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 [전혀, 민감한 독자에게도 '전혀'] 없습니다.

글과 상관없는 서설 : 프리뷰에 대해
프리뷰(preview)의 사전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나는 'pre+(re)view', 즉 리뷰 전단계의 글이라는 의미, 혹은 'free + view'(view-그게 영화이든, 스포일러이든 간에-가 없다는 의미에서), 즉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를 위한 글이라는 의미로 프리뷰라는 말을 쓴다. 리뷰가 본격 비평과 소박한 감상문의 중간 단계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본격 비평이고 나발이고 간에 감상과 비평이 나뉘는 경계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본격 비평이 재미있던 적도 별로 없다. 대부분의 글에 대해 리뷰는 줄거리를 좀더 많이 소개하고, 좀더 분량을 늘린 글. (본격) 비평은 거기에 철학자들 이름 몇 잰척하면서 첨가하거나, 영화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글.. 이런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 프리뷰는 그저 '스포일러'를 매우 걱정하는 '간단한 영화 소개글' 인 셈이다.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프리뷰'를 내 나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이기 때문이다. 프리뷰에는 당연히 (본격) 비평과 리뷰의 맹아들이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대부분의 경우에, 독자들에게도 그렇고, 글을 쓰는 나 자신에게도 그렇고, 영화를 '다시 체험'하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리뷰나 (본격) 비평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해당 영화와 관련 없는 서설이 너무 길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자 따먹기'의 끝없는 변주.

솔직히 홍상수에 대해선, 주변의 많은 지인, 특히 남자지인들이 그런 것처럼, 이젠 '포기' 혹은 '포기 직전'까지 갔다. 나는 [강원도의 힘] 이후 홍상수 영화는, 많은 남자 관객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하는데, '여자 따먹기'(격한 표현은 양해 부탁. 가장 적절한 표현을 쓰다보니)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지식인 남자새끼들의 실존적인 모험담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건 물론 대단히 매혹적인 주제다. 정말 참신하고,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좀 지겹다는 느낌이 드는거다. 물론 작년 평론가들의 거의 만장일치 걸작 평가를 받은 [밤과 낮]은 놓쳤기 때문에, 홍상수 영화는 점점 더 극장에서 놓치면 볼 기회가 어렵다, 이 평가는 좀 거칠고, 무책임하기까지 하지만, [밤과 낮]을 제외한 홍상수 영화에 대한 내 체험치로만 보면 홍상수 영화는 '여자 따먹기'라는 지식인 남자새끼들의 모험담과 그 남자새끼들의 꼴 같잖은 꼴에 이끌리는 똑같이 어리석은, 그래서 인간적이며, 때론 사랑스러운 여자들의 실존적 붕가붕가 앙상블이다. 흥미로운 소재, 주제인 건 분명하지만, 것도 좀 정도가 있는거다.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정말 우여곡절 끝에 봤다. 물론 아주 예전에  동네 CGV에서 [T4] 때문에 급하게 내리는 바람에, 겨우 겨우 대한극장에서 봤는데, 레오포드의 글을 읽다가 문득 삘 받아서, 안 쓰려다가 아주 간단히 써본다.

미워도 다시 한번~!
이 영화 괜찮으면 홍상수 영화 계속 보고, 아니면 여기서 미련없이 접자고 나는 다짐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홍상수 영화는 계속 볼 가치가 있겠다. 물론 그렇게 굉장히 재밌거나, 만족스런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홍상수의 매너리즘도 좀 짜증스러웠지만, 그래서 이 영화가 걸작이라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최소한 홍상수의 매너리즘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좀더 입체적이고, 좀더 대중적인 형식의 비판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물론 그 대중친화적인 시도가 정말 진심인지, 아니면 그것도 야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로선 충분히 이 정도면 스스로를 내던지면서 관객들에게 좀더 낮은 자세로, 하지만 좀더 성숙한 자세로 어필하면서, 자신의 영화를,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강추는 아니지만, 홍상수에게 미련을 갖고 있는 나 같은 관객들에게는 적어도 '미워도 다시한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그런 영화다. 그런데 구하기 만만찮게 어려울 것 같기는 하다. ㅡ.ㅡ;


* 발아점
레오포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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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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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opord 2009/07/14 12:43

    경남이 양 화백 집에서 애정행각 걸릴 때랑 슬그머니 빠져나올 때 조씨랑 동네 사람들 대화에서 자학개그랄까 그런 게 있더라구요.ㅎㅎ; 상 탔다니까 "사기치는 거지" 했던 조씨의 대사가 머릿속에서 가물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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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7/14 18:02

      저도 그 장면은 참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ㅎㅎ
      특히 양화백으로 다소 무명의 중견탤런트(이름은 까먹었지만요)을 등용(?)한 선택은 꽤 높게 평가하고, 에피소드들의 전체적인 구성들도 그래도 좀 다채롭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물론 약간은 식상한 변주의 느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요.

  2. Haitian 2009/07/23 09:41

    고현정의 편지가 인상에 남더군요..남자들의 콧날모양만으로도 맘이 움직이는게 싫어서..

    하정우의 발은..그 자체만으로도 포스가 느껴지더군요..그 친구는 온몸이 흉기인가봅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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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7/24 07:00

      맞습니다, 그런 구절이 있었죠.
      하정우가 등장하는 장면은 꽤 재밌게 봤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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