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 1.

2008/02/13 02:45
원래 미투로그 댓글창에 메모했던거. 앞으론 메모 끝나면 살짝 추고해서 옮겨적을까 싶다. 매일이 될 수도 있고, 가끔이 될 수도 있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어제 (2.12)

0. 크렌베리스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너무 간만에 들어서 그런가? 몇 년만에 들긴 했다. 그렇게 다시 크렌베리스를 근 보름 정도 듣고 있는데... 아, 빠져드는구나. 커피, 캬라멜처럼. 마치 연애의 감정처럼... 연애의 풍경이 이런 노래같다면 좋겠다.

1. 엉뚱한 단상.
해바라기(우리영화)는 개념없는 조연(허이재)이 어떻게 영화를 말아 먹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두고 두고 반성적으로 회고되어야 마땅하다. 학예회를 해도 이것보단 낫겠다. 김래원 연기는 꽤 훌륭하다.
내일, 아니 오늘(2.13) 무비토크는 '배우가 망친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할까 싶다.

2. (도아님 글을 읽다 궁금해져서) 묻지마 검색에서 아거님을 검색하다가 이강룡씨의 오래된 글을 읽었다. 그리고 다시 읽은 아거님의 글.

“한동안 나도 블로그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나는 아무런 의미나 목적도 없이 그저 끊임없이 짖기만 하기로 결정했어” (newyorker 만평)

RSS공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블로그”를 기록하는게 아니고 그냥 짖는 것일 뿐이다.

- 블로그계에선 내가 개라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중에서

이 글은 족히 백 번은 읽었을 거다(물론 짧은 글이니까).
그런데도 잘 모르겠다.
너무 짧아서 그런가보다.
문득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짖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물론 아거님께서 쓰신 글의 취지가 그런 건 아닐텐데..

아무렴 어떤가.


3. '착한 블로그 컴플렉스'에 대해 짧게 써야겠다.
이건 점프컷님 글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든건데...
그런데 아직 쓰고 있지 않다.
뻔한 글이 될 것 같아서...

3-1. 민주노동당 사태와 관련한 손석춘의 낭만적인 헛소리에 대해 쓸까 말까..
그런데 이건 행인님께서 완벽 정리해주신 것 같아서... ('몇 가지 오해')

3-2. 아, 그리고 새드개그맨님과 관련한 글이 숙제처럼 남겨져있구나(네이버 vs. 전여옥 사건). ㅡㅡ;;;
이건 왜 이렇게 끝낸다 끝낸다 하면서 마무리를 못하는건지 모르겠다.

 
17. 새벽 이 시간이 참 좋다.
다들 나와 같은, 내 상상의 동료인, 수줍고, 겁많은 친구들만 빼놓곤, 모두가 자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해서인가보다.
이건 무슨 보호심리인건가...?

때론 사람들은 내가 무슨 대단히 호전적이거나, 혹은 비판적인 사고(씩이나..)를 가진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은 난 참 내가 생각해도 과도한 열등감을 가진, 필요 이상으로 수줍음을 잘타는, 그런데 그걸 숨기기 위해, 오랫동안, 오랜 시간 동안 연습한, 그래서 연습의 껍질이 살처럼 굳어진... 그런 사람일 뿐이다.



오늘 (2.13)

0. 새벽 2시. 오늘도 크렌베리스를 들으면서 웹서핑을 한다. 김은혜가 청와대 들어간다는 소식도 듣고(난 인상 좋은 아줌마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자 사회에선 전설이었단다. 그래?), 아거님 댁에 들렀다가 이런 '섹시'한 글(멜로디언)도 읽었다. "건강한 자본주의" 란 말이 묘한 울림을 준다.

1. '건강한 자본주의'는 마치 형용모순 같다.
이게 말이되는거야?
이런 즉각적인 반응을 나는 내 안에서 조건반사처럼 일으킨다.
하지만 천박한 자본주의보다는 나을테지.

나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포로다, 명백한 포로.
내 욕망은 대화와 놀이와 그리고 포르노와 어떤 따뜻한, 지금은 닿을 수 없는, 살에 향해 있다.

그리고 문득 나는 생각한다, 나는 불행하다.
그런데 그 불행의 증거들은 너무도 초라해서, 나는 내 불행에 대해 항거한다. 나에게 좀더 근사한 불행의 증거들을 남겨달란 말이다. 자본주의적 욕망은 불행도 비교대상으로 스스로에게 내면화시킨다.

드라마 자본주의, 환상 자본주의의 편린들...


2. 억압.
에 대해 생각했다.
글을 쓰는 일은 항상 일정한 치유의 목적을 갖는 것 같다.
*** 블로그에 들렀는데, *** 책을 읽지 않아서 쉽게 말하긴 그렇지만... 자뻑 스탈은 그게 학자 혹은 작가의 개성이라고 너그럽게 해석해도(?).. "놀고있네" 이런 자연스런(?)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책 하나 히트 시키면 이렇게 되는건가? 이런 속물적인 상상력이 마구 무럭무럭 자란다.

2-1. 억압에 대해 쓰려고 했다가 엉뚱한 글을 썼다. 글은 (적어도 나에겐) 치유의 목적을 갖는데... 그건 그 글이 나에게 내가 대화를 건네는 방식이고, 대화는 항상 치유의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이것도 원래 하고 싶었던 소리는 아닌데.. ㅡㅡ; )

2-2. 글쓰기는 일종의 억압에 대한 도발이자 탈주이며 그 자체로 다시 억압이다.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다.

