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선택에 목매는 언론

2007/11/12 13:58
부제 : 열전 저널리즘

물론 한 정치인은 그 자체로 많은 것들을 상징하고, 그 상징 자체가 권력이며, 또 그 일개인의 정치적인 선택에 의해 그를 둘러싼 정치적인 역학들은 요동치기도 한다. 이것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기도 하다.

다만 현실정치가 그렇더라도 최소한 언론이라면, 최소한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언론이라는 공적 기업의 가치를 되새긴다면, 그 정치인 일개인의 정치적인 선택이 갖는 정치철학에 대해서 논해야지, 그 선택이 갖는 정치적인 지형의 변화나 정치공학적 셈법에 몰두해서는 안된다. 쉽게 말해서 그 선택이 갖는 의미에 주목해야지, 그 선택이 현실적으로 미치는 현상에 올인해서는 안된다.

최근 정치기사들을 살펴보면 정치인 일개인의 행보에 너무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써,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인물'중심의 정치세력간 이합집산(정치공학적인 셈법..이라고 하기에는 좀 수준이 떨어지는 산수놀이)에 독자들, 그러니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이는 매니페스토(공약검증운동)를 손선수범해도 시원찮을 언론이 오히려 이를 스스로 방해하는 셈이다. 정책선거와 정책검증은 증발하고 특정정치인의 선택, 현재로서는 박근혜,에 이목이 주목된다.

가령 이회창 전총재의 출마가 갖는 정치사적인 의미에 대해 집중하기 보다는 이회창 출마가 현실적으로 선거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에 몰두하고(여기에는 한겨레와 조선이 따로 없다), 이명박이 박근혜에 대해 취하는 유화적인 제스처가 갖는 실질적 의미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박근혜의 선택'을 종용하는 식이다(조선, 중앙).

이런 열전 저널리즘에 언론들이 올인하면 할수록 정책과 정치철학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흩어질 수 밖에 없고, 상대적인 군소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엹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유력 후보'에 대한 열전 저널리즘은, 일견 당연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현재의 상황을 판단건대, 보수-보수 구도를 더욱더 견고화하는데 작용한다(관점유도 혹은 틀짓기).

선거는 점점더 이미지 게임에 가까워진다. 그 후보와 그 후보를 배출한 정당의 정책과 정치철학를 선택하는 고도의 정치적 선택의 장이 아닌, 그저 누가 누가 일등되나를 둘러싼 '반장선거'보다 못한 일등 놀음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정치권은 물론이겠지만, 언론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p.s.
참고로 글쓰는 와중에 박근혜가 드디어 선택했다. ㅡ..ㅡ;



* 추천포스트 - 이하 이정환
대통령 후보 경제 쟁점 비교 1.
대선 경제 쟁점 비교 2.
이명박만 부동산 원가 공개 반대. (대선 경제 쟁점 비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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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선거를 도박판으로 만드는 그들. 언론!

    Tracked from 세상을 보자. 따뜻한 눈으로~ 2007/11/12 19:09 del.

    대선기간이나 총선기간, 선거가 진행되는 시간 동안 언론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어떤 표현일까? 머..수 많은 표현들이 있겠지만 이 표현은 누구나 한번 쯤 보았을 듯 하다. "정치공방이 아닌 정책 선거로 발전하는 이번 선거가 되어야겠습니다." 또는 "정책은 사라지고 정략적 공방 난무"등등.. 선거가 정책중심이 아닌 정쟁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문구들. 메니페스토 운동한다고 행사장만 나온다고 정책 선거가 되나요? 국민들도 당연히..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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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러브네슬리 2007/11/13 00:08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하고 이를 인정하는 연설을 했을 때..
    그 연설 내용에 정말 감동 받았었는데..
    솔직히 지금의 박근혜 전대표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네요..
    역시 쇼맨십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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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13 13:24

      네슬리님 덕분에 무플 면했다고 인사드린다는게 이제야 답글을 남기네요. : )
      이 글은 박근혜씨의 선택 그 자체보다는 너무 특정 정치인의 그야말로 정치공학적 셈법에만 몰두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한 지적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근의 깊은 관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 ^

  2. paris33 2007/11/13 11:14

    정확한 지적입니다 추천이란 것도 있다는데 뭘 눌러야 하는지요?
    추천! 일단 이리 표시합니다^#^
    똑같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대통령후보경쟁이
    우리가 안고있는 현실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안에 대한 튼튼한 방법짜내기의 경쟁이 아니고 내가 너 원하는 것 모든지 해줄께 나 찍어줘 하는식의 마구마구표모으기식의 경쟁에서 여전히 머물고 있습니다
    ... 큰머리를 굴리는 후보가 없어 답답합니다
    방송,언론인들도 누가누가 어떻게 달리고 있나하는 부채질역할뿐 선수들이 무엇을 위해 달리는 것은 망각한...
    잘 쓴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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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13 13:26

      말씀하신 '추천'은 메타사이트와 연계된 방식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논평 주신 것만으로도 광의의 추천, 혹은 격려라고 할 수 있겠죠.

