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이 구속 수감됐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간단히 쓴다.
이 글은, 내 글이 늘 그렇듯, 무슨 대단한 조사와 분석, 심오한 성찰을 담고 있는 글이 전혀 아니다. 곽노현 구속 수사를 바라보는 일개 블로거의 단상이다. 그저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다. 이슬뤼(icelui)와 댓글창에서 말한 것처럼, 곽노현 사건에 대한 "민의의 일부로서 시민의 소박한 목소리"들 가운데 하나를 증거로 남긴다. 한 서른 시간은 못잤다. 눈은 침침하고, 머리는 어지럽고, 허리는 욱씬 거린다. 그냥 누워서 딱 24시간 자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퍼지기 전에 정말 이를 악물고 쓴다.
"블로거 벗들과 독자들께서도 자신만의 공간에 어떤 목소리든 남기시길 부탁드립니다..."
1. 나는 곽노현을 왜 구속수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시는 분 제발 좀 알려주시라.
헌법정신 이전에 상식이다. 구속 수사는 제한되어야 한다. 그래서 영장실질심사니 뭐니 하는 제도도 만들어진거 아닌가. 헌법이나 특정 제도를 말하지 않더라도 피의자는 당연히 (아직은 또는 계속해서) 범죄자가 아니다. 유죄 판결 전에 피의자를 구속 하려면 거기에 합당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법원의 영장 발부 근거는 "범죄사실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다. 1) 범죄 사실 소명 :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은 '돈 준 건 맞다. 대가성은 없으며 선의다.'라고 말했다. 이게 왜 "범죄사실 소명"으로 곧바로 연결되는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2) 증거인멸 우려 : 법원 말처럼 곽노현 입장 표명이 '범죄사실 소명'이라고 치자. 그럼 스스로 '나 범죄자 맞아요'라고 입장 발표한 사람이 무슨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건가?
'범죄사실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가 각각 말이 안되는 건 둘째 문제로 서로 양립할 경우에는 더더욱 논리 모순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비리 백화점이었던 공정택 수사도 불기소였는데, 이미 '범죄사실 소명'까지 한 곽노현 사건에는 구속수사를 고집하는 검찰을, 그리고 그 영장청구를 받아준 법원을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2. 예언서들
나는 우리나라 언론이 내세우는 불편부당, 객관성, 정론지 따위의 선언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기득권과 재벌을 위해, 그러니 스스로 권력과 한몸인 자기 자신을 위해 복무하는 당파지인 것처럼 한겨레 역시 당파지다. 물론 한겨레나 경향 같은 소위 진보언론은 조중동처럼 '치열하게' 당파적이진 않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복무하는 당파지인지도 가끔은 헷갈린다. 그건 언론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객관성 의무와의 긴장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게으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각설하고 현재 우리나라 언론들이 보여주는 당파성은 언론이 견지해야 하는 최소한의 객관성, 그 한계를 넘은지 이미 오래다. 곽노현 구속 수사 결정을 보도하는 몇몇 언론 기사를 살펴봤다.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언론학 교과서에 두고 두고 남겨 이렇게 기사 쓰면 안된다는 표본으로 삼을 만한 기사들이 지난 여름 오세이돈의 폭우처럼 쏟아진다.
(동아, 전지성, 이서현 기자, 2011-09-10 03:00:00 기사수정 2011-09-10 12:49:56)
이렇게 희망사항인지 예언인지 알 수 없는 사적인 소원을 제목으로 달아 놓곤 정작 본문에는 제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 한줄도 없다. 정말 단 한줄도 없다. 클릭은 비추지만 정말 궁금하면 가서 한번 읽어보시라. 기사 본문은 그저 제목을 위해 들러리로 존재하는 것 같다. 이렇게 기사 쓰면, 아무리 동아일보가 곽노현 사건에 '열심'이라도, 안되는거다.
개인적으로 조중동은 포기한지 오래라 그려려니 한다. MBC 보도를 한번 보자. "곽노현 교육감 구속 수감‥업무 파행 불가피 - 검찰, '2억 대가성.출처' 수사에 탄력"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예언이 등장한다.
"줄곧 결백을 주장하던 곽 교육감의 도덕성 타격은 물론 사퇴 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장 발부를 곽 교육감에 대한 도덕성 판단으로 연결짓는다. 알 수 없는 논리회로. 것도 모자랐는지 아직 있지도 않은 여론을 자기 완결적으로 예언하고 단정한다. 이런 걸 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이런 걸 보도라고 불러야 하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하나만 더 보자. <곽노현 구속…檢 기선제압 성공>(연합뉴스)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사건이다. 더불어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건이다. 동아일보의 '바람'처럼 어쩌면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한 많은 교육정책들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은 사건이다. 이건 무슨 K1 중계하듯 제목을 단다. 기선제압 성공해서 참 좋겠다.
