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딕 메모리]에서 정말 좋은 글을 소개받았다. 안수찬이 쓴 "저널리즘의 궁형"이라는 글이다. 저널리즘이 어디에 뿌리박고 있어야 하는지를 자신의 생생한 체험과 그 체험을 통한 자기비판적 성찰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글이다. 절대적으로 강추다. 다만 이 글에서 하려는 이야기는 안수찬이 쓴 글에 대해서는 아니다.

그 글이 담겨 있는 곳이 [미디어스]였다. 꽤나 호감을 갖고 있던 온라인 언론사인데, 거의 잊고 지냈다. 오랜만에 방문했다. 좋은 글 업어서 올려준 것도 고맙고(원래 안수찬의 글은 다른 매체에 기고한 글인데, 그 매체와 안수찬의 동의를 얻어 업어 왔다), 그동안 무심했던 것도 소심하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 [미디어스] 기사들도 좀 읽어봐야지, 하면서 사이드 바에 있는 [가장 많이 본 기사]로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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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읽은 기사인 '신문법' 헌재 판결 소식이 당연히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아뿔사! 문제점 종합선물세트다. 간단히 지적한다.

1. 좀 벙찌는 오타(누기)(짤방 참조)는  현재 시각 (오후 1:12 2009-10-31) 다행히 수정됐다. 댓글로 오타를 지적했는데, (2009-10-31 10:29:25)에 수정된 것으로 나온다. 이건 사소한 실수라고 치고 넘어가자.


2. '1보' 읽고 아쉬운 마음, '2보' 읽고 짜증으로. 신문법 방송법 권한쟁의심판에 관한 기사는 '1보'와 '2보'가 있는데, 이게 서로 따로 등록되어 있다. 왜 굳이 따로인지, 1보는 여섯줄, 2보는 두 줄에 불과한데, 도무지 모르겠다. 속보라서 그런가? 속보 티내려고? 이것도 그냥 넘어가자. 아무튼 1보 접하고 아쉬웠던 마음 2보 읽으며 달래려고 했더니 2보는 한술 더 뜬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지난 7월 22일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이 일사부재의에 위배됐다고 판단하며 민주당이 낸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이 두 줄 쓰는데 또 오타 등장한다. "민주당이 낸 청구한" 이라니. 냈는데 뭘 또 청구하나, 이건 무슨 '속보'인거 티낼라고 일부러 오타 낸 게 아니라면 좀 심하다. 이것도 단순한 실수에 속한 문제니 그냥 넘어간다고 치자. 정말 문제는 따로 있다.

3. 이건 속보는 커녕... 위 해당기사들을 대한민국 평범한 독자의 관점으로 읽으면, 분명히 그럴 것으로 장담하는데, 신문법과 방송법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인용)으로 착각하기 딱 맞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결과는 정반대다. 청구 인용하지 않았다(기각 결정).  1보에서 제목과 첫줄에 쓴 "인용"은 심판청구 자체의 적법여부에 대한 서술이고(이 사건을 받아들여서 '심사'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1단계 판단), 두 번째 문장에 쓰인 "야당의 심의 의결권이 침해당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도 결국 독자들이 원하는 정확한 최종적 정보와 관련해서는 노이즈로 작용하며, 말미 세번째 문장는 일반적인 독자들의 관심에서는 멀리 떨어진 '청구 당사자 적격'에 관한 문장이다.
 
그러니까 헌재 판결 결과는 '무효확인'인지 아닌지가 핵심 포인트인데, 제목도 그렇고, 본문도 그렇고 마치 무효확인 청구가 인용된 것처럼 쓰고 있다. 이게 속보라면 이번 헌재 판결의 '알맹이 정보'(무효확인 기각)을 전한게 아니라, 주변 정보을 마치 알맹이 정보처럼 전해서 결국 최종적인 결과를 정반대로 알리고 있는 셈이다. 이건 법률 상식을 논하기 전에 기자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보는 단 두 줄로 완벽한 무개념을 보여준다.
헌재, 방송법 일사부재의 위배 인정(2보) [미디어법 헌재 판결 속보]
"헌법재판소는 29일 지난 7월 22일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이 일사부재의에 위배됐다고 판단하며 민주당이 낸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내가 다른 정보 없이 이 기사만을 읽었다면, 당연히 이번 사건에서 헌재가 민주당이 낸 청구를 인용(그러니까 무효확인 청구를 받아들여서 이번에 방송법 통과가 무효임을 확인한 것으로)한 것으로 알았을 거다. 정반대 정보를 '속보'랍시고 전하고 있는 셈이다.

4. 미디어스가 미워서 이런 글 쓰는 거 아니다. 해당 기사 쓴 안현우 기자에게 무슨 감정 있을리 만무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눈꼽만큼이라도 애정이 있어서 이런  재미없는 글 쓴다. 한정된 인력으로 쏟아지는 뉴스들을 다루다 보니 이런 실수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기사들은 언론으로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실수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기사들을 접하면서 미디어스가 이런 속보경쟁을 계속 했다가는 오히려 미디어스의 신뢰도에 치명적일 수 있지 않나 싶은 우려마저 생긴다. 미디어스는 이런 어이없는 속보경쟁할 게 아니라, 깊이 있는 분석 기사들, 웹에 기반한 생생하고 개성있는 글들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더불어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없기를 바란다.
미디어스의 건투를 빈다.
 


* 추천
안수찬, 저널리즘의 궁형

* 발아점
에피소딕 메모리

* 비판 대상글
헌재, 신문법 권한쟁의심판 '인용'(1보) [미디어법 헌재 판결 속보]  미디어스, 안현우 기자
헌재, 방송법 일사부재의 위배 인정(2보) [미디어법 헌재 판결 속보], 미디어스 안현우 기자

위 기사가 왜 문제인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신문법 방송법 통과 무효확인 헌재판결 : 자료 및 단평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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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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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9/11/02 11:4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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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1/03 01:26

      아이코 지금에야 블로그에 접속했습니다. ㅠ.ㅜ;
      진작 소식을 들었다면 꼭 참석하는건데 말이죠, 정말 아쉽네요.

      추.
      지금 보니 '010'이 아니라 '011'로 잘못 인쇄되어 있네요.
      이제야 이걸 발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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