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님께

2008/02/27 00:19
이 글은 다음 글에 댓글를 작성하다가.. 글이 길어져서 트랙백으로 작성하는 글입니다.

다음 블로거 뉴스에 오바 하시는 대단한 블로거님들 (judy0606)

과한 표현이 없지 않지만,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전체적으로 감상적 인상에 크게 기댄 비평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 안에 담겨진 취지에 대해선 경청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선 솔직하고, 용감한(외람된 표현이라면 양해를 구합니다) 의견,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구요.

그런데 우선, 저 중년 아닌데 말이죠.  
그냥 노총각입니다.

각설하고.
다음 점에 대해선 주디님 견해에 이견이 없지 않습니다.

1. 광고 모델을 운용하고 운용하지 않고는 그 개별 블로거들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입니다.
이것만으로 어떤 행위를 비판하는 근거로 삼거나,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니 블로거뉴스 시스템을 비판하는 행위와 그 비판 행위자가 광고모델을 운용하는 것과는 (현실적으론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로 엄격하게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자신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을 '당연하다'고 평가하시면, 그 구체적인 비판행위가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평가할 일이지 일방적으로 그 블로거들을 '트래픽 사냥꾼'으로 매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자연스런 일이 왜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판단하시면 그만인거죠.

그러니 역으로, 광고모델을 운용하지 않은 블로거만이 (블로그에 어떤 식으로든 트래픽을 유발하는 어떤 메타사이트에 대해) 비판행위를 할 수 있다는 말씀은 아닐줄로 믿습니다. 이건 인종 차별에 버금가는 블로그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 농담입니다).

물론 저는 과도한 광고를 부착한 블로그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적인 감정과 논리와 이성에 바탕해야 하는 공적 비판행위는 구별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감미롭게 느끼는 것들을 '옳다'고 착각하고, 자신에게 불쾌한 것들이 '그릇되었다'고 쉽게 오해하기도 합니다. 저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몸과 비판의 마음은 서로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서로 일치해야 하며, 그럴 수 없더라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이나마 해야 할 줄로 생각합니다.


2. 콧방귀 뀌지 않는 다음 블로거뉴스에게 지속적인 비판적 의견을 보내는 까닭은 다음 블로거뉴스가 갖는 '트래픽 대박'이 탐나서가 아닙니다. 편집진도 사람일진데, 이런 저런 비판적인 의견들을 접한다면 그 해당 블로거에게 굳이 '트래픽'을 안겨주겠어요?  오히려 그 반대일 확률이 높겠죠. 이건 누구나 상식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블로거뉴스를 비판하는 이유는 오히려 블로그계의 영향력 있는 한 권력으로서 그 공적인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겠죠. 자신의 글이 아니라도 좋은 글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좀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유통되고, 선순환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글이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가이드 라인'을 통해 좀더 많은 노출도를 확보한다면 그 개별 블로거에게는 기쁜 일일테고,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요. 물론 저는 블로거뉴스의 가능성에 대해 그 절반만을 판단하고, 현재로는 오히려 블로거들이 다음 블로거뉴스에 대한 종속성에서 탈피하는 대안을 생각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강하긴 합니다.

아무튼 어떤 글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진다는 기쁨은 자신이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어떤 메시지, 자신의 진실을 전한다는 가장 단순한 기쁨일 수 있습니다. 혹은 자신이 운용하는 블로그 광고수익모델을 통해 물질적인 수익을 얻는 기쁨일 수도 있겠죠. 물론 양자가 서로 조화로운 방식이라면 가장 좋겠지요.