3. 흔한 잠언
"내가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남이 생각한 대로 살 수 밖에 없다."
귀찮더라도 스스로 사유의 재료들을 축적하고, 그 재료들을 비교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과 한몸이 된, 아니 권력과 다른 몸이었던 적 없던 정경언 복합체, 그 괴물이 쓴 예언서대로 살 수 밖에 없다. 거기엔 그 괴물의 이기와 독선만 있다. 나의 소망과 당신의 소박한 상식,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할 공동체의 꿈... 그런 것 따위, 그 예언서엔 없다.
우린 아직 인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육되는 짐승으로만 머물러선 안되지 않겠나...
우린 아직 인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육되는 짐승으로만 머물러선 안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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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중언부언.
Tracked from Le mneme de 'Teardrop'. 2011/09/11 13:40 del.검찰이 구속영장의 실질심사를 청구한 시점에서, 발부냐 기각이냐의 양자택일밖에 남지 않고, 그 판단 자체가 정치적 사안으로 더욱 변질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 자체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영향하에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요. 만약 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이른바 좌편향 판사들에 대한 논란이 시끌시끌했을 것이고, 영장이 발부되면 사법권은 대체로 보수세력만 편애함을 확인하는 꼴이니까요.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법원의, 그리고 판사의 결정이 충분한 심사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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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을 줬다..나를 위해 사퇴한 후보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줬다..근데 나는 돈이 없어 빌렸다..그런데 그 출처는 밝힐수 없다.. 그리고 혹시 다른 사람들 오해할까봐 다섯 명을 거쳐 걸쳐 전달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선의였다... 내 선의를 오해하지 말아달라... 나는 우리 딸 선생님에게 순수한 마음에 12만원짜리 향수 한병 선물했다...결국 문제되서 징계먹었다...30일 정직.. 나의 선의는 어쩌면 좋으냐?? 노현아 얘기 좀 해주라..제발.
어차피 곽감이 얘기해 줄 리는 없으니 제가 얘기 해드리죠.
당신은 선의를 증명하는데 실패한 겁니다. 반대로 검언은 2억이 선의가 아님을 아직 증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근데 혹시 향수 건으로 구속되셨나요? 딸이 있으니 도주하셨을 것 같진 않은데..
세어필 /
저 대신 답글까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어느 분이 어딘가에 쓰신걸 본 겁니다만,
이 나라 사람들은 구속=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좀 심하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검찰도 열심히 구속시키려고 하는 것 같고...
MBC의 예언은 어떻게 보면 들어맞는 거라고 할 수 있겠죠.
씁쓸하기 그지없는 현실이네요.
바뀌길 바라구요.
그러게요.
식상하게 무죄추정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특히 기득권 보수) 언론이 민의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정도가 (예전에도 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개인적으론 오마이뉴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나마 오마이엔 옥석이라도 있지, 조중동/지상파의 틀짓기는 시민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격투기 중계'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줄곧 결백을 주장하던 곽 교육감의 도덕성 타격은 물론 사퇴 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MBC 보도는 읽기에 따라서는 그저 "예상"일 수도 있지 않나요? "도덕성 타격"이라고 했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진 않았잖아요. 타격이란 건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비도덕적으로 여길 거란 뜻이고, 그 속에 MBC의 사(社)견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뒷쪽의 사퇴 여론이 높아질 거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구요.
MBC가 특정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썼을 지는 모르나, 기사라는 글 자체가 중립적이라면 중립적으로 읽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만..
PS.
기사 원문은 읽지 않았습니다.. 요즘 좀 피곤하거든요ㅎ
1. 영장 발부 여부는 범죄 유무죄와는 별개이고,
2. 또 영장 발부 여부를 도덕성 논란에 연계하는 근거가 희박할 뿐더러 (이왕에 도덕성 이슈에 대한 토론을 계속 있었지만, 그게 영장 발부 여부와 연계된 논의는 전혀 아니었죠)
3. '사퇴 여론'이 높은지,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은지는 어떤 기준도 없잖아요? 마봉춘에서 여론조사를 한 것도 아니고요. 역으로 오마이였다면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썼겠죠. 물론 그 방식도 저는 좋다 생각하진 않지만요. 그렇다면 1) 사퇴 여론이 높아질 듯 2) 곽노현을 옹호하고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듯... 이 두 가지 반대 예상을 모두 적시하거나, 그 둘 모두를 생략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줘야 하는거 싶습니다. 어느 하나만 강조하는 건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잔머리 같다는거죠.
추.
추석밤에 연구실에서 고생이십니다.
