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언젠가 김수영의 시론에 대한 대답으로 김지하는 '풍자냐, 자살이냐'라는 짧은 시론을 쓴다. 문학(시, 예술로 바꿔도 무방하다)은 사회의 부조리와 정치권력의 거짓에 저항하고, 또 저항할 수 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그건, 그게 바로 예술의 숙명이기 때문이다(마르쿠제). 하지만 그 저항은 비극의 방식인 자살로도, 희극의 방식인 풍자로도 표출될 수 있고, 그렇다면 민중적인 저항의 방식은 자살이 아니라, 풍자가 아니겠냐는 뭐, 그런 정도의 시론이라고 기억한다.

사족이지만, 그 연장에서 김지하가 생명사상(살림)에 심취하거나, 공안당국과 바콩과 조선일보가 주도했던 '분신정국'에서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고 일갈했던(물론 이 때 김지하는 한마디로 소위 진보권으로부터 완전히 껌이 되도록 얻어터졌는데, 왜냐하면 그걸 조선일보에 기고했으니까) 것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1. 압도적인 기만과 압도적인 거짓과 압도적인 환상이 현실을 내리누르고,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아니 좀더 끔찍하게 표현하면, 오히려 시민들이 '자기 안의 대중심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면서 스스로를 억압해달라고 외치는 작금의 대한민국(물론 그건 최진실 자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그저 그 자살 사건으로 땡잡은, 이명박 정부와 여권의 하하호호하는 엽기적인 아수라장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인데)은 어떤 식으로든 탈수기의 쥐새끼
(이건 어떤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 절대 아니다)처럼 쪼그라든 당신들의 영혼에 저항을 요구한다.


2.  블로거 소요유는 '인터넷만이 우리들의 유일한 해방구'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여기에 공감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거대한 조직도 없고, 우리에게는 거대한 방송사도 없고, 우리에게는 거대한 자본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우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아주 작디 작은 마이크와 이어폰(블로그나 게시판 따위),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네트워크 망(웹)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야기했듯 웹은 포털을 만들어냈고, 블로그는 망했다.  : ) 씨바, 그래도 좀 찍소리(이건 어떤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도 내야 하지 않겠나. 싶은 쪽팔림... 자괴감... 세상사는 무미건조함이 나를 누른다.


3. 강만수라는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최고 수장이(물론 이명박은 빼고) 이런 선문답을 국감장에서 나눴다고 한다.

야당의원 왈, "국민 80%가 종부세 완화 반대"
강만수 왈, "1%가 내는 걸 왜 80%에 묻나?"                    ...... via 오마이뉴스

나는 강만수의 이런 초절정 유머감각 앞에서 잠시 죽음에 가까운 숨죽임 끝에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우리는 강만수를 배워야 한다.
사이버 모욕죄든 최진실법이든 나경원법이든 그 뭐든 간에 강만수와 같은 초절정 유머감각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아니겠나... 하는 그런 생각을 문득 했다.
그 뻔뻔함과 야만스러울 만큼 앙큼한 센스를 배워서 저항하자.
우리는 강만수를 배워야 한다!



* 관련글
이명박 댓글 놀이와 풍자의 생명력



* 관련 추천글
악플은 스타라는 동전의 뒷면 (이승환) : 이게 왜 관련글이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글쎄.. 그건 강만수급에게나 어울리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 발아점
조아신의 미투데이 : 여기 있는 기사 링크 클릭했다가 엉뚱한(?) 강만수 기사로 점프~! 선플운동(?)을 하는데 있어서도 강만수의 유머감각은 많은 시사점을 줄 것 같다. 물론 약간 지나치게 오덕스럽긴 하지만...


* 이 글 제목과 주소
강만수를 배우자 : 강만수의 초절정 유머감각에 나는 그만 숨이 멈추는 듯한 충격을…  http://minoci.net/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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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강만수 + 이명박 = 외환위기??

    Tracked from 까칠맨의 버럭질! 2008/10/09 08:30 del.

