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군인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일부(30%)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합계 금 8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례 (선고일 2007. 11. 2.)
판결문 (옮겨 적는 과정에서 금액부분, 가명 부분 등은 조금이나마 손쉬운 독해를 위해 간략하게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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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제 6 민사부)
사건 2007가합4556 손해배상(기)
원고
1. 김## (560117-남자) 망인의 부 : 금 4천1백만원
2. 한## (580626-여자) 망인의 모 : 금 4천 38만원
3. 김&& (810907-여자) 망인의 형제 : 백만원
4. 김@@ (831226-여자) 망인의 형제 : 백만원
5. 김!! (890107-남자) 망인의 형제 : 백만원
6. 오## (190915-여자) 망인의 조모 : 백만원
원고들 주소 서귀포시 ###
원고 5는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김##, 모 한##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 최##
피고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정성진
소송수행자 김##
변론종결 2007. 10. 19.
판결선고 2007. 11. 2.
주문
1. 피고는 원고
김## (560117-남자) 망인의 부 : 금 4천1백만원
한## (580626-여자) 망인의 모 : 금 4천 38만원
김&& (810907-여자) 망인의 형제 : 백만원
김@@ (831226-여자) 망인의 형제 : 백만원
김!! (890107-남자) 망인의 형제 : 백만원
오## (190915-여자) 망인의 조모 : 백만원 및 각 금원에 대하여 2007. 4. 23. 부터 2007. 11. 2. 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을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위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망인의 부에게는 금 8천만원, 원고 만인의 모에게는 금 7천8백만원, 원고 형제와 조모에게는 각 1백8십만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07.4.23.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을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망 김##(이하, '망인')은 2006. 12. 26. 군에 입대한 뒤 피고 산하 육군 제31보병사단 정비근무대 일반장비소대 화학장비 수리병으로 근무하던 중 2007. 4. 16. 자살한 자이고, 원고들은 망인의 부모, 형제자매, 조모이다.
나. 망인의 부대생활
(1) 망인이 육군 제31보병사간에 자대배치를 바은 2007. 3. 말경부터 신병휴가를 받은 2007. 4. 중순경까지, 선임병인 홍길동(가명)은 망인에게 부대생활이나 업무와 관련하여 망인의 잘못을 수차례에 걸쳐 지적하면서 '다시 실수하면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폭언을 하였고, 선임병인 안길동(가명)은 세차례에 걸쳐 망인을 부동자세로 세워놓고 움직일 경우 위해를 가할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였으며, 선임병인인 이길동(가명)은 망인의 군기를 잡을 목적으로 큰 소리로 "이병 김##"을 외치게 하거나 욕설을 하는 등, 선임병 홍길동, 안길동, 이길동은 계속적으로 망인에게 폭언을 하거나 억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2) 한편, 망인은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지병인 습관성 어깨탈골로 인하여 부대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업무수행 중 잦은 실수를 하였는데, 망인에 관한 군인성검사결과표에는 '정서적으로 긴장되고 불안과 피해망상적 행동성향을 보이면서 비정상적인 우발행동이 우려되므로 지도, 관찰과 아울러 전문가와의 상담을 요합니다, 매사에 다소 소극적이고, 말이 적으며, 혼자있기를 좋아하여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남, 현실세계와 대인관계 및 자아정체감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보이므로 지도, 교육이 요망됩니다, 심한 충동성, 공격성을 보이며 반사회적 성향으로 우발적 충동행동이 우려되므로 전문가의 상당지도가 요망됨'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더욱이 망인이 수양록에 "휴가나가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왜 이렇게 우울하지"라고 기재하기도 하였음에도, 부대 지휘관이나 선임자를 통하여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진 바는 없었다.
다. 망인의 자살
망인은 2007. 4. 11.부터 2007. 4. 16. 까지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에 있는 본가에서 신병휴가를 보내다가, 휴가 마지막 날인 2007. 4. 16. 13:00경
'홍길동, 안길동 씹새끼들... 맨날 죽여버린다고 하고, 맨날 째려보고, 불러놓고 말도 안하고 개새끼들... 내 자유를 박탈해 가는거야, 내 자유를 찾아 간다'
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원고 김##(망인의 부) 비닐하우스 창고에서 제초제를 마셨고, 같은 날 17:15 경 발견되어 인근 서귀포 의료원으로 후송되었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2007. 4. 22. 16:17경 신부전 및 폐부전 등으로 사망하였다.
