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센터 건립을 위한 문정현 헌정공연 '가을의 신부, 길 위의 신부'에서 만난 문정현 신부
2010.11.6.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올해로 고희(古稀)를 맞는 '길 위의 신부'는 부끄럽다고 했다. 쑥스럽다고 했다. 이 싸움쟁이 노인네에게 쑥스럽다는 고백을 듣다니... 자신을 비추는 저 존경과 빛들과 저 고마움의 노래들이 문정현 신부를 쑥스럽게 만들었다. 그 깊은 연륜들 안에 숨겨져 있던 소년의 수줍음을 꺼내왔다. 그리고 그 소년이 나를 정말 부끄럽게, 하지만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나은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문정현 신부 이야기가 나왔다. 문신부는 우리시대의 희망을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정말 진부하고, 상투적이기 짝이 없는 말들. 정말 지겹다는 말을 하기도 지겨울만큼 익숙한 이야기.
하지만 그 말이 더할 수 없이 깊은 감동을 주는 까닭은 문정현이 걸어온 마음의 길, 육체의 길, 슬픔의 길, 고통의 길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슬픔이 있는 어디에나, 울음이 넘쳐나는 어디에나 그가 있었다. 함께 전경들에게 곤봉으로 매맞고, 숱하게 연행당하면서, 감옥의 수인으로 그 긴 세월 갇혀 지내면서도, 그는 빛나는 대한민국의 밑바닥에 있는 그 깊은 어둠을 그렇게 오래 오래 응시했다.
그 어둠이 없었다면, 그 끝 간데 없이 깊게 깊게 패인 고통의 주름이 없었다면, 문정현이 이야기하는 그 희망의 정체라는 건 그저 미스코리아의 '세계 평화'처럼 아무런 감동도, 아무런 울림도 없었을거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공기의 틈, 그 사이에 알알이 박혀 있는 이 슬픔의 빛나는 조각들이 없었다면, 문정현 신부가 이야기하는 그 상투적인 희망, '고통에 대한 연민'을 당부하는 그 식상한 이야기가 나를 울게 하지는 못했을 거다.
우리 시대는 점점 더 분노를 잃어버리는 시대다. 우리 시대는 절망할 수 있는 감수성을 박탈당하는 시대다. 그 분노가 없다면, 그 절망이 없다면, 희망...은 거짓말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없어...
마음이라도 줄 수 있는...
마음이라도 줄 수 있는....
* 인권재단 사람 : www.hrfund.or.kr/
* 인권재단 사람 후원하기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1185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분노 대신 증오와 냉소만 넘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문 신부님을 보니 제가 부끄럽기만 하네요.
아, 그리고 저 블로그 이전했습니다. :)
오, 레오포드님!
이사가셨군요.... :)
ㅜ.ㅜ;
그런데 로긴 뒤 댓글 정책이신가요?
댓글 남기러 갔는데, 로긴하라는 메시지 팝업이 뜨네요...;;
추.
이글루스 친구분들께서 많이 서운하시겠네요. ㅎㅎ.
암튼 새로운 둥지에서 좋은 글, 좋은 관계 많이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아- 당분간은 로그인 한정하고 좀 지나면 풀까 해요^^;;
여튼 분발하겠습니다ㅎㅎ
이제는 로그인 한정도 해제했습니다. :)
오, 반가운 정책변화로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