홧팅하시고! ㅎㅎ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곽교육감님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써, 특히나 무상교육 정책과 학생인권문제에 큰 공감을 하여 한표를 행사했던 사람으로써, 뒤늦게 이 글을 접하고 늦은감이 없지 않으나, 몇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이 있어서 댓글을 남깁니다...
1. 구속 수감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
민노님께서는 곽교육감님이 스스로 '범죄자 맞아요'하고 입장발표를 했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결국, 이 법정 다툼은 그 핵심이 2억원의 돈을 전달했다는 팩트에 있지않고, 그 돈을 어떤 댓가(검찰의 주장으로는 후보사퇴의 댓가)로 주었느냐 아니면, 순수한 의도(곽교육감님 주장으로는 도움)로 주었느냐가 다툼의 핵심이라고 판단됩니다. 단지, 2억원의 돈을 주었다라는 것이 범죄자 인증이라면, 모든 개인간의 금전적인 거래에 대한 것 역시 범죄자 인증이 됩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2억원을 줬다라는 사실 인정 = 범죄사실 인정"의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범죄사실의 소명'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모순된다라는 민노님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사료됩니다. 또한 2억원이 댓가성이 있느냐의 여부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며 따지는 문제이지, 2억원에 댓가성이 있음을 입증해야만 구속 수감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구속영장 청구시, 부인할 수 없는 거의 100% 명백한 범죄의 증거를 근거로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도주의 우려'에 중심을 두고 구속여부를 판단하지만, 오히려 100% 명백하지 않은 증거, 어느 정도 혐의를 입증은 하였고 범죄에 대한 의심은 충분하나 증거가 100% 명백하지 않은 경우, 혹은 증거의 상당부분의 공범자 및 증인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증거인멸의 우려'에 보다 중점을 두고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곽교육감님의 경우는, 구속 여부 판단에 있어서,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 각종 기사 들
(1) 동아일보 기사 제목 및 내용
기사 제목에 등장한 무상급식과 학생인권 조례는 제 기억으론 곽교육감님만 제시한 공약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보수쪽 후보들은 반대 했었던 사안이구요. 곽교육감님만 제시했던 공약인데, 곽교육감님이 구속 수감되었으니, 동력을 잃었다라는 표현은 충분히 쓸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구속수감이 신뢰와 직결되어 있다." 라던가 큰 글씨의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 "출처 불명 1억원" 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솔직한 심정으로, 기사를 요약했다라기 보다는 좀 여론몰이를 하고, 괜한 추가 오해를 부풀리는 느낌이 들어 욱합니다.
(2) MBC의 보도 내용
"줄곧 결백을 주장하던 곽 교육감의 도덕성 타격은 물론 사퇴 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 의견에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당연히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쪽에서는 사퇴이야기를 하는 흐름일 수 밖에 없을 것이구요. 어찌 되었건, 이 일이 있기 전과 있고 난 후의 여론은 분명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긍정적인 시선이 새로 생기기 숫자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새로 생기는 숫자가 더 많겠지요. 그리고,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라는 표현은 자기 완결적이고 예언적인 어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높아 지고 있다"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높아질 것이다" 라는 표현이 좀더 예언적인 어투라고 생각되는군요.
음.. 좀 그렇지만 영어적인 어감으로 본다라면, will definitely increase 라는 어감이 자기 완결적이고 예언적인 어투라면, 위의 MBC의 어투는 could be increasing 정도의 어감으로 느껴집니다. 뭐...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제 개인적인 느낌은 그렇습니다.
저는 오히려 다르게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여론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그래 하지만 나는 곽교육감님을 믿는다. 그리고 아직 재판이 끝난 것도 아니니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 그리고, 그동안 곽교육감님이 추진하려고 했었던 정책들이 얼마나 좋았던 것들인지 생각해 보자. 설사 곽교유감님이 한번의 실수를 하셨다고 하더라도, 이런 정책들을 주변눈치 안보고, 꿋꿋하게 추진할 수 있는 분은 곽교육감님밖에 없다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라고 말하는 것이 현시점에선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면 말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3.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면, 그로 인해 무죄판결이 나온다면(물론 모든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무리한 수사 때문이다라는 논리는 아닙니다. 검찰은 무죄판결을 두려워해서 수사를 시작하지 못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정말 짜맞추기식의 잘못된, 무리한 수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에 대해 반드시 사과를 하고, 거짓증언으로 곽교육감님데 대한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곽교육감님도 죄를 지은 것이 있다라면, 이를 깨끗이 인정하고 꼭 사과를 하셔서, 비록 곽교육감님 스스로가 아니더라도, 곽교육감님의 교육철학을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분들이 곽교육감님의 철학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셨으면 합니다.