2-2-1. 그 억압에서 도망치고 싶은, 그 억압을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은 문법 속에 갇힌다. 어떤 막힌 욕망들, 감춰진 욕망들은 글을 통해 풀어질 기미가 안보이고, 그 끝에 남는 건 아주 원시적인 의성어..
가령, 아~~~~!!!! 이런 따위
.


* 이런 글에 댓글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댓글창을 막을까 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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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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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3 05:41

    야근하고 집에 와서 주간한국 서평 마감하려고 또다시 컴퓨터를 켜니 민노씨 글이 올라와 있네요. 글쓰기란 거.. 창작은 아니지만 제가 업으로 삼고 있는 일인데.. 몇 년이 지나도 발전이 없는 것 같아 (오히려 10년 전보다 퇴보한 것 같아) 조금 우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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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3 08:25

      펄님처럼 거침없는 글을 쓰시는 멋진 블로거이자 멋진 저널리스트가 그런 생각을 하신다니... 의욉니다. 언제 맥주 한잔 시원하게 마시고, 노래방에서 스트레스 확~! 풀면 좋겠네요. 기운내시길.. :D

  2. isanghee 2008/02/13 07:16

    새벽 2시라고 해도 이곳은 정오랍니다.
    블로그의 국제화라고 해야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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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3 08:26

      문득 유난히 외국에 많이들 계셨던 필벗들(한겨레블로그, 전신인 '필진네트워크'에서 서로를 부르던 호칭이었습니다)이 생각나네요. : )

    • BoBo 2008/02/13 22:26

      새벽 두시래서 어 지금이네 하고 시간을 봤더니 13일 새벽 두시. 여기도 13일 새벽 두시.
      하지만.........................................이미 한국은 오후 2시더군요.

  3. 엔디 2008/02/13 08:48

    "시를 썼으면/그걸 그냥 땅에 묻어 두거나/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불쌍하도다 나여/숨어도 가난한 옷자락 보이도다."라고 젊은 정현종이 쓴 적이 있었죠. 그냥 짖고 싶다기보다는 자의식이 남다르신 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새벽 2시 하면 에픽하이가 떠오르네요. 옛날에 WHITE가 '지금은 새벽 네시 반'이라고 우울하게 노래하던 적이 있었는데. 새벽은 자의식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죠. 크랜베리는 먹어본 적 없지만, 크랜베리스는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오라이어던의 강한 듯하면서도 부서질 것 같은 목소리... 거기서도 그 여자의 자의식이 느껴지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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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3 09:08

      정현종은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 )
      [나는 별아저씨]에 첫 번째로 수록된 '불쌍하도다'란 시를 인용해주셨군요.
      엔디님께서도 정현종을 (당연히) 좋아하시겠죠?
      노트 1975를 특히나 좋아하는데... 전체적으론 [고통의 축제]를 좀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무슨 일등이등하는 건 전혀 아니지만요.

      크랜베리스는 메탈리카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외국 뮤지션입니다.
      정말 무지무장 좋네요...

    • 엔디 2008/02/13 12:50

      '나는 별아저씨'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까지 좋아합니다. 그 뒤부터는 좀 유보고요... ^^; 저로서는 '고통의 축제'가 단연 압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말씀해주셨던 건 메일로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회사라 저녁 늦~게나 쓰게 될 것 같습니다. ^^;

    • 민노씨 2008/02/13 12:54

      제가 갖고 있는 시집는 그 세 개가 전부인데요.
      저도 고통의 축제를 가장 좋아합니다. ㅎㅎ
      산문(숨과 꿈)도 좋지만요.

      메일 기다리겠습니다.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 ^;

  4. 너바나나 2008/02/13 13:19

    '착한 블로그 컴플렉스'에 대한 글을 쓰시면 좀 짖으실 수도 있겠구만요!
    자고로 재미가 최고인 듯싶으니 부디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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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4 02:05

      저도 좀 개처럼 짖고 싶은데(어감이 사뭇 야만스럽군요. ㅎㅎ), 고양이처럼 야옹야옹 거리게 되는 기분이랄까요.
      '착한 블로그 컴플렉스'도 기존의 교양 심리학적인 접근 그 이상의 고민이나 성찰(씩이나..)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렇다고 이런 주제로 화풀이식으로 글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좀 가볍게 즐기고 싶은데...
      여전이 습관처럼 억압이 남네요.

  5. BoBo 2008/02/13 22:23

    그만님의 블로깅 팁중에 '친해지고(대결하고!!) 싶은 유명 블로그에 열심히 트랙백과 댓글을 달아라'에서 민노씨가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일 도전을 잘 받아 주실것 같은 블로거에 한표!
    이리 써놓고 보니 이 포스팅도 뜨자마자 도전(?)이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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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4 02:06

      별말씀을요.
      언제든 대화는 즐거운 것이고, 그것이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담은 것이라면, 정말 서로 죽일 듯 치고받는 논쟁도 의미있는 우정의 방식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언제든 말 건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

  6. mepay 2008/02/14 00:38

    크렌베리스 목소리는 묘하게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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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4 02:07

      새벽 2시가 지나고 있네요.
      오늘도 크랜베리스 듣고 있는데요.
      좋습니다, 참..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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