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불법으로 만나는 감동.


1. 하바츠

뒤늦게 [무릎팍 도사-추성훈편 1부]를 봤습니다.
암흑의 경로를 통해서요.
꾸준히 시청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꽤 즐겨보는 프로그램이에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추성훈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었어요.

강호동 : 실력 이외에 그 무엇인가가 작용을 했다는 겁니까? 장벽이 있었다는 겁니까?

추성훈 : 네, 있었습니다.

강호동 : 실력 이외에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추성훈 : 네. 그... 하바츠?  파벌...  

강호동 : 확신하십니까?

추성훈 : 그거는 확신합니다.


지금은 거의 글을 쓰지 않고 계신 레진사마 블로그에서 추성훈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대한 글을 읽은 적 있습니다. 당시 다큐멘터리를 본 직후였기 때문에 무척 공감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레진사마의 기존 이글루스가 '폭파'되었기 때문에 그 글을 링크로 걸지 못하는게 아쉽네요.

아무튼 그 다큐멘터리에서 다뤘던 주제가 바로 '하바츠'였죠.

참 가슴이 뭉클하더만요.
눈물 핑 돌더랍니다.

용인대 카르텔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파벌, 추성훈 선수 말처럼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2. 하나의 사랑

그리고 하나의 사랑.
추성훈 선수 노래 참 멋지게 잘하더라구요.
남자인 제가 봐도 참 반할만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노래 듣고 있는데요.
지나간 시간들, 그 풍경 속에 있었던 내가 그토록 원했던 무엇인가가 어눌한 한국어 목소리와 함께 몰려오네요.

부산시청 소속 시절에 즐겨 불렀다는 그 하나의 사랑..
실력은 있어도 그 놈의 파벌 때문에 '거부'당했던 국가대표, 그래도 사랑하는 한국이라는 조국...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안그대로 감정이입 저절로 대는 판에, 아주 "이빠이' 감정이입되더군요.

시청이 끝난 뒤로도 그 노래를 다시 듣고 싶더랍니다.

그래서 저는, 습관적으로, 네이버에 갔습니다.
거기에 있을거라고 '확신'했거든요...
있더군요.


3. 네이버 블로그

'하나의 사랑'이란 검색어 치자마자 역시나 네이버 블로그들을 가장 먼저 소환하는 네이버 가두리양식장. 뭐, 솔직히 어느 포털은 별반 다르겠습니까만...

세 번째쯤 링크된 을 찾아갔습니다.

박상민이 부른 '하나의 사랑' 노래 막대기 (명백한 저작권 위반)

그 가사 (?)

추성훈이 무릎팍에서 부른 '하나의 사랑' 노래 막대기 (당연히 저작권 위반)

그리고 다음과 같은 안내 문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글은 그 해당 블로그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이 글은 이토록 전도된 저작권 인식을 조장하는 네이버 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불법의 유통경로'는 이토록 쉽고, 광대한 반면, '합법'의 길은 그 길조차도 안보이는, 너무도 좁디 좁은 우리나라 웹의 지배적 시스템에 대한 한탄으로 읽으셔도 좋겠습니다.

물론 저는 저작권을 강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카피레프트의 정신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죠. 그리고 현행 저작권법에 대해 매우 매우 비판적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저작권을 존중하는 것과 카피레프트의 정신에 우호적인 이 모든 태도들이 서로 '현실적인 시스템' 내에서 현실적인 타협점, 합리적인 절충점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히 웹에 한정한자면, 법은 잠재적 소비자들을 '도적놈' 취급하고, 합법의 길은 멀고도 험하며, 불법의 길은 고속도로도 이런 고속도로가 없습니다.

저는 적당한 가격이라면, 가령 60분짜리 TV 프로그램 한편이 2, 3백원 정도라면 충분히 그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할 용의가 있습니다. 다만 정말 간단히, 손쉬운 방법으로 말이죠. 네이버 노래 아이템도 그 노래를 네이버 블로그에만 가두는 것이 아니라, 제 민노씨.네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권한'까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500원 주고 '하나의 사랑' 구입할 용의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암흑의 경로에 너무도 익숙해졌네요.
그리고 네이버 가면 다 들을 수 있는데요, 뭐.  

이 글은 물론 그저 추성훈의 노래가 주는 그 여운이 너무 깊어서 쓴 글이기도 합니다...



* 관련 추천 글과 팟캐스트
네이버의 CCL 도입과 남은 숙제들 (08.03.02) : 특히나 각종의 포털이 '스크랩 전부공개' 기능을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는 마당에, 그러니 그저 글 몽땅 스크랩하면 그게 오히려 저작자를 도와주는 것으로 착각하게끔하는 시스템의 얼개를 운용하면서, 이런 환경 속에서 CCL 도입은 다소간 피상적이고, 과시적인 이미지 마케팅의 혐의가 느껴집니다. 이런 "캠페인"이 명보다는 암을 만들어내지는 않을는지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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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추성훈 K-1 동영상

    Tracked from Juneu time capsule 2008/03/03 12:49 del.

    으악. 내가 이런 폭력스포츠를 보면서 실실 쪼개다니! 추성훈이 상대편을 보기좋게 뚜들기고 있군요. 그 선수가 좀 야비했답니다. 추성훈의 하체 급쏘(?)에 적잖은 타격을 가했거든요. 이 영상 보면서 든 생각은 어제 무릎팍처럼 추성훈 참 귀엽다는 거고(급소맞을때 표정이 귀여워보임;) 이 폭력스포츠를 보면서 든 생각은 맞았던 기억을 재빨리 잊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이 게임에서 맞지 않을리는 없을테니 말이죠. 과거의 고통이란..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느낌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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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2008/03/04 12:32

    합법의 길은 멀고도 험합죠!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합법적인 길은 너무 가혹?하구요 ㅡ/ㅡ

    예전에 시사프로에서 다 다뤘던 것인디도 무릎팍에서 다루니 이렇게 반응이 달라지구만요. 요건 참 생각할 문제 같구만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3/06 07:12

      두번째 지적은 정말 생각해볼 문제네요.

      건 그렇고, 소리바다 모델에 대한 정부 승인에 대해 디발협(발음하기도 좀 어째 구리구리합니다 : )이 들고 일어났네요. ㅡㅡ;;
      동아일보 제목 꼬라지가 참 인상적입니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03050370&top20=1

      추.
      너바님 덕분에 무플 면하는고만요. : )

  2. ftd 2009/03/03 02:46

    덕분에 나도 하번 봐 봐야 겠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7/31 02:08

      그런데 몬트리얼에서 꽃배달 사업을 하시는지요? (사소하게 궁금..)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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