트랙백 좀 고치러 왔다가 보고 갑니다. 잙 읽었어요.
2번의 얘기들은 대체로 비슷하게 생각하고, 특히 1번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의미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동안 블로그를 방치하는 바람에...ㅡ.ㅡ;;
이 귀한 논평을 이제야 접하네요... 정말 고마운 논평이십니다.
1. 제가 "곽교육감님이 스스로 '범죄자 맞아요'하고 입장발표를 했다"고 쓴 취지는 정말 곽교육감이 자신의 행위를 범죄로서 인정했다는 취지가 아니라, 법원이 그 행위를 '범죄사실 소명'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바, 그것을 조롱(?)하기 위한 반어적 수사이지, 정말 곽교육감이 자신의 행위를 범죄로서 인정했다는 건 아닙니다. 말씀처럼 "2억원의 대가성" 여부는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고, 법원에서 가려질 일입니다. 그런데 영장실질심사를 한 법원에서 마치 재판법원에서 하듯, 영장심사는 범죄사실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에 저 역시 대단한 불만(?)을 갖고 있어요.
'증거인멸의 우려'는 제 상식으로는 검찰이 그동안 흘린 피의사실 혹은 소설(ㅡ.ㅡ;)들을 통해 보건대, 이미 검찰에서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충분히 갖고 있고, 곽감 측에선 뭐 달리 '증거'를 인멸하고 말고 할게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곽감이 훼손하거나 인멸할 증거들이 무엇인지 저로선 알 수 없습니다.
2. (1) 이건 좀 달리 생각해야 하는게, 교육자치에 관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곽교육감은 한 자연인이 아니라 민의가 반영된 하나의 정책적 상징입니다. 곽감이 감옥에 가면 정책을 추진하지 마라 혹은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건 선거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민의를 통해 반영된 국민의 의사를 한 자연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인 바,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현실적으로 당연히 '아이디없어요'님께서 말씀하신 바의 추론 혹은 예상이 훨씬 더 타당하고, 가능한 논리가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최소한 언론이라면 선거를 통해서 표현된 민의를 한 자연인의 범죄사실 성립여부와 결부시키는 태도는 지양해야 마땅하고, 그것이 당파적으로 상당한 악의(?)를 갖고 쓰여진 바에야, 그 언론행위, 아니 선동행위는 '아없'님께서 "여론몰이" 혹은 "오해를 부풀리는" 것으로 표현하신 그 부작용을 실현시키는 대단히 악질적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 문단 말미에 주신 말씀은 별론으로, 엠비씨의 보도행태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어필님께도 같은 대답을 드렸는데요. 다시 옮기는 이렇습니다. '사퇴 여론'이 높은지,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혹은 예측할 수 있는 어떤 기준도 없잖아요? 마봉춘에서 여론조사를 한 것도 아니고요. 역으로 오마이였다면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썼겠죠. 물론 그 방식도 저는 좋다 생각하진 않지만요. 그렇다면 1) 사퇴 여론이 높아질 듯 2) 곽노현을 옹호하고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듯... 이 두 가지 반대 예상을 모두 적시하거나, 그 둘 모두를 생략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줘야 하는거 싶습니다. 어느 하나만 강조하는 건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잔머리 같다는거죠.
3. 약간 다른 이야기 하나. 저를 포함해서 의외로 시민들께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요. 검찰이 기소한 근거규정인 공선법 232조 1항 2호는 지금까지 한번도 사건화(판례화)되지 않은 규정입니다. 동아일보 같은 곳에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판사까지 동원해서 '매우 엄격하고 무서운 규정'이라고 설레발 쳤었는데요(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10907031831960&p=donga . 2011.9.7.)
그 판사는 단 한번도 사건화되지 않은 법규정을 가지고 "매우 엄격하고 무서운 규정"이라고 구라를 치고 있거나(왜냐하면 판사는 법규정이 적용된 사건을 통하지 않고선 판단할 수 없는데, 그 법규정이 현실적으로 적용된 사건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혹은 동아일보 기자가 소설을 쓰고 있는거죠.
관련해서 공대위 공동위원장인 조승현 교수를 인터뷰했는데, 곧 글 올릴 예정입니다. 조교수는 공선법 232조 1항 2호에 대해 몇 가지를 지적하셨는데, 개인적으론 상당히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여기서 간략히 이야기하면 1) 이 조항은 단한번도 사건화된 적 없고, 2) 지극히 추상적이라서 정치적인 악용의 여지가 높으며 3) 선거기간을 특별히 규율하고자 하는 공선법 전체의 취지와 구조와도 상당히 유리된 규정이라는 점이죠. 물론 공선법 자체에 이 밖의 독소 조항들(93조 1항은 대표적이겠죠)이 상당히 많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