행동에 일관성은 있어야해요. 그런 의미에서 입진보 이야기가 나오는 거고요.
    입진보라고 비꼬는건 말하고 실천하지 않는 그런 이유때문이 아니라 최소한 내뱉는 말에 일관성은 갖추고 생각좀 하고 말하지 않는 이유 때문이에요. 진중귄의 경우는 무비판적이고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것에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 일관된 비판의식이 있어요. 하지만 나꼼수는 가카와 여당 정권에 대한 일관된 비방 의식이 있죠. 진중권과 나꼼수의 결정적인 차이점이고 도저히 나꼼수를 커버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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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11/08 08:42

      아, 그러시구먼요. ^ ^;
      아카시님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5. 곰탱 2011/11/02 15:35

    하핫. 좋은 글입니다.
    특히 몸진보하는 박래군에 격하게 공감^^

    글 읽다보니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서준식 선생님 책 생각나네요.
    거기에 이런 대목이 있었는데...
    취지와 상관없이, 입진보가 진짜 진보라면 그도 곧 몸진보의 길을 걷게 되겠지요.
    굳이 구분하려고 노력할 필요 없을 듯..^^

    글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지나칠 때 그것은 미신이 된다. 즉 글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은 위험한 미신일 수 있다. 그것은 따지고 보면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이나 글쟁이들이 만들어내는 미신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기본적으로 폭력의 원리가 관철되어 있으며 글로써 사회가 변할 만큼 이 사회는 아직 신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땅 위에 그어놓은 금 안에서만 놀아라!' 이것이 이 사회의 '룰'이며 그 금을 넘어가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리고 '진보적' 글쟁이들의 글이란 '금 안에서만 노는' 글이다. 이성이 폭력적 구조의 벽에 부딪치는 지점부터는 어쩔 수 없이 '입'이 아닌 '근육'이 현실의 어둠을 뚫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사실을 망각하는 모든 글쓰기는 미망(迷妄)에 지나지 않는다. (<서준식의 생각>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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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11/08 08:45

      서준식 선생님 책은 아직 접하지 못했는데요.
      곰탱님께서 인용해주신 구절을 접하니 꼭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이렇게 정성어린 글을 보태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 )

  6. 타도 2011/11/09 13:49

    이제 정말 후원 받으시나 봐?? ㅋㅋ

    대리운전 번호는 유용하게 쓰겠음

    그럼 대리기사는 모두 그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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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11/09 17:01

      너도 어서 세력을 규합해서 후원하도록! ㅎㅎ
      조직부장(그런데 해고된 조합원들 가운데 '조직부장' 직함 가진 분들이 많다능. ㅎ) 명함 후면에 있는 내용. 쌍용차노조 재정사업이니까 (해고된) 노조원들이겠지?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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