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만 글인데 마저.


조선일보가 아주 오랜만에 작정한 근심어린 눈빛으로 한나라당 걱정하고 있다.
상황인 즉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한 친박 - 친이 사이의 줄다리기다.

그런데 이게 정말 코미디다.
공천과 관련한 한나라당 내분도, 그걸 '간신논쟁'이라고 말하는 조선일보도, 그리고 조선일보가 이명박에게 기대하는 '주문'도 모두 코미디다. 하기는 이명박이 '법질서' '법원칙'이라는 풍경과 함께 있을 때는 뭘해도 코미디다. 이건 이명박 자신의 업보다. 그러길래 입으로만 떠드는 그 법질서 좀 지키지 그랬나.


[사설] 한나라당 공천 내분은 총선 망치는 자해극이다
입력 : 2008.02.01 23:04


이명박 당선자는 다음 전당대회에서 자신과 친한 어떤 사람이 당권을 잡는다 해도 총선이 잘못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총선 실패는 당선자의 실패로만 끝날 일이 아니라 한나라당 정권 전체의 실패와 같은 것이다. 이 소란은 당선자의 의중과 관계없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내부에서 '법의 원칙'과 '정치 현실'이 부딪혀 옴짝달싹 못하는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사람은 당선자밖에 없다. (위 사설의 결론)

"총선 실패는 당선자의 실패로만 끝날 일이 아니라 한나라당 정권 전체의 실패"로 끝날 일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실패와 같은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코끝이 다 찡하다.

그런데 '법의 원칙'과 '정치 현실' 사이를 중재할 실질적인 권력이야 이명박에게 있겠지만, 그 도덕적 권위가 이명박에게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골백번을 우호적으로 생각해도 어불성설이다.

내가 이렇게 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소위 '근거'가 궁금하다면, 법질서, 법의 원칙 이런 '따위'를 이명박이 얼마나 무시했는지를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다. 아주 명백한 근거를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의혹이라거나, 가정적인 추론이 아니라, 명백한 기록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로 지난 일이다. 하지만 지난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이 역사에 남을 '선거불법의 총결산'은 대법원 판례로 남아 있다.
'법의 원칙' '법의 지배'를 회피하기 위해 이명박이 선택한 '정치 현실'에서의 방법론이 무엇인지를 그 판례는 증거하고 있다. 자기가 지은 죄는 끝까지 발뺌하고, 결국은 범인 도피시키는게 이명박의 방법론이다. 그 와중에도 끝까지 항소하고, 상고하는게 이명박이 법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 마인드다. 이러면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법질서 안지킨다고 약속 깨버리고, 만날 필요 없다는데 말해서 뭐하나.

"이명박 사건은 한마디로 저질 코미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이제는 직접 당사자인 이 의원이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이명박 범인도피 사건 당시 동아일보 사설 )

현재는 일등 친이명박 언론 동아일보가 당시 사설을 통해 "한 편의 저질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고 일갈했던,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짓거리를 벌인 장본인이 이명박이다. 그런 자에게 무슨 놈의 법 원칙과 정치 현실 사이의 중재를 당부하나. 이건 정말 코미디다.

...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법을 위반하여 죄를 범한 피고인 김유찬을 도피하게 하여 은닉하였다.
- 일심 판결문 중에서


피고인 이명박이 범인 도피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이명박은 상피고인 이△철· 강△용· 공소 외 김△량과 공모하여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공선법위반죄를 범한 김유찬을 해외로 도피하게 하여 은닉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항소심 판결문 중에서

범인도피 부분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이명박, 이△철, 강△용이 공모하여 벌금 이상의 죄를 범한 피고인 김유찬을 해외로 도피시킴에 있어 피고인 김유찬이 죄를 범한 자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 상고심 판결문 중에서

* 관심있는 독자는 이명박 범인도피 사건 참조하기 바란다.

법질서 운운하는 이명박의 그 모든 발언이 그야말로 코미디가 될 수 밖에 없는 이 정치현실이 우울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심어린 눈빛으로 법질서와 법원칙과 현실 사이를 중재해달라고 주문하는 조선일보의 작정한 칭얼거림이 그 우울에 무게를 더한다.

코미디가 이렇게 우울할 수 있다는게 참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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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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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댕글댕글파파 2008/02/04 14:28

    블랙코미디도 아니고 맹박코미디인가 ㅡ.ㅡ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04 19:02

      그러게요. ^ ^

  2. 비밀방문자 2008/02/04 16:5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04 19:02

      음...
      보내주신 부분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3. 노네임 2008/02/14 10:30

    그나라의 정치는 그국민만큼 가진다....라는 말이 새삼스러운 요즘 입니다.
    어느시대, 지역이나 선각자와 지성인은 존재했으나 정치는 그들 수준이 아니라 해당 국민수준을 가졌다고 봅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인 것은 슬프지만 우리의 보편적 레벨이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라는게 정말 힘들구나하는 생각이 드는게....
    아시아의 일천한 민주주의는 결국 얄팍할수 밖에 없는가 하는 자괴감이 문득 듭니다.
    전제왕권국가에서 투쟁없이 서구의 힘에 의해 단기간에 그런 제도를 도입하면서 껍데기는 변해도 속은 수백년전 그대로 아닐까요.
    일본은 막부정치를 여전히 하고 있고 한국은 붕당정치 그대로 하고있고,
    중국은 황제가 공산당으로 바뀌어서 그대로 해쳐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1. 시간이 더필요하다.
    2. 피없이 획득한 민주주의는 결코 국민에게 체화될수 없다.
    ...
    우리도 피를 흘릴만큼 흘렸다고 주장한다면....좌절 입니다.
    공포스러울지 몰라도 피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14 11:24

      인상적인 논평이시네요.
      좀 많이 답답한 마음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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