라. 관련자들의 처벌
(1) 군수사기관의 망인의 자살에 관한 조사결과, 홍길동 등 3명의 선임병이 망인에게 폭언을 한 사실 등이 밝혀져, 2007. 4. 23. 홍길동은 영찰 15일, 안길동은 영찰 7일, 이길동은 영창 10일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2) 한편, 망인의 상급자인 소령 임개똥(가명), 대위 김개똥(가명), 중사 윤개동(가명)은 2007. 5.경 제31보병사단장으로부터 지휘감독소홀을 이유로 각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2.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가. 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의 선임병인 홍길동 등은 망인에게 계속적으로 잘못을 지적하거나 폭언을 하는 등 망인이 정신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고, 망인이 소속된 부대의 지휘관들은 이와 같은 가혹행위를 예방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망인에 관한 인성검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망인에 대한 상담이나 지도, 감독 등 그 직무를 소홀히 하여 이를 방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여기에 일반 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 사회에서는 그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상급자로부터의 가혹행위 및 그로 인한 피해의 의미가 일반 사회에서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 망인이 자살을 결심할 만한 별다른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의 자살과 위 관련자들의 행위와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망인의 자살로 인하여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책임의 제한
앞서 본 바에 의하면, 망인이 선임병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적을 당하고, 욕설을 들었으나 그 정도가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중한 편에 속한다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이나 잦은 업무상 실수에도 기인하며, 망인으로서도 지휘관과의 면담이나 선, 후임병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등을 통해 위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수단에 호소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데에는 위와 같은 망인의 잘못도 중대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망인의 잘못은 피고의 책임을 면하게 할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하기로 하되, 앞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하기로 한다.
3. 손배배상책임의 범위
가. 일실수입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상실한 일실수입 손해는 다음과 같은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을 기초로 하여 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라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현가로 산출한 금액 2억원이다.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
성별 : 남자
생년월일 : 1986. 3. 1.
기대여명 : 54.9년
사망 당시 연령 : 21세 1개월 21일
가동연한 및 월 가동일수 : 망인의 군 전역예정일인 2008. 12. 26.부터 만 60세가 되는 날인 2046. 2. 28.까지 매월 22일씩
소득 및 가동능력에 대한 평가 (도시 일용노임 기준) : 2008. 12. 26.부터 2046.2.28.까지 월 127만원 (= 금 5만7천원 곱하기 22일)
생계비 : 수입의 1/3
계산 : 2008. 12. 26.부터 2046.2.28.까지 446개월
금 127만원 * 2/3 * 238(=258-20) = 금 2억
나. 장례비
원고 김##이 지출한 금 300만원
다. 책임의 제한(과실상계)
피고의 책임 비율 : 30%
망인의 재산상 손해 : 금 2억 * 30/100 = 금 6천만원
원고 김##의 재산상 손해 : 금 3백만원 * 30/100 = 금 9십만원
라. 위자료
참작사유 : 망인의 나이, 가족관계, 재산 및 교육정도, 사고의 경위 및 결과,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
결정금액 :
망인 : 금 1천 2백만원
원고 김##, 한## (망인의 부모) : 각 금 4백만원
원고 김&&, 김**, 김!!, 오@@ (망인의 형제, 조모) : 각 금 1백만원
마. 상속관계
상속인 : 원고 김##, 한## (망인의 부모)
상속금액 : 금 7천 2백만원 (= 일실수입 6천만원 + 위자료 1천 2백만원)
상속분 : 각 3천 6백만원(=7천 2백만원 * 1/2)
바.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김##에게 금 4천1백 만원(=상속분 + 장례비 + 위자료)
원고 한 ##에게 금 4천만원(=상속분 + 위자료), 원고
원고 김&&, 김@@, 김!!, 오##(형제, 조모)에게 각 금 1백만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원고가 구하는 위 불법행위일 이후인 2007. 4. 23.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07. 11. 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각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병하
판사 모성준
판사 노미정
1. 망인이 유서에 적었다는
'홍길동, 안길동 씹새끼들... 맨날 죽여버린다고 하고, 맨날 째려보고, 불러놓고 말도 안하고 개새끼들... 내 자유를 박탈해 가는거야, 내 자유를 찾아 간다'
라는 내용 중에서 "맨날 노려째려보고" 라는 부분에 왠지 눈길이 갔다.