좀더 좋은 글이, 고민가치와 흥미가치가 서로 조화롭게 어울린 멋진 글들이 좀더 효율적인 매개와 플랫폼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소통과 대화의 크기가 커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만 앞서 말한 메시지 지향의 관점이든, 자신의 수익을 바라는 관점이든, 그 관점과 철학의 차이만으로 그 자체 손쉽게 '도덕적으로' 재단하는 태도에 대해선 찬성하기 힘듭니다. 오로지 기준이 되는 것은 콘텐츠이고, 그 글에 담긴 인식과 고민과 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전자의 경우를 좀더 높게 평가하고, 제 보잘 것 없는 블로그가 그런 블로그가 되기를 바라지만, 후자의 경우가 악질적이거나, 혹은 비도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태도야 말로 폭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이기주의자들이고, 누구나 속물근성에 찌근 속물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안타깝게 생각할 수는 있을 지언정, 혹은 설득하려고 애쓸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 내에 있을 때, 그것을 비도덕으로 재단하거나, 더 높은 도덕, 혹은 '정의'로 재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트래픽 사냥꾼'에 대해선 매우 비판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트래픽이 자신의 정당한 블로깅의 대가라면, 무단 펌질이나 상상을 초월하는 '미끼질'을 통해 유도된 것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거죠.

다시 다음 블로거뉴스로 돌아가면요.
블로거뉴스에 대한 이런 저런 비판이 지금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비판이 그 자체로 무의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블로거뉴스도 이런 저런 합리적인 비판 의견들은 기꺼이 수용해야 할 줄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당연한 상식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상식이 다음 블로거뉴스에 노출되지 못해서 '투정'부리는 블로거들의 투정질로 폄하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중을 홀리기 위해 조선일보의 악질적 처세에 대한 감수성을 배우라는 말씀은, 물론 그렇게까지 말씀하신 취지에 대해서는 그것이 반어일 것으로 생각해서 공감하는 바지만, 좀 과한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판은 그 자체로 아무런 대안도 어떤 희망도 만들어주지 못하는 그저 투털이들의 하소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판이 갖는 그 자체에 내재된 잠재력을 믿습니다. 비판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그게 그저 휘발되어 버리는 불평꾼들의 투정에 불과하다면, 대운하나 박은경의 "땅을 사랑해서지 투기는 아니다" 따위의 사고방식을 비판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그들이 말하는)'성공'하는 방식들을 배우고, 받아들여야 할테지요. 이명박이 한나라당이 지금 블로그에서 만들어지는 이런 저런 비판적  의견을 거들떠나 보나요?

다만 이런 보이지 않는 일상적 비판행위들이 조금씩 축적된다면, 이런 비판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그래서 대화의 가능성을 확보하고, 그 비판과 대화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이파리들, 나뭇가지들로 작은 둥지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작은 둥지에서나마 희망이라는 작은 새를 키워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어째 글이 점점 감상적이되가네요. ㅡㅡ;;).

그런 비판이 대화를 통해 여기저기 퍼지고, 그 목소리들이 좀더 큰 풍경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 때는 '올블에서 오손도손'하는 보잘 것 없는 블로거들일지라도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와 맞닿아 있는 (대화의) 상대방에 대해,  사회에 대해, 그리고 자신들 속에 이미 갖고 있던, 그런데 아직은 발견하지 못한 정치적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그 잠재력을 세상에 드러내,  삶과 사람과 사회에 대해 좀더 나은 희망을 가질 수 있으리라 저는 기대합니다. 제가 바라는 건 좀 재밌게 살자는 거고, 좀 덜 외롭게 살자는 거고, 그 밖에는 별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중년이 아니라.. 그냥 노총각입니다.

글이 점점 더 감상적이되네요.
이만 마칠까 합니다.




추.
글에 있는 링크 설정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주디님(이렇게 호칭하는 거 맞나요? ^ ^) 주소에 한글 제목이 연결되어 있는데요.
제 글도 그렇고, 드라코님의 글도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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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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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Jae 2008/02/27 06:36

    아직 노총각이라고 할만한 나이는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
    (댓글도 감상적이 될 듯싶어서 이만...)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27 08:09

      요즘 제가 조울증 기미가 있어서.. ㅡㅡ;

  2. 비밀방문자 2008/02/27 22:3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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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28 00:57

      ^ ^;
      네, 말씀해주신 그 부분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글 쓰기 전에 지난 글들도 살펴봤구요.
      다만 그저 뭐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기분 상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

  3. 비밀방문자 2008/02/28 17:58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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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28 12:23

      별말씀을요.
      말씀에서 그 난감함과 고민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좋은 취지에서 하신 일이 난처하게 되었네요.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좀더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해봅니다.
      물론 지금도 참 잘하고 계시지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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