      블로깅에서 진정한 추천이란 어떤 글을 '매개'로 삼아(그 글을 링크해서) 대화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심에 오히려 제가 고마움을 전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p.s.
      아래 댓글에도 궁금증을 표시했습니다만...
      지금 빠리에 계신가요?
      혹은 불문학을 전공하시는 건지요?
      사소하게 호기심이 생겨서요. : )

  3. paris33 2007/11/16 01:09

    아~오래전에
    프랑스에서 잠시 책냄새만 맡았어요
    미테랑도서관보고 질투심에 씩씩거리다...열받아서 하고자 했던 공부는 못하고 비행기삯이 아까워서 미술공부만 쬠하고 왔지요
    외국에서 배운 것은 *한국어를 확실히 알자*라는 것입니다ㅎㅎㅎ
    지금은 서울에서 한타연습중....
    불어는 심심풀이로
    한글은 귀하게
    영어는 화장지로...
    이래서 늘 주머니는 지폐는 없고 '돈'이라는 그림자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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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aris33 2007/11/16 01:16

    불어,영어등 외국어가 얕보여서가 아니라
    한글을 우선으로 잘 알아야 한다는, '언어는 정신이다'라는 신념때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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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16 04:07

      미술공부를 하셨군요. : )
      저도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를 확실히 알자라는 말씀 크게 공감합니다. ㅎ

      영어 못하면 부끄럽게 생각하시는 분들, 혹은 심리적 위축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한국에 대해선 그런 생각이 상대적으로 적은 건 좀 전도된 감수성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5. paris33 2007/11/16 21:07

    민노씨님의 성실한 답변이 늘 감탄스럽습니다 모든분들께 쏟는 정성이 ^____^
    생각이 별로 없는 저로써는 그저 배우는 것이 많아 고마울 뿐입니다
    ^^''
    특히 민노씨네에 오면 대접을 잘 받고 가는 기분이 드는 것이
    저도 어디서든 대화하는 상대에게 성의껏 대해야겠다라고 본 받게됩니다
    ^#^
    제가 블로그가 없어서 많은 블로거님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또한 인터넷용어가 매우 서툴러서 꼭 두번씩 읽습니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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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18 15:32

      별말씀을요.
      저야 논평을 주시는 독자들이야말로 가장 고마운 분들이라서요.

      블로그 만드실 생각 계시면 제가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도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초보 블로거이지만요. : )

  6. paris33 2007/11/20 20:44

    믿씁니다 믿어요 ^^ 고맙네요~~
    '모르는 사람이야' 에 익숙하게 자란 저에게는....민노씨님 열린 토론에 정신없습니다 ㅎㅎ 첫눈이 펑펑~ 와루루 ~~~쏟아지는 그 맛처럼...
    고맙습니다...공감이 되는 기사나 포스팅만 봐도 반가워 블고깅이 즐겁습니다 ...비록 ㅂㄹㄱ 가 없더라도요 ..^^;;
    마치 언젠가 (20세기 후반)프랑스에 카페철학이 생겨 났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누구나 차 마시며 카페에 앉아서 자유의견을 낼 수 있는 그 분위기가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민주주의가 아닌가 하고 느꼈었습니다
    블로그가 변함없이 그런 역할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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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21 17:07

      제가 오히려 고맙죠.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정말 고맙고 반갑습니다.
      블로그는 딱히 부담을 갖지 마시고, 그저 한줄로 시작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 )

      물론 가장 추천하는 방식은 설치형 독립 블로그입니다만...
      가입형 서비스(이글루스와 같은) 에서 블로깅을 시작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립성과 기술적인 우수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티스토리'도 괜찮을 것 같구요.

      혹 관심이 계시면 비밀글로 메일 알려주십시오.
      티스토리 초대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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