    환율 1,400원...증시 폭락... 대출금리 폭등... 수출 적자... 마치 10년전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하다. 당시에 회사 생활을 시작한지 몇 년 안지나 그런 위기의 상황을 직접 겪고 다시는 그런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게 아니라 금융위기가 온다...고 속담을 바꿀지경이다. 그 중심에는 공교롭게 강만수 씨가 있다. 이번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졌을 때...아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부터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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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riya 2008/10/09 00:35

    만수가 오늘처럼 높아보이던 때가 없네요-_-; 맨정신으로 하기 힘든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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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9 00:43

      초절정의 기량이 아닌가 싶네요. : )

  2. 용추 2008/10/09 04:33

    이 나라에 비극이 여러 개 있지만 그중에 압도적인 것은 평균 한참 이하의 인간들이 평균 한참 이상의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일 듯 싶습니다. 정말 몸서리 쳐지도록 짜증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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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0 01:49

      더도 말고 상식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 그런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네요...

  3. 까칠맨 2008/10/09 08:30

    "만수야~ 이제 그만 놀고 들어가라..." 라고 최주봉씨가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_^
    최고의 국민 MC 유재석을 능가하는 만수 형님의 센스에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온 국민은
    간만에 배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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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0 01:50

      정말 무슨 생각으로 저런 '엄청난' 대답을 했는지...
      정말 두개골 속에 뇌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그게 궁금할 따름입니다.

  4. j4blog 2008/10/09 10:26

    두 강君의 활약에 국민은 오늘도 즐겁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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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0 01:51

      이게 정말 '픽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

  5. 명이 2008/10/09 10:30

    역시, 3수중 단연 최고..!! (행동대장 어*수보다 한단계 위에요..ㅋㅋ)
    아, 이 엄청난 개그..ㅋ

    그럼, 잠시 1%가 아니어서 행복해야 하는건가 생각해봅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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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0 01:52

      1%, 80%를 모두 떠나서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쪽팔리달까...
      참담하달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ㅠ.ㅜ

  6. 좀비 2008/10/09 11:24

    진정 만수가 저랬더란 말입니까...
    흐미..
    배구선수였던 강만수 감독이 얼굴에 강스파이크 한번 날려 줬으면 좋겠는데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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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0 01:53

      그러게요. ㅎㅎ
      강만수 선수 시절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주 어릴적에 흐미하게나마 강스파이크의 대명사였던 건 기억나네요.

  7. 이정일 2008/10/09 15:26

    대한민국 개그맨들, 다 짐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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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0 01:54

      코미디의 단계를 넘어 산신령 수준으로 비약해버린 것 같습니다. ㅠ.ㅜ

  8. 서울비 2008/10/10 18:53

    강만수...옹의 심오함을 비난해왔던 저는 반성하면서.. 다시금.. 처음부터 그를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ㅇ엥?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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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3 15:41

      범인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범접하기 어려운 분이 아닌가 한다능...

  9. Met 2008/10/12 21:36

    왜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가 있지 않습니까?
    물론 경우는 약간 달라보이기도 하지만 전 요즘 뉴스를 보면서 더러 그런 생각이 나더군요.
    사슴을 말이라고 우겨도 아무 소리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절반이요, 그 말이 맞다고 맞장구 치는 놈들이 절반이고..
    강만수의 어이없는 말보다는 그 말을 듣고도 멍청히 앉아있다 못해 쌍수를 들고 환호하는 이 땅의 적지않은 사람들이 더욱 한심스럽습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하나임을 부정하지는 못할 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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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3 15:43

      말씀의 취지처럼 당대의 정부는 국민들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서 국민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정부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요즘 하는 짓거리들을 보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10. 슛돌이 2008/10/21 16:25

    국민은 그에 걸맞는 정부를 가질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종부세 비난하며 동네 슈퍼 앞서 술 자시는 모양을 보고는 웃을 수 밖에요. 정당이 바로 서질 못하니 우리는 또 조만간에 길거리로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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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21 20:08

      정치가 점점더 국민들을 기만하는 사기극, 혹은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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