2. 이 사건은 평소에 궁금했던 군부대 가혹행위 사건의 처리에 대한 호기심을 일정부분 풀어주고 있다. 가혹행위 당사자들의 책임 부분도 그렇고, 특히나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표준과 그 실제적인 예시들이 담겨 있어서 개인적으론 흥미로웠다.
3.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하는 취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아하다. 이것이 이런 문제 사례(평소 우울증 기미가 있었던 병사의 자살과 이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의 평균적인 수치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론 절반의 책임은 인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망인과 망인의 가족(유족)에게는 위로를 전한다.
덧.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다.
살아서 별별 더러운 꼴을 다 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삶이니까.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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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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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입력.
요즘 군대도 입대하자마자 이제 너희들은 국가재산이란 말부터
시작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입대하는 날부터
이런 소리를 듣고 좀 역겨웠습니다. 그렇다고 갓 입대한 제 입장에서는
역겨워도 티를 낼 수 있었겠습니까 튀지 않고 줄 잘서서 좋은 보직얻는 게
중요했었지요. 아니 그보다 어렸으니 고립감이 더 컷을껍니다.
군대 생활에, 예비군에, 지금은 민방위까지 하고 있는 처지고 벌금때문에라도
불만만 있지 거부는 못하는 처지지만 저는 이런 사건들을 볼때마다 "요즘 얘들 나약해서 그래"란 말을
가장 싫어합니다.
"신성한 병역"이란 말에는 국가 권력이 한 개인을 동원하고 이를 이용해
국방의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는 것이 내포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 군대에 가면 시민으로서 대우는 커녕 갖은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감옥같은 곳에 갇혀있는 느낌이 들지요.
그리스 로마시대 시민군들이 아무 생각없이 끌려가서 군생활을 했을까요
더럽게 뺑이만 치고 돌아왔다고 생각만 들도록 만들고요. 매년 터지는
병역비리 사건들은 군포제를 떠올리지만 현행법상에 명시되어 있는 신성한
병역이지 조선시대 군포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몇 달전에 케이블 방송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행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같이 보던 친구는 이스라엘군은 무슨 보이스카우트냐 그러기도 했지만
명령이다 무조건 해라라는 방식이 아니고 왜 해야되는 가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하더군요. 실전이 아닌 훈련이다보니 간부들은 명령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돌보는 입장이고요. 징병제를 행하는 몇몇 유럽국가들은 군생활 기간을
유동적으로 편의를 봐줘가면서 조절까지 해주지 않습니까.
요즘 입대하는 사람들이 나약해서 그런 게 아니고 그간 쌓여왔던 문제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앞으로 대한민국이 자신의 젊음을 희생해 국가에 기여한 젊은이들에게
자긍심을 실어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몇 년 끌려가서 때우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항상 국가가 고마움을 표현해줬으면 합니다.
일단 복지문제부터 주먹구구식 병력관리까지 조금씩이라도 해결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감옥이라는 생각이 안들도록 말입니다. 말이 좋아 선임병이지 거의
감옥 방장이나 다를 게 없으니까요)
단순히 가산점이나 돈 몇 푼 더 쥐어주고 이런 거 말고 말구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체험에 바탕한 진솔한 목소리라서 제 글이 좀 송구스럽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대한민국이 자신의 젊음을 희생해 국가에 기여한 젊은이들에게
자긍심을 실어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몇 년 끌려가서 때우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항상 국가가 고마움을 표현해줬으면 합니다. 일단 복지문제부터 주먹구구식 병력관리까지 조금씩이라도 해결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감옥이라는 생각이 안들도록 말입니다. 말이 좋아 선임병이지 거의 감옥 방장이나 다를 게 없으니까요)"
울림이 깊네요.
starbath님께서 말씀하신 바람이 